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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57화 (357/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57화

357화. 함부르크 올림픽(3)

1회전은 업어치기.

2회전 역시 업어치기였다.

-와…… 업어치기 각도 보소

-더 런닝에서 멤버들 뒤통수 치는 거 보면서 난 쟤가 항상 예능인이나 방송인 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유도 경기 보면 역시 쟤는 방송보단 유도라는 생각이 듦.

-업어치기 진짜 아름답지 않아요? 전기정 감독님도 극찬했다는데.

-진짜 좀 불가사의기도 함. 저 신장으로 어떻게 저렇게 미끄러지듯이 잘 업지?

-타이밍이 예술임. 보면 상대가 순간 덜컥! 굳었을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포착하고 들어감.

-포착이라기보다는, 상대를 그렇게 지가 만들어 놓음.

-ㅇㅇ 맞아요. 괜히 업어치기가 발기술이랑 매치하는 게 아님. 발기술로 중심 흔들고, 그 틈을 업어치기로 노리고.

-결국 그 연결을 누가 더 잘하냐고, 누가 더 잘 막냐의 차인데…… 이성진은 저건 진짜 ㅋㅋ

-왜요?

-그냥 기가 막혀서요. 저도 선수 오래 했고, 저 때에도 좀 업는다하는 친구들 많았는데, 쟤처럼 칼처럼 파는 애들은 못 봤거든요 ㅋㅋ

-그래요? 우리 성진이 잘하는 거죠, 그럼? 우승할 수 있을까요?

-그건 좀 봐야죠. 다른 대회도 아니고 올림픽인데. 뭔 일이 벌어질지 모름. 다들 기를 쓰고 할 거라서.

-아…….

-변수가 많이 생김 올림픽은

-그래도 성진이가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그건 저희도 다 같은 마음임…….

-어, 시작한다!

-이성진 파이팅!

-파이팅!

3회전.

2회전 역시 업어치기로 끝낸 이성진의 3회전 상대는, 아제르바이잔 선수였다. 요즘 역시 떠오른 신흥강국으로, 각 체급마다 랭킹권에 선수를 포진시켜 놓은 나라였다.

사파로피 오르칸.

이 선수는 노장이었다.

서른 중반이고, 솔직히 은퇴했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였다. 자세, 기술은 왼쪽인 이 선수는 끝끝내 이번 올림픽까지 출전했다. 11년에 세계 무대에 데뷔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이 바닥의 고인물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잔뼈가 굵다는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선수였다.

비록 그의 실력이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을 제패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를 아는 선수는 사파로피 오르칸에게 이런 평가를 했다.

한칼이 있는 선수.

그리고 그 한칼을 아주 확실히 사용할 줄 아는, 그런 선수. 지영은 이성진과 선수 영상을 볼 때, 이 선수와 붙을 거라고 언질을 줬었다. 그리고 이성진도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었다.

오르칸이 대진을 잘 받은 것도 있었고, 누가 봐도 이게 그의 마지막 대회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역시 상대는 오르칸이 될 가능성이 높았고, 예상대로 그가 올라왔다.

이성진보다 띠 한 바퀴 돌고도 남을 정도로 나이 차이가 나는 두 선수의 대결을 딱 젊음의 패기와 노장의 연륜으로 정리된 뒤 포장되어 방송을 탔다.

지영도 그 의견에 얼추 동의했다.

이성진의 패기는 확실히 강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실력이 더 높지.’

단순히 나이가 어려 가진 패기만으로 시합하는 선수는 절대로 아니었다. 애초에 패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동네기도 했다. 지영은 냉정하게 평가내렸다. 실력 자체는 이성진이 낫다. 하지만 말했듯이 저 선수의 경험,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영은 이성진과 방법을 모색 중에, 이런 의견을 냈다.

‘오르칸 선수,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겠지?’

‘음, 아마도? 그런 소리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건 왜?’

‘마지막 대회야. 이제 대회가 끝나면 은퇴지. 이렇게 가정해 보자. 그럼 선수는 시합 중에 어떤 생각을 할까?’

지영의 말에 이성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런 답을 내놨다.

‘조급해지지 않을까?’

그게 키포인트라 지영은 생각했다.

‘아마 널 상대할 전략을 들고는 나올 거야. 하지만 그 전략이 안 먹히면? 네가 절대 그쪽으로 따라가 주지 않으면? 그럼 어떻게 될까?’

‘더 조급해…… 오케이. 뭔 말인지 알겠다.’

‘너도 조급하게 가지 마. 경기 시작하면 일단 전략부터 파악하고, 그 반대쪽으로 가. 잡기 싸움을 필사적으로 걸어오면, 그냥 잡혀줘. 그리고 운영. 알지?’

