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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41화 (41/299)

환생했는데 걸그룹이 되었다 41화

제12화. 너의 그림자가 되고 싶어(2)

오늘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안무연습실에서 무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연습생들.

이은솔은 앞선 스케줄 문제로 인해서 아직 합류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30분 정도 걸리실 거라고 하셨는데…….”

우미가 시간을 확인하면서 혼잣말을 흘렸다.

곧 있으면 이은솔이 말했던 약속의 30분째가 된다.

그럼에도 이은솔의 모습은 아직까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시간이 더 늦어지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려고 하던 순간.

안무 연습실의 문이 열렸다.

그녀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이은솔이 모습을 드러낸 것까지는 좋은데.

한 명 더. 깜짝 게스트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은솔과 함께 안무 연습실을 찾은 아리따운 여배우, 주혜연.

영화,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뛰어난 연기 실력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그녀가 이곳, SSS를 찾은 것이다.

연습생들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주혜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머머! 실제로 뵙게 되니까 다들 너무 예쁘시네요. 인형 같아요!”

연습생들이 고개를 격하게 가로저었다.

“선배님이 더 예쁘신 걸요!”

“맞아요! 영화관에서 본 모습보다 10배. 아니, 100배는 더 예쁘세요!”

이은솔이 주혜연의 옆모습을 힐긋 바라보면서 혼잣말을 흘렸다.

“내가 보기에는 차라리 영화관 쪽이 더 예쁜 거 같은…… 컥!”

“시끄럽다. 조용히 안 해?”

주혜연이 팔꿈치로 이은솔의 옆구리를 강하게 푹! 찔렀다.

두 사람은 동갑내기인데다가 데뷔 시기조차 비슷해서 지금처럼 카메라 앞이나, 뒤에서나. 스스럼없이 지내는 편이었다.

세간에는 두 사람을 두고서 ‘찐남매’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은솔이 연습생들에게 오늘 주혜연을 이곳에 데려온 이유에 대해 알려줬다.

“저번에 말해줬지? 우리 오프닝 무대 봐줄 전문가 섭외해서 데려오겠다고. 다 연락 돌려봤는데 바로 시간 내줄 수 있다고 답장 온 사람이 얘밖에 없더라고. 그래서 데려온 거야.”

“내가 언제 한가해서 나가겠다고 했냐? 니가 하도 사정사정을 하니까 내가 어쩔 수 없이 친구 부탁이니까 들어주겠다고 한 거잖아.”

또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

연습생들 입장에선 워낙 대선배들이었기에 함부로 저들 사이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냥 서로 지쳐서 잦아들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래도 카메라 앞이라는 점 때문인지, 분위기는 금세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두 사람은 가수, 배우 이전에 프로 방송인이다.

지켜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둘 다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끊는 타이밍 역시 기가 막혔다.

“자, 여기 대본.”

이은솔이 주혜연에게 먼저 대본을 건넸다.

1분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본은 존재했다.

몇 개의 신으로 분할되어 있는지를 포함해서 대사 등. 모든 것들을 세밀하게 확인한 주혜연이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거를 이연 씨가 다 작성했다는 거지?”

“어. 내가 도와준 건 하나도 없어.”

“그렇겠지. 너는 극대본이라는 거 잘 모를 테니까.”

이 와중에 은근슬쩍 동갑내기 디스를 거는 주혜연의 화술은 역시나였다.

그녀의 말대로 이은솔보다 배우인 주혜연이 훨씬 더 대본과 밀접한 일을 하고 있다.

비록 분량이 짧아도 이연이 작성한 대본은 갖출 건 다 갖추고 있었다.

“이건 빈말로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많이 놀랐어요. 사실 은솔이한테 먼저 이 대본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그냥 대사 몇 개 적어놓은 정도겠지 하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이렇게까지 본격적일 줄은 몰랐네요.”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연습의 퀄리티를 올리고, 그만큼 무대 전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열심히 준비해 봤습니다.”

이연의 말을 들은 주혜연은 더욱 감탄했다.

“오늘 은솔이 따라서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기대감이 샘솟았다.

* * *

서로 다들 바쁜 입장이니까.

그래서 상황극도 바로 시작해 보기로 했다.

S#1에서 이은솔과 권이연이 손을 잡고 연인인 척 다정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시작으로 S#3 이별을 고하는 장면까지.

짧은 시간 동안 이 모든 것들을 한 번씩 쭉 훑었다.

피드백을 들려주기 전에, 주혜연은 먼저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거짓 하나 없는 순도 100퍼센트의 피드백을 원하세요? 아니면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약간의 에어백이 필요할까요?”

이은솔과 권이연, 그리고 연습생은 당연히 전자를 골랐다.

고개를 끄덕인 주혜연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사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오프닝 연극은 본무대에 비하면 애피타이저 정도밖에 안 될 거라고. 그런데 은솔이도 그렇고, 이연 씨도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죠? 준비 과정에서 디테일을 잡고 가야 무대 전체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그것은 다시 말해서, 오프닝 연극 역시 절대로 소홀히 여겨선 안 된다는 것을 뜻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은솔이하고 다른 연습생분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연 씨 연기가 가장 심각해요.”

예상치도 못한 지적에 연습생들은 비명을 삼켰다.

SSS 촬영이 진행되면서 이연은 누군가에게 대놓고 ‘네가 구멍이다!’라고 지목을 받아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걸 연습생들은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였다.

