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101화
제28화. 승자와 패자(1)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있었다.
이은솔이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점에 대해 사과했다.
이 모든 장면을 대기실에서 지켜보고 있던 연습생들은 그야말로 피가 마르는 상태였다.
비아가 초조함에 다리를 떨었다.
“이때쯤이면 나올 때 되지 않았나?”
“그러게…….”
비아뿐만 아니라 다른 하니엘 멤버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에 투표 결과가 이들이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로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러면…….
“우, 우리. 데뷔 못 하는 거 아니지? 응?”
불안감을 참지 못한 비아가 언니들을 향해 재촉하듯 물었다.
바로 뒤에 있던 시우가 비아의 작은 볼을 잡아당겼다.
“아야!”
“괜히 이상한 말 하지 마. 그러다가 진짜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야?”
“아니, 절대로!”
“그러면 일단 기다려. 아직 결과도 안 나왔는데, 벌써부터 탈락이니 뭐니 불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잖아.”
저렇게 멤버들을 다독이는 건 원래 이연의 주특기였다.
그래서 시우가 저렇게 대신 말을 해주는 게 한편으로는 기특해 보였다.
시우도 물론 많이 불안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감이 있었다.
“저희 무대, 제가 봐도 너무 좋았어요. 노력한 만큼, 연습한 만큼 최선을 다했으니까 좋은 결과 나올 거라고 믿고 기다려 봐요. 알았죠?”
마치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이연이 시우를 두둔했다.
“시우 말이 맞아. 낙담하더라도 결과가 나오고 난 다음에 하면 돼. 아직 발표도 안 됐는데 세상 다 끝난 사람들처럼 어두운 얼굴 하지 말자. 기운 차리고.”
두 사람의 말 덕분일까.
연습생들의 표정이 아까에 비해서 많이 밝아진 모습을 보였다.
어떤 일을 하든 항상 멘탈이 중요하다.
정신이 무너지는 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서로를 다독이면서 마음가짐을 재정비하고 있을 무렵.
스태프 한 명이 하니엘 팀의 대기실을 찾았다.
“다들 모여 계신가요?”
“네.”
스태프의 방문에 멤버들의 얼굴에 일순간 긴장이 감돌았다.
“투표 결과 나왔다고 하네요. 이제 무대로 올라가시면 돼요.”
마침내 연습생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마지막 무대가 펼쳐졌다.
* * *
미리 무대에 올라와 있던 이은솔이 시청자들을 향해 기다리고 기다렸던 소식을 전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 막 투표 집계가 끝났다고 하네요. 그럼 오늘 좋은 무대를 선보였던 12명의 연습생을 다시 무대로 모셔보겠습니다. 나와주세요!”
바짝 긴장한 얼굴로 한두 명씩 무대로 올라서는 멤버들.
진절혜조차도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모양인지, 연신 입맛을 다시면서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서바이벌 투표.
이번 한 번으로 인해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될 예정인데, 긴장이 안 된다는 게 오히려 말이 안 될 것이다.
이연도 SSS에 출연하면서 지금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만약에 여기서 데뷔를 못 하게 된다면.
또 언제 데뷔할지 모르는 불안감과 싸우면서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런 불필요한 과정 없이, 시원하게 우승을 확정 짓고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화려하게 데뷔 무대를 가지는 게 가장 좋다.
이은솔이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편지 봉투 하나를 들어 올렸다.
“지금 이 봉투 안에 오늘의 우승팀이 적혀 있습니다.”
연습생들의 시선이 이은솔의 오른손으로 향했다.
욕심 같으면 지금 당장 저 봉투를 가로채서 뜯고 결과를 확인하고 싶지만, 방송이라서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심사 위원분들에게 오늘 무대를 어떻게 보셨는지, 총평 한번 들어볼까요? 먼저 오채일 대표님.”
“개인적으로 이번 무대는…… 아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내내 늘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느 팀이 우승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만큼 좋았습니다. 다들 너무 잘하셨고, 그리고 고생 많았습니다.”
“나현아 트레이너님.”
“저도 너무 좋았고요. 총평이라기보다는 고생한 우리 연습생들에게 모두 수고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뒤이어 이석호 트레이너의 차례가 되었다.
어렵게 마이크를 쥔 이석호 트레이너가 억지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도 마지막만큼은 고생한 연습생들을 위해서, 밝게 웃으면서 마무리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잘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늘 여러분들을 응원하겠습니다.”
많은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마지막으로 민주린의 차례가 되었다.
“이 무대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앞으로도 SSS 촬영을 통해 배운 것들을 늘 떠올리면서 훌륭한 가수로 성장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들하고 같은 무대에 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다들 너무 고생했고, 오늘만큼은 여러분들이 주인공이라는 말 꼭 해주고 싶어요.”
심사 위원들의 소감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연습생들 못지않게 심사 위원들 역시 많은 고생을 했다.
자신의 개인 시간을 할애하면서 연습생들의 무대를 봐주고, 때로는 나쁜 선배를 자처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마음고생도 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연습생들은 다 알고 있다.
심사 위원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많이 생각하고 챙겨줬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심사 위원들이 소감을 말할 때, 몰래 눈물을 훔치는 연습생도 있었다.
