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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120화 (120/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120화

120화. 세계 청소년 유도 선수권(13)

어제도 방송은 중계가 됐고, 오늘도 방송은 중계되는 중이었다. 그리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중계 창에는 수천 명이 벌써 모여 시합을 보며 채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 유도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상태를 단숨에 알아봤다.

-임효중은 여전하고, 황석도 컨디션은 나쁘지 않네.

-근데 강한결 컨디션 안 좋은 것 같은데?

-그러게. 황금세대 중에서 가장 완벽한 놈이, 오늘 왜 저런대?

-얼굴 하얗게 질린 거 봐라. 힘도 제대로 못 쓰는 느낌이고.

-오늘 기술 넣은 거 보면, 마지막에 기울이기 다 제대로 못 넣던데?

-맞아요. 한판 짜리 다 절반밖에 못 딴 느낌이네요.

-뭔 문제 있나? 강한결이 저럴 애가 아닌데?

-석이 여친입니다! 지영이한테 물어봤는데 한결이 어제 새벽에 물 잘못 마셔서 배탈났대요ㅠㅠ

-헐 진짜요?

-네 ㅠㅠ

-어쩐지……. 평소 느낌이 아니다 했다.

한은정의 등장에, 강한결의 컨디션이 왜 이렇게 무너졌는지에 대한 이유가 밝혀졌다. 그러자 채팅창엔 우는 표시로 도배가 됐다. 그러다 누가 다른 질문을 하면서, 다시 채팅이 이어졌다.

-한결이 평소엔 어떤 느낌인데요?

-완벽?

-ㅇㅇ 완벽…….

-진정한 의미의 엄친아임.

-공부도 전국 탑 순위고, 외모 뭐 말할 것도 없고, 유도 실력도 황금세대 중에서 가장 완벽하죠.

-진짜요? 한결이 공부 잘해요?

-연희고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 사립고인데, 거기서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듬. 그럼 전국으로 따져도 상위 1%임.

-헐 대박…….

-얼굴 잘생겨, 인성 끝내줘, 공부 잘해, 운동은 더 잘해……. 진짜 개사기캐임.

-맞아요. 저 한결이랑 같은 반인데, 오히려 한결이한테는 조금도 부럽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뭔지 알겠네요. 사람이 너무 완벽하면 질투조차 안 나는, 그런 거 맞죠?

-네. 얘기만 들으면 기계 같잖아요? 그런데 한결인 인간미도 있어요.

-헐…….

-저도 같은 반인데, 모르는 문제 있거나 공부법 같은 거, 그리고 요약 노트 같은 거 빌려달라고 하면 아무런 대가 없이 빌려줘요. 저번 시험 때 한결이 도움으로 저 순위 두 칸이나 오름 ㅎㅎ

-대단한 애네…….

-지영이랑은 진짜 느낌이 다르죠. 전 지영이랑 같은 반인데, 지영이는 뭔가 좀 신비하고 드라마틱한 느낌이 있거든요. 조용한데도 존재감이 진짜 확실하고. 그런데 한결이는 되게 대중적인 느낌이에요. 어, 음……. 그냥 우리가 쓰는 S사 휴대폰 같달까?

-비유 기가 막히네요 ㅎㅎ

-그럼 강지영은요? 폰으로 따지면?

-옛날 모토로라?

-ㅋㅋ딱 강지영만의 감성이 있긴 하죠.

-아…….

-근데 강지영 강한결 말고도 쟤들은 진짜 느낌이 확실함.

칭찬 일색.

잘나가는 아이돌을 얘기할 때도 험담이 뒤따르는데, 황금세대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간혹 험담이 보였지만, 그건 올라오는 채팅에 그냥 묻혔다.

-슬슬 결승 시작하려나 보네요.

-ㅇㅇ 전 판이 패자결승 막판이었음.

-임효중 파이팅!

-내 남자 석이 파이팅! 금메달 못 따오면 뽀뽀 안 해준다!

-어머, 저 언니 대담한 거 보소?

-황금세대 힘내라! 금메달 가자!

파이팅!

열렬한 응원이 바다를, 대륙을 건너 헝가리로 향하기 시작했다. 중계카메라는 막 입장하는 여자 선수 둘을 잡았고, 결승전이 시작됐다.

* * *

여자부 결승이 시작되기 전, 지영은 강한결을 깨웠다.

“한결아. 강한결.”

“으음…….”

지영의 깨움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강한결. 몇 번 눈을 끔뻑인 강한결이 뒤이어 주먹을 줬다 폈다 했다.

“어때?”

“……좋아. 아까보단 확실히 낫다.”

“후, 다행이다.”

제대로 먹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컨디션은 좀 회복된 것 같았다. 준결승도 힘들게 4분 게임을 다 하고 절반 하나로 이긴 강한결은 시합이 끝나자마자 바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행히 패자조 시합이 길게 이어져 꽤 오랜 시간 잘 수 있었고, 다행히 자는 중에 컨디션이 제법 회복된 것 같았다.

