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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94화 (294/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94화

294화. 유도 챌린지(7)

-와, 우와…….

-아니, 경기 연출 좀 바꾼 걸로 분위기가 이렇게 변하나?

-솔직히 유도복 입었으니 유도 경기구나 하지, 전 뭔 UFC 보는 줄 알았어요 ㄷㄷ

-철제 케이지만 설치하지 않았지. 솔직히 격투기 링이 많이 연상 되네요. 아마 참고해서 비슷하게 만든 듯요.

-사성에서 진짜 제대로 준비했네요, 와.

-근데 연출도 연출이지만, 저 선수 뭐임? 뭔데 저렇게 섹시함?

-와…….

-피가 턱 타고 내려가서 가슴골 지나가는 게, 진짜 하나도 선정적이지 않음. 진짜 그냥 존나 세 보이고 섹시함 ㄷㄷ

-와 미쳤다 진짜…….

-눈빛 뭐임? 피가 저렇게 터졌는데 상대를 잡아먹으려고 벼르는 눈빛이 진짜 ㅋㅋㅋ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피 나니까 아 X발 피? 이게 뒤지려고 진짜! 하는 그런 눈빛 ㄷㄷ

-얼마나 저렇게 터지는 게 익숙하면 오히려 호들갑보다 짜증을 먼저 내냐…….

-같은 여자가 봐도 진짜…… 와, 엄청 섹시하네요 와. 와아.

-눈매랑 눈빛이 진짜 미쳤음…….

-이런 분들이 경찰…….

-스탑. 그런 댓글은 딴 데 가서 쓰셈.

-야 말도 못 하냐?

-ㅇㅇ 분란 일어날 글 쓰지 마셈. 오늘은 그냥 미친 경기에만 집중 좀 하자.

-……X벌.

분란은 알아서 막는 자정 능력을 오랜만에 보여주는 중계채널.

중계는 성공이었다. 아니, 대성공이었다.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무려 생방송이다. MBS가 황금세대와 지영의 힘을 믿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10% 정도 나오면 잘 나온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오프닝 스코어는 무려 17%였다.

이는, 웬만큼 성공한 드라마보다도 높은 시청률이었다. 특히 지금, 청도복을 입은 이연두가 입술이 터져 잠시 브레이크가 걸린 지금! 시청률이 미친 듯이 솟구치고 있었다. 경기를 시청 중인 사람들이 주변 지인이나 가족을 마구 TV 앞으로 불러들이고 있어서였다.

은퇴한 선수.

등장할 때 뜬 선수 프로필엔 현직 바텐더라 적혀 있었고, 나이는 27세다. 바텐더로 일할 만큼 훤칠한 외모도 외모인데, 분위기가 진짜 죽여줬다. 바텐더하면 생각나는 특유의 시크함, 서늘함 등을 돋보이게 갖춘 헤어 스타일과 메이크업에, 피까지 나는데 아파서 울상을 짓기보단 짜증이 나서 인상을 팍 찡그리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심장을 제대로 저격했다.

일반인이지만, 이제 이걸로 이연두는 일반인에서 벗어난 삶을 살 것 같단 느낌을 경기장을 찾은 아주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직감했다. 그리고 즉시, 바로 이연두의 프로필을 본인의 회사에 전송했다.

현재 다시 솟구쳐서 오른 시청률 20%. 이 20%의 시청률을 견인 중인 게 바로 저 이연두였다. 실제로 유도 실력도 상당했다. 16강 본선까지 올라온 것만 봐도 실력은 이미 갖췄다는 게 증명된 거지만, 이연두는 전형적인 큰 무대에 강한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선수들은 스타성이 있다고들 했다.

출혈이 잘 멎지 않나?

브레이크타임이 상당히 오래 갔다. 그래서 이대로 기권패로 끝나는 건 아닐까 다들 걱정할 때, 의료진이 이연두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한숨과 함께 의료용 스테이플러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카메라가 줌을 바짝 당기고 있었기 때문에 다들 헉! 하고 놀랐다.

[아! 결국 스테이플러를 쓰는군요! 그래도 다행입니다! 출혈이 심하진 않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스테이플러를 쓰는 건 추가 출혈을 막기 위해서랍니다! 이연두 선수! 이야, 그런데 눈빛 보세요. 스테이플러를 쓰는 건데, 저게, 그래도 진짜 아플 건데, 겁먹은 기색이 하나도 없습니다.]

