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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79화 (379/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79화

379화. 라이벌(10)

하지만 그래도 이성진처럼 큰 수술은 아니었다. 음식을 바리바리 싸 오신 어머니와 양유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지영은 수술대에 올랐다. 떨어진 뼛조각도 아주 미세했으나, 발목이라서 근육을 찌를 가능성이 있어 제거하는 게 낫다고 했다.

거기에 길게 찢는 것도 아니고, 카테터를 넣어 딱 잡아 빼면 되는 수술이라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의 잠깐 잠들었다가 깬, 딱 그런 수준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래도 수술은 수술이라 마취를 해야 했다. 지영은 이런 상황을 언론에 밝히지 않았다. 병원 측에 부탁했고, 병원 측은 지영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서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면 지영의 이런 수술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전기정 감독과 김재정 코치를 제외한 선수들도 지영의 수술을 몰랐을 정도였다.

아침.

지영은 어머니가 싸 온 음식을 드디어 영접했다.

죽으로 속을 달래고, 배를 채우기 시작했다. 맛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집밥인데. 지영은 집밥으로 아침을 챙겨 먹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병원 측은 쉬었으면 했지만, 오늘은 임효중의 시합 날이다. 얌전히 병원에 있을 지영이 아니었다.

지영은 이번엔 어제와는 다르게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해, 바로 VIP 관람석으로 이동했다.

아쉽게도 이번엔 어머니와 양유진 자매는 함께하지 못했다. 편의를 봐주지만, 그건 지영 한정으로만 봐줬다. 지영은 이렇게 편의를 봐주는 것만 해도 고마워서, 별로 불만은 없었다.

“누나는 그럼 일 좀 보고 있을게.”

“네, 고마워요, 누나.”

임은진이 자리를 뜨자, 지영은 폰을 꺼내 이성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지영아! 경기장 왔어?

“응, 지금 VIP 대기실. 효중이는 어때?”

-효중이? 좋지!

미안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연히 당연히 상태가 어떤지 보러 가고 싶은데, 지금 지영은 깁스를 한 상태였다. 목발을 짚고 갔다가 팬들한테 둘러싸이면, 자력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 건너갔다고 봐도 좋았다.

-지영아.

어, 효중이 목소리다.

“어, 효중아. 미안.”

-미안은. 걱정하지 마. 빨리 시합 끝내고 놀러 갈게.

“하하, 알았어.”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실제로 지영은 이 말을 믿었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임효중이었다. 황금세대 전체 중에서 가장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친구가 임효중이다. 혹자는 체급에 라이벌이 없어서라고 말하고, 그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임효중의 독보는 라이벌의 부재보단, 그 압도적인 실력에 기인했다.

강한결도 조금 기복이 있는 편이다.

애초에 강한결의 체급에도 천재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황석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러나 임효중은 편안하다. 상대의 실력이 대단하건 말건, 임효중은 언제나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관람 자체를 편하게 해줬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용어 중에 흔히 무쌍을 찍는다는 말이 있었다. 임효중의 오늘 경기가 그랬다.

[아! 허벅다리! 한판! 한판입니다! 임효중 선수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아 정말 대단해요! 상대가 분명 방어하는데도 그 방어를 부수고 허벅다리를 작렬시켰어요! 아! 임효중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임효중은 1회전부터 준결승까지, 전부 허벅다리 한판을 따냈다. 상대가 그렇게 허벅다리를 경계하는데도 우직하게 허벅다리를 차올려 한판을 따냈다. 준결승 상대인 일본의 나가세 타카노리는 이번에도 임효중의 허벅다리를 막지 못했다.

그는 벌써 3연패였다.

이미 임효중한테 안 된다고 판단이 선 선수지만 일본은 이 선수를 내보냈다. 왜? 마땅히 임효중을 잡을 수 있단 판단이 서는 선수가 없었다. 이미 나가세 타카노리와 후지와라 소타로, 사사키 타케시까지 전부 임효중과 다른 대회에서 붙어봤고, 박살이 났다. 그래서 결국 가장 잘 버텼던 나가세 타케노리가 나왔지만, 결과는 역시나 허벅다리 한판이었다.

임효중은 총 경기 시간이 고작 8분밖에 되지 않았다.

한 경기당 거의 2분 정도밖에 하지 않은 채, 아주 안정적으로 결승전에 올랐다. 지영은 그런 친구의 결승 진출이 너무나 대견하고, 기뻤다.