진짜 다행이었다.

강한결의 상대는 일본 후지무라 슌스케라는 선수로, 시합 스타일은 지저분했지만 그래도 결승까지 전 경기 한판승으로 올라온 실력자였다. 평상시라면 강한결의 시합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을 거다. 일본 선수가 아무리 잘해도, 강한결은 강한결이니까. 수월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컨디션이 난조다 보니 당연히 수면으로 최대한 회복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기대했던 것만큼 회복이 된 것 같았다.

담요를 벗고 일어난 강한결이 도복을 챙겨 입고는,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확실히 낯빛과 눈빛이 살아난 게 느껴졌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좀 몽롱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앉아서 한 스트레칭을 끝낼 때쯤, 여자부 결승이 시작됐다. 여자부 결승이 시작되자 강한결은 물을 조금만 마시고, 지영을 잡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천천히 풀자. 괜히 무리해서 겨우 올라온 컨디션 날리지 말고.”

“그래.”

아직 강한결의 시합까진 적어도 30분 이상은 남았다.

그러니 당장 급하게 땀을 빼는 것보단,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몸을 예열시키는 게 지금은 더 나았다.

다행히 여자부 첫 결승은 둘이 백중세였다.

어느새 4분이 지나고, 연장으로 들어가는 시합. 연장전 시작 3분 정도가 지나서 업어치기 절반이 나와 스페인 선수가 일본 선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손을 번쩍 들고 방방 뛰면서 기쁨을 표현하는 선수에게 관중들이 아낌없는 박수를 선사했다.

연장까지 와서 진 일본 선수는 눈물을 보였고 그 선수에게도 격려의 박수가 이어졌다.

그렇게 첫 게임 끝.

두 번째는 한국 선수가 들어갔다.

-52㎏의 박하선.

유일하게 여자팀에서는 고등부 선수이고, 고등부에서 다시 유일하게 지영을 포함한 황금세대, 그리고 장대호처럼 천재로 불리는 선수였다.

그런 박하선의 상대는 이번에도 일본 선수다.

기합을 넣고 시작한 두 선수의 실력은 지영이 봤을 때 거의 엇비슷해 보였다. 한방 싸움. 서로 똑같이 업어치기 선수인 데다가, 신장과 리치, 실력, 체력마저 비슷했다. 이런 경우도 보통 연장 접전까지 가든가, 아니면 그냥 한방에 시합이 끝나는 경우가 크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3분쯤 되었을 때 한판이 나왔다. 한판을 던진 선수는 박하선. 한국의 승리였다. 손을 번쩍 들고 깡충깡충 뛰는 박하선에게 지영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결승전이 착착 진행됐다.

다음 결승은 일본 선수의 승리였다. 시원하게 허벅다리로 시작과 동시에 한판을 따냈다. 그러곤 무표정한 얼굴로 승리를 당연하다는 것처럼 받아들였는데, 그게 퍽 인상적이었다.

여자부 세 경기가 그렇게 끝나고, 남자부 차례가 됐다.

81부터 +100까지.

총 네 경기.

10분 만에 끝날 수도 있었고, 1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마지막 네 경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경기에는 전원 한국 선수가 결승까지 올라간 상태, 어제도 한국에서 두 체급이나 가져갔기 때문에 장내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한국 vs 세계가 되어 있었다.

“몸은?”

“좋아. 오늘 처음으로.”

“후, 다행이다.”

“고맙다, 지영아.”

강한결의 말에 지영은 피식 웃었다.

“됐고, 이제 몸 따뜻하게 하고 쉬고 있어.”

“응.”

이제 대기석 쪽으로 이동해야 하니, 지영이 옆에서 케어해 줄 시간은 끝이다. 지영은 짐을 챙겨서 한쪽에서 빠졌고, 잠시 뒤 진행요원이 와서 강한결을 데리고 갔다. 이성진도 그쯤 돌아와서 둘은 시합이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역시 시합하는 것보다 보는 게 더 떨려. 으으! 아 차라리 내가 시합 뛰고 싶다.”

“동감. 하도 긴장해서 담 온 것 같다.”

“흐흐, 나도. 어, 효중이 들어간다. 임효중 파이팅!”

이성진의 응원을 들었는지 걸어가는 중에도 정확히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든 임효중이 매트 라인 끝에 섰다. 후, 시작이다. 임효중의 상대는 러시아 선수였다. 중량급은 러시아나 유럽권 선수들도 아주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특히 프랑스, 러시아 선수들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세르게이. 풀 네임은 더 긴데, 그냥 편하게 세르게이란 이름을 가진 이 선수는 솔직히…….

“지영아, 저 정도면 민증 까봐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러게.”

엄청났다.

뭐가 엄청났냐면, 외모가 엄청났다.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건 둘째치고, 이건 뭐 무슨 30살 선수가 나온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외모가 어마어마했다.

형이 아니라, 최소 삼촌의 외모였다.

