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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33화 (13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33화

133화. 결실의 계절(2)

9월이 됐다.

여름의 햇볕이 좀 가시기 시작하는 9월의 시작, 지영은 선발전에 출전 중이었다.

쿠웅!

“한판!”

후우.

심판의 한판 선언에 지영은 숨을 다듬고 일어나 도복을 고쳤다.

전국체전 선발전.

보통은 6월, 늦어도 7월에는 결정하지만 지영의 연희고 황금세대의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때문에 밀리고 밀려 9월 초에야 열린 선발전에서, 지영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충북체고와 청석고 선수들을 던졌다.

그리고 결승까지 올라온 권지호도 던지고, 전국체전 선발을 결정지었다.

지영의 시합이 끝나고 차례대로 임효중과 강한결, 황석도 체전 선발을 결정지었다. -55는 청석고가, -60은 충북체고가 가져갔다. -66은 당연히 이성진이 차지했고.

그리고 +100은 체육관에서 나온 선수가 가져갔다.

전문 선수도 아닌데, 엄청난 피지컬로 충북체고와 청석고의 선수를 압살해 버리고는 체전 대표선수가 됐다.

시합을 끝내고 나오자, 기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는 기자였다.

“강지영 선수. 잠깐 인터뷰 가능할까요!”

“……누나. 뭔 체전 선발전인데 인터뷰를 해요?”

“응, 가서 따 오래. 그리고 요즘 너네 기사가 얼마나 잘 먹히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특히 성진이랑 너, 서건!”

“…….”

금, 토에 방영하는 예인은 어제부로 시청률 15% 돌파했다.

아주 조금씩 올라가는 시청률. 이대로 가면 22화 완결 때는 20%도 넘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었다. 지금은 절반쯤 왔고, 지영은 벌써 주목받는 차세대 연기파 배우! 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나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되면서, 요즘 지영에게는 하루건너 한 번씩 CF 제의가 들어오고 있었다.

말 그대로 라이징 스타.

그게 요즘 지영에게 붙은 꼬리표였다.

물론 지영은 그 꼬리표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아직 다른 작품을 고르지도 않았고, 당분간은 전국체전에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알겠어요.”

지영은 친구들에게 잠깐 인터뷰를 하고 오겠다고 말한 뒤 주차장 한편에 있는 정자로 향했다. 인터뷰라고 해봐야 솔직히 뭐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드라마가 성공적인 작품으로 인정받은 4화쯤 이미 이선영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때와 지금은 크게 변한 것도 없으니 할 말도 없었다.

그래서 형식적인 인터뷰였다. 하지만 지영은 그래도 성실히 답변했다. 그러다 보니 10분 정도가 지나자 인터뷰는 끝났다. 사실 인터뷰라고 해봐야 워낙 서로 잘 아니, 새로 나올 게 없다는 것도 잘 아는 두 사람이었다.

“자, 끝! 고생했어.”

“누나도 고생하셨어요.”

“후후, 고생은 무슨. 이게 내 일인데. 참, 나 잘하면 다시 서울 올라갈 수도 있어.”

“어, 네?”

이건 또 무슨 소리?

“징계 풀리는 거지 뭐. 너 발굴해 내면서 본사가 나한테 꽤 도움받기도 했고.”

“아하. 네. 축하해요, 누나.”

“후후, 이것도 네 덕분이지. 참, 그런데 서울로 올라가면 아마 지금처럼 지영이 네 일 못 도울지도 몰라.”

“음…… 그건 아쉽지만 그래도 누나는 참 기자니까요. 누나 일하셔야죠.”

“그렇긴 한데, 그래도 힘에 부치기 전까지는 내가 최대한 맡아볼게. 그리고 혹여 그만두게 되더라도 후임자 찾아줄 테니까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

“네. 그런데 후임자분한테는 저나 한결이 정체는 얘기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하지. 그거 터지면, 진짜 난리 날걸?”

“그러니까요.”

지영이나 연희고 아이돌은 안 그래도 요즘 핫하다.

그런데 거기에 운동선수 후원까지 밝혀지면 활활 타는 장작에 기름을 그냥 단지째로 쏟아붓는 거나 마찬가지의 화력이 나올 게 분명했다. 지영이 후원을 다른 목적으로 시작한 거면 몰라도, 가정상황 때문에 기회를 잃기 직전의 선수들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시작한 거라서 그걸 이용해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밝혀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지영은 후원 사실은 죽을 때까지 숨길 생각이었다.

“걱정하지 마.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줄 테니까.”

“아니요. 그땐 그냥 순순히 실토하세요.”