임효중의 결승 진출은, 당연히 한국 팬을 기쁘게 했다.

-와, 편안…….

-어제 강지영 경기 보다가 오늘 임효중 경기 보니까 차이가 너무 나네 ㅋㅋㅋ

-그러게요;; 와, 진짜 잘하네요 ㄷㄷ

-설마 3일 연속 금? 미쳤 진짜 ㅋㅋㅋ

-금메달 딸 듯요;; 애초에 이 체급에서 임효중 상대가 거의 없었음 ㅋㅋ 세계 대회 몇 번 안 뛰었지만, 이번에 대회 나온 선수들 전부 압살했었음 ㅋㅋ

-아 진짜요?

-ㅇㅇ 제가 프로젝트 아이돌 임효중 팬 말고, 유도 선수 임효중 팬이라 경기 결과 전부 알고 있음요 ㅋㅋ

-와…… 진짜 천재가 여기있었네 ㅋㅋ

-근데 효중이는, 체급에 신지 같은 선수가 없는 탓도 있어요. 다 고만고만하거든요. 효중이가 딱 상대하기 좋은 스탈들!

-하긴, 그렇긴 한듯요; 경기 보니까 확실히 어제 지영이나 신지처럼 막 압도적인 선수는 없는 듯.

팬들은 그저 즐거웠다.

지영 때와는 다르게, 임효중이 워낙에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이었다. 걱정보다는 그냥 축제를 즐기는,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긴장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시원한 한판.

또 시원한 한판.

더 시원한 한판으로 계속 이어지다 보니 팬들은 임효중의 경기는 마음 편하게 즐겼다. 그리고 결승전까지.

[아! 절반! 임효중 선수! 시작과 동시에 깜짝 업어치기? 업어치기로 절반을 따냅니다! 경기 시작 20초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상대가 허벅다리를 집중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중심을 뒤로 빼니, 역으로 말아 업어치기로 뒤로 당겨 절반을 땄습니다. 아 영리해요!]

임효중은 시작과 동시에 절반을 따냈고, 시종일관 경기를 유리하게 풀어갔다.

절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천지 차이다. 특히 임효중처럼 앞뒤 중심에 전부 허벅다리를 장인급으로 꽂아 넣을 수 있는 선수는 드물기도 하고, 그래서 방어도 조심하면서 공격도 해야 하는데, 어디 그게 쉬울까.

[한판! 임효중 선수! 달려드는 러시아의 드미리트 선수를 그대로 허벅다리로 돌립니다! 한판! 임효중 선수! 금메달입니다!]

[금메달! 임효중 선수! 아아! 황금세대의 임효중 선수도 금메달을 목에 겁니다! 아아! 믿기지가 않아요! 벌써 금메달이 세 개나 됩니다! 그리고 내일 강한결 선수! 모레 황석 선수, 그리고 또 다른 천재 장대호 선수까지 아직 대기 중입니다! 아직 금빛 물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아직 금빛 물결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해설은 기뻐서 난리고.

-와 미친 금메달 3개 ㄷㄷ

-이게 가능한 거임? 와, 한국이 유도를 이렇게 다 쓸어버리네 와 ㅋㅋㅋ

-작년 도쿄 생각하면, 지극히 가능한 거임 ㅋㅋㅋ

-맞음 그때 일본이 금 8개인가 가져갔나 그러지 않음?

-더했음 그땐……. 금만 9개나 쓸어갔음

-헐…….

-우리는 그렇게는 힘듬 ㅠㅠ 여자 유도가 좀 약해서

-맞음 그래도 일본 독주를 막았다는 게 중요하죠 ㅋ 특히 미야모토 신지를 잡은 게 정말 큼. 오노 쇼헤이 뒤를 이은 애라서, 상징성이 상당함.

-크…… 내일 한결이도 금메달 따겠죠?

-2회전 라샤 베카우리만 잘 잡으면, 가능할듯요.

-제발…… ㅠㅠ

-한결아 파이팅! 누나는 너 믿는다!

한국 팬들은 그저 기뻤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황금세대면 이를 가는 ‘일부’ 언론은 아예 고개도 내밀지 못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인간이 강지영이다 보니, 괜히 고개 내밀고 비난했다가 영혼까지 털릴 수 있어서였다.

