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96화
296화. 유도 챌린지(9)
아무리 만들려고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스타를 말함이다.
스타 하나가 벌어들이는 돈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아주 많은 연예기획사에서 스타를 배출하려고 별의별 노력을 다한다. 옛날에는 일단 여기저기 꽂고 보는 주먹구구식이 강했지만, 요즘은 시스템을 확립해 아주 철저하게 관리감독하고, 교육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스타가 되는 이들은 아주 극소수였다.
열에 하나가 될까 말까 한 게, 스타다.
그걸 알면서도 기획사는 매일 같이 인재를 발굴하고, 교육하고, 연예계에 던져 넣는다. 이유야 앞서 말했듯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스타 하나가 주는 이득이 아득하게 커서, 이걸 포기하지 못하는 거다. 물론 그 외의 다른 것도 있었고.
문제는 진정한 의미의 스타까지 가는 길은 지독하게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건 인력으로는 불가능했다. 옆에서 서포터를 해줄 수는 있겠지만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고 해서 끌고 간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그 개인의 정서, 정신, 사고방식과 실력, 인성, 재능 등등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솔직히 힘들다고 봐야 했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아이돌들이 있다.
가장 커리큘럼이 확실하게 짜인 세계다.
그런 세계에서 오랫동안 고된 훈련을 받아 데뷔하지만, 정글보다 빡센 세계에서 살아남는 팀은 정말로 극소수다. 그리고 다시 그 극소수도 10년 뒤엔 존재할까 말까다. 과연 몇 대중들은 몇 명이나 아이돌을 기억할까?
아마 한둘? 많으면 다섯? 그 정도 기억하면 다행이었다.
어쨌든, 스타는 그만큼 태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스타가 주도하는 세계에 살던 주민들은, 살다 보면 딱 알게 되는 게 있었다.
아, 저건 진짜다.
이 사람은 진짜다.
스타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재능이 넘친다.
아우라로 빛난다.
등등.
설명이 길었지만, 캐스팅 매니저 같은 전문가들은 딱 보면 이 사람이 스타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걸 알아본다는 뜻이었다.
황금세대.
강지영을 필두로 한 황금세대는 연예계에선 아주 확실한 보증수표였다. 얼마 전에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베터런 2. 거기에 출연한 조연 황석만 해도 이미 연기력으로 호평받고 있었다.
바보 같지만 순수한 형사.
열혈 바보.
1편 때처럼 칼에 찔리는 막내 형사의 역할을 맡은 황석의 연기는 군더더기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이게 중요했다. 군더더기. 신인인데도 연기에 힘을 주지 않고, 주어진 롤 딱 그 자체를 소화할 줄 안다는 뜻이었다. 그런 황석은 이젠 웬만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던져도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팀의 리더라는 강한결도 마찬가지였다.
저예산 학창 로맨스 영화에 출연해 무려 300만을 동원했고, 이어서 잠시 공백 뒤에 출연한 드라마에서도 확실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연기력만큼이나 더 대단한 건, 완전무결한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공부면 공부, 인성이면 인성, 연기면 연기, 운동 실력이면 실력. 진심으로 괴물 같은 놈이다. 수능을 볼 필요는 없지만, 수능을 본 그는 상위 1%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업계의 영화나 드라마 관계자들이, 강지영의 몸값은 너무 세서 대신 잡은 친구 1위가 강한결이었다.
이성진은? 더 런닝을 시작으로 서서히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었다.
개구진 느낌이 아직은 강하지만 진지할 때 나오는 그 느낌이 안쓰러우면서도 좋다는 이상한 평을 받는 친구였다. 단짝인 임효중과 같이 움직일 때가 있는데, 그땐 시너지 효과가 매우 좋았다.
연습하고, 연습해서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다며 다른 제안은 싹 거절한 임효중과 감히 잡기도 힘든 몸값을 자랑하는 지영을 빼고 방송관계자들은 이 셋을 잡고 싶어서 직접 이곳에 행차했다.
웬만해서는 미팅을 잡는 것도 힘든 게 황금세대다.
회사로 찾아가도 소용없었다.
왜?
애초에 회사에 없고, 황금세대는 선수촌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송관계자들은 철저히 차단하는 유도팀이라 수없이 미팅 문의를 넣어봐도, 앵무새 같은 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래서 오늘 황금세대가 시합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웃돈을 크게 들이거나 뭔 아이돌 콘서트 뺨치게 예매하기 힘들었던 티켓팅을 성공해 이 체육관에 입성했다.