지영의 말에 이성진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합 운영은 황금세대 전체의 특기와도 같았다. 그중에서 지영이 특별하게 잘한 거지, 다른 친구들의 운영이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특히 업어치기 선수는 필수적으로 운영에 일가견이 있어야 했다.

지영이 봤을 때 오르칸 선수는 운영에 일가견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다만 감각적으로, 시합을 풀어나갈 뿐. 운영을 잘하는 선수는 그걸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다.

시작과 동시에 밀고 오는 사파로피 오르칸.

어깨를 딱 조이고, 가슴 안쪽으로 파고들어 보디 블로우를 갈기는 인파이터 복서처럼 움직였다.

정말 쭉! 들어왔다. 그대로 잡혀 날아가면 어쩌려고 초근접까지 파고들어 오는 오르칸이었다. 그 격렬한 돌진에 지영도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경기를 뛰는 당사자인 이성진은 자세를 한껏 낮춘 채 돌진을 손을 뻗어 가슴 깃을 잡아 막았다. 마치 알고 있던 것 같았다.

그걸 틀어 일단 끊고, 다시금 돌격해왔다.

훅 파고들어 와서, 이성진의 띠 위쪽 허리를 노렸다.

‘깊게 감아 잡은 다음, 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거구나.’

중앙아시아와 유럽권 선수들은 기교보단 역시 힘이다.

피지컬로 승부를 보는 편이 많은데, 오르칸은 기술로는 답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힘을 승부수로 띄웠다.

‘나쁘진 않지. 나쁘진…….’

이성진이 힘 유도에 약하다면 말이다.

많은 선수가 실수하는 게, 이성진이 신장이 크다고 힘은 약한 젓가락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애초에 저 신장으로 틈을 만들려면 힘은 필수적이야.’

툭! 손목으로 채서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데 힘이 약해봐라. 상대가 움찔이라도 하겠나. 순간적인 힘이지만, 그걸로 따졌을 때도 이성진은 결코 힘이 약한 레벨은 아니었다. 애초에 정상급 선수가 힘이 약할 거라는 생각 자체가 바보 같은 거다.

그리고.

툭!

-발목 받치기!

-절반! 아! 점수 안 주네요! 이걸 안 주네요! 아! 아깝습니다!

근처에 있는 중계석에서 들려온 목소리를 들으며 지영은 저도 모르게 흐뭇하게 웃었다. 유도라는 종목이. 아니, 스포츠 자체가 어느 것 하나 특별하지 않은 이상은 절대 대성하기 힘든 분야였다.

힘, 민첩성, 유연성 등등, 무엇하나 뛰어나지 않고는 일정 레벨에 도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게 스포츠다.

위대하단 수식어가 붙는 선수들은 이 모든 걸 타고났다고 봐야 했다.

이성진은 그 모든 걸 타고나진 않았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견딘 훈련으로 그 전체를 상당히 하이 레벨로 올려놨다.

힘도 동 체급 선수 사이에서 약한 편은 절대 아니었고, 유연성은 말해 입 아프고, 속도? 어? 하는 순간 상대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 속도를 갖췄다.

삼위일체.

업어치기 선수가 갖춰야 할 육체적 재능은 다 갖춘 이성진이었다. 그런 선수를 단순히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면…….

-업어치기! 넘어갑니다!

-절반! 이성진 선수! 먼저 절반을 따냅니다!

홱! 하고 뒤집히는 거다.

힘으로 허리를 안으려고 들어오니까, 이성진은 발목 받치기로 중심을 한 번 무너트렸다. 거기서 오르칸은 포기하거나, 다시 전술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또 훅 들어오니까 이성진이 허리를 감아 오는 손을 역으로 받아 한팔 업어치기로 말아버렸다.

사실 안쪽으로 감아서 한팔업어치기는, 위험부담이 큰 기술이다. 제대로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역으로 되치기당하기 아주 딱 좋기 때문이었다. 상대의 팔, 겨드랑이 안쪽으로 내 목이 쏙 들어가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이게 제대로 걸려서 원심력까지 받으면 아주 시원하게 상대를 던질 수 있다.

그래서 매우 짜릿한 느낌을 선사하는 기술이었다.

그렇게 먼저 절반을 따낸 이성진은, 이후부터는 마치 강지영처럼 시합을 풀어나갔다. 절반을 먼저 따면 급할 게 전혀 없어진다. 먼저 반칙을 우르르 받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하지만 올림픽까지 출전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가 반칙 관리도 못 해 궁지에 몰리는 일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이성진도 그런 일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할 수 있는 건, 공격이다. 공세로 나와 어떻게든 이성진을 궁지로 몰아야 했다. 아니면 제대로 넘기든가. 그걸 못하면 남은 건 패배밖에 없었다. 그러니 오르칸은 공세로 밀고 나왔다.

밀고, 잡고, 기술을 걸고.

