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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526화 (52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526화

526화. 전설로 남을(15)

-속보! 황금세대 이성진 올해 결혼!

-혼전 임신! 이성진의 솔직한 고백! 그러나 팬은 등을 돌렸다!

-용기 있는 고백, 책임의 자세를 보였지만, 글쎄?

-이성진의 그녀는 누구? 고등학교 동창!

-두 사람의 풀 스토리 공개. 문제 있는 남자가 문제 있는 여자를 만났다?

-여성단체! 더 런닝 측에 이성진 하차 요구 시작!

-이성진의 나이는 이제 고작 스물둘. 앞길 창창한 청년의 앞을 막는 게 아닌지 걱정.

-두 사람의 앞날을 생각하면 헤어지는 게 맞다는 게 네티즌의 중론!

-임신, 결혼, 이성진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지나?

역시, 모두가 생각했던 대로 이성진의 고백에 좋은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최초의 고백 이후, 이성진은 그 어떤 말도 꺼내지 않았다. 여론은 좋지 않았다. 지영이 걱정했던 게 딱 그대로 사실이 됐다.

두 사람의 나이 이제 고작 스물둘.

사회적 분위기로 볼 땐 둘 다 아직은 애였다. 그런데 임신에, 결혼을 한다는 것은 누구도 쉽게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잠잠하던 ‘언론’ 말고도, 대다수 언론에서도 이성진의 선택을 비난했다.

이런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가라앉을 수도 없었다.

이성진은 현재 20대 방송인 중에 가장 라이징하다. 연기에 재능이 크게 많지 않고, 스스로가 그걸 알아서 고사하는데도 지영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시나리오를 받는 게 이성진이었다. 이는 그만큼 믿을 만하단 소리였다.

이성진이 예능을 두 개밖에 하지 않는 이유도 시간이 없어서 그런 거였다. 지금도 선수촌에서 일주일에 이틀씩 나가서 촬영장에 가는데, 여기서 하나를 더 늘리면 훈련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그래서 2개밖에 안 하는 거지, 이성진이 작정했으면 최소 다섯 개는 했을 정도로 예능계에서 블루 칩이었다. 요즘은 아예 우정혁과 함께 놓고 예능을 기획하는 PD, 작가가 대부분일 정도였다. 그게 곧 인기였다. 그만큼 인기 있는 방송인이기에, 역으로 비난의 강도도 거셌다. 하지만 이성진을 포함해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강한결이 그랬다.

괜히 도와주겠다고 나서지 말라고.

이건 이성진이 정면으로 이겨내야 하는 문제라고. 지영은 이에 동의했다. 지영의 뒤엔 어마어마한 팬덤이 있지만, 그 어떤 메시지도 팬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우리 성진이 잘 부탁합니다. 같은 짧은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냥 그대로 뒀다. 이 문제 때문에 이성진의 입촌이 일주일 미뤄졌다. 하지만 지영은 입촌해서 훈련을 시작했다. 그래도 이성진의 문제가 있어서인지,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보통 야간에도 개인 훈련을 하지만, 지영은 훈련 대신 인터넷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성진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정소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 괜찮아? 하고 보내자 3분 정도 지나 전화가 왔다.

-나, 소영이.

“어, 소영아.”

-그, 훈련하는 시간 아니야?

이성진과 오래 사귀었기 때문에 훈련 시간 정도는 알고 있을 거다. 지금은 오후 8시가 좀 넘은 시간. 당연히 개인 훈련 시간이다. 그런데도 연락을 하니 좀 놀란 것 같았다.

“누구 때문에 훈련에 집중할 수가 있어야지?”

일부로 지영은 좀 짓궂게 말했다.

-아, 미안……. 조, 조심한다고 했는데…….

“하하, 농담이야. 몸은 어때? 괜찮아?”

-응? 응. 괜찮아. 병원에서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 잘 크고, 있대. 쑥쑥.

“다행이다. 연락도 많이 오지?”

-응. 다행히 다 축하해 주고 있어. 특히, 동창 애들은 막 그런다? 너 진짜 땡잡은 거라고? 푸흐흐.

정소영 특유의 코웃음에 지영은 저도 모르게 웃었다. 사실 이성진보다 더 걱정했던 게 정소영이었다. 정소영은 상당히 내향적인 친구였다. 선천적인 것도 있었고, 후천적인 것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고가 있던 당시 CCTV를 달았을 정도로 머리는 돌아가서, 크게 손해 보고 사는 편은 아니었다.

