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125화 (125/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25화

제35화. 데뷔 무대(2)

데뷔 쇼케이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멤버들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그동안 이곳에 와서 무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위에서 리허설까지 직접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쇼케이스 현장은 새롭게 느껴졌다.

“저기 저 검은색 천막, 원래 없던 거였지?”

“위에 반짝이는 장식도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확실한 건, 이전 무대보다는 완성된 형태가 더 보기 좋다는 거였다.

촬영감독이 기뻐하는 멤버들을 향해 말했다.

“한번 올라가 보셔도 됩니다.”

그 말에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계단을 올랐다.

연습생이라는 신분을 떼고, 정식으로 가수로서 첫 데뷔 무대를 가지게 될 공간.

여러 차례 왔던 곳이지만, 오늘은 특히나 감회가 새로웠다.

객석도 생각보다 넓었다. 기자들을 포함해서 초청받은 이들만 부르기로 했는데, 그럼에도 자리가 꽤 많은 편이었다.

멤버들이 무대 구석구석을 살피는 동안, 촬영감독이 어색한 미소로 그간의 고충을 짧게 압축했다.

“이 무대 만드느라 스태프들이 고생을 엄청 했습니다. 평소에도 오 대표님의 요구가 많이 까다롭긴 했었는데. 이번에는 역대급이더라고요.”

“저희 대표님이 그러셨어요?”

“네. 하니엘의 데뷔에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LC 엔터테인먼트는 다수의 연예인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특별히 이렇다 할 정도로 잘나가는 걸 그룹은 없었다.

이번에 SSS를 통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어왔고.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하니엘을 4세대를 대표하는 걸 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들어간 투자 자본만 하더라도 상당하다.

갑자기 비아의 얼굴에 쓴 미소가 번졌다.

“감독님 이야기, 차라리 듣지 말걸.”

“왜?”

리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냥…… 안 그래도 긴장되는데, 저 말 들으니까 긴장이 더 심해지잖아.”

“뭐 어때. 그래도 소속사 대표님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시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단 낫잖아. 안 그래?”

리샤의 말이 옳다.

대표와 회사가 소속 그룹에게 너무 무신경해서 문제가 되는 사건이 연예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와중에 오채일 대표의 경우에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방송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오채일 대표는 멤버들과 비슷한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 있었다.

“얘들아, 왔구나.”

“안녕하세요, 대표님!”

무대 아래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는 오 대표.

하니엘 멤버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면서 깍듯이 인사했다.

SSS 촬영 당시에는 특별 심사 위원이었지만, 이제부터는 회사 대표로서 그를 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대는 어때. 마음에 들어?”

“네, 대표님!”

무대는 블랙과 화이트가 적절히 배합되어 꾸며졌다.

하니엘이란 그룹명은 우미가 단합 여행 당시에 말했던 대로 천사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 이번 무대도 천사, 순백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화이트를 많이 사용했다.

블랙 톤은 화이트를 강조해 주기 위해서 곳곳에 포인트로 집어넣었다.

정식 로고도 무대 상단에 박혀 있었다.

양쪽에 날개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멋스럽게 들어갔다.

여솜이 로고를 올려다보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대표님. 저희, 팬덤명은 뭐로 정해졌어요?”

“너희가 상의해서 말해줬던 ‘하니유’ 그대로 가기로 했어.”

하니(Honey)와 유(You)를 합쳐서 ‘하니유’로 가는 게 어떨까 하고 머리를 맞대어 생각했던 멤버들.

그녀들의 의견이 그대로 채용된 셈이었다.

쇼케이스 무대가 진행되면서 팬덤명을 포함해 기타 하니엘의 활동에 대해 여러 가지 정보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그토록 바라던 데뷔 무대.

그것이 마침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자, 멤버들의 심장은 더욱 크게 뛰기 시작했다.

이연도 오늘의 무대는 남다르게 다가왔다.

이 세계로 넘어와서 처음으로 가지게 된 데뷔 무대.

‘음유시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는데.’

이연이 좋아하는 음유시인의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다.

-인생은 사람에게 늘 시련과 기회를 같이 준다.

과연 두 번째 삶이 이연에게 또 다른 시련이 될지.

아니면 그녀가 바라는 대로 아직 만들어보지 못한 ‘완벽한 무대’를 이뤄내기 위한 기회가 될지.

그건 이연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을 것이다.

* * *

무대 의상으로 모두 갈아입은 멤버들.

그 와중에 리샤는 마지막 남은 간식거리를 손에 들고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우미가 손으로 리샤의 입가 근처에 묻은 과자 가루를 직접 털어주면서 물었다.

“의상이 타이트해서 많이 먹으면 불편할 텐데. 괜찮니?”

“응. 괜찮아, 언니.”

리샤하고 우미뿐만 아니라 유키와 시우, 비아도 서로 의상에 흐트러진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 주면서 훈훈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스태프가 대기실을 찾았다.

“방송 시작 5분 전입니다. 슬슬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시간 얼마 안 남았다는 말에 멤버들의 긴장감이 더욱 상승했다.

이제 무대로 향할 시간이다.

“연아.”

여솜이 이연을 불렀다.

뒤에 여솜이 어떤 말을 붙이지 않아도 이연은 알아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

“파이팅 한번 외치고 가자.”

멤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모았다.

이연이 먼저 큰 목소리로 선창했다.

“하나, 둘, 셋, 하니엘!”

“파이팅!”

SSS를 시작으로 마침내 데뷔 무대까지 오게 된 그녀들.

긴장과 설렘이 섞인 걸음을 재촉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무대로 향해 나아갔다.

