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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51화 (451/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51화

451화. 왕관의 무게와 책임(16)

이중성의 나라.

일본을 일컫는 말이다.

이 나라의 문화를 보다 보면 한국 사람들은 속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앞에서 싫은 소리 못하고 생글생글 웃고는 뒤에서 칼을 꽂는 문화는 아주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질 정도로 저열하다.

겉과 속이 다르고, 앞과 뒤가 다르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들은 그런다.

그런 문화가 지금도 이어졌다.

겉으로는 레미의 사건으로 그렇게 강지영을 욕하면서, 뒤로는 나의 무사님을 챙겨봤다. 그리고 그건 수치가 증명했다. 일본 웹플릭스 1위! 1화 방영부터 4화가 끝난 지금까지 1위! 일본이 자랑하는 수많은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영화, 드라마가 모조리 밀렸다.

특히 20년대 넘어서 가장 대히트를 기록한 귀신 잡는 칼날 완결 극장판도 나의 무사님을 잡지 못했다.

독주.

웹플릭스는 어느 순간부터 콘텐츠 구독 수치를 숫자로 공개했는데, 2위인 귀신 잡는 칼날과 1위 나의 무사님과의 차이는 무려 두 배였다. 100이면 200이고, 500이면 1,000이다. 그런데 1위와 2위다 보니 애초에 기본 수치가 높았다. 그리고 그 수치가 무려 2배 차이였다.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난다는 뜻.

그러니 당연히 조작이다! 라고 소리쳐 봐야 공허할 뿐이다.

웹플릭스 본사가 그런 소리에 고개조차 돌리지 않을 테니까. 이는 일본의 자존심에 명존세가 세차게 꽂힌 것과 같았다. 언론까지 나서 자국의 콘텐츠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 자성해야 한다. 등등 몰아갔고 그에 네티즌은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았으나, 수치는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늘어났다. 1화 때 차이와 2화 때 차이가 달랐고, 3화 때도 차이가 달랐다.

겉으로는 우리나라 콘텐츠 짱! 해도 뒤로는 나의 무사님을 즐기는 중인 거다.

당연히 이는 조롱거리가 되었고, 이런 행태에 전 세계에서 비난이 쇄도했다. 더욱이 여기에 불을 붙인 게 사토 레미의 사건이었다. 범인이 자수했으니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단숨에 발표한 경찰청. 그리고 그런 경찰청의 빠른 결정이 옳다고 하면서 은연중에 사토 레미가 잘못한 것도 있다고 여론을 몰아가던 언론의 병신 짓거리까지 합쳐지며, 전 세계의 비난이 몰려갔다.

사건을 ‘종결’ 치려고 했는데, 자수한 놈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 버린 것이다. 그것도 일본에서 영향력 하나는 죽여주는 니시노 하루히 로펌을 통해. 나의 무사님은 나의 무사님대로 일본의 자존심을 짓뭉갰는데, 사토 레미의 사건이 동전의 반대편 자존심까지 건드려 버린 것이다.

그것도 그렇게 싫어하던 강지영의 친구들과 자국의 최대 로펌의 손을 통해서. 분노가 열화처럼 들끓었다. 이는 다음 날, 즉시 상황이 벌어졌다. 사토 레미의 집과 니시노 하루히 로펌 앞에 극우세력이 몰려가 시위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경찰이 없네?

아, 있긴 하다.

근데 꼴랑 셋?

이런 대형 사건이 터지고, 이렇게 피해자 집 앞에 극우세력 백여 명이 몰려와 시위를 시작했는데 그걸 저지할 경찰이 고작 셋이다. 사토 레미의 집 앞에 고작 경찰 셋만 나와서 막고 있는 거다.

상식적으로 아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당장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얼굴을 가렸다지만, 일단 기자들이 있기 때문에 선을 넘는 순간 법의 처벌을 받아야 할 수도 있으니까. 이런 열성적인 시위 세력은 극도로 흥분하지 않는 이상은 웬만해선 선을 넘지 않는다. 악을 쓰지만, 그 이상의 책임을 지긴 싫은 것이다.

즉, 목소리만 큰 놈이 태반이란 뜻이었다.

그러나 가끔 미친 짓을 하는 놈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건 진짜 아주 가끔이었다. 경찰이 막고 있는 문을 강제로 넘으면 공무집행방해고, 거기에 사유지 침입이 추가된다.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면? 강도 집단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집단 강도 떼다. 거기에 더해 이 집은 끔찍한 일을 겪었던 소녀의 집이다.

그런데 선을 넘는다?

이건 일본 특유의 정신으로 내 일 아님 신경 안 씀! 태도로 팝콘을 들고 구경만 하던 중립 방관자들을 깨울 것이다.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일본인의 기준에 집을 침입하는 건, 진짜 선을 넘은 거니까.