그렇게, 한국 유도는 역대급 올림픽 스토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다음 날. -90㎏의 경기가 시작됐다.

각 체급마다 천재, 천재 하는 선수들이 있었다.

여자부의 다리아 빌로디드, 안자이 히카리가 그랬고, 남자부엔 강지영과 이성진, 미야모토 신지 등이 그랬다.

90체급에도 천재가 있었다.

강한결 이전에 세계무대에 데뷔하여 역사를 써 내려가던 선수가.

라샤 베카우리.

고작 스물에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천재 중의 천재가 그였다. 90체급은 적어도 한 10년은 그가 해 먹을 거라고들 했다. 하지만 채 2년이 지나기도 전에 도전자가 나타났다.

강한결.

한국 천재 유도가들의 리더.

그는 이미 라샤 베카우리를 잡은 전적이 있었다. 비록 한 번이지만, 치열한 공방 끝에 승리한 그는 현재 가장 유력한 선수였다.

이런 두 천재는 2회전에서 맞붙었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경기도 오래갔다. 라샤 베카우리는 강한결을 철저하게 분석해 왔고, 마찬가지로 강한결도 라샤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아니, 경기는 장기전으로 갔다.

하지만 지영의 경기와는 달랐던 게, 두 선수는 정규 시간에 서로 절반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지도도 하나씩 받았고.

그 상태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10분이 지났을 무렵, 조금씩 승패가 갈리기 시작했다.

[아, 업어치기! 아! 아깝습니다!]

[조금만 더 당겼으면 넘어갔을 텐데요! 하지만 이번엔 라샤 선수가 방어를 잘한 것도 있네요.]

[그렇군요. 두 선수 다시 자리로. 아, 라샤 선수 좀 지쳐 보이는데요? 하지만 반대로 우리 강한결 선수! 너무 생생한 모습입니다! 체력에도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훈련 고문으로 선수촌에 있을 때 봤는데, 저 아이들 중 가장 체력이 좋은 선수는 강한결 선수예요.]

[아, 그렇습니까?]

[네, 딱 보면 보이거든요. 전 감독님의 하드한 체력 훈련이 끝나고 나면 제대로 서 있는 선수는 강지영 선수와 강한결 선수, 이렇게 둘이에요.]

[아아, 그렇군요. 중량급 선수가 가장 체력이 좋다니, 그건 또 의외입니다. 하하.]

[타고난 심폐를 가진 거죠. 아, 승부가 슬슬 갈리려나 봅니다.]

시도!

라샤 베카우리에게 지도가 들어갔다.

팽팽하던 승부의 추가, 어느 한쪽으로 우지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울어진 추 위에서, 강한결은 마지막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맛테!

“시도!”

라샤에게 지도가 또 들어갔다.

그걸로 승부가 났다. 라샤는 고개를 푹 숙였다. 실력은 확실했다. 라샤 베카우리는 확실히 천재라 불릴 만한 재능을 타고났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강한결이 뛰어났다. 아주 작은 차이. 하지만 그로 인해 승패가 갈렸다.

이윽고 라이벌을 뛰어넘은 강한결은 결승까지 파죽지세로 내달렸고, 결승전에서 딱 3분 만에 감아치기 한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 넷.

실로 무서운 기세였다.

이날 여자부도 결승까지 올라갔고, 은메달을 땄다. 막판에 아쉽게 누르기에 걸려서 졌지만, 그래도 은메달을 하나 추가했다.

축제였다.

금메달만 네 개나 나왔으니, 축제가 아닐 수가 없었다. 거기에 역대급 성적이 나오려는지 다른 종목에서도 금메달이 정말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했다. 양궁은 전관왕을 달성했고, 사격에서도 금메달이 나왔다.

도쿄 때와는 정반대로 일본과 한국의 성적표가 변했다.

그러니 한국은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황금세대의 마지막 순번인 황석 또한, 힘겨웠지만, 끝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금세대의 시합은 전원 금으로,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장대호는 아쉽게 은메달을 땄다.

결승전에서 다 이기고 있다가, 막판에 감아치기에 한판을 떠버렸다.

그래서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다.

마지막 날, 단체전 또한 은메달에 그쳤다.

황금세대는 이날도 무패행진을 보였으나, 그 외의 선수들이 분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총 성적은 금5. 은3. 동1.

한국 유도는 역사에 두 번 다시는 없을, 압도적인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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