말로 했을 때는 정말 간단한 순서다. 마치 축구 선수가 볼을 잡고, 밀어 거리를 적당히 띄어놓고, 달려가 차서 골을 넣는다. 이렇게 순서를 나열한 것처럼 말이다. 다들 이렇게 할 수는 있었다.

앞에 수비수가 없고, 앞에 상대가 가만히 있으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매일 밥 먹듯이 하는 거니까 상대를 밀어 공간을 벌려 잡고 기술을 걸어 메치기! 너무 쉬운 일이다. 하지만 앞에 상대가 기를 쓰고 이기려는 상대 적수면, 그 쉬웠던 게 지극히 어려운 일로 변한다.

오르칸의 표정이 그 어려운 일 때문에, 3분이 지났을 무렵부터는 처량하고, 서글프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 오르칸 선수…….

-간절하죠. 네……. 이 선수는 이제 은퇴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그러니 저렇게 간절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하지만 예…….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입니다. 이성진! 업어치기! 아, 점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이성진 선수! 방심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간절한 표정에도 이성진 선수, 매우 냉정한 표정을 유지합니다!

-이 중요한 순간에 정에 휘둘리는 건 매우 미련한…… 네, 미련한 일이죠. 업어치기! 한판! 이성진 선수, 오르칸 선수의 힘을 받아 그대로 업어치기로 한판을 따냅니다.

-이성진 선수! 이렇게 준결승에 안착합니다!

중계석에서 들려온 목소리처럼, 이성진은 먼저 절반을 따낸 뒤 상대의 간절한 돌진을 받아서 결국 한판을 따냈다.

총 경기 시간은 3분 32초.

경기 내용을 보면 정말 어디도 흠잡을 수 없이 훌륭했다. 지영은 이성진이 경기장을 나서는 걸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진이한테 가보려고?”

“네, 어머닌 여기 계세요.”

“그래, 그럴게.”

같이 경기를 구경 중이던 어머니에게 그렇게 말하곤, 옆에 있던 양유진에게도 눈빛으로 같이 있으라고 부탁을 했다. 그녀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줬다. 미안했다. 지영의 사고 소식에 급히 독일까지 온 그녀에게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어서, 다행인 건 어머니가 함께 있다는 점이었다.

임은진과 병원 측에서 붙여준 가드와 함께 이성진의 대기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이성진은 땀이 흥건한 몸을 수건으로 닦고 있다가 지영을 보자 환히 웃었다.

“죽이던데?”

“흐흐, 내가 또 좀 하지.”

“까분다. 난 이제 병원으로 갈 거야.”

“어, 그래야지. 이따가 계체 때는 다시 올 거지?”

“당연하지.”

“……몸은 어떤데?”

이성진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그를 케어해 주던 스테프들의 시선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지영은 괜찮다고 했지만, 솔직히 다들 제대로 알지를 못해 궁금한 표정이었다.

“시합 뛸 정도는 돼. 진짜로.”

“진짜지?”

“어, 진짜.”

지영은 휠체어를 타고 왔다.

그런데 솔직히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휠체어를 탄 거지, 솔직히 목발을 하고 왔어도 충분했다. 하지만 지영은 병원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휠체어를 탔다. 내일 몸을 풀기 전까지 최대한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케이. 그럼 나 금메달 딴다?”

이성진의 말에 지영은 피식 웃었다.

“뭐야, 금메달 맡겨 놨어?”

“어. 가지러 오긴 했는데, 지영이 너 힘들면 4년 뒤에 다시 와서 찾아가려고 했지. 그런데 너 괜찮으니까 미리 찾아두려고.”

“하하! 그래, 찾아놔. 나도 내일 찾을 테니까.”

지영은 시원하게 웃었다.

허세라면 허세였다. 준결승까진 올라왔으나, 이제부터가 진짜라 할 수 있었다. 금메달까지는 고작 두 판이다. 고작 두 판이지만, 이게 절대 쉽지 않은 두 판이었다. 특히 다음 상대는 기무라 히로다.

이성진이 1전 1승으로 앞서고 있긴 하나,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일본의 차세대 에이스였다.

미야모토 신지와 비교했을 때는 분명히 손색이 있었다. 똑같이 아시안 게임에 나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기무라 히로는 기회를 잡아 나온 거고 미야모토 신지는 왕좌를 빼앗고 나온 거였다. 이후 대회에서도 아베 히후미가 더 많이 나왔다. 그건 기무라 히로가 아베 히후미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아베 히후미가 은퇴한 지금에서야 1선발 국가대표가 되었다.

그 차이는 아주 객관적으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선수는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이성진은, 정말 뭔 메달을 맡겨 놨는지…….

-절반! 시작과 동시에 이성진 선수! 업어치기로 절반을 따냈습니다!

-절반입니다! 이성진 선수! 결승전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준결승 시작과 동시에 절반을 따내며, 결승에 한 걸음 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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