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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48화 (248/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48화

248화. 방송(17)

프랑스 파리.

파리 샤를 공항에 내린 지영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곧바로 국내선 게이트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향할 곳은 안시였다.

프랑스 안시(Annecy).

스위스와 거의 맞붙어 있는 이 도시가 라피앙 파벨로의 고향이었고, 그의 장례식은 고향인 안시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평소 고인이 믿던 종교를 따라서 장례 절차가 진행되고, 장례식이 끝나면 사전에 정해놓은 묘지로 이동하는 방식이라고 들었다.

지영은 안시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완전히 뒤집힌 여론을 확인하고 있었다.

-도착했어?

귀신같이 들어온 메시지에 지영은 임은진에게 눈으로 전화하고 오겠다고 하곤 의자에서 일어나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전화를 걸기 무섭게 받는 친구.

-도착했어?

“응, 지금. 막. 이제 여기서 안시로 가려고.”

-안시?

“라피앙 파벨로 그 사람 고향이래.”

-아. 그래. 지영아. 여기 반응은 어떻게 됐는지 확인했지?

“응. 비행기에서 확인했고, 대표님이랑도 비행기 안에서 연락했어.”

-당연히 선처 없음?

강한결의 물음에 지영은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자기가 한 일에 관한 책임은 져야지.”

지영의 조용한 말에 깃든 의지는 아주 강력했다.

지영은 실제로 그 어떤 경우도 봐줄 생각이 없었다. 고작 열 살 먹은 애도 마찬가지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였어도 마찬가지였다. 법에 저촉될 정도의 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준하는 벌을 받게 할 생각이었다.

그게 실형이든, 아니면 벌금이든 전문가에게 맡겨 조금의 선처도 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긋지긋했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아 몰랐습니다. 그냥 갑자기 저도 모르게 그만. 잘 몰랐습니다. 이런 헛소리들은 들어줄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거 말고 다른 문제는 없지?”

-없지. 오히려 지금은 네가 너무 대단하다고. 멋있다고 난리들이다. 특히 기자들이.

피식.

하여간 간사함이, 하늘을 찌른다.

이때다 싶어 지영을 물어뜯던 언론은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얼굴을 싹 바꾸고는 그럴 줄 알았다면서 급히 지영에 관한 찬양 기사를 내놓았다. 진짜 말 그대로 찬양이었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이건 뭐, 지영이 홍해라도 가른 줄 알 정도로 칭찬 이상의 찬양이 담겨 있었다.

그러는 이유는 당연히 역풍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경찰에 신고는 접수됐고, 국내에서 이런 사건을 가장 잘 맡아서 해결해주는 변호사 팀이 움직이고 있었다. 뒤늦게도 아니었다. 지영이 쓰러진 순간부터, 인터넷이 밀쳐 날뛰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거의 모든 커뮤니티, 기사를 전문가들이 훑으면서 총알을 수집하고 있었고, 간밤 동안 모집된 총알은 수백 개에 이르렀다.

지영이 깨어나고, 영상으로 인해 여론이 뒤집힌 그 순간 이미 변호사 팀은 경찰서에 방문해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즉시 사이버수사대가 탈탈 털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생각 없이, 혹은 의도적으로 흐름을 주도했던 대다수의 IP가 털렸고, 실 주소지와 악플을 단 인간이 누구인지까지 특정되고 있었다.

고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워낙에 뜨거워진 사건이라 수사팀은 고속으로 일 처리하고 있었다. 각 커뮤니티도 가만히 있다간 불똥이 튀어도 제대로 튈 거라고 예상했는지, 경찰 측에서 협조 요청이 오는 순간 바로 고개를 초속으로 끄덕인 뒤 필요한 자료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양손으로 공손하게 건넸다.

그렇게 벌써, 총알은 이미 경로를 틀어 날아왔던 곳으로 되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게 격발되는 순간, 아마 여러 곳에서 곡소리가 나게 될 것이다.

‘순간의 유흥을 잘못된 방식으로 즐겼다면, 그에 관한 책임도 져야지.’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대마초를 태웠다면, 그건 죄일까 아닐까? 지영은 개인적으로 죄는 아닐 거로 생각했다. 문자 그대로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면. 하지만 만약 이상한 걸 깨달았고, 혹시? 하는 생각은 했지만 에이 설마, 하고 태웠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미 이상함을 감지했으니 멈출 수 있는 선택의 순간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들은 잘못됐다는 걸 자각했다.

