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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21화 (121/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21화

121화. 세계 청소년 유도 선수권(14)

짝!

하이파이브를 한 임효중이 이성진이 건넨 수건으로 땀을 훔쳤다. 그리곤 물병을 입에 물면서 두 사람의 옆에 섰다. 임효중이 옆으로 서자, 강한결이 딱 맞추어 입장했다.

후우.

지영은 몰려오는 긴장감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컨디션이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그리고 상대는 100% 컨디션이 아니면 승패를 장담하기 힘든 일본의 후지무라 슌스케다.

일단, 지영이 걱정하는 이유는 후지무라 슌스케의 시합 스타일이었다.

“아 저 선수 시합 더럽게 하던데…….”

“좀 그렇긴 하더라.”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후지무라 슌스케는 결승까지 전 경기 한판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시합 스타일이 더러웠다. 물고 늘어지는 스타일. 힘도 있고, 체력도 있고, 기술도 있는데 그게 3박자가 다 완벽한 게 아니었다.

황금세대처럼 기술이 깔끔하지 못하니 억척스럽게, 마치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는 것처럼 기술을 걸어 어거지로 던지는 한판이 전부였다. 만약 한판이 안 나왔으면? 아마 질질 끄는 시합을 했을 거다. 아니, 실제로 그런 시합을 했다.

그래서 지금 강한결의 상태에서는, 진짜 카운터에 가까운 시합 스타일이라 할 수 있었다.

가뜩이나 힘도 없는 상태에서 상대가 물고 늘어지면 얼마 없는 체력이 아주 빠르게 소진되기 때문이었다.

“시작한다. 강한결 파이팅!”

“파이팅!”

지영도 크게 파이팅! 따라 외치고 나자 두 선수가 기합을 지르고는 맞붙기 시작했다. 일본 선수는 가슴을 잔뜩 오므리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잡기 싸움으로 강한결의 진을 빼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후지무라 슌스케의 전략에 강한결은, 아예 잡기 싸움을 포기하는 걸로 응수했다. 저런 식으로 오므리고 있으면 절대 가슴 깃을 선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손을 뻗어 강한결의 깃을 잡는 순간, 가슴은 바로 열린다. 그럼 그때 잡으면 된다. 반대로 슌스케도 안 잡으면?

깔끔하게 둘 다 반칙이다.

강한결이 자세를 낮춘 채 팔을 뻗는 시늉만 하며 물끄러미 바라보자 후지무라 슌스케는 결국 손을 뻗어 강한결의 가슴 깃을 잡았다. 그러자 그제야 지영처럼 어깨 깃을 잡는 강한결. 자세 자체가 지영과 판박이지만, 반대로 평소 강한결의 자세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었다.

“이번에도 지영이 자세네.”

“음, 쉽지 않을 건데……. 저 자세, 지영이 네가 오랫동안 꾸준히 다듬어온 거잖아.”

“…….”

지영은 이성진과 임효중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잡기 싸움이 귀찮아지기 시작한 중1부터, 지영은 저런 자세를 아주 예전 시합 영상에서 찾아낸 뒤에 몸에 입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히 처음엔 지영도 적응하지 못해 정말 헤맸다. 하루아침에 유도 스타일을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래 지영도 강한결, 황석과 비슷했다.

모든 기술을 전부 할 줄 아는 올라운더. 그냥 피지컬과 실력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잡기 싸움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게 싫었던 거다.

그래서 스타일을 바꿨고, 지영은 한동안 황금세대에게 신나게 이리저리 풍선마냥 날아다녔다. 처음부터 상대에게 유리한 쪽으로 잡혀주고 시작하니,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지영이 이후에 익힌 게 바로 되치기다.

그걸 좀 더 고급지게 표현하면, 카운터다.

그걸 몇 년간, 계속 노력해서 지금의 자세를 만들었다. 그런데 강한결은 처음일 거다. 그래서 솔직히 지영은 불안했다. 애초에 물고 늘어지는 저런 스타일에는 카운터가 잘 먹히지도 않았다.

처음으로 둘이 맞붙었다.

가슴 깃을 먼저 잡은 슌스케는 툭툭, 뒤로 물러나며 그대로 말아업어치기를 걸었다. 음, 지영의 봤을 땐 좀 조잡한 기술이었다. 회전력도, 속도도 별로였고, 그리고 각도도 별로였다. 하지만 강한결은 그대로 딸려갔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 힘으로 버티질 못한 거다.

하지만 다행히 완전히 말리기 전에 납작 엎드려 몸을 굴리려는 후지무라 슌스케를 꽉 끌어안아 기술을 막았다.

몸을 말아 굴려야 하는데, 강한결이 어깨부터 안아 구르는 걸 막자 기술은 그대로 파훼됐다.

“음, 방어는 나쁘지 않네.”

“그래도 아까 자서 체력 많이 올라오긴 했어. 참, 지영아. 쟤 아무것도 아직 못 먹었지?”