그리고 그들은 황금세대에게 다가갈 기회를 보다가, 대어를 발견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시작은 아주 단순하게 부상 때문이었다. 머리와 부딪쳐 입술이 터졌고, 그때 그 선수가 지었던 표정과 반응이 장내에 있던 사람들의 심장을 제대로 저격했다. 일반인도 감탄을 터뜨릴 정도의 퍼포먼스를 순간적으로 보여줬다.
“어어, 청담 쪽 바라고? 이름은? 수? 외자야? 아! 어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시스템이라 이거지. 그거 얼른 예약 좀 해봐. 뭐? 한 달이 다 찼어? 벌써? 아 여기 원래도 그래? 이미 그쪽에선 유명한 선수라는 거지?”
관계자들, 혹은 이 바닥 전문가들은 귀신같이 대어의 스타성을 알아봤다.
아직 대화를 나눈 건 아니지만, 이 큰 대회에서 보여주는 저 담대함과 퍼포먼스는, 무조건 연예계에서도 먹힐 거라고 본 것이다. 일단, 이미지가 미쳤다. 귀까지 오는 숏컷에, 고양이처럼 쪽 찢어진 눈매다. 이것만 보면 미인은 아닐 것 같고, 실제로도 어마어마한 미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155 정도의 체구가 가진 느낌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만들기 위해서는 진짜 죽을 각오로 노력해야 하고, 그 이전에 타고난 체격이어야 한다는 11자 복근과 상당한 느낌의 바스트, 그런 공격적인 몸매에 갖춘 어마어마한 유도 실력. 진짜와 가짜는 당연히 차이가 난다. 연기와 실제 실력은 보는 순간 위화감을 주느냐 안 주느냐의 차이로 극명하게 나기 때문이었다.
연예인. 혹은 스타에게 재능을 베이스로 한 실력은 필수적이지만, 그 재능만큼 중요한 게 바로 외적인 모습이었다.
딱 잘라 얘기하면 얼굴과 몸매다.
이는 남자나 여자나 똑같이 중요했다. 이연두는 그런 외적인 모습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남성미와 여성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만 생각해도 충분히 플러스였다.
“연기력? 지금 인기면 그거 볼 필요도 없이 그냥 주인공 비서 옆에 세워만 놔도 되겠다니까요? 아 비서 말고, 경호원 느낌으로다가요! 정 작가님. 작가님이 또 경호원 만지는 건 기가 막히잖아요? 진짜라니까요? 인터넷에 치면 사진 제법 나올 겁니다. 청담 바텐더 이연두! 이렇게 쳐보시라니까요?”
“어 난데. 계약서 들고 당장 잠실 경기장으로 튀어와. 아니, 실체로! 아! 오기 전에 계약서에 조건 사항들 있지? 그거 다 공란으로 바꿔오고! 그래! 대어야! 초대형 대어! 지금 다른 쪽들 다 난리 났으니까 얼른 튀어와! 뭐? 경수? 걔 스케줄 안 가고 뭐 하는데? 아, 잘됐다! 같이 오라고 해! 그냥 끌고 와!”
난리가 났다.
매니저, 혹은 업계 관계자 등등.
새롭게 등장한 대어를 잡기 위해, 얼른 조용한 곳으로 나와 각자 첩보전 비슷한 전쟁을 치르기 시작했다.
스타성이 충만하다 못해 넘치는 인물이다.
게다가 요즘 한창 인기를 얻는 중인 유도 종목의 종사자인데, 이 종목에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탑 10위 안에 들어가는 강지영이 있었다. 즉, 강지영과 같은 종목의 종사자인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어마어마한 화제성을 몰고 다닐 수 있을 게 분명했다.
물론, 그 화제성은 한동안이다.
강지영도 조용히 있을 땐 화제성이 죽고, 자주 써먹으면 사람들은 식상해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아무리 같은 종목이고, 지영과 연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이어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그래도 상관없었다.
스타는 무조건 관심을 받아야 한다.
받고 싶어 발악하는 건 기획사도 그렇고, 스타 본인도 그렇다. 아무리 해도 주목이 안 되는 경우가 오히려 허다했다. 그런데 이연두는 이미 관심을 폭발적으로 받고 있었다. 기획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돈을 때려 박아도 가장 힘든 부분을 본인이 이미 이룩했다. 그러니 ‘가치’로 따져도 어마어마했다.
“잡으면 터진다. 이건 무조건 터지는 패야…….”
“어이, 김 팀장. 총알은 든든하고?”
“정 팀장님. 하하. 우리 플레리습니다, 플레리스!”
“하핫. 모기업이 있을 때나 플레리스지, 지금은 끈 떨어진 연 신세 아니야?”
“어허, 그래도 저희 아직 단단합니다! 총알 든든해요!”
