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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202화 (202/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202화

202화. 나의 무사님(16)

지영은 현장에서 사랑받는 배우였다.

특히 액션 배우를 챙기던 모습을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지켜봤고, 그게 강지영이란 배우의 인성이 어떠한가를 아주 잘 보여줬다. 인사성도 깍듯하다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밝지는 않지만, 현장에 도착하고도, 끝나고 나서도 고개 숙이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자기 신이 끝나면 슝, 가버리는 몇몇 주연들과는 정말 다른 태도를 아주 당연하고 익숙하게 보였다.

그런 이유가 지영이 현장에서 사랑받는 이유였다.

하지만 모두가 지영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아니었다. 불만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나 있었다.

함종석이 그랬다.

유도 선출인 그는, 이쪽 스쿨로 옮긴 지 얼마 안 된 액션 배우였다.

강지영.

그에 관한 얘기는 아직 현역에 있는 동기들에게 많이 들었다. 좋은 얘기도 있었지만, 나쁜 얘기가 당연히 더 많았다. 특히 선배 알기를 개‘삐!’로 본다는 얘기들이 주를 이뤘다.

“하, 건방진 새끼.”

드라마 촬영 중 옮겨서, 현장에 나온 그는 강지영을 향해 반갑게 먼저 아는 척을 했다.

‘야, 반갑다. 나 함종석이다. 용인대 나왔고. 너보다 한 10년 선배쯤 돼.’

그렇게 먼저 아는 체를 해줬는데.

‘네, 안녕하세요.’

하고 고개만 살짝 까닥이더니, 그냥 가버렸다.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세월이 좋아졌다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단숨에 들었다. 왜 동기들이, 같이 운동했던 친구들이 강지영의 건방은 하늘을 푹푹 찌른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단숨에 알 것 같았다. 이건 뭐 그냥, 운동 좀 하고 배우질 한다고 건방이 진짜 하늘을 찔렀다.

그런데 그런 강지영을 현장에서는 내 새끼처럼 예뻐하고 있었다.

“어처구니가 없네, 진짜. 선배 알기를 개똥으로 아는 새끼가, 하!”

그게 다, 가증스러운 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촬영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자기가 모르고 강하게 쳤던 선배에게 했던 얘기도 들었지만 함종석은 그것도 전부 연기라고 생각했다.

“어디 누가 더 잘하나, 한번 보자.”

주연배우니 대놓고 불러다 꼽을 주거나 얼차려를 줄 수도 없다. 그런 시대도 이미 지나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기도 했고. 하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었다.

‘어디 선배를, 쌍놈의 쌰발라가…….’

그러니 교육을 해줄 생각이었다

마침 오늘, 가벼운 액션 신이 있었다. 말 그대로 가볍게, 제국 남부의 주도로 들어선 주인공 일행에게 시비를 거는 파락호가 있는데, 함종석은 그중 파락호2였다. 정말 가벼운 신이었다.

그냥 퍽퍽퍽! 하면 끝나는.

파락호도 손발을 좀 날리기는 하지만, 그걸 피한 주인공이 딱 세 방에 파락호 셋을 정리하는, 일종의 쉬어가는 액션 신이었다.

함종석은, 연기자였다.

선수 시절에도 재능이 있었는지, 연기로 재미를 많이 봤었다. 그래서 그때 별명이 ‘더티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별명을 그는 좋아했다. 왜? 그 별명이 없었으면 용대는 꿈도 못 꿨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연기자잖아? 배우잖아? 어디, 연기로 승부 보자고. 어차피 도복을 입은 것도 아니니까!’

흐흐흐.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웃는 함종석을, 한 사람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 *

짜악!

지영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분명 합을 맞췄을 때보다 더 깊게 들어왔고, 팔도 더 펴서 돌려쳤다. 그래서 원래는 목만 뒤로 쭉 빼면 피해질 거리였는데, 그대로 들어와서 손바닥을 뺨을 쳤다. 하지만 맞는 그 순간에도 지영은 고개를 좀 더 빼서 먼저 비틀었다.

그래서 소리는 좀 컸어도 뺨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별로 크지도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아팠다.

지영은, 이런 일을 매우 많이 당해본 선수였다. 시기와 질투로 인해 지영을 만나면 더럽게 시합했던 선수가 어디 한둘이었을까? 한 손에 다 꼽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다. 국내대회부터, 세계대회까지 아주 골고루 있었다. 그래서 지영은 솔직히, 보면 안다. 순간의 눈빛, 분위기를 통해 이놈이 지금 의도적으로 한 건지, 아니면 정말 실수로 그런 건지, 그건 진짜 그 순간에 딱 느껴졌다.

