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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99화 (499/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99화

499화. 왕의 귀환(8)

언제나 화제의 중심.

기삿거리가 마르지 않는 인간.

진정한 이슈 메이커.

강지영을 뜻하는 단어였다.

[체이서의 모든 촬영은 끝났다. 편집 또한 끝났고, 내부 시사회에 참석한 레인 회장이 극찬했다. 쓴 돈이 아깝지 않다며. 곧, 전 세계 동시개봉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이번 체이서는 상상 그 이상의,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레인 스튜디오 공식 SNS에 올라온 기사로. 지영이 미국에 다녀온 지 2주 후에 올라온 글이었고 이건 어마어마한 파장을 낳았다. 그리고 다시 2주간의 돈을 처바른 프로모션 뒤, 체이서가 개봉했다.

레인 스튜디오의 호언장담은 통했다.

페이즈3 이후 몰락의 길을 걷는 미블과는 다르게 페이즈3가 끝나고 4의 포문을 여는 이번 체이서는 개봉과 동시에 마치 광풍을 만난 것처럼 흥행을 시작했다.

-레인은 배운 것이다. 미블을 통해.

-몰락의 미블, 발악의 DG. 왕가 구축의 레인. 이것으로 설명을 끝낸다.

-완벽했다. 스토리와 캐릭터, 그 모든 것이.

-강렬한 무신의 등장. 그의 등장에 관객은 환호했다.

-신비로우며, 애잔한 그의 등장에 눈물을 터뜨린 관객이 있을 정도. 더 설명이 필요한가?

-나의 무사님과는 달랐다. 재는 그 자체로 이름이었다면, 무신은 그 자체로 별명과 같았다.

-비슷하나, 결은 확실히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든 강지영은 가히, 대단하단 말밖에는 할 수 없다.

-그는 잘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는 배우다. 할 수 없는 것, 하기 힘든 것을 시도하는 대신 그는 잘하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통했다. 아주 확실하고, 거대하게 통했다.

극찬이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언론은 강지영의 강렬한 등장에 환호했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의 등장은 고작 5분 정도였다. 극 중 위험에 처한 캡틴과 블랙 마담을 구하는 장면에 첫등장했는데. 그 강렬한 등장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장면 탑 3안에 들었다. 벽을 부수고, 쏟아지는 먼지를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서서, 둘과 적을 잠시 보더니 이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곤 학살을 시작했다.

그때 나온 게 고작 3분이다.

강력한 일격, 또 일격을 이용한 학살이었다. 부드럽게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마지막 순간에 강렬한 타격이 이어졌으며, 서양 액션의 다이내믹한 액션과는 결이 다른 동양의 액션 가미된 그 연출에, 관객은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미국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이미 친강지영 영역이라고 봐도 무방한 곳이다. 중국과 일본에서의 흥행이 미진했으나, 거긴 애초에 반 강지영 국가다. 그래서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워낙에 다른 곳에서 돌풍을 이어갔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한국은? 당연히 기록을 모조리 뒤집었다.

오죽하면, 영화인데도 암표상이 등장했다. 티켓팅이 유명 아이돌이나 가수의 콘서트보다도 힘들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모든 매체에서 인터뷰 한 줄 따고 싶어 안달이 난 배우가 됐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그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는 게, 그는 일반인은 출입 금지인 지역에 들어가 있었다.

어디냐고?

선수촌이었다.

세상이 다시금 그의 이름을 연호했지만, 지영은 그 모든 것에 초탈한 사람처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연예인의 연예인.

예전에도 유명했지만, 연예인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됐다. 자기 SNS에 밥 한 먹고 싶은 게 소원이라는 연예인마저 있을 정도였다.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말이다. 그러나 당연히 그들은 그 누구도 지영을 만날 수 없었다.

아주 극소수.

나의 무사님을 함께 했던 배우들과만 교류를 이어가는 지영이었다. 주말에 외출을 받으면 꼭 그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의 SNS에는 지영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거의 한 주도 예외 없이 말이다.

그런 만큼 아예 이상 사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많았다. 지영이 있는 곳은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들이 훈련하는 선수촌이고, 그 선수촌엔 수많은 선수가 있었다. 그들의 SNS를 통해서도 지영은 자주 보였다. 하지만 딱 그 정도였다.

이런 지영의 인기 때문에 선수촌 촬영 요청이 쇄도했지만 아주 당연하게도, 단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수촌은 성역이다.