“그래? 그거 참…… 기대되네?”
파직, 파지직!
거대 기획사에 몸담아 안면이 있는 팀장급 인사 둘이 불꽃을 튀며 신경전을 벌였다.
“얼씨구,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아주 난리들 났구만.”
자금력이 좀 후달리는 한 기획사 팀장이 투덜거린 말에, 복도에 있던 다른 관계자들 전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우와! 복도에 있는데 흠칫할 정도로 거대한 함성이 울렸다. 급히 안으로 들어가자 한 선수가 매트를 마구 뛰어다니며 승자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화끈한 한판이 터진 것 같았다.
“아, 아깝다.”
“나중에 하이라이트로 보자고.”
“그래야지. 거긴 어때. 포기?”
한 매니저의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은 그는 화력이 빵빵한 기획사 팀장들을 잠시 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포기지. 우린 계약금 얼마 챙겨주지도 못해. 이번에 디온스 애들 폭삭 주저앉았잖아.”
“아, 그랬지. 미안해.”
“미안은 무슨. 임효중이 잡아서 어떻게 해보려고 왔는데, 이거 참 속이 쓰리네.”
아이돌 기획사에서 나온 그는, 몇 번에 걸친 실패로 이미 회사가 파탄 직전까지 갔다. 그래서 황금세대 중 유일하게 아이돌 경력이 있는 임효중을 중심으로 마지막 팀을 꾸려볼까, 하는 꿈을 꾸고 찾아왔다. 그러다 대어를 같이 본 거고. 문제는 재정이었다. 대어가 눈에 있지만, 앞에다가 던질 바늘에 매달 미끼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대다수가 그랬다.
영세한 소속사는 차마 저 대어낚시 대전에 끼어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자신들이 긁어모아서 질러봐야, 그 정도는 우습게 상회하는 조건을 내던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아쉬워도, 아까워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잠시 뒤 30분부터, 남자부 준결승을 시작하겠습니다. 관객, 귀빈 여러분들께서는…….]
패자전이 없는 준결승은 끽해봐야 두 판이다.
그건 곧, 대형신인 이연두의 경기가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었다.
“아깝지만 어쩌겠어. 경기나 보러 가자고. 그리고 이따…… 뭐, 잘해봐.”
“하하, 그래. 자네도.”
관계자들은 얼른 화장실에 먼저 들렀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가기 전에 슬쩍 이연두에게 먼저 접촉하려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선수대기실 쪽은 사성그룹 자체와 계약한 보안회사 직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황금세대가 있는 쪽으로 가는 통로도 마찬가지였다.
5시가 조금 넘어, 준결승전이 시작됐다.
시작은 역시 남자부였다.
그래도 준결승전이 되니, 남자부의 경기도 화끈한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은퇴한 전 현역선수와 현역 대학생의 대결이다. 현재 용인대 4학년이고, 상무에 들어가는 게 예정이 된 박수영과 독특한 스타일을 갖춘 장진명의 시합이었다.
박수영은 전통적인 유도를 구사했다.
잡기, 이어서 기술.
클리셰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틀에 박힌 스타일이지만, 반대로 이 스타일로 여기까지 왔다는 건 그만큼 박수영의 실력이 좋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클리셰가 잘 먹힌다는 얘기였고.
하지만 장진명의 스타일은 극명했다.
강지영처럼 잡기가 없는 스타일.
뒤늦게 잡은 뒤, 몸 쓰기를 통해 상대의 빈틈을 파헤쳐 승부를 보는 선수였다. 지영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건 지영은 카운터를 주로 치는 선수고 장진명은 먼저 선공을 주로 거는 선수라는 점이었다.
즉, 굉장히 공격적인 스타일이었다.
그런 장진명이, 박수영의 혼을 빼놓기 시작했다.
몸 쓰기, 툭, 돌아 나오면서 발목 받치기, 몸 쓰기, 툭,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박수영을 자극했다.
이런 스타일은 요즘 유도에서도 솔직히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박수영은 미처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정신을 차렸을 땐 반칙을 이미 두 개나 받은 뒤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판이 다시 그쳐를 선언했다.
잡자마자 두 번 연속 기술을 빵빵 찼는데, 그걸 미처 막지 못해 기술이 유효하게 연결되어 버렸다. 심판은 도복을 고쳐 입으라는 신호를 줬다.
역시나 지도.
반칙패였다.
그렇게 승자가 정해졌다.
뒤이어 이어진 준결승전에서는 현역 팀 선수가 올라왔다.
그렇게 남자부 준결승이 끝나고 이어질 경기는 오늘의 주인공 이연두의 준결승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