지금은?

고의였다.

이건 무조건 고의였다.

팔을 휘두르는 순간, 카메라를 등졌기 때문에 절대 담기지 않을 각도에서 아주 찰나간 함종석은 웃었다. 그 웃음은 거의 1초도 되지 않아 사라졌지만, 지영은 분명히 보았다.

폭력의 희열.

누군가를 때릴 때 느끼는, 그 폭력의 희열을 느끼는 자가 내는 미소였다. 지영은 그걸 분명히 보았다. 그리고 보는 순간 상체를 빼고 고개를 같은 방향으로 틀기도 했다. 만약 그걸 못 봤으면 확신할 수도 없었고, 뺨도 더 제대로 맞았을 거다.

“어! 괜찮아요?”

지영은 상대의 눈빛과 말투에 분명 걱정 가득했지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난감해졌다.

의도적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걸 입증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행히, 지영은 주연배우이고, 그래서 지켜보는 눈이 매우 많았다. 은밀하게, 교묘하게 수작을 부리긴 했지만, 그걸 제대로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김진우였다.

“함종석 씨?”

“네? 네, 선배님.”

“선배는 무슨. 함종석 씨.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네!”

왜 그러지? 하는 표정으로 힐끔 지영을 보곤 그를 따라갔다.

배우가 맞는 NG가 났기 때문에 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잠시 뒤, 김진우가 돌아왔는데 함종석은 없었다.

“미안하다, 지영아.”

“어, 아셨어요?”

“그럼, 알고 있었지. 온 날부터 너 씹고 다녀서, 안 그래도 유심히 보고 있었거든. 아까도 보니까 딱 노리고 치더라고. 알아서 내가 찍어놨고, 그거 들이대고 나가라고 하니까 X발, 하더니 가더라. 우리끼리는 보면 알잖아? 실수인지 아닌지.”

“하하, 인성 드러났네요.”

“그러니까, 얼굴은? 보니까 피하는 거 같긴 했는데, 괜찮아?”

“네, 그럼요.”

괜찮고말고.

그 짧은 틈에 지영은 몸을 비틀어 제대로 피했다. 소리가 좀 요란하게 났지만 그래도 아파서 울상 지을 정도는 아니었다. 어수선한 정비를 끝내고, 다시금 시작된 신. 새로운 배우가 투입되어서 합을 20분 정도 맞추고, 지영은 그 신을 끝냈다.

이런 사소한 해프닝을 빼면 현장의 분위기는 정말 너무나 좋았다.

너무 좋아서, 이상하게 불안할 정도로 말이다.

5, 6화가 방영됐다.

“어흑…….”

인터넷에서 반응을 확인했는지, 현장에 도착한 이연이 지영을 보자마자 가슴을 부여잡고 아픈 척을 했다. 지영은 그런 이연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저렇게 우스꽝스럽게 표현해도, 실제로는 속이 쓰릴 터였다.

나의 무사님은 완벽하게, 독주 체제를 완성했다.

1화를 10%로 시작했고, 2화는 12%였다. 케이블 방송사에서 2화 만에 12%는, 초대박을 의미했다. 그럼 6화 시청률은? 화마다 2%씩 오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벌써 15%였다. 꾸준히 1%씩은 올랐다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장안의 화제 자리를 차지한 나의 무사님이었다.

그렇기에, 욕을 많이 먹었다.

배우의, 아니, 배역이 가진 힘이 제대로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연. 강하지만 어리석은 면모를 보이는 캐릭터 연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분노가 쏟아졌고, 그 결과가 아직도 새로고침 할 때마다 늘어나고 있는 게시판 테러였다.

게시판만 그런 게 아니라,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완벽한 드라마에 유일한 옥에 티라며, ‘연’을 까고 있었다. 월요일인 오늘까지 그런 문제는 이어지고 있었고, 이연의 성격상 도망치는 편이 아니라 그 모든 걸 확인했을 거다.

무플보단 악플이란 말이 있는데, 이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무플은 차라리 실망스럽고, 허망하긴 해도 아프진 않지만, 악플은 그냥 가슴이 찢겨나가는 것 같아서 자긴 무플보다 악플이 더 싫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걸 일일이 확인했다. 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가 그런 댓글에서 눈을 돌리는 게 아니라는 말도 해줬다.

물론 지영은 100%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괜찮아요?”

“안 괜찮아. 윽……. 우리 완벽한 무사님 보니까, 소녀가 너무 큰 잘못을 한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사와요.”