장내에 배영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것처럼 이연두는 진짜…… 스테이플러를 입술에 가져다 댔는데, 그냥 착 눈을 감고는 기다렸다. 보통 저런 걸 가져다 대면 흠칫흠칫 놀랄 법도 한데, 이연두는 그런 모습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눈을 감고 기다렸다.

그런 담대한 모습.

딸각.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의료진이 손이 꾹 눌리는 순간 이연두를 제외하고 다들 흠칫 놀라서 어깨를 떨었다. 그리고 이번엔 이연두도 좀 아팠는지 한쪽 눈매를 반사적으로 일그러뜨렸다가, 다시 폈다.

몇 번에 걸쳐 스테이플러를 쓴 뒤, 약을 발랐다.

아마 지혈제일 거다.

그렇게 응급처치가 끝내고 의료진이 나가자, 이연두는 스포츠 브래지어 사이로 흐른 피를 손으로 드륵! 닦고는 도복을 여몄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섹시한 모습에 장내에 다시 소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누가 먼저 외쳤는지 모르겠는데, 자연스럽게 이연두! 이연두! 하고 연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메!

마이크를 찬 심판의 하지메 사인에 두 선수가 다시 맞붙었다. 우와와! 시합이 시작됨과 동시에 마치 범처럼 달려드는 이연두. 유도는 저렇게 조급해서는 안 되는 스포츠였다.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상위에 있는 종목이었다.

그렇기에 강지영이란 선수가 카운터란 혼자만의 스타일을 장착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 저렇게 달려드는 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전술은 나쁘지 않았다. 왜냐고? 그녀의 기세에 상대가 이미 짓눌렸기 때문이었다.

유도에서 기세가 가지는 중요성을 생각하면, 이미 이연두가 승기를 거의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연두는 그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주면 상대가 정신을 차릴 수 있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거기에 이연두는 눈치만 빠른 게 아니라, 영악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카운터, 즉. 되치기도 경계했다. 그래서 잡기로 상대방을 몰아갔다. 저건 정말이지…… 완벽한 정답이었다.

유도는 반드시 넘겨야만 이기는 경기는 아니었다.

넘기는 게 빠르게 이기는 경기이긴 하지만, 시간을 들여 상대를 착실히 몰아붙여도 반칙으로 이길 수 있었다.

이연두는 그걸 노렸다.

잡기로 치고 몰고, 도망가는 걸 쫓아가고 다시 몰고, 툭, 툭. 발기술을 가볍게 쳐서 중심을 무너뜨리고. 이 일련의 과정을 집중적으로 반복했다. 이연두의 사냥에 상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미 기세에서 밀렸다.

파랗게 빛나는 이연두의 눈빛에 제대로 겁을 잔뜩 먹었기 때문에, 심판은 당연히 그쳐를 선언한 뒤 지도를 줬다.

이걸로 상대는 지도가 두 개다.

반대로 이연두는 하나.

거기에 서로 절반이 하나씩.

그래도 엄청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올라온 선수답게 이연두의 상대 임진아는 반칙을 받는 순간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것 같았다.

이후 다시 시작된 난타전.

경량급이다 보니 기술이 진짜 재빨랐다. 어? 하는 순간 눈앞에서 사라져 업어치기를 파고 있는 게 경량급이었다. 이런 재빠름 속에서도 고수와 하수는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진짜 고수들은 기술 한 번을 걸더라도, 제대로 건다.

무의미하게 주저앉으며 거는 기술?

그냥 반칙을 피하려고 내던지는 기술? 그것도 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거의 그러지 않는다. 제대로 때를 노려, 한 방에 확! 들어가는 기술은 무조건 유효한 공격이 나올 정도의 날카로움을 자랑한다. 그게 고수와 하수의 차이였다.

그런데 두 선수는 고수였다.

저 체급에 이백이 넘는 참가했다. 그중에서 본선인 16강까지 오르기 위해선 최소 다섯 판은 이겨야 하는데, 한두 판은 운이 따라서 이긴다고 쳐도 본선까지 오다 보면 무조건 고수들과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거기서 이겨야 하는 거고.

그렇게 본선 티켓을 거머쥔 둘이다. 둘은 기술에서는 확실히 완성형이었다. 그래서 업어치기를 팔 때마다 상대가 붕붕 날았다.

아아!

쿠웅!

관중의 탄식과 함께 ‘스타’가 된 이연두가 공중에 붕 떴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도 몸을 틀어서, 제대로 바닥에 처박히는 걸 피했다. 하지만 위태위태했다. 그래서 두 선수가 반사적으로 심판을 올려다봤다.