“후후, 누나 걱정해 주는 거야?”

“당연하죠. 그리고 서울 가시면…… 이제 위험한 취재는 좀 자제하시고요.”

걱정이다.

충주라는 시골에 있으니까 안전한 취재만 한 거지, 다시 서울로 올라가면 분명 사명감 투철한 이선영은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닐 거다. 그리고 그러다가 진짜 잘못될까 봐, 정말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말해도 이선영은 어차피 마음 가는 대로 행할 사람이라서, 이 이상의 간섭은 무의미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영전 축하해요.”

“그래, 고마워.”

그 인사로 인터뷰는 끝.

친구들 틈으로 돌아온 지영은 바로 학교로 향했다. 학교로 돌아온 지영은 샤워를 하고, 거실로 나왔다. 다들 씻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9월의 첫째 주 토요일이다. 이제 시합이 끝났으니까, 오늘은 외박이기도 했다.

나갈 준비를 하고 모이자, 임대성 코치가 가볍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는 외박을 줬다.

후배들이 먼저 떠나고, 임효중과 이성진이 숙소를 나섰다. 그리고 황석도 한은정이 찾아와 둘이 함께 떠났다.

숙소에 남은 사람은 강한결과 지영 둘.

둘은 오늘 데이트가 있었다.

“이제 버스 탔다네.”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2시쯤.

주말이고 하니 네 시는 되어야 도착할 것 같았다.

“넌 어디로 갈 거야?”

시간을 확인한 지영이 묻자, 강한결은 고민하다가 시내로 나갈 거라는 답을 했다.

“너는?”

“청주에 나갈 곳이 시내밖에 더 있어?”

“하긴. 우리가 차가 있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청주가 제법 크긴 하지만 학생의 신분으로 놀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지영도 오늘 시내에서 영화나 보고, 저녁을 먹는 간단한 코스로 짰다. 원래는 서울로 가려고 했는데 항상 지영과 강한결만 올라가서, 그게 미안하다며 오늘은 자기들이 내려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청주에서 보기로 했다.

둘은 거실에 앉아 TV를 보며 시간을 때웠다.

“몇 번을 봐도 낯설어.”

TV에서는 예인의 재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강한결은 지영의 연기를 보다가 또 그렇게 놀리기 시작했다. 지영은 대꾸하지 않았다. 누가 자신의 연기를 보고 저렇게 놀릴 때면 지영은 언제나 이렇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임윤옥 선생님이 얘, 너 연기 잘한다! 해도 감사합니다. 꾸벅,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게 잠시 침묵으로 때운 다음, 화제를 돌리는 지영.

“넌 어때? 연습은 좀 하고 있어?”

“나? 하고 있지. 그런데 역시 어색하긴 하더라. 하하.”

“아마 카메라 돌면 더 할걸.”

“어이구 선배님, 그렇습니까?”

“응.”

진짜 그렇다.

카메라가 옆에서 바짝 붙기 시작하면 그 어색함은 상상 이상이다. 지영이야 그런 쪽으로 좀 무딘 편이라 첫 연기도 잘해냈지만 거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아마 꽤 고생 좀 해야 할 거다.

‘그런데 얘는 강한결이지.’

완전무결.

지영이 봤을 때, 약점이란 건 없는 인간.

그런 친구이니 아마 자신보다 잘하면 잘했지, 절대 못 하지는 않을 거다. 그게 강한결이라는 인간이니까.

“뭐야, 그 표정은?”

“아니, 아무것도. 난 좀 자다가 갈게.”

“싱겁기는.”

강한결의 대답을 뒤로하고 지영은 방으로 들어와서 누웠다.

그에게 했던 말처럼 지영은 정말 눈을 감고 잠시 눈을 붙였다. 30분쯤 자고 일어난 지영은 옷을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는 강한결과 함께 숙소를 나섰다. 터미널에 도착해 잠시 기다리자, 양유진과 양지원이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둘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똑단발에 가까운 양지원의 머리스타일과 돌돌 말아 올려 묶은 똥머리 스타일이라 알아보는 건 쉬웠다. 둘은 내리자마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한쪽에 서 있는 지영과 강한결을 역시나 한눈에 알아보고는 바로 다가왔다.

힐끔.

걸어오는 두 사람을 힐끔거리는 눈빛들.

양유진은 꽃무늬 원피스 차림이지만 양지원은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흰 블라우스 차림이라 눈이 안 갈 수가 없었다. 거기에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니,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

꾸벅.

강한결은 다가온 두 사람 중 양유진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반대로 지영은 양지원에게.

“오느라 힘들었죠?”