마치 군대의 다운그레이드 버전 같은 공간이다. 지독하게 폐쇄적인 곳은 아니지만, 선수들의 멘탈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곳이기는 했다. 그렇기에 방송팀이 들어오면 선수들의 마음이 괜히 흔들릴까 봐,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렸다. 그리고 그건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체이서의 개봉 한 달. 열기가 좀 줄어드나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슈가 한국을 강타했다.

바로.

소월영 역의 공개 오디션이었다.

* * *

사실, 이 오디션 심사에 지영도 참석을 제안받았다.

같이 합을 맞춰야 하는 배우를 뽑는 일이다. 심지어 무신 척위준은 생각보다 15에서 19금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작품이다. 대놓고 베드신은 없지만, 그래도 충분히 격정적인 스킨십 장면은 들어간다.

그렇기에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월영 캐릭터는 무신의 모든 작품을 함께한다. 심지어 체이서에도 함께 나온다. 배우를 나중에 갈아치울 수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한 작품은 무조건 같이해야 한다. 그래서 같이 심사까진 아니어도, 느낌을 말해달란 부탁을 받았지만…… 지영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시합까지 앞으로 4주. 오디션은 못 해도 일주일에서 보름은 이어진다. 한국 배우들 말고, 아시아권 배우들이 대거 오디션을 보기 때문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라 한국 배우에게 극히 유리하지만, 또 모르는 거다.

다른 나라 배우가 영어와 한국어를 기가 막히게 할 수도 있는 거니까.

거기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들이 꽤 많은데, 그쪽도 많이 지원했다. 그런 만큼 오디션 지원자가 많았고, 최소로 잡아도 일주일은 거기에 잡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당연히 세계 선수권을 앞에 둔 지영이라, 일주일이나 시간을 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영 본인도 오디션보다는, 운동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그런 지영의 마음은 운동 중에서도 아주 제대로 나오고 있었다. 컨디션도 제대로 올라왔고, 감각도 거의 99% 이상 되찾은 느낌이었다.

쿠웅!

지영이 파트너로 강력하게 요청한 장범과의 자유 연습. 완전히 감을 잡은 지영은 자기의 스타일을 카피한 장범과 이젠 확실히 우위를 잡았다. 장범은 아직 체력이 부족했다. 자유 연습은 좀 여유가 있지만, 확실히 오후 운동 막바지쯤 가면 체력이 떨어졌고, 지영은 이것도 연습이니 체력이 떨어진 장범을 착실히 공략했다. 그리고 체력이 떨어져 뒤로 물러나는 장범을 쫓아가, 안다리로 제대로 한판을 따냈다.

“좋다! 좋아! 지금처럼만 가자!”

전기정 감독의 외침에 지영은 후우, 짧게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손을 뻗어 장범을 일으켜 세우기 무섭게 삐이이! 5분 타이머가 끝났다는 신호가 맹렬히 울렸다.

“고생했어.”

“고생하셨습니다, 선배님!”

“어. 체력 훈련 계속하고 있지?”

“네, 야간에 매일 하고 있습니다.”

“그래. 힘들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 너 체력만 버텨주면 혁이 형이나 우진이랑도 충분히 해볼 만할 거야.”

“그래도 형이 있잖아요. 하하.”

“나 있다고 운동 그만둘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죠.”

아직 그랜드 슬램을 이루면 은퇴하겠다는 얘기는 아무에게도 말하진 않았다. 괜히 구설에 오르는 것도 싫었고, 또 그렇게 말해놓고 그랜드 슬램을 못 이루면 그것만큼 망신도 없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영이 계획대로 그랜드 슬램을 이루고 은퇴하면, 앞으로 73은 삼파전이다.

이우진, 구혁, 장범.

이 셋이 다음 올림픽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붙을 게 분명했다. 물론 체력이 완벽하지 않은 장범이 가장 뒤에 있다. 하지만 선수촌에서 그의 성장 속도는 가히 눈부셨다. 그동안은 영상으로 지영을 카피했지만, 표본인 지영과 직접 잡거나 눈앞에서 보며 스타일을 보는 거로도 장범은 확실히, 그리고 착실히 성장했다. 약점인 체력만 보완이 되면, 제2의 강지영이 될 것이다. 이는 전기정 감독이나 김재정 코치가 인정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지영은 부디, 장범이 이대로 열심히 훈련해 주기를 바랐다.

