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234화 (234/299)

234화

제65화. Free(5)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였다 싶을 때.

황 PD가 하니엘 멤버들을 잠시 불렀다.

“비가 한두 방울씩 쏟아지는 거 같으니까 시간을 더 앞당겨서 무대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이…… 1시 반이니까, 10분 뒤에 바로 시작하죠. 다른 팀들도 동일한 시간에 시작할 거니까, 이 점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사이에 스태프들은 랜덤으로 50명을 선발해서 점수를 적을 수 있도록 종이를 나눠줬다.

사실은 여기서도 복불복 요소가 존재했다.

50명 중 과연 하니엘의 팬이 몇 명인지. 아니면 하니엘 말고 따로 응원하는 팀이 있는 사람이 있을지.

여기에 따라 점수가 크게 달라진다.

만약 아이비제이 트윙클을 응원하는 팬이 여기에 섞여 있다면, 의도적으로 하니엘에게 낮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연은 이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다른 팀들도 상황은 비슷할 테니까.’

SSS 치어리딩 미션 당시의 상황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

그때는 진절혜가 대놓고 점수를 조작하려고 사람들을 심어뒀으니까.

무대가 시작하기 3분 전.

황 PD가 말했던 대로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이럴수록 멤버들은 더욱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비가 오면 사람들도 계속 자리를 지키려고 하지 않을 테니까.

‘그나마 한 곡만 하고 끝내니까 다행이네.’

만약에 여러 곡이었더라면, 기상 악화로 무대가 중단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황이전 PD가 말했던 시간이 되었다.

황이전 PD가 신호를 주자, 멤버들이 단상 위에 올랐다.

그녀들의 재등장에 사람들은 크게 환호했다.

여기저기서 하니엘을 반기는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날씨 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있는 입장이라 할지라도 할 건 해야 한다.

“둘, 셋.”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천사, 하니엘입니다!”

시그니쳐 인사로 현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먼저 자신들을 소개했다.

팬들의 박수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무대를 시작하기 전에 이연이 짧은 멘트를 펼쳤다.

“궂은 날씨에도 찾아와주신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무대 보여드릴 테니까요. 마음에 드시면 좋은 점수 부탁드릴게요.”

“네―!”

사람들의 대답 속에 그녀들을 향한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

리허설을 해본 덕분에 멤버들은 자신들이 설 위치를 바로 찾아 이동할 수 있었다.

무대가 시작되기 전.

멤버들보다 더 긴장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음향감독이었다.

이번에는 지난 녹화 때처럼 실수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Sunlight’ 반주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처음엔 크게 놀랐다.

하니엘이 경쟁 팀인 아이비제이 팀의 노래로 공연을 펼친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면서도 신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놀라움은 곧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혜원의 센터 포지션을 맡은 이연이 화려하게 오프닝을 알렸다.

눈을 뜨자마자 네가 보여.

새들의 지저귐보다 더 달콤한

당신의 목소리를 내게 들려줘.

(I can hear your voice.)

‘Sunlight’ 커버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서 이연은 아이비제이의 원곡 무대를 시간이 날 때마다 계속 모니터링 했다.

아이비제이 멤버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대로 똑같이 따라 하면 커버 무대만의 특색이 없다.

그래서 이연은 여러 부분에서 각색을 시도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은 이 변화에 큰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

걸파이트 첫 야외무대라서 많이 긴장했을 법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니엘 멤버들은 이연과 마찬가지로 능숙하게 무대를 소화했다.

1절 후렴구가 끝나고.

2절 파트에 들어서려고 할 무렵.

갑자기 잘 진행되던 무대에 변수가 발생했다.

툭, 투둑, 툭툭툭.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두 방울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

기상 악화에도 관객들은 끝까지 무대를 지켰다.

오직 하니엘의 무대를 보기 위해서.

그렇다면 하니엘 역시 관객들의 이런 마음에 더 크게 보답해야 한다.

이연이 멤버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멤버들.

아까보다도 더 열정적으로, 더 큰 목소리로 무대를 이어갔다.

빗소리조차 그녀들의 노래를 막지 못했다.

대신에.

‘무대가 많이 미끄럽네.’

이연이 멤버들에게 살짝 손짓을 하면서 무대 바닥을 가리켰다.

특히 물이 고인 부분은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다.

리더의 안내에 따라 멤버들은 준비한 퍼포먼스를 척척 이어 나갔다.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돌입했다.

이연이 리샤, 여솜과 호흡을 맞추면서 센터 자리로 향했다.

동갑내기 멤버들의 등장에 사람들은 비 따위가 대수냐면서 큰 소리로 호응했다.

우미와 막내 멤버들이 동갑내기 3인방을 중심으로 모였다.

엔딩 포즈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비 덕분에 메이크업은 엉망이 되고 머리카락은 흠뻑 젖었지만.

그럼에도 멤버들은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관객들이 자신들의 무대를 좋아해 주고 있으니까.

이것만으로도 멤버들에게는 충분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하니엘이었습니다!”

단상 아래로 내려온 하니엘 멤버들은 곧바로 버스에 올랐다.

스태프들이 건네준 수건으로 젖은 얼굴과 머리카락을 닦았다.

박도수 매니저도 이들 못지않게 흠뻑 젖은 상태로 그녀들을 격려했다.

“고생했어, 얘들아.”

“매니저님은 왜 젖으신 거예요?”

“우산 안 가져오셨어요?”

박도수 매니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산은 있지. 근데 너희가 비 맞으면서 공연하고 있는데. 어떻게 나만 편하게 있겠어?”