“진짜? 애들이 그래? 걔네가 뭘 모르네. 이성진이 땡잡은 건데.”

-그치? 성진이가 땡잡은 거지? 내가 막 애들한테 그렇게 얘기하면, 애들이 웃기지 말라고 막 놀린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다, 부러워서.”

-푸흐,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 근데 왜 통화하자고 했어?

“그냥, 걱정돼서. 성진이 놈은 걱정 안 되는데, 너는 걱정돼서.”

-역시 지영이. 섬세하다니까? 근데 나 괜찮아. 나 막, 요즘 신기하게도 되게 강해진 기분이야. 엄마가 돼서 그런가?

정소영의 말에 지영은 그럴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세상 순진한 사람도 엄마가 되면 변한다고 들었다. 멀리 가서 찾을 필요도 없이 어머니가 그랬다. 유년기 시절을 지나 유치원에 다닐 때쯤 기억이란 게 제대로 형성될 때쯤부터 어머니는 항상 부드럽고, 순하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동안 시름에 빠져 계셨던 어머니는 극적으로 변했다.

지금도 부드러움은 가지고 계시지만, 다른 게 변했다.

바로, 생활력.

한마디로 표현하면 억척스러워지셨다.

원래는 시장에서 장을 볼 때도 물건값을 깎는 것도 잘 못 하셨던 분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부턴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깎으려 드셨고, 어떻게든 깎아주지 않으려고 하셨다. 그런 어머니의 변화는 책임에서 시작됐다.

혼자의 몸도 아니셨다.

지영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변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자식을 지키는 건, 부모로서의 숙명이자 의무지. 아마 그래서 그런 거 아닐까?”

-응, 엄마도 그것 때문에 그럴 거래. 그래서 난 막 주변에서 내 욕하고 그러는 것도 괜찮아. 크게 아프지도 않아. 내 과거 들쑤시고 다녀도 괜찮아. 근데 그것 때문에 성진이가 상처받는 것 같아서…….

“성진이 상태 지금 별로야?”

-별로까진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많이 미안해해. 요즘 엄마랑 나랑 사는 집에 매일 오거든. 앞에서는 어떻게든 웃는데, 나나 엄마한테는 보여. 막, 미안해 죽으려고 하는 게.

“에휴.”

이성진은 그런 놈이다.

‘애초에 그러지 않는 게 비정상이긴 하다만…….’

그래도 마음이 쓰였다.

이성진은 풀이 죽거나 하면, 진짜 비 맞은 강아지처럼 푹 늘어진다. 그게 또 얼마나 처량한지……. 괜히 이성진이 누나 팬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게 아닌 거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이성진은 정소영과 정소영의 어머니를 생각해서 최대한 웃고 있었다. 자기가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그건 그것대로 괴로울 거라는 것도 아니까. 그래서 그냥 웃고만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는 중에 정소영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근데, 괜찮아. 지영아.

“응?”

-성진이 강해. 나보다는 지영이 너랑 친구들이 더 오래 봐서 알잖아? 성진이 누구보다 강한 거.

“하하, 너 남자라고 편들어주는 거야?”

-푸흐, 그것도 있지. 내가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 우리 아이 아빠고, 이제 내 남편이 될 사람인데.

와…….

정소영의 입에서 나온 말에, 지영은 불쑥 두 사람의 사이로 흐르는 믿음과 신뢰가 얼마나 단단한지 깨달았다. 정소영의 조금 전 말엔 일말의 불신, 불안이 없었다. 정말 진심으로 이성진을 믿고 있었다. 이건 신뢰와 믿음이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절대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지영은 그냥 마음이 놓였다.

“와, 내가 연락할 필요도 없었겠다.”

-응? 왜?

“아니, 나는 소영이 너 힘들어할까 봐 연락했거든.”

-나 걱정하지 말라고. 이런 말해주려고?

“응. 그런데 안 해도 되겠다.”

-아 뭐야. 그래도 해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영이가 격려해 주면 더 힘 날 것 같은데.

“하하.”

능글맞아 지기도 했다.

역시 여자와 어머니는 같으면서도 다르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해줘, 해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강지영의 격려와 응원 들어보겠어?