훈련이 끝나고, 다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따로 식단은 하지 않아서, 먹고 싶은 걸 적당히 담아온 지영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TV에서는 역시 인기가 죽지 않은 여자 배구를 보여주고 있었다. 해설은 한유진.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며 지영은 저녁을 먹었다. 누군가 TV를 돌렸다. 슬쩍 보니 타 종목 감독님이셨다. 몇 번을 돌아가던 채널이 멈춘 곳은 주간 이슈를 알려주는 채널이었다.

[LA 국제공항에 속속 우리나라 배우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 주문영 배우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SNS나 소속사 측에선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 그녀가 LA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무래도 소월영의 공개 오디션을 위해 참석했겠죠?]

[그럴 겁니다. 생각해 보니 주문영 배우가 대학 때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게 기억이 나네요. 실제로 중학교 때까지 미국에서 생활하기도 했고, 이후 가족이 다 같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거든요. 아마 영어는 자신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근데 같은 비행기를 탄 배우가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뒤에 나오는 분은 이소진 배우네요.]

화면에 잡히는 배우들은 한껏 힘을 준 모습이었다. 편한 복장처럼 보이지만, 정말 힘을 바짝 준 게 느껴졌다. 특히 지영은 근래 배우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아무리 편안한 복장이라고 해서, 그게 신경을 안 쓴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식당 안에 사람들이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반사적으로 누군가를 찾는 행위다. 지영은 고개를 돌리고 밥 먹는 데 집중했다.

“이여, 저 중에 한 명이랑 작품 하겠네?”

강한결의 놀림에, 지영은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

“부러워?”

“어…… 아니.”

“너 대답 늦었다.”

“하하.”

지영의 능글능글한 반응에 강한결은 더 놀리기를 포기했는지 그냥 얌전히 밥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은 지영은 잠시 쉬고, 저녁엔 러닝으로 훈련을 대체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나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1주가 순식간에 지나가고,

2주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레인 스튜디오의 공식 SNS를 통해 공개 오디션에 최종 합격한 배우의 사진과 필모가 떴다.

그리고 그건 정말 의외였다.

이름.

남주영.

필모.

전무.

신인이었다.

필모 자체가 아예 없는 신인.

단역은 몇 번 있지만 대사 한두 번이 전부라 사실상 필모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그런 신인이 떡 하니 소월영 역을 맡았다. 심지어 나이는 이제 20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이제 석 달도 되지 않은. 그래서 이 기사를 본 전원이 남주영이 누구? 하며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다. 그러나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다.

심지어 소속사도 처음 듣는 곳이었고, 소속 배우는 고작 세 명이었다.

만들어진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소속사에, 필모가 없는 신인이 한국에서 날고 기는 여배우들 전부를 제치고 주연 역을 따냈다.

그리고 지영도 운동 끝나고 임은진의 연락으로 이 기사를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다니엘의 전화를 받았다.

“네, 다니엘. 강지영입니다.”

-기사는 봤습니까?

“네, 좀 전에요.”

-하하, 굉장한 인재입니다.

“그래요?”

-제가 이번 주 주말에 맞춰 한국으로 들어갑니다. 가서, 미스 남과 지영을 함께 보고 싶은데 시간이 됩니까?

“안 되더라도 내야죠. 외박이 없어도 외출은 받을 수 있어요. 대신 제가 있는 선수촌 쪽으로 오셔야 하는데, 괜찮겠어요?”

-그 정도야 당연한 거죠. 궁금한 게 많을 텐데, 가서 보는 거로 합시다.

“네.”

전화를 끊고 나니까 솔직히 더 궁금했다.

헐리우드에서 아무런 성과도 없는 자신에게 어마어마한 거액을 투자한 레인이다. 체이서에 짧게 출연하며 존재감을 입증하고,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그래도 아직 무신은 시작도 안 했다. 그렇기에 지영은 이번 작품에서도 최선을 다할 예정이었다. 그런 자신과 함께 주인공인 남주영이란 사람에게 궁금증이 생기지 않으면, 그건 오히려 직무 유기나 마찬가지였다.

세계 선수권을 2주 앞둔 주의 주말.

지영은 미팅 때 항상 가던 카페에서 다니엘과 남주영을 만났고, 다니엘이 왜 굉장한 인재라고 했는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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