하지만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그래서 니시노 하루히는 계약을 맺은 경호업체에 연락해 가드를 무려 30명이나 사토 레미의 집에 보냈다. 그 30명은 도착과 동시에 문을 넘었고, 문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집안으로는 여성 경호원 셋이 들어갔고, 나머지는 집을 아예 빙 둘러쌌다. 그리고 몇 명은 올라가서 카메라를 세팅해 시위대를 향해 돌렸다. 선을 넘는 순간, 무장 강도 떼가 되는 판을 만들어버렸다. 시위대의 시끄러운 목소리는 그 순간 푹 죽었다. 자기가 내뱉은 말이 영상으로 담기는 중이다. 게다가 저들은 니시노 하루히. 민사에 걸리는 순간- 파멸이다.

용돈 벌러 왔다가, 통장이 탈탈 털릴 수도 있단 싸한 기분이 들었으니 목소리의 크기가 유지될 리가 없었다.

이 또한 참으로 전형적이라, 전 세계인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로펌 하나 개입했을 뿐인데, 극단적으로 변한 이 상황은 당연히 계약자를 매우 만족스럽게 했다.

경호가 완전히 설치되는 순간, 집 안에 있던 강한결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하하, 고맙기는요. 우린 언제나 의뢰인을 최선으로 생각합니다. 그게, 누구든요. 신경 쓰지 않죠. 알고 계시죠?

“하하.”

강한결은 그 물음에 그냥 짧게 하하. 웃어주는 거로 대답을 대신했다. 희대의 살인마도 그 범주 안에 들어가고, 세상 억울한 일은 겪은 노숙자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조건은 언제나 똑같다.

돈.

선악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그들은 돈이었다.

평소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직 돈만 보기에 이번 일을 맡아준 거니까. 오히려 그들의 기업 기조에 감사해야 할 일이었다.

하토리 준과 통화를 끝낸 강한결은 자기를 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며 몸을 돌렸다. 점심을 막 먹으려던 중이었다. 점심은 당연히 이치카 씨가 했다. 일본 특유의 가정식. 간결한 식단이었다. 당연히 감사했다.

하지만 너무 복잡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이다. 그런 집 거실에 무려 열 명이 몰려 있었다. 니시노 하루히에서 보낸 여성 경호원 셋과 사토 가족 셋, 거기에 강한결 포함 넷까지. 복작복작했다. 그러나 거실도 그렇고 주방도 그렇고,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이치카 씨는 오히려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특히 아침과 점심을 준비하며 오히려 표정이 더 살아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몸이 바쁘니까 머리가 예쁘게 비어버린 것이다. 강한결은 등장과 동시에 상황을 빠르게 뒤바꾸고,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신뢰와 믿음이 당연히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남자다. 딸을 겁탈한 악마들과 같은 남자. 그런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사촌이 있긴 했지만 일대 사는 누가 봐도 일이 불리했다. 그러던 와중에 여성 경호원이 들어와 사토의 곁에 머물자 팍 안심된 것이다.

기묘한 동거.

아니, 동거까진 그렇고, 동행? 공존? 어쨌든 그런 상태지만 오히려 그게 이치카를 안심시켰다. 반대로 레미는 워낙에 단단해서, 처음과 같았다. 어제 한차례 울고는 마음의 짐을 털었는지 간간이 미소까지 지었다.

“저,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강한결이 앉아 국을 한술 뜨자, 이치카 씨가 눈치를 보며 물어왔다. 그래서 강한결은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를 지었다.

미인의 웃음을 황홀하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강한결은 자기가 가진 얼굴의 장점을 써먹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워낙에 선한 얼굴로 낳아주셔서, 조금만 푸근하게 웃어도 사람들은 안도했다. 오죽하면 예전에 주먹질하려던 일진 하나가 이 미소를 보고 주먹을 내린 적이 있을 정도였다.

“나왔네, 저 반칙 미소…….”

그걸 본 이성진이 구시렁구시렁거렸다.

워낙에 악동 이미지가 강한 이성진은 죽었다 깨어나도 지을 수 없는 미소였기 때문이었다. 큼. 그리고 그 미소에 순간 홀랑 넘어간 경호원 하나가 헛기침을 하더니 얼른 고개를 밥에 파묻었다.

“나이스 선택.”

또 그걸 본 임효중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에 피식 웃은 강한결은 가만히 자기 앞에 있는 음식을 바라봤다. 간소하지만, 정갈한 한 상이다.

케첩과 마요네즈가 지그재그로 뿌려진 양배추 샐러드와 돈가츠. 미소국. 적당량의 밥과 명란젓. 딱 이렇게 전부였다. 하지만 정말로 공을 들였을 거다. 인원이 많으니 준비하는 데 시간도 많이 든다. 오죽했으면 오전 내내 주방에만 있었을 정도.

