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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23화 (123/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23화

123화. 예인(藝人)으로 살어리랏다(2)

이른 새벽, 지영은 새벽부터 임은진과 함께 움직였다.

임은진은 지영이 대본을 보는 동안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그리고 미리 말해둔 것처럼 새벽 네 시에 지영을 깨웠다.

그리고 바로 차를 타고, 한적한 새벽 도로를 달려 홀로 동떨어진 세계라 어필하고 있는 것 같은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연예인들이 다니는 샵이었다.

차에서 내린 지영은 임은진에게 물었다.

“메이크업? 그런 것도 받아요?”

지영이 묻자 임은진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지영아. 너 오늘은 연예인이야. 연예인도 아닌 사람이 드라마를 찍는 경우는 없어. 그것도 너처럼 비중 있는 역할을.”

“아.”

“폐 안 끼치고 싶다고 했지? 그럼 자각해야지.”

“네, 죄송합니다.”

지영은 바로 수긍했다.

예전에도 메이크업을 받아본 적은 있었다. 좀 노는 언니들을 촬영할 때도 제작진이 섭외해 준 분에게 메이크업을 분명 받았다. 하지만 샵까지 들르니, 여긴 뭔가 더 전문적인 느낌이 났다.

지영의 빠른 수긍에 씩 웃은 임은진이 보무도 당당하게 샵을 열고 들어갔다.

총 5층짜리 건물.

그 건물을 전부 쓰는 샵은 뭔가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안으로 들어가니 TV에서 보던 사람들이 이른 새벽인데도 나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아이돌도 있었고, 배우도 있었다.

지영이 들어오자 다들 고개를 돌려 들어온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키가 작은 임은진의 얼굴 위로, 훤칠한 지영이 서자 모두 눈빛이 묘해졌다.

“어머, 은진이 왔네?”

“언니!”

그런 묘한 시선을 헤집고 한 사람이 다가왔다.

나이는 30대? 그쯤으로 보이는데 실제 외모는 서른넷인가 다섯인 임은진보다도 어려 보였다. 그런데 임은진이 언니라고 부르는 거로 보아, 관리의 미학이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얘야?”

“네! 이번에 제가 맡은 연희고 아이돌들! 쟤는 그중에서…….”

“알아. 강지영. 그 애지?”

“네, 어? 언니 어떻게 알았어요?”

“나도 그 시합 봤어. 그리고 엊그제였나? 종일 검색어 차지하고 있던 앤데 이 바닥 종사하면서 그런 사람도 몰라보면 접을 때 된 거지. 이야, 반가워요. 음, 뭐라고 불러야 하지? 지영 배우? 학생? 선수?”

“오늘은 배우요. 예인 촬영 있거든요.”

“아! 예인! 맞다! 예인도 들어가지? 자, 일단…… 지영 배우님? 저는 은진이 친한 언니이자, 앞으로 지영 배우님 메이크업을 맡을 한찬미예요.”

꾸벅.

지영은 화사하게 웃으며 인사하는 한찬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세요. 강지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호호, 그래요. 자, 지영 배우님은 2층으로.”

“네.”

한찬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간 지영은 그녀가 이끄는 자리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지영이 앉자 바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기 전에 감아주는 보자기 같은 걸 목에 감아주고는, 지영의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메이크업 전에 머리부터 손볼 요량인 것 같았다.

“음, 머리가 기네. 은진아, 컨셉은 어떻게 돼?”

“머리는 손질하지 말라고 작가님이 당부하셔서, 만져주기만 해줘요.”

“그래? 음, 정리가 좀 필요할 것 같긴 한데…… 작가님이 그렇게 당부했다면 어쩔 수 없지. 알았어. 그럼 메이크업만 한다? 느낌은 어떻게 줄까?”

“집에서 소설만 쓰는 사람. 전형적인 집구석 폐인.”

“……무슨 컨셉이 그래?”

“앞으로 더 다양하게 찍어요. 종합예술 천재라서 그림, 드라마, 영화, 음악, 소설, 심지어 판소리에 서예까지, 다 해요.”

“복잡하겠네. 알았어, 그럼…… 이야, 시합하는 영상 보면서도 느꼈지만 정말 운동하긴 아까운 얼굴이다.”

한찬미의 말에 지영은 그저 덤덤하게 감사합니다, 하고 답했다.

“잘생긴 거 아나 보네요?”

곤란한 질문은 화제를 돌리면 된다.

“저보단 한결이가 잘생겼죠.”

“아, 그 친구도 잘생기긴 했죠. 그런데 지영 배우님 얼굴은 희소성이 있어요. 이렇게 중성적인 느낌이 아름답게 나긴 또 힘들거든요. 중성적인 외모라고 하면 다들 그냥 예쁘게 잘생긴 줄 아는데, 보통 그런 경우는 거부감이 생겨요. 남자가 봤는데 아름다우니 이상하고, 여자가 봤는데 잘생겼으니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확 생기거든요. 그런데 지영 배우님은 그런 게 없네요? 이건 정말 희소성이 있는 거예요. 그리고 목소리도 외모와 매칭이 잘 되고. 솔직히 운동선수 말고, TV에서 자주 보게 배우님만 계속해 줬으면 좋겠는데, 힘들겠죠?”