심판은 고심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고, 이후 아무런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기술은 크게 들어갔지만 넘어가진 않았다는 뜻이었다. 심판이 보여준 무언의 판정에 이연두는 급히 고개를 숙였고, 상대 임진아는 바로 굳히기를 잡아 돌렸다.

그러나 바짝 힘을 준 이연두는 요지부동, 돌부처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시 그쳐.

그리고 다시 하지메!

이어서 시작된 시합은 금방 삐이이익! 버저 소리와 함께 멈췄다.

[네! 이연두 선수와 임진아 선수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은 당연히 아니겠죠?]

[맞습니다! 유도는 반드시 승자가 나와야 하는 스포츠이므로 연장전에 돌입하게 됩니다!]

두 선수의 경기는 결국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16강.

치열했다.

열기는 한껏 올라왔고, 그 결과 경기장은 정말 후끈거렸다. 이 열기만으로도, 쇼는 제대로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도복을 정비하고, 피 섞인 땀을 진행요원이 들어와 급히 치우고 나자 곧장 경기가 재시작됐다. 고작 4분의 경기지만, 경량급 선수들의 체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 지칠 일은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아마 엔도르핀이 최대치로 폭발 중일 거라서, 힘든 걸 느끼지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두 선수가 다시 맞붙었다.

16강에 올라온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뭔, 외모로 뽑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들 아름다웠다. 남자부는 그냥 운동선수인데, 특이하게 여성부는 외모가 다들 특출났다. 여기에 메이크업의 힘이 들어갔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기본은 되는 선수들이었다.

그런 선수들이.

일반인들은 기가 질릴 정도의 투지를 내보였다.

정신을 차린 임진아는 이연두와는 또 다른 스타일이었다.

이연두는 차분한 스타일이었다. 마치 맹수가 먹이를 사냥할 때처럼, 차분하게 기다렸다가 목줄을 물어뜯는 유형이었다. 그런 이연두와는 별개로 임진아는 굉장히 공격적이었다. 스텝을 많이 밟고, 모션도 많이 넣었다.

지극히 활발한.

지극히 차분한.

이렇게 갈리는 극명한 스타일 때문에 경기는 더욱 재미있었다.

이연두는 영리한 만큼, 자신이 유리한 점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가 유리한 건 바로 지도 한 개다. 이 한 개가, 나중에 정말로 중요하게 쓰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하나 차이가 주는 차이점도 컸다.

이연두는 반칙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임진아는 반칙에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그래서 절대 수세에 몰리지 않게 계속 공격적으로 나서야만 했다. 그런데 그렇게 공격적이어도, 이연두는 정말 싸늘한 눈빛으로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기술을 받고, 되치기를 시도하고, 공세로 잠깐 나서기를 반복했다.

이런 두 선수의 승부가 갈린 건, 연장전 2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가만히 서로 잡고 있으면서 반칙을 유도하려는 이연두의 생각을 읽은 임진아가 무리하게 안다리를 걸어왔고, 이연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리를 뺀 다음 그대로 업어치기. 상대에게 안기듯이 깊숙하게 기술을 걸었던 임진아는 그대로 기술에 업혀 하늘을 날았다.

쿠웅!

우와아!

이연두의 한판에, 장내에 커다란 함성이 울렸다.

고작 16강인데, 이제 8강에 올라간 선수에게 축하와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더 멋있고, 재밌었던 건 그런 환호를 받고도 이연두는 천성이 그런지, 후! 짧게 숨을 내쉬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는 점이었다. 이어서 승자 판정을 받은 이연두가 퇴장하고, 경기장을 재정비했다.

하나밖에 없는 경기장이라 땀과 피를 닦아내고 나서, 다시 선수들이 입장했다.

이어진 여자부의 경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게임의 연속이었다. 진짜 거르고 거른 상태에서 올라온 실력자들이라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다. 물론 시원하게 한판승으로 끝나는 경기도 있었다.

그렇게 16강, 총 8경기가 끝나고 나자 시간은 점심 12시였다. 고작 여자부 16강전만 끝났는데 2시간이 지나버린 거다. 하지만 누구도 그 2시간이 지루하다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점심시간이 됐을 때는, 시청률도 25%로 껑충 뛰었다.

원래는 없던, 1시간의 짧은 휴식이 이어졌다.

이런 경기를 보는 건 시합을 하는 선수도 선수지만, 관중도 정말 힘들었다. 가슴을 졸이며 매 경기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사람을 응원하지 않아서 무관심하게 보면 괜찮지만, 경기에 집중해서 보면 집중한 만큼 힘들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예정에도 없던 1시간의 휴식 뒤에, 남자부 본선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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