입에 물었던 게. 뭔가 이상하다. 몽롱하고, 뭔가 심신을 나른하게 만들어주는 게 이건 그냥 담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그냥 태웠다. 왜. 좋으니까.

그런데 나중에 이게 문제가 되자, 담배를 준 애만 천하의 개 쓰레기 취급하면서 매도한 것과 같았다.

‘자기도 알았으면서…….’

그런데도 즐겁고 좋으니까 그냥 태워놓고.

완전히 대입시킬 수는 없지만 그런 뻔뻔한 이중성으로 인해 벌어진 사고로, 수백이 걸렸다. 단순히 한국에서만 걸린 게 그 정도였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아무리 최소로 잡아도 만 단위는 넘어갈 것이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뒤집어씌우는 파렴치한들.

한국인 아니면 처벌은 힘들겠지만, 지영은 한국인만이라도 처벌은 강하게 할 생각이었다. 이런 지긋지긋한 일에 보여줄 선처 따위는, 지영에게는 이젠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쪽은 부탁할게.”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아?

“응. 좀 걸릴 것 같은데? 장례식이 일단 바로 열리는 건 아니니까. 일단 그거 기다렸다가 보고, 가족 보고 바로 내려갈 거야.”

-……그래. 근데 지영아. 그게 너한테 의미가 있어?

“응. 있을 것 같아. 아직 만나기 전이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잘 마무리하고 와.

“응.”

전화를 끊은 지영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한결이?”

“네. 한국은 잘 해결되고 있나 봐요.”

“대표님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계시잖아. 이번엔 절대 선처 없이 죗값 치르게 하신다고 단단히 벼르셨어.”

오죽하면 밤을 새워 인터넷 반응을 살펴보며 분노를 키웠겠나.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정말 감사하고, 미안했던 지영이었다. 댓글은 지영도 좀 보긴 했는데, 진짜 맨정신으로 보고 있자면 혼이 빠져나갈 것 같을 정도로 추악하고, 더러웠다. 그런데 그걸 분노를 키우기 위해 밤새 봤다니, 얼마나 이번에 이를 갈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지영은 장세리 대표가 지금처럼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게, 눈앞에 임은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대단하고,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야겠네요.”

“CF도 안 찍으면서?”

“작품으로 하면 되잖아요.”

지영의 말에 임은진은 피식 웃었다. 받은 게 있으니 갚겠다는, 아직은 어린 친구의 말이 기꺼워서였다. 그녀는 시간을 확인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일어난 임은진을 따라 지영도 일어났다.

안시로 향할 비행기에 슬슬 오를 시간이었다.

* * *

라피앙 파벨로의 노림수가 만약, 화제성이었다면 그는 성공했다.

그것도 진짜 대성공이었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로 대서특필 되었고, 그의 장례식 또한 중계되었다. 광기에 찬 예술가의 죽음은 아직 자세히 풀리지 않았다. 마치 엠바고라도 걸린 것처럼 그가 죽었다는 것만 언론을 통해 밝혀졌지, 사인을 비롯한 자살, 타살인지 또한 하나도 밝혀진 게 없었다.

그저 절차에 따라 장례식이 치러질 뿐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이 장례식을 조명한 이유는, 하나 때문이었다.

과연 그의 죽음에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 아니면 피해자일지 아직은 불분명한 강지영이 장례식장에 오는가, 오지 않는가였다. 이 부분은 파리앙 파벨로의 죽음 뒤, 장례식 날짜가 결정되자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런 관심 속에서 그의 사후 4일 뒤, 장례식이 시작됐다.

미국부터 시작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등의 언론사는 당연히 왔고, 아시아의 한국, 그리고 일본의 언론사도 인력을 보냈다.

하지만 장례식장에 강지영은 등장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걸 생중계로 본 이들은,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은 것 같았지만 다들 그 말을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그 이유는 하나. 이미 경찰서에서 출석 통지서를 받은 이들이 실제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고작 3일 만에 커뮤니티를 돌며 여론몰이를 주도했던 10인에게 가장 먼저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그가 했던 말과 행동은, 가상 세계였다고 해서 그, 혹은 그녀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았다.

아주 공정하고, 공평하게 날아든 출석 통지서에 처음엔 멘붕에 빠졌다가, 이내 발광했다. 인터넷에서 그런 건데 고작 그걸로 지랄한다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가서 악을 썼지만 돌아오는 건 싸늘한 외면이었다.