길다.

이렇게 긴말을 쉬지도 않고, 귀에 팍팍 꽂히게 또박또박.

지영은 속으로 성우 쪽으로 가도 이분은 정말 성공하셨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라서요.”

“이런, 아까워라. 호호. 자, 그럼 시작할게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편하면서도 불편한, 되게 독특한 화법이었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지영은 눈을 감으란 말에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바로 얼굴 위에 섬세한 터치가 가해지기 시작했다. 뭐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피부 위로 뭔가가 덮어지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들었다.

잠시 뒤, 눈을 뜨라고 해서 떴더니…… 확실히 좀 전과는 다른 자신이 거울 속에 있었다.

원래 지영은 잘 타는 편이 아니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본래 피부보다, 더 하얀 느낌이었다.

“피부가 워낙에 좋아서, 그냥 좀 보정만 했는데도 확 살아나네. 어때, 괜찮지?”

한찬미가 임은진에게 그렇게 묻자, 임은진은 지영의 얼굴 여기저기를 자세히 살폈다. 그러곤 곧 고개를 끄덕였다.

“딱 좋네요. 조명도 잘 받겠고.”

“에헴. 언니가 간만에 솜씨 좀 부려봤어.”

“히히, 고마워요, 언니! 이래서 내가 언니를 좋아한다니까?”

임은진의 애교를 한찬미는 그냥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받았다. 뭔가 콩트 같은 느낌이라 듣고 있어도 부담스럽진 않았다.

“메이크업은 끝났고, 머리는?”

“아! 머리는 가서 할게요. 그쪽에서 전체적인 이미지 잡아준다고 의상도 준비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헐, 그 정도로 대우받아? 이제 신인인데?”

“작가님이 우리 지영이한테 꽂혀서 그래요. 그리고 원래 장민주 작가님 스타일이 그렇잖아요.”

“하긴, 그분 그러시지. 자 그럼, 끝났네?”

“언니 고마워요! 제가 시간 나면 저녁 살게요!”

“비싼 거 먹는다! 고생했어요, 지영 배우님.”

지영은 그 말에 일어나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원래 이런가?

잘 모르니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내려오자 다시 시선이 와다다 달려들었다.

왜 쳐다볼까?

지영은 그 시선이 불편했다.

그런 시선을 받으며 나가려는 순간, 누가 앞을 막았다. 신장은 160 전후. 나이도 자신과 동갑이든가 위아래로 하나둘 정도로 보이니…… 딱 봐도 걸그룹이었다.

“저, 유도 선수 강지영 맞죠?”

“네.”

임은진은 이런 상황이 되자 또 슬그머니 물러났다.

연예인끼리의 문제는 아예 개입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그래도 이 걸그룹 멤버는 그런 임은진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자리를 비켜줘서 감사하다는 듯이. 지영에게 이 모습은 경우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진하게 설마 나를?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지영이 분별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 시합 봤어요. 금메달 축하드립니다!”

꾸벅.

음…… 대단한데?

1층은 동그란 원형의 형태로 거울과 의자의 연속이다. 그래서 공간 자체가 뻥 뚫려 있어서 이쪽의 모습을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거울로 전부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렇게 나온다? 심지어 매니저로 보이는 여자까지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지영은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뭐랄까…… 이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확 들어버렸다. 지영은 감이 좋았다. 이런 식의 헌팅 경험도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시선을 조심해야 하는 연예인이, 이렇게 대놓고 움직인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심지어 저 멀리, 매니저가 보고 있는 마당인데.

“감사합니다.”

그래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그 축하를 받았다.

솔직히 받기 싫은데 안 받기도 뭐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데, 안 받으면 그 자체로 드라마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신인 배우 강지영 샵에서 걸그룹 선배를 무시하다. 이렇게 나가면 곤란하니까.’

이런 소문은 드라마나, 지영에게나, 연희고 아이돌에게나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자고 생각하는 와중에 이름도 모르는 걸그룹 여인이 한 걸음 다가왔고, 지영은 반사적으로 반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눈빛에 당황이 머물렀다.

하지만 이내 금방 신색을 회복하고는 말문을 다시 열었다.

“그, 이번에 드라마 들어가신다고…….”

“네, 그런데 누구시죠?”

“아! 체리걸스 지은입니다!”

“아, 네.”

“그, 드라마 저도 도전하는데 연기 조언을…….”

농담이지?

지영은 실소가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이건 명백하게, 뭔가 의도가 있어서 접근했다고 봐야 했다. 그래서 지영은 그냥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러곤 임은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던 임은진이 바로 다가왔다.

“늦었다. 얼른 가자.”

“네.”

지영은 다시 고개를 돌려 체리걸스의 은진에게 꾸벅,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곧장 임은진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오자 오히려 숨통이 확 트이는 느낌이었다. 바로 차에 오르자, 시동을 걸면서 임은진이 말했다.