하지만 이연은 자신이 지목당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연이 봐도 자신의 연기가 너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봐도 그런데. 실제 연기자로 활동 중인 주혜연은 어떻게 생각할까.

굳이 안 물어봐도 뻔했다.

“이연 씨도 자각하고 계시죠? 지금 연기에 대해서.”

“네, 선배님. 알고 있습니다.”

주혜연도 SSS 애청자다.

그동안 이연이 보여준 능력을 고려한다면, 분명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연도 다 예상하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그녀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그래서 주혜연은 이연의 이런 발연기의 원인이 뭔지 고민해 봤다.

그녀가 생각한 이유는 바로.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거 같아요.”

마음의 준비라는 말에 이은솔과 연습생들은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주혜연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반면, 이연에게는 너무나도 잘 와닿는 충고였다.

이연의 반응을 보자마자 주혜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연 씨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어떤 건지 다 알고 계시죠?”

“네.”

“이연 씨의 연기력이 절대로 부족한 건 아니에요. 아까도 슬쩍 말씀드린 거 같지만, 저도 SSS 매회 다 챙겨보고 있거든요. 무대 영상 올라올 때마다 공식 채널 들어가서 영상도 다 확인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매번 이연 씨의 표정 연기에 저조차도 감탄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의 이연 씨는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었던 포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이연이라면 이런 짧은 오프닝 연극도 충분히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그녀의 연기 실력은 주혜연도 여러 차례 확인했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건.

결국 실력 부족의 문제가 아닌, 마음가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 역할이 이연 씨에겐 잘 와닿지 않는 거 같아요. 이연 씨는 연기를 많이 안 해봤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선은 이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를 먼저 높이시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캐릭터의 설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마음가짐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거예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남자인 내가 이 역할을 얌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단 말이지.’

말 못 할 고충으로 인해 오늘도 이연의 스트레스는 축적되어만 갔다.

* * *

연습에 너무 매진한 덕분일까.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 어느새 음방 미션까지 단 3일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연습생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짙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은솔도 그걸 알고 있었다.

“평소보다 몸이 너무 경직되어 있어. 저번 주만 하더라도 잘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이 잠시 음악을 끊은 이은솔이 다재다능 팀을 다독였다.

“긴장하는 건 나도 이해하는데, 그래도 그게 준비 소흘로 이어지면 절대로 안 돼. 내가 무슨 말 하고 싶어 하는지, 다들 잘 알지?”

“네, 선배님!”

“좋아. 정신 바짝 차리고. 기합 넣고 다시 한번 가보자.”

“네!”

그래도 처음 이은솔과 같이 호흡을 맞추던 때에 비하면, 훨씬 나아지긴 했다.

동작도 잘 맞고.

어느 안무에서 포인트를 줘야 하는지, 이은솔이 먼저 알려주지 않아도 연습생들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찾아내 몸짓에 힘을 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뒤에는 이연의 리더십이 단단히 한몫을 했다.

“오케이. 오늘 연습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은 아침에 음방 무대 가서 상황극 녹화하는 거 알고 있지? 시간 늦지 않게 주의하고. 오늘은 일찍 가서 쉬도록 해.”

“예, 선배님.”

무대 연습도 중요하지만, 컨디션 관리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무대의 퀄리티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연도 집에 돌아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사실 그녀는 본무대보다 내일 있을 상황극 녹화가 더 고비였다.

‘몰입이 너무 안 되네.’

주혜연이 말했던 대로였다.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환영으로 나타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 없이도 행복해야 한다는 슬픈 이별을 고하는 그 상황 자체가 이연에게는 당연하게도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이해는 되지만, 본능적으로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

그래서인지 막상 감정을 담아 연기를 해보려고 하면 늘 실패하곤 했었다.

게다가 성별의 문제까지.

이런 복잡한 요소들이 계속 겹쳤다.

그래도 어떻게든 극복해 보려고 어제저녁에도 방에서 혼자 틀어박혀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이은솔 역할 삼아서 연습해 보려고 했지만, 당연하게도 잘 안 됐다.

여기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권민준에게 들켜 버린 최악의 상황까지 도래했다.

풉! 하고 비웃은 권민준에게 정의의 철퇴(?)를 내렸던 건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팀원들이 먼저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이연을 찾았다.

“이연 언니. 뭐 하고 있어?”

“집에 안 갈 거야?”

비아와 앨리샤가 이연을 재촉했다.

잠시 고민에 빠진 이연은 팀원들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했다.

“난 잠깐 급한 볼일이 있어서. 내일 방송국에서 보자.”

“뭐야. 급한 일이라면 설마…… 화장실이라도 들렀다 가려고?”

비아가 눈을 흘기면서 묻자, 이연은 별다른 대응조차 보이지 않은 채 다시 발길을 돌렸다.

그녀가 향한 곳은 방금까지 이들이 이은솔과 함께 안무를 연습했던 공간이었다.

안무 연습실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이은솔과 댄서들이 아직 연습실을 지키고 있었다.

“이연 씨? 아직 집에 안 가고 여기는 어떻게…… 놓고 간 물건이라도 있어?”

“아니요. 선배님한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나한테?”

이은솔을 포함해서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놀라움 자체였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내일 있을 녹화 대비해서 저하고 리허설 해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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