“괜찮네요.”

이런 장난은 받아주면 한도 끝도 없이 치는 성격이다.

풀이 죽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이연은 이 정도로 멘탈이 나가진 않았다. 야! 같이 가! 하고 소리치곤 쫄래쫄래 달려 옆에 서는 이연.

“참, 너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요?”

“우리 드라마, 시즌제로 바뀔 수도 있다는 말.”

“아, 그거요? 그거 진짜래요? 누난 은정 작가님이랑 친하잖아요.”

“고민 중인가 봐.”

“헐.”

그럼 진짜 말이 나오긴 했다는 건데?

“스토리가 된대요? 이미 작가님 머릿속에는 완결까지 난 얘기잖아요.”

“그렇지. 그렇긴 한데…….”

정은정은 다른 작가와는 또 결이 다른 글을 썼다.

그녀의 이야기는 시작되면, 엔딩까지 달려간다. 쓰면서 엔딩을 고민하고 그러는 게 아닌, 아예 끝난 얘기를 대본으로 옮겨 담는 거다. 보다 자세하고 세심하게. 그렇게 끝난 이야기일 건데, 시즌제?

이건 정은정 작가에게 이미 끝난 이야기를 강제로 늘리라는 얘기였다.

정은정 작가가 그게 불가능했으면 거절했어야 하는 게 맞는데, 그녀는 고민 중이란 말을 했다. 그렇다면 얘기가 더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당황스럽긴 했다. 지영의 스케줄이, 시즌제를 따라갈 수 있을지 없을지, 아직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영은 당장은 이 문제로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소문이 돌았는지, 현장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왜 그러지? 하는 생각도 불쑥 들었는데 그건 임은진이 해결해 줬다.

“시즌제가 되면 배우들 커리어가 더 쌓이잖아. 적어도 죽는 걸로 하차한 배우들이 아니면 내년에도 일거리 하나는 확실하게 잡혀 있는 셈이고. 그리고 그게 가장 큰 이유지, 아마? 지영이 넌 또 다른 직업이 있지만 여기 다른 분들은 다 배우만 하거든. 근데 알지? 배우는 프리랜서인 거. 일 없으면 굶어 죽는 직업이야.”

“……이해했어요.”

한 장면이라도 길게 나와서, 한 신이라도 더 받고 그렇게 크다 보면 단역에서 조연, 주조연, 주연으로 순차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세계가 있고, 지영처럼 낙하산을 타고 뚝 떨어져 주조연, 주연을 맡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은 조금 다르지만, 확실히 같은 부분이 있다면 둘 다 일이 없으면 굶어 죽는다는 점이었다.

주연이나 조연이나, 불러주지 않거나 써주지 않으면 그렇게 잊혀간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연기해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그래야 다음에 또 불러주는 일이 생긴다.

그런데 시즌제로 가면?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출연 중인 배우들은 일거리 하나는 킵이다. 적어도 내년이나, 내후년까진 굶어 죽진 않는다는 게 확정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그런 문제보다는, 시즌제가 가지는 힘이야.”

“시즌제가 가지는 힘이요?”

“우리나라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되려면, 뭐가 가장 필요할까?”

갑작스러운 수업이지만 이런 건 알아둬서 결코 나쁠 게 없었다.

아무리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게 1원칙이고, 1번째 능력이라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판 정도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이쪽 일을 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아, 알겠어요. 인기.”

“빙고. 인기 없는 드라마는 시즌제에 들어가지도 못해. 왜? 돈이 안 되잖아?”

아주 간단명료한 결과다.

“그러니 시즌제는 인기가 있는 작품의 한에서 결정할 수 있어. 의사 생활이나 펜트하우스 정도는 되어야 하는. 그러니 커리어에 큰 자산이 추가되는 거야. 이제 앞으로 나의 무사님 드라마와 비슷한 작품을 기획하는 작가나 감독의 머리에, 여기 출연한 면면들이 가장 먼저 떠오를걸?”

그럼 그게 캐스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연기에 대한 열망이 있으니, 시즌제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무럭무럭 현장을 감싸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저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지영이 넌 힘들잖아?”

“…….”

지영은 임은진의 말에 그냥 말없이 웃었다. 그 웃음엔 미안함이 가득했다. 지영의 내년 스케줄은…… 더럽게 빡빡하다.

왜냐고?

내년은 2024년이다.

그리고 2024년엔, 파리 올림픽이 열린다.

이걸로 모든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올림픽이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의외의 위기를 몰아서 지영의 앞에 턱, 던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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