“연습생들의 소감은 발표가 난 뒤에 마지막으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대망의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우승자들을 발표하겠습니다!”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드럼 소리가 현장을 빠르게 채워갔다.
무대에 선 연습생들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이들조차도 긴장감 때문에 숨이 턱 막힐 것만 같았다.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영광의 우승팀은 바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두가 조용해졌다.
이때, 이은솔이 살짝 장난기가 감도는 미소로 외쳤다.
“광고 보시고 온 다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연습생들은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이은솔을 찌릿 노려봤다.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방송국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많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을 때 광고를 해줘야 광고주들도 계속해서 방송 쪽으로 돈을 쓸 것이다.
1시간처럼 느껴졌던 1분간의 광고가 모두 끝나고.
카메라가 다시 현장으로 넘어왔다.
“정말로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무조건 발표할 테니까 채널 돌리지 마시고요. 집중해 주세요!”
이은솔의 신호에 따라 다시 드럼 소리가 메아리쳤다.
연습생들은 두 손을 꼭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종교가 없는 연습생이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신을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간절해졌다.
“자!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스페셜 스타 스테이지! 우승팀은 바로……!”
순간 이연은 봤다.
이은솔의 시선이 벨제브가 아닌, 하니엘 쪽으로 기우는 모습을.
“하니엘 팀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마침내 공개된 우승팀의 정체.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나면서 꽃가루가 무대 위로 흩날렸다.
그러나 정작 하니엘 멤버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우승…… 이라고?”
“우리가?”
“그러면 우리, 데뷔할 수 있는 거야? 정말로?”
혼란스러워하는 멤버들을 향해 이연이 환하게 웃으면서 대신 정리를 해줬다.
“어. 이대로 데뷔 결정된 거야.”
“언니……!”
비아가 먼저 이연의 품에 안겼다.
그녀를 필두로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제야 우승했다는 실감이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기쁨과 동시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 힘들었던 일들에 대한 것을 이번에 제대로 보상받은 셈이었다.
반면, 바로 앞에서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벨제브 팀 멤버들 역시 아쉬움에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담담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던 진절혜 역시 이번만큼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진절혜는 엘리트라는 칭찬을 들으면서 늘 1위의 삶을 살아왔었다.
그러나 영원한 1등은 없는 법이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권이연에게 추월당한 진절혜는 결국 데뷔 자리마저도 자신이 얕봤던 꼴찌 연습생에게 넘겨줘야만 했다.
한편, 최하위 등수에서 우승팀의 리더까지. 그야말로 인생 역전 스토리를 써낸 이연의 활약은 많은 시청자들을 팬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역할을 해냈다.
그 원동력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끌 수 있었다.
기뻐하는 하니엘 멤버들을 보면서 이은솔 역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심사 위원들과 연습생들을 응원하러 온 가족, 지인들도 기나긴 마라톤 끝에 우승을 차지한 하니엘 팀에게 아낌없는 축하를 보냈다.
드디어 목표를 이루는 데에 성공한 이연은 팀원들이 감정을 추스를 수 있도록 다독여줬다.
그동안 이은솔이 그녀에게 마이크를 건네면서 물었다.
“권이연 연습생이 대표로 우승 소감 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기뻐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그녀들이 진정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줄 수만은 없었다.
방송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이연이 멤버들과 얼싸안느라 흐트러진 긴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기면서 소감을 언급했다.
“저희 하니엘 팀 끝까지 응원해 주신 가족, 지인 여러분들. 프로그램 촬영하느라 고생하신 서윤철 PD님, 오채일 대표님, 나현아 트레이너님, 이석호 트레이너님, 민주린 선배님, 그리고 진행 맡아주신 이은솔 선배님.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이연의 입에서 정말 듣기 힘든 애정 표현을 끝으로 소감을 마무리 지었다.
벨제브 팀의 소감 역시 안 들어볼 수 없었다.
대표로 팀 리더인 진절혜가 이 역할을 맡았다.
“최선을 다한 무대였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저희를 응원해 주셨던 팬 여러분들에게 정말 죄송하고, 그래도 이게 끝이 아니니까요. 언젠가 다시 여러분들을 찾아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시 차근차근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니엘 팀, 우승 축하드려요.”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었다.
그러나 이은솔은 이렇게 보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비록 데뷔를 결정지은 팀은 한 팀이지만, 그렇다고 나머지 연습생들의 무대가 오늘로써 막을 내리는 건 아니니까요. 진절혜 연습생이 말했듯이, 앞으로도 계속 꿈을 위해 노력할 연습생들을 위해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장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싶을 때.
이제 정말로 마지막 순서가 남았다.
“여러분들. 파이널 라운드 2차 유닛 대결에서 얻은 베네핏 기억하시죠?”
하니엘 멤버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베네핏을 사용해서 벨제브 팀 멤버들 중 하니엘 팀명을 달고 같이 데뷔할 연습생을 한 명 데려올 수 있습니다.”
이은솔의 시선이 이연에게 쏠렸다.
“권이연 연습생.”
“네.”
“베네핏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모두의 이목이 권이연에게 집중되었다.
사실 우승팀의 여부보다 이걸 더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꽤 됐다.
권이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답했다.
“네. 사용하겠습니다.”
“어느 연습생에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이연의 시선이 한 연습생에게 향했다.
예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던 만능 플레이어.
“시라이시 유키 연습생에게 사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