“얘깃거리 만들려는 거야.”

“네?”

“너는 인터넷 잘 안 봐서 모르겠지만, 지금 지영이 너 굉장히 핫해.”

“저요? 아, 시합 때문에요?”

“응, 가뜩이나 예인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말이 있는 와중에 그런 시합을 해버렸으니, 사람들이 가만히 두겠어? 당연히 화제가 되지. 그러니까 너랑 연줄을 만들려는 거야. 연예인들에겐 그런 얘깃거리 하나가 방송에서 쓸 수 있는 카드거든.”

“아…….”

“그리고 너 잘생겼잖아? 묘한 기류가 있는 것처럼 살짝 각색해서 몸을 배배 꼬아도 곧장 열애설 터지고 노이즈마케팅 시작되는 거지.”

지영은 곧장 이해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누구누구랑 친하다. 그래서 오! 의외의 인맥! 하면서 기사가 나가는 거. 아마도 체리걸스는 그걸 노린 것 같았다. 그래서 매니저가 아예 지켜보고 있었던 거고. 대놓고 그렇게 나왔는데, 이걸 어쩌나…….

“되게 민망하겠는데요?”

“푸흐흣! 아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걸? 봐라? 오늘 이 얘기 며칠이면 연예계 종사하는 사람들 태반은 알 거다?”

“그 정도예요?”

“기사로 안 나가면 다행일걸? 푸흐흣!”

웃는 게 웃겼지만, 그것보다 연예계 이곳은 참…… 무서운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영이 네 대처는 진짜 최고였어. 아, 여자친구 있다고 했나?”

“…… 아직은요.”

“오! 그럼 썸타는 사람은 있다는 거지?”

“네.”

“후후, 그래. 일단 그 정도만 내가 알고 있을게. 나중에 뭐, 터지면 그때 가서 수습하면 되는 거고. 너는 반만 연예인이고, 본업은 운동선수니까. 근데 넌 딱 봐도 공개 연애 스타일인데?”

“제가…….”

연예인도 아니고 무슨 공개 연애에요? 라고 대답하려다가 참았다.

자각이 있어야 한다는 아까 말이 떠올라서였다. 그래서 지영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후후, 눈치도 빨라, 정말.”

“하하, 그런데 연애에 대해서 뭐라고 안 하시네요? 원래 연예인들은 연애 못 하게 막지 않나요? 특히 신인은.”

“얘는.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댄데? 하지 말라고 해봐야 먹히지도 않는 시대야. 아무리 연애 못 하게 막아도 하는 애들은 다 해. 그래서 그냥 걸리지만 말라고 하는 거지. 그리고 걸리면 그냥 웬만하면 양쪽에서 루머다. 일축해 버리는 기사 내는 거고.”

“아…….”

“그리고 그런 말 못 들어봤어? 연예계는 정글이다. 나랑 사귀었던 애가 쟤랑 사귀고, 쟤랑 만나던 애가 나랑 만나고. 그런 곳이야. 말리고 막아봐야 다 해. 한창 피 끓는 청춘인데. 너만 해도 좋아하는 사람 만나잖아?”

뜨끔.

지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네요.”

“하고 싶은 대로 해. 대표님도 그러라고 했고. 대신 애먼 짓만 하지 마. 뭔 말인지 알지?”

“네.”

“후후, 그래. 그럼 이제 좀 쉬고 있어. 도착하면 진짜 정신없을 테니까.”

“네.”

이번에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 지영은 몸을 눕히고 눈을 감았다. 이쪽 바닥에 빠삭한 임은진이 쉬라고 하는 거니, 그 말을 듣는 게 나았다. 잠깐 눈을 붙였다가 일어나니, 어느새 촬영장 도착이었다.

차에서 내린 지영은 새벽부터 분주한 촬영장으로 임은진을 따라 들어갔다.

그러자 이른 새벽부터 나와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던 박지상 감독과 장민주 작가가 지영을 발견하곤 바로 다가왔다.

하지만 막 인사를 하기 전에, 누군가가 지영의 손목을 잡았다.

“지영 배우님! 바로 의상 피팅부터 할게요! 빨리요!”

“어? 네? 아, 네.”

고개를 숙이려던 상태에서 손목을 잡힌 지영은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한 건물로 끌려 들어갔고, 이내 마네킹이 되었다가 한 시간 만에 겨우 풀려났다. 원래는 배우 쪽에서 의상을 준비하지만, 지영은 장민주 작가가 그린 그림대로 입어야 해서, 제작진 쪽에서 의상을 책임져서 생긴 일이었다.

“벌써 피곤한 얼굴이네?”

준비를 끝내고, 대본 연습을 하던 이연의 말에 지영은 겨우 웃음으로 대답할 수 있었다. 촬영장, 볼 때와는 다르게 참가자는 시작부터 진이 쫙 빠지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을 가만히 눈에 담아봤다. 그러자 느껴지는 게 있었다.

‘같지만, 다른 열기.’

유도장과는 다른, 또 다른 기묘한 열기가 숨 쉬는, 그런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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