* * *

이미 객석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방송 시작까지 단 30초밖에 남지 않았다.

20초. 10초. 5, 4, 3, 2, 1.

시작과 함께 오늘 특별히 일일 MC를 맡게 된 민주린이 가장 먼저 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를 통해 마침내 오늘, 하니엘의 첫 데뷔 쇼케이스가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진행을 맡은 민주린입니다.”

차분하게 오프닝 멘트를 이어가는 그녀를 향해 박수가 이어졌다.

오늘같이 중요한 날에 누구에게 MC를 맡기느냐.

이에 대한 논의도 상당했다.

아무래도 하니엘과 함께 SSS에서 같이 두각을 드러냈던 사람이 MC를 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거론된 후보가 이은솔, 민주린이었다.

그러나 이은솔은 현재, 벡스 멤버로서 월드 투어를 돌고 있는 중이었기에 경쟁 없이 민주린에게 마이크가 돌아가게 되었다.

민주린 역시 이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안 그래도 하니엘 멤버들이 많이 긴장하고 떨 텐데.

아는 얼굴이 한 명이라도 무대 위에 서 있어야 그 긴장감이 조금이라도 누그러진다는 것을 민주린은 이미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와 하니엘 멤버들은 서로 꽤 각별한 사이였기에 MC 제안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멤버들을 만나보실까요? 하니엘 여러분들을 큰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장내에 있던 기자들과 관객들이 뜨거운 박수로 그녀들을 맞이했다.

하니엘이라는 팀명 컬러에 맞게 흰색의 무대의상을 갖춰 입고 등장한 멤버들.

그녀들을 보자마자 민주린의 목소리 톤이 두 단계 정도 상승했다.

“어머머! 못 본 사이에 다들 왜 이렇게 예뻐졌어요?”

예쁘다는 말에 멤버들은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카메라 마사지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촬영을 거듭할수록 멤버들의 미모는 갈수록 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팀 소개 이후에 자기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신호를 줬다.

“둘, 셋.”

“안녕하세요! 여러분들의 천사, 하니엘입니다!”

인사말은 SSS에 출연할 당시와 달라지지 않았다.

유키가 합류하고. 하니엘이라는 그룹이 완성된 상태에서 정식으로 데뷔하게 되었으니까 구호를 바꿔볼까 하는 의견도 있긴 했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나은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그냥 이대로 가기로 했다.

멤버 소개는 리더인 이연와 부리더인 여솜, 그리고 이후부터는 나이순으로 진행되었다.

“안녕하세요. 리더를 맡고 있는 권이연입니다.”

일목요연한 자기소개는 이연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냈다.

다른 멤버들도 차근차근 자신의 소개를 이어나갔다.

민주린이 멤버들에게 단체로 물었다.

“7명이서 이렇게 본인들 데뷔 앨범곡을 가지고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죠?”

대답은 이연이 대표로 맡아서 했다.

“네. 맞아요.”

“앨범에 대해서 먼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이번 1집 미니 앨범 ‘A NEW START’는 새로운 타이틀곡인 ‘HUG’를 포함해서 7인 버전으로 새로 녹음한 섬머 러브, 페어링, 첫사랑이 수록되어 있고요. 추가로 신곡 2곡이 더해져 여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HUG’와 또 다른 신곡인 ‘Choose Love’, 그리고 ‘페어링’까지. 이렇게 세 무대를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

기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 걸 그룹인 만큼, 이에 대한 소식도 최대한 상세하게 대중들에게 전해줘야 했다.

민주린이 다시 마이크를 들며 말했다.

“그럼 토크를 이어가기 전에 먼저 신곡 무대부터 보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민주린이 자리를 잠시 비켜줬다.

센터를 맡은 이연이 한가운데에, 그리고 다른 멤버들이 각각 세 명씩 좌, 우측으로 나뉘어 포즈를 취했다.

관객들이 숨을 죽인 채 그녀들의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첫선을 보이게 된 데뷔곡, ‘HUG’.

무대의 첫 시작은 이연의 시원스러운 보컬이 맡았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 다가와 줄래.

그럼 널 꼭 안아줄게.

Hug Hug.

양팔을 쭉 뻗어 누군가를 안아주는 듯한 동작을 안무로 표현해 냈다.

뒤이어 우미와 비아가 서로 손을 마주 잡고서 등장했다.

한 파트씩 돌아가면서 계속해서 서로의 위치를 바꿨다.

이 와중에 동작은 흐트러짐 없이 계속 유지해야 했다.

긴장도 많이 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첫 무대라서 부담감이 클 텐데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실수 없이 무대를 이어갔다.

후렴구에 접어들었을 때, 이연이 다시 센터로 치고 나왔다.

빙그르르. 한 바퀴 턴을 하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공중에 너풀거렸다.

이 과정에서 이연은 머리카락 자르지 말라고 조언했던 샵 직원의 말이 떠올랐다.

‘긴 머리카락을 유지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안무 동작에 여성스러움이 첨가되니, 사랑하는 이를 안아주고 싶다는 가사 표현이 한층 더 풍부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이연의 고음 파트.

그녀의 보컬 능력은 SSS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증명이 되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신인답지 않은, 너무나도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은 무대였다.

처음 무대를 시작할 때처럼 이연을 중심으로 다시 모인 멤버들이 각각 포즈를 취했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미세한 숨소리.

그리고 쏟아지는 관객들의 박수 소리.

해냈다는 달성감과 함께 이연은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지금까지 숱하게 무대 위에 올랐던 그녀는 웬만한 일은 다 겪어봤다고 자부했지만.

오늘의 경험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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