“아니요! 괜찮았어요!”

텐션 높은 양유진의 대답에 마스크 속 지영의 입꼬리가 자연히 올라갔다.

“고생했어요.”

“…….”

지영의 말에 양지원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대답했다.

일단 계속 서 있는 건 그러니, 일행은 근처 카페로 이동했다. 여기서 잠시 쉬고 따로 데이트했다가 다시 이곳에서 막차 시간에 만나면 된다.

카페에서 차를 시키고, 자리를 잡자 지영은 양지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국가대표 선발,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오빠들 덕분이에요.”

꾸벅.

양지원은 지영의 인사에 강한결과 지영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런 양지원의 모습에 지영은 마음이 뿌듯해졌다. 후원 전과는 다르게, 두 사람의 후원을 받은 양지원은 실력을 쭉쭉 끌어올렸고, 결국 이번에 선발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것도, 압도적이었다.

개인 최고 점수를 넘어, 선발전 선수 중에서도 1위였다.

말 그대로 압도적으로 대회를 씹어먹었다. 안무를 받고 준비를 한 시간이 몇 개월 안 된다는 걸 생각하면 역시…….

‘미친 재능을 가진 천재라는 거지.’

시작부터 쭉쭉 개화하다가, 재능만으로는 발전이 불가능 한 지점에 도착해서 잠시 멈춰 섰다. 남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니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시작해서야 이제야 두각을 나타내는데 양지원은 중학교 때 입문해, 벌써 모두를 뛰어넘었다.

이건 노력도 노력이지만, 재능의 영역이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이룩할 수 없는, 그런 거 말이다.

“지원 씨가 노력해서 가능했던 거죠.”

하지만 그렇다고, 재능만으로 가능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남들보다 뒤늦게 시작해 최고의 자리를 쟁취할 준비를 마친 건 순전히 양지원의 노력이었다. 지영이 그렇듯, 강한결이 그렇듯, 연희고 황금세대 전체가 그렇듯, 시합을 준비함에 있어 철저하게 노력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절대로 불가능했을 거다.

재능+노력.

이 두 가지를 해냈으니 양지원은 축하받아 마땅했다.

카페에서 짧게 시간을 보내고, 지영은 두 사람과 헤어져 양유진과 함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빤. 걸으면서 지영을 빤히 올려다보는 양유진. 지영은 그 시선에 고개를 돌렸더니 호선이 된 양유진의 눈이 보였다.

“왜요?”

“그냥, 좋아서요.”

“…….”

뭐지?

갑자기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오면 어쩌자는 거지?

생각지도 못한 말에 지영의 심장이 예열을 시작하려는지 박자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다. 지영은 그 말에 화답하듯, 양유진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움찔하는 양유진. 처음 잡았다. 여태껏 만나도 나란히 걸은 적은 있어도 이렇게 손을 잡고 걸은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게, 첫 스킨십이었다.

그래서 양유진은 움찔 놀랐다. 놀란 눈도 눈이지만, 귀가 빨갛게 익어가는 게 더 신기했다.

“누나. 귀 빨개졌어요.”

“앗, 아아!”

그 말에 허둥지둥하며 귀를 가리려고 하지만 어차피 한 손은 지영이 꼭 잡고 있어서 다 가릴 수는 없었다. 그러자 파닥이는 걸 멈추고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리는 양유진.

“이잉, 나쁘다…….”

“놀려서요?”

“네.”

귀여운 투정이다.

이런 모습이, 정말 해맑은 이 모습이 지영의 심장을 언제나 뛰게 했다.

순박한 시골 처녀.

세상 물정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소녀.

“배 안 고파요?”

“어, 고파요. 밥 먹으러 갈까요? 오늘은 제가 맛있는 거 살래요.”

이럴 땐 그냥 잘 먹을게요, 하는 게 최고다.

지영은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영화를 볼까 했는데 양유진은 영화보다는 그냥 걷고 싶어 했다.

그래서 지영은 청주대 쪽으로 가서, 삼일 공원부터 시작해 천천히 걸었다. 힘들면 근처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고, 괜찮아지면 또 걷고, 그렇게 그냥 걸으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 먹고, 연인들의 틈에 섞여 걷다가 지영은 그녀에게 준비한 선물을 꺼내 건네줬다. 비싸진 않은 반지와 목걸이. 그 반지와 목걸이에 와, 하며 놀란 눈을 하는 그녀에게 지영은 고백을 했다.

그리고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그녀.

오늘부터 두 사람은 1일이었다.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할 계절이지만, 두 사람에게 오늘은 꽃이 피어나는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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