죄인을 쳐다보는 것처럼 날카롭다 못해, 차가운 시선들. 아니, 그 정도면 오히려 낫다. 외면 속에는, 혐오감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더러운 벌레를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외면했다. 그런 외면과 시선에 현실이 확, 마치 찬물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깨우쳐졌다.

자신이 그간 해왔던 게, 어떤 일인지 깨달아진 거다.

그래서 부랴부랴 비즈를 찾아갔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인터넷을 비롯한 연락은 아예 받지 않았고, 비즈 엔터를 찾아가도 앞에 경호원들을 뚫을 수 없었다.

단호한 입장문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구구절절도 아닌, 법대로 가잔 말만 딱 들어간 입장문이 자신의 목줄을 죄고 있단 현실에, 앞이 깜깜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변하는 가해자들을 이들은 충분히 지켜봤기에 할 말이 많지만 참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참아졌다.

하룻밤 사이 대한민국 안에 존재하는 모든 커뮤니티를 철저히 조사했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공개적인 중계 창도 당연히 모니터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알아서 숨을 죽이게 됐다.

-결국 강지영은 안 올 건가 보네.

-너 같으면 가겠냐?

-공항서 본 것 같단 썰이 있어서, 프랑스 갔나 했지.

-그냥 지켜봐. 여기 비즈 엔터 변호팀 있을 건데 괜히 책잡혀서 금융치료 당할 애들이랑 세세세 현실 조인하지 말고.

-ㅇㅇ 그냥 닥치고들 봐라. 지금 아가리 잘못 털면 진짜 피 본다.

할말하않 상태의 중계 채팅창.

끝끝내 강지영은 라피앙 파벨로의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장례식이 끝나고, 화면이 어수선해졌다. 정식적으로 중계되는 방송이 아니다 보니 카메라 워크는 매우 조잡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한국으로 따지면 장지로 이동할 시간이 됐다.

한국도 그렇지만 프랑스도 여기서 갈렸다.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은 이어 묘지까지 따라가거나, 아니면 여기서 고인과 작별한다. 친가족을 비롯한 가까웠던 이들만 결국 묘지로 함께 했고, 방송국은 그래도 끝까지 쫓아왔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추적추적.

어두웠던 하늘이 결국 고인의 가는 길을 더욱 슬프게 만들기 위해, 물방울을 하나둘씩 떨어트렸다.

라피앙 파벨로가 안치될 묘지는, 그가 어린 시절 뛰어놀았다는 동네에 있었다.

시신이 운구되고, 매장되기 전에 꽃을 올려놓을 때, 그 앞으로 차량이 한 대 와서 섰다. 그리고 거기서…… 지영이 내렸다.

그런 지영을 언론사들은 귀신같이 발견했다.

하지만 그래도 장례식이라는 걸 자각은 했는지 지영을 발견한 카메라들이 다급하게 돌았다. 지영은 그걸 지켜보며, 천천히 그쪽을 향해 걸었다.

아무도 없었다.

함께 온 임은진은 차에서 내려 문 앞에 대기할 뿐, 움직이는 건 지영이었다. 엄숙한 공간이다.

제정신이 박혀 있다면 지영에게 마이크를 가져다 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영은 이 시간에 왔다.

언론이 있어도, 언론이 달려들지 못할 테니까.

라피앙 파벨로.

솔직히 말하면 이번 사건의…… 1차 가해자다.

지영을 가장 곤란하게 했고, 어떤 식으로든 지영이 용서하기는 힘든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이 사람을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꼴도 보기 싫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왜’에 대한 것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려봐야 라피앙 파벨로의 ‘진위’를 알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이는 일종의 직감이었고, 지영은 자신의 직감을 맹신하진 않아도 제법 많이 믿었다.

웅성웅성.

지영의 등장을 알아차린 라피앙 파벨로의 가족과 지인들이 뒤를 돌아봤고,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지영은 그런 그들에게 천천히 걸었다. 그러자 인파가 갈라지고, 30대로 보이는 여성이 천천히 지영을 향해 걸어왔다.

슬픔이 가득한 얼굴에서, 지영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슬픔은 뒤로 물러나고, 그 앞으로 미안함, 죄송스러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변하는 여인의 기색이 지영은 너무 잘 느껴졌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여인이 반사적으로 멈추어 섰을 때, 지영도 걸음을 멈췄다.

지영이 멈춰 서자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여인.

정중함, 죄송함이 가득한 사과.

그 장면이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송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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