이성진의 물음에 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한결은 지사제마저 거부했다. 안에 어떤 성분이 문제가 될지 모르니, 괜찮다고 해도 아예 거부한 것이다. 그리고 지영은 그 마음을 이해했다. 지영도 만약 저런 상황이었으면 차라리 시합이 끝날 때까지 아주 소량의 물을 제외하곤 아예 먹지 않는 걸 택했을 거다. 그러니 저 마음이 이해가 갔다.

맛테 후, 다시 하지메!

후지무라 슌스케는 시작 신호와 동시에 다시 덤벼들었다.

그쳐 한 사이, 일본의 코치가 손짓까지 하며 빠르게 붙어 체력을 빼라고 하는 걸 지영은 들었다. 아마 일본 쪽도 강한결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하긴, 모르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한국팀은 아마 미야모토 신지로 인해 지영을 포함한 황금세대 전원과 장대호를 요주의 대상으로 넣었을 거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어차피 라이벌 구도니까 당연히 시합을 지켜봤겠지.’

라이벌이 아니더라도 다음 판 상대의 시합은 확인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일반적인 경우에도 그럴진대, 가장 요주의 선수를 체크 안 했을 리가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강한결의 컨디션이 맛이 갔다는 걸 알아챘을 테니, 초반에 강하게 밀어붙여 체력을 박살 내고 시작하려는 전략이 나왔을 거다.

그리고 그건 지영이 보기에도 나쁜 전략이 아니었다.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자신도 분명 그렇게 나갔을 거다. 물론 베스트 컨디션의 강한결은 굳이 그런 선택을 안 하겠지만 말이다.

강한결을 가슴 깃을 다시 잡은 후지무라 슌스케가 거칠게 끌어당겼다. 그냥 상대를 엎어지게 만들 작정으로 우악스럽게 끌어당겼는데, 강한결을 그걸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았다. 툭. 앞으로 쭉 깔리면서 정확히 거는 안다리. 끌려갔던 상태에서 상대의 상반신을 손으로 감아 제압한 뒤, 체중을 실어 정확히 친 안다리에 슌스케의 중심이 대번에 무너졌다.

무너진 중심을 재빨리 다잡고 싶어도, 이미 다리는 떴고, 상체도 강한결의 팔에 휘감겨 있으니 도망갈 구석도 없었다. 그래서 그대로 뒤로 쿵!

“한판! 한파안!”

이성진이 넘어가는 순간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지만, 심판의 팔은 가로로 뻗어졌다.

와자리!

“악! 아오! 아깝다!”

넘어지는 순간 그래도 허리를 최대한 비틀어서, 한판이 나오는 건 피한 슌스케였다. 지영이 보기에도 한판보단 절반이었다. 그러나 절반도 좋다. 이걸로 승기가 강한결에게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저걸로 한판을 따냈으면 좋겠지만, 지영이 보기에도 저건 강한결이 지금 이 순간 걸 수 있는 최대치의 공격이었다.

그래서 아쉽지 않았다.

솔직히 웬만한 선수는 못 피하고 그대로 한판으로 떨어졌을 기술이기도 했다.

맛테!

심판이 그쳐를 선언하고 강한결이 먼저 일어났다. 그때 아주 짧게나마, 몸을 비틀거리는 게 지영의 눈에 보였다. 그리고 두 친구에게도 보였다.

“지금 쟤 비틀거린 거지?”

“먹은 게 너무 없어서 현기증 오나 본데…….”

“하…….”

어쩔 수 없었다.

강한결도 시합 한 번 뛰기 위해서 못 해도 7㎏은 뺀다. 임효중도, 황석도 그 정도 뺀다. 그런데 그렇게 체중을 뺀 상태에서 배탈이 났으니, 현기증이 안 나는 게 이상했다. 거기다가 아까 보니 몸에 수분도 없는 상태였다.

“조금만 더 힘내라! 강한결 파이팅!”

이성진이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파이팅! 강한결 파이팅!”

지영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남은 시간은 2분. 이제 2분만 견디면 금메달의 주인공은 강한결이 될 것이다. 지영은 부디, 제발 강한결이 딱 2분만 견뎌주기를 바랐다. 솔직히 이대로 포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전기정 교수의 말처럼 시합이 이번 한 번만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음에 잘하면 된다는 생각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지영은 강한결이 시합을 포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근데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결승전이다.

그리고 고작 2분이다.

심지어 절반으로 이기고 있는데 여기서 시합을 포기한다? 그런 선택을 내릴 선수는 아마 전 세계를 뒤져도 나오지 않을 거라고 지영은 장담할 수 있었다.

하지메!

몰아붙여! 빨리! 빨리 붙어!

일본 코치의 악에 가까운 외침을 들은 후지무라 슌스케가 하지메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달려들었다.

2분밖에 안 남았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그런 다급한 마음으로는, 당연히 경기를 좋게 풀어나가기는 힘들었다. 특히나 강한결은 지금 카운터를 노리는 자세다. 대놓고 되치기를 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억지로 기술을 걸거나, 물고 늘어진다?