“그래. 해줄게. 힘내, 소영아. 어떤 일이 있어도 성진이가 지켜줄 거고, 같이 나랑 황금세대가 지켜줄 거야.”

-푸흐, 좋네. 영혼은 없는데 좋아. 그냥 좋아. 이런 응원과 격려. 고마워, 정말 고마워.

“고맙기는. 몸조리 잘하고. 아, 태명은 지었어?”

-아직. 안정기 들어가면 지으려고. 성진이랑 엄마도 허락했어.

“생각해 놓은 태명은 있고?”

-있는데, 비밀. 나중에 알려줄게.

“응? 응원도 해줬는데, 치사하네?”

-푸흐!

지영은 정소영의 웃음을 더 듣고 더 보채지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 알게 될 거다. 애초에 연락한 이유도 정소영이 괜찮은가, 그걸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소영은 누구보다 강했다.

여자가 아닌, 어머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강하다는.

그러니 진짜 생각지도 않은 미친 일이 벌어지지 않은 이상, 정소영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전화를 끊은 지영은 이 문제는 역시 시간만이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으니 역정을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화, 분노는 희석되게 마련이다. 그런 감정이 가라앉으면, 자기가 어쩔 수 없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될 거다. 그렇게 서서히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지영은 다시 이성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지영아!

“어디야?”

-나? 지금 청주 숙소. 지금 어머니랑 집 알아보고 있어.

“어머니? 누구 어머니?”

-한결이 어머니! 어머니가 집 전세나 월세보단, 그냥 사는 게 낫다고 하셔서. 병원이랑 마트 가까운 곳으로 알아보고 있어.

“그래? 잘됐네. 괜찮은 곳은 있어?”

-꽤 많은데? 좀 넓은 평수로 할까, 아니면 이사 갈 거 생각해서 적당한 곳 할까 고민이야.

“음, 그건 좀 고민이겠네. 근데 소영이 의견은 구하고 고르는 거지?”

-당연하지! 괜찮은 곳 소영이가 찍어주면 나랑 어머니가 가서 확인하는 거야.

“어머니랑 같이 다니는 거니까 마음이 놓인다. 그럼 이번 주 내로 정하고, 입촌하는 거야?”

-응, 그러려고. 왜, 벌써부터 나 보고 싶냐?

“시끄러워. 뭐가 이쁘다고.”

-아 왜! 그럼 왜 전화한 건데?

“그냥 잘 있나 해서. 또 풀 죽어서 비 맞은 개처럼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연락했다.”

-흐흐, 그게 나 보고 싶다는 거 아니야?

“아니야. 끊는다.”

-응? 어? 갑자기?

지영은 전화를 진짜 끊었다.

이성진에게 서운한 건 임효중만이 아니었다. 지영도 솔직히 좀 서운했고, 그래서 이렇게 소소하게 갈구기로 했다. 그래도 전화를 끊은 지영은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인터넷에 들어가 기사를 좀 더 확인했는데, 역시 아직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엔 시간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터, 지금은 그렇게 믿기로 했다. 지영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가볍게 옷을 챙겨 입었다. 8시 20분이지만, 30분만 걸을 생각이었다.

마음이 편해졌다.

야간에도 땀을 흘리며 뛰는 선수들이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었다. 다 지영보다 나이가 많아 지영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받았다.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났다.

이성진이 입촌했을 때, 확실히 분위기는 한풀 꺾였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 게, 연예인 개인의 가십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화르르 불타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가라앉는다. 지금이 그랬다. 월요일, 화요일과 비교해 주말에는 거의 기사도 올라가지 않았다. 물론 팬클럽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생각해 보면 거기가 가장 이성진의 팬이 많은 곳이다. 왜? 아이가 있는 누나 팬이 대부분이 다 그곳에 속해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곳은 결혼에 관대하면서도, 반대로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아이에 관해 서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좋든 싫든, 사고를 쳤으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 그게 아이를 위한 길이다. 그래서 이성을 찾자, 빠르게 냉정해졌다.

지지 선언은 없었지만, 확실히 열기가 죽었다.

그런 팬클럽의 분위기를 보고 이성진은 눈물을 흘렸다. 정말 더 잘하겠다며, 다짐하기도 했다. 그런 대사건은 6월에 접어들었다가, 7월에 진입하자 거의 나오지 않았다.

8월, 이성진은 지인만 초대해 축하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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