하지만 아무리 러시아라고 해도 설마 나이를 속여서 출전하는 건 불가능하다. 세계유도협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저건 그냥…… 겉늙은 거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합이 시작됐다.

장난기 넘치던 이성진의 표정이 순간 진지해졌다.

그리고 당연히 지영의 표정도 이성진 못지않게 진지해졌다.

하!

임효중이 특유의 미성으로 기합을 넣고, 러시아의 세르게이와 맞붙었다. 세르게이는 일단 생김새로만 봤을 때는 불도저처럼 상대를 밀어붙이는 스타일일 거라는 예상을 완벽하게 깨는, 전형적인 기술 유도 선수였다.

가슴에 털이 수북이 나서, 힘이 장사에다가 불곰국 형님들처럼 우악스러울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주 섬세한 잡기 싸움도 구사했다.

그래서 시작부터 잡기 싸움이 매우 치열하게 벌어졌다.

“아, 피곤한 스타일이네…….”

“임효중이 제일 싫어하는 스타일이지.”

“어, 그러니까. 하…….”

임효중은 허벅다리를 기가 막히게 찬다. 그래서 일단 잡으면, 무조건 임효중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 그걸 러시아 세르게이는 어마어마하게 경계했다. 허벅다리는 가슴 깃을 잡고도, 어깨나 등, 목깃을 잡고도 찰 수 있는 기술이다. 일단 어디든 잡으면 무조건 기술을 걸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임효중은 그런 기술을 진짜, 장인급으로 찬다.

지영이나 강한결, 황석이 기술 전체를 연습할 때 임효중과 이성진은 딱 한 가지 기술만 팠다.

이성진은 업어치기, 임효중은 허벅다리.

물론 다른 기술을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특기 기술보다는 확실히 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유도 선수는 보통 모든 기술을 할 줄 알아야 시합에서 유리하다고 하지만, 둘은 웃기지 마라. 나는 내 길을 간다! 이런 마이페이스로 한 기술만 팠고 그 결과 지금은 알면서도 못 막는 기술을 구사한다.

그런 임효중에 대한 정보를 아는지, 러시아 선수는 극도로 허벅다리 포지션을 경계했다.

하지만, 유도가 그렇게 경계만 한다고 이기는 종목이 아니다.

맛테!

시도!

결국 세르게이는 지도를 받았다.

경기 시작 50초 만에 벌써 지도였다. 이 지도라는 게, 하나는 별거 아니지만 하나라도 더 쌓이면, 그때부터는 선수의 멘탈을 와르르 흔들어버린다. 하지만 아직은 하나라, 세르게이는 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지도 하나를 받았다는 게, 똑똑한 임효중의 머릿속에 승리 로드맵을 촤르륵 띄우기 시작했다.

임효중은 급하지 않았다.

시간도 많이 남았기 때문에 일단 상대에 맞춰서 아주 스무스하게 움직였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상대하기 시작하자, 시합은 당연히 루즈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르게이는 임효중의 허벅다리를 경계하느라 여전히 잡기 싸움에 몰두했고, 임효중은 틈틈이 팔을 뻗어가면서 상대의 페이스에 흐름을 맞췄다.

그리고 이게 바로 노림수였다.

40초 정도가 더 지났을 때, 결국 임효중과 세르게이는 반칙 하나씩을 더 주고받았다.

“좋았어!”

이성진이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이걸로 이제 세르게이는 반칙이 두 개다. 누누이 말하지만 지도 하나와 두 개는 그 압박감이 천양지차다.

하나는 그냥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예전에야 지도 하나로도 승패가 갈렸지만 지금은 지도가 두 개나 있어도 연장전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개가 되면, 이때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왜?

‘세 개가 되면 반칙패거든.’

그럼 절대로 지금처럼 시합할 수는 없었다.

임효중이 딱 잡고, 기술만 막으면서 움직여줘도 지도를 하나씩 받게 되는데 그 경우, 세르게이는 반칙패이기 때문이었다.

임효중은 지도를 먼저 하나 먹은 순간부터, 이 판을 의도적으로 짰다.

아니나 다를까, 세르게이는 잡기 싸움을 버렸다.

이제는 어떻게든 임효중을 몰아붙여 반칙을 하나 받게 만들든가, 아니면 최소 절반을 내는 게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리고 임효중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잡기 싸움을 버리고, 몸 전체로 밀고 오는 세르게이를 발목받치기로 중심을 무너트린 뒤, 다시 일어나 재차 달려드는 세르게이를 밀고 들어오는 힘을 이용해 그대로 허벅다리 후리기로 깔끔하게, 한판을 던져버렸다.

잇폰!

당연히 한판이었고, 임효중은 숨을 착 고른 뒤에 큰 감흥이 없는 얼굴로 도복을 고쳤다.

“새끼…… 멋있네. 멋지다, 내 친구! 우와!”

이성진의 외침을 들이며 지영은 친구의 우승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임효중이 결승전에서 한판을 따내며, 이제 강한결과 황석, 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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