하니엘 멤버들만 한 팀이 아니다.

매니저 역시 같은 팀이다.

박도수 매니저의 말에 멤버들은 진한 감동을 받은 모양인지 눈빛을 초롱초롱 빛냈다.

“매니저님…… 오늘 유독 멋있어 보여요.”

“‘오늘만’요.”

박도수 매니저는 하루라도 좋으니까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온몸을 불살라 공연을 펼친 것까지는 좋은데.

과연 결과도 괜찮게 나올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었다.

* * *

하니엘만 비를 맞아가면서 공연을 한 건 아니었다.

서울 야외에서 무대를 가졌던 팀들 전부가 다 온몸이 젖은 채로 복귀했다.

유일하게 소나기의 영향에서 벗어난 팀이 딱 하나 있었다.

가장 먼 인천 지역으로 배정받았던 MAYO였다.

미랑이 후후 웃으면서 말했다.

“날씨 운으로만 보면, 우리가 승자네.”

그러나 아야는 미랑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면 뭐 해. 차 안에서 몇 시간을 보냈는데. 갑갑해 죽는 줄 알았다고.”

하필이면 차도 막혀서 제시간에 현장에 도착 못 할 뻔했다.

리허설도 다른 팀에 비해서 하는 둥 마는 둥 끝내고 바로 공연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나마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부평이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면 MAYO는 50명 정원도 못 채우고 무대를 가졌을지도 몰랐다.

다들 나름의 위기가 있었다.

그래도 모든 팀들이 다 50명을 못 채우는 불상사는 없었다.

MAYO를 제외한 팀들이 젖은 몸을 말리고. 여분의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다시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녹화가 재개되었다.

민주린이 안쓰러운 눈으로 후배들을 바라봤다.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비 맞으면서 공연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그래도 모든 팀들이 무사히 잘 끝냈다고 하니까 다행이에요.”

최악의 상황이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후배들이 기특해 보였다.

오늘만큼은 순위 여부를 떠나서 모두에게 다 잘했다고 칭찬해 주고 싶었다.

점수를 발표하기 전에 민주린은 먼저 원더존에게 무대에 대한 소감을 간략하게 물었다.

“원더존은 오늘 어땠나요?”

“우선은 저희가 홍대 쪽에 배정받아서 너무 좋았어요.”

장소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을 손쉽게, 많이 모을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원더존에게 있어서 홍대입구역은 특별한 기억을 간직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사실 저희가 데뷔하기 전에 그곳에서 자주 버스킹 했었거든요.”

“어머, 정말인가요?”

마이크를 든 채미가 고개를 여러 차례 끄덕였다.

“네. 무대가 너무 무섭기도 하고. 이걸 극복하려고 일부러 사람들 앞에 나서기 위해서 여러 번 홍대에 나갔었어요. 그래서 더 기합이 많이 들어갔던 거 같아요.”

추억의 장소에서 최선을 다한 원더존.

그녀들을 포함해서 오늘은 다른 그룹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되었다.

하니엘과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인터뷰도 진행되었다.

“참가팀 중에서 유일하게 두 그룹만 서로의 노래를 선곡했는데. 의도한 건 아니죠?”

이연과 혜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재미있는 구도를 만들어보자, 이렇게 의견을 나눈 적도 없었다.

순전히 우연이었다.

제작진 입장에선 방송으로 재미있게 써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서로의 노래를 골랐던 두 그룹. 이들의 순위 싸움 역시 관심이 쏠렸다.

“자, 그럼 먼저 7위부터 확인해 보길까요? 보여주세요!”

7위가 공개되자마자 의외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연이 다크호스로 뽑았던 샤이걸스가 꼴찌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샤이걸스는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라이브 때 저희가 실수를 몇 번 했거든요.”

“너무 오랜만에 야외무대를 가져서 그런지 긴장을 많이 했었나 봐요.”

게다가 중간에 비도 왔고.

많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보컬 쪽에 거의 모든 능력치가 치중되어 있는 그녀들 입장에선 라이브에서 발생한 실수 한 번 한 번이 크리티컬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쉽지만, 샤이걸스는 베네핏을 거머쥘 수 있는 마지막 기회에서 일찌감치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6위, 5위는 가을소녀와 CDP가 차지했다.

이연은 그들이 하위권이 될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니엘처럼 다른 그룹들이 무대를 펼쳤던 공간 역시 큰 편이 아니었다.

인원수가 많은 가을소녀, CDP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도 퍼포먼스를 펼치는데 많은 제약이 되었다.

“다음, 4위 발표해 주세요.”

4위를 차지한 팀 역시 꽤나 의외였다.

MAYO. 그녀들이 중위권을 차지했다.

본의 아니게 1위 후보에 오르게 된 원더존 멤버들은 양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잔뜩 상기된 얼굴을 숨겼다.

하니엘과 아이비제이 트윙클의 경우에는 원더존에 비해 담담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3위, 공개하겠습니다!”

3위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사방에서 감탄과 탄식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아이비제이 트윙클. 그녀들이 3위 자리에 올랐다.

민주린도 지금 이 상황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만요. 그러면 막내 팀들이 1, 2위라는 뜻이네요?”

파이널 라운드 마지막 미션을 앞두고 이변이 벌어졌다.

원더존은 처음으로 1위 후보까지 올라서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긴장 때문에 심장이 터질 거 같다는 표정으로 결과 발표를 기다렸다.

“자! 그럼 파이널 라운드, 2차 팀 미션 결과! 함께 확인해보시겠습니다!”

비를 맞아가면서 벌였던 치열한 싸움의 결과가 마침내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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