“정말 맛있네요. 감사합니다.”

“아…… 다행이네요.”

“다행은요. 한국 오시면 식당 하셔도 되겠는데요?”

“어머…….”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로.

수준급을 넘어선 음식이었다.

간 자체도 한국인인 강한결과 친구들의 입맛에 맞췄는지, 한국에서 먹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일본 음식 대부분이 짠데, 이건 그러지 않아서 몇 공기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전원 몸 관리는 기본이라 그렇게 못 먹겠지만, 마음만큼은 그랬다.

강한결의 말에 임효중이 엄지를 내밀며 고개를 끄덕여 수긍해 줬다.

왜? 하고 묻는 이성진에게 통역해 주자, 씩 웃은 이성진이 이치카 씨를 향해 다시 엄지를 척! 내밀었다.

정말 맛있었다.

고마움과 감사함. 그에 관한 보답을 해주고 싶단 마음이 담뿍 담긴 점심이었다.

이치카 씨는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했다.

꾸벅 고개를 숙인 그녀는 레미가 있는 주방 식탁으로 돌아갔고, 강한결은 그제야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한 그릇 뚝딱 비우는 건 금방이었다.

더 먹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이어서 설거지로 실랑이가 잠시 벌어졌지만, 이성진이 우기는 걸 이치카 씨는 당해내지 못했다. 대신 차를 타서 가져다주는 배려를 보여줘서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런 강한결의 표정을 읽었는지 황석이 조용히 말했다.

“호텔 숙소로 잡을까?”

“…….”

황석의 말에 강한결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건 잠깐 보자.”

“씻는 것도 문제야. 며칠씩이나 이 집에 있을 수는 없어.”

“그렇다고 경호원만 남겨두고 떠날 수는 없어.”

“아…….”

사고는 경호원으로 위장한 사람들에게 일어났다. 레미는 의연하게 버텨주고 있지만, 그래도 아예 마음을 비웠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니시노 하루히의 체급에 맞게 그들이 계약한 업체도 최고 수준이었다.

업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전원이 일본의 SP 출신이다.

집안에 들어온 여성 경호원도 당연히 SP 출신이었고,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그녀들의 이력을 자세히 적혀 있었다. 정관계 요직을 차지한 이들을 수년이나 경호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믿고 맡길 수 있다. 하지만 경호원이란 것 자체가 걸리는 것이다. 그러니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고민이 되는 건 되는 거다. 몸만 덜렁 왔다. 옷도 한 벌밖에 없어서, 갈아입기도 여유롭지 않았다. 거기에 만난 지 고작 하루 된 사람의 집이다.

여기서 샤워?

‘미친 짓이지.’

강한결은 했던 말을 뒤집어야 했다.

“교대로 숙소 가서 씻고 복귀하고, 이렇게 하자. 그게 낫겠어.”

옆에 있던 임효중이 다행이란 듯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받다가.

“그치? 그래야지. 그럼 한결이 너…… 어?”

“왜 말하다 말아?”

멈췄다.

폰을 빤히 보는 임효중.

그리곤 씩 웃으며 폰을 강한결에게 내밀었다. 화면을 잠시 보던 강한결도 씩 웃었다. 고작 하루다.

고작 하룬데.

꼬리가 잡혔다.

어제 의뢰한 다섯 개의 탐정 업체 중, 미즈노 탐정사무소에서 꼬리를 잡았다. 그들이 보낸 사진은 뒷모습이긴 하지만, 본래 이곳을 경호했을 거라 생각되는 덩치 좋은 세 사람과 교대하는 모습이 잡혀 있었다. 전원 뒷모습이지만, 그럴 거라 느낌이 팍 왔다.

각도를 보니 CCTV다.

이걸 따냈다는 건 경찰에 아는 사람이 있거나, 아니면 경찰망을 해킹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는 건?

“정면 얼굴도 있다는 거겠지.”

“이거, 빙고지?”

“응. 이 장면까지 찾았으면 거꾸로 찾아 올라가면 금방 나올걸.”

뒷면이지만 마스크와 귀에 걸린 선글라스가 보였다.

즉, 정면 사진을 봐도 제대로 얼굴을 알아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꾸로 타고 올라가면, 반드시 꼬리가 보일 거라 생각했다.

“미즈노라고 했지?”

“응.”

강한결은 앱을 열어, 미즈노 계좌로 500만 엔을 송금했다. 500만 엔,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열심히 일한 놈에게 주기로 한 보상이었다. 그렇게 돈을 보냈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친구를 지키는 일.

500만 엔이 아니라, 오억 엔이 들어도, 조금도 아깝지 않은 친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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