그건 날려달라고 발악하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강한결은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도 감안하고 있는지, 무리한 되치기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

그런 상태에서 들어온, 후지무라 슌스케의 한 팔 업어치기.

억지로 상대를 끌고 들어가는 업어치기. 제대로 업어치기가 주특기인 선수들이 보면 업어치기 참 못한다 소리가 나올 법한 기술이었지만, 저기에 힘이 실리고 상대가 지친 상태라면 얘기는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강한결은 그런 별것 아닌 업어치기에도 끌려갔다.

하지만 발을 뻗어서 매트를 강하게 밀어서 겨우 넘어가는 걸 면했다. 잠시 뒤 그쳐. 일어난 강한결이 시간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은 1분 30초.

세상에서 가장 긴 1분 30초였다.

하지메!

시합이 다시 시작됐다.

조금의 쉴 시간도 주지 않을 생각인지 슌스케는 다시금 빠르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강한결은 그런 후지무라 슌스케의 저돌적인 공격을 슬쩍 피하면서 발목받치기를 툭, 쳤다. 정말 툭 쳤다. 도복도 제대로 잡지 않은 채로 툭 쳤지만 워낙에 중심이 앞으로 나와 있어서 슌스케는 앞으로 고꾸라졌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다.

“그렇지!”

“잘한다! 계속 그렇게 가!”

이런 모습이 바로 시합 운용이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밀렸으면 무조건 반칙을 하나 먹었겠지만, 발목받치기로 슌스케의 중심을 한 번 무너트리는 기술을 걸었기 때문에 아까 슌스케의 업어치기는 그대로 날려버렸다고 할 수 있었다.

벌떡 일어난 슌스케가 다시 달려들었다.

강한결은 차분했다.

머리부터 밀고 들어오는 슌스케를 어깨로 막은 뒤에, 가슴 깃을 잡은 다음 턱밑에 대고 툭 밀었다. 그리곤 단단하게 받친 다음, 몸을 쓰기 시작했다.

툭, 툭.

어떻게든 잡고 기술을 걸어야 하는 입장인 슌스케에게, 지금 상황은 결코 좋지 못했다. 하지만 강한결은 철저하게 기술을 거는 것 자체를 막고 있었다. 시간은 업어치기를 들어가려고 하면 대놓고 되치기를 하겠다고 겁을 주고, 밭다리나 허리후리기를 걸 자세로는 아예 잡혀주지도, 서주지도 않았다.

철저한 방어 자세.

하지만 이게 골 때리는 게, 슌스케가 이렇게 용을 쓰고 움직여도 강한결이 비슷하게 몇 번만 모션을 주면, 반칙이 같이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애매한 소강상태일 땐, 거의 무조건 둘 다 반칙을 먹이는 게 기본이었다.

시도!

시도!

에이! 에에이!

일본 코치가 벌떡 일어나 항의해 보지만 시합은 그대로 시작됐다.

남은 시간은 1분 남짓.

이제 승부는 거의 끝났다. 솔직히 1분이면 반칙 두 개를 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쟤 운다. 울어.”

“승부욕 하나는 엄청나네.”

이성진의 말에 임효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보충했다. 그 말처럼 슌스케의 얼굴은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제대로 잡고 기술을 몇 번 걸지도 못했는데, 딱 한 번 걸린 안다리에 절반을 빼앗긴 채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으니 억울하고 분하고, 그리고 절망스럽기도 할 거다.

실제로 종종 대회에서 이런 상황에 우는 선수들이 나오곤 했다.

툭.

달려드는 슌스케를 다시 발목받치기로 돌린 다음, 다시 재차 달려드는 걸 잡아서 막자 슌스케는 제대로 잡지도 못했는데 밭다리를 걸어왔다. 강한결은 거기에 되치기를 걸지 않았다. 그냥 버텼다. 제대로 잡지도 못한 상태라 기술은 허망하게 깨졌고, 강한결은 그런 슌스케를 옆으로 툭 밀고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이제 20초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확인한 슌스케가 다시 달려들었다.

쿠웅!

달려드는 슌스케를 그대로 받아서, 다시 발목받치기로 친 다음 핸들치기로 연결, 마지막에 허리후리기까지 넣어 결국, 끝끝내 한판을 내던진 강한결. 강한결은 끝끝내 한판을 따냈다.

잇폰!

“우와! 강한결! 우와아!”

이성진이 방방 뛰었다.

그리고 임효중과 지영도 친구의 정말 힘든 우승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정말 장했다. 그렇게 안 좋은 컨디션으로 기어코 우승을 따낸 친구가 장하고,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지영은 세상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강한결이 나오고, 뒤이어 들어간 황석은 딱 40초 만에 깜짝 업어치기로 한판을 따냈다.

“으아!”

승리한 자만이 내지를 수 있는 포효.

지영은 황석의 포효에 활짝 웃으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황석까지 금메달을 따냈으니.

첫 메이저 대회는,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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