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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6화 (46/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6화

46화. 청소년 선발전(2)

절반? 그래, 절반.

그래, 그럴 수 있었다.

절반 줄 수 있다.

절반 짜리 기술이 들어갔다면 절반 주는 게 당연한 거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봐도, 아니, 누가 봐도 한판이었다.

지영의 순간적인 속공이 제대로 먹혔고, 아예 등부터 제대로 뚝 떨어져서 굴렀는데, 이걸 절반 준다. 지영은 굳히기도 하지 않고 일어나 심판을 바라봤다.

그러자 심판이 뭐, 왜? 하는 눈빛으로 지영을 보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절반……!”

항의하려던 임대성이 말을 하다 말고 끊었다.

당장 이렇게 판정을 불리하게 주는데, 괜히 큰 소리 내다가 퇴장을 당할 수도 있겠단 판단을 순간적으로 한 것 같았다.

좋은 선택이었다. 아직 시합이 많이 남았는데 사이드를 봐줄 임대성이 퇴장당하면 팀 전체가 정말 곤란해진다.

그리고 지영은 이호석 정도는 요리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심판이 하지메를 외치는 순간, 불쑥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나한테만 이러지?’

앞선 황금세대들은 전부 제대로 판정을 받았다.

강한결도, 임효중도, 황석도 전부 한판으로 이겼는데 제대로 판정을 내줬다. 그런데 자신은 불리하게 준다.

황금세대 전체가 미움을 받는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자세를 낮춘 이호석이 다가와 지영의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대신,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놈을 어떻게 요리해야 하나?’

이 상태면, 어차피 제대로 던져봐야 또 절반을 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반칙을 먹이자니 그건 무조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았다. 반칙을 먹이게 해도, 자신에게 같이 주면 그건 답이 없었다. 나란히 반칙 두 개를 먹고 하나 더 먹으면, 그대로 반칙패니까 말이다.

‘선수 죽이기에 반칙패만 한 것도 없지.’

그러니 지영은 뻗어오는 손을 쳐내지 않았다.

잡기 중에는 손을 쳐내기만 해도 수비적으로 보고 반칙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잡혀주고, 어깨를 좌우로 순간적으로 틀어 비집어 넣은 다음 상대의 가슴 깃을 잡고 꽉 잡아당겼다.

힘에서 우위에 있어서 이호석의 몸이 그대로 끌려왔다.

“X발 새끼가…….”

심판한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욕설이 들려왔다.

인성이 진짜, 아주 제대로 쓰레기다. 지영은 회귀 전까지 합치면 제법 긴 시간 유도를 했는데, 그중에서도 이놈은 압도적인 인성 쓰레기였다.

그러나 지영은 그걸 깔끔하게 무시했다.

욕했다고 어필해 봐야, 뭐 당연히 제대로 된 조치가 취해질 리도 없었다.

‘담배도 태우네?’

숨결에 아주 미약하지만 담배 냄새도 났다. 담배를 태우는 사람은 모르지만 태우지 않는 사람은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을 수 있는 법이었다. 이런 놈에게 대기만성의 재능을 주다니, 신도 참 너무하시다.

툭.

안뒤축.

지영의 안뒤축에 놈이 움찔했다. 이 상태에서 뒤로 밀려 넘어가면 볼 것도 없이 무조건 한판이니까.

하지만 그 자체가 페이크였다.

사실 이 불리한 판정을 번복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한판을 던지는 것. 심판이 아무리 봐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게. 정확하게 한판으로 날려버리는 것.

그렇게 넘기면 된다.

그런데 그렇게 넘기는 게 힘들다면?

휘익.

파앙!

뒤치기 모션을 주자 급히 몸을 뺀다. 지영은 그걸 그대로 반대로 끌어당겨 허리후리기를 찼다. 끝에 걸리긴 했지만 제대로 걸리지 않아 급히 몸을 숙인 이호석이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지영은 놈의 등에 타서, 목깃을 잡고 짧게 끊어치듯 잡아당겼다.

그러자 역시 이번에도 덜컥! 거리는 느낌으로 목이 잠깐 흔들렸고 그 사이로 지영의 손이 뱀처럼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호석은 급히 다시 턱을 바짝 당겼지만, 이미 어느 정도 손은 들어갔다. 지영은 주먹을 송곳처럼 만들어 안으로 좌우로 비틀어 이호석의 턱을 찍어 눌렀다.

이렇게 찍어 누르면 천하장사도 아파서 턱을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짧은 틈을 방어하지 못한 이호석은 지영의 손이 목 안으로 들어와 도복 깃을 잡자 급히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이미 지영은 상위 포지션이었다. 허벅지에 힘을 꽉 줘서 도망치려는 걸 막은 지영은 그대로 반대 손을 넣어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허벅지로 찍어 누르고, 상체는 당기면서 가슴으로 이호석의 등과 목을 꽉 조였다.

웬만큼 격차가 나지 않는 이상은 나오지 않는 조르기 자세였다.

“켁, 케엑……!”

곧바로 이호석의 입에서 마른 숨이 토해지기 시작했다.

조르기.

아마 일반인들이 유도선수를 피해야 하는 이유로 꼽는 셋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조르기일 거다. 틈을 주면 어떻게든 상대를 졸라서 기절시킬 수 있는 기술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유도선수끼리 시합에서 조르기로 한판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실력 차가 극명하면 또 모르지만, 보통 고등부만 되어도 한 대회에서 조르기 한판승이 나오는 경우는 모든 경기를 통틀어서 네다섯 번 정도 될까 말까 정도였다.

대학부, 실업, 국제대회로 가도 마찬가지다.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의외로 꺾기 한판승은 나와도 조르기 한판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조르기에 걸린다고 해도 보통은 거의 기절 전에 탭을 쳤다.

차라리 시원하게 한판으로 날아가는 게 낫지, 조르기로 가면 그건 진짜 엄청난 수모로 느끼기 때문이었다.

물론 중요한 대회나, 일부 정신력을 맹신하는 선수들은 그냥 조용히…… 기절하는 경우도 있긴 했다.

‘너는 어떨까?’

기절할래?

아니면 탭 칠래?

지영은 부디 버텨주길 바랐다.

“케으윽…….”

숨이 빠져나간다.

경동맥을 손날이 제대로 압박하고 있고, 그걸로 모자라 지영이 상체로 압박 중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의식의 끈이 녹아내리는 중일 게 분명했다. 저항이 미약해졌다. 자연적으로 손이 팔에 닿았다.

아깝다.

아예 팔까지 허벅지로 조이는 포지션을 취했으면 탭도 못 치게 할 수 있었는데.

하지만 이호석을 졸라 보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지영은 고개를 숙여서 조용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고삐리한테 졸려서 탭 하게?”

“크륵! 그으윽!”

단순한 놈.

그래! 힘을 내라.

지영의 도발에 이호석이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치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더욱 지영의 품에 안겨들어 갈 뿐이었다.

슬슬 갈 때가 됐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제대로 졸리면 거의 대다수가 10초 안에 기절한다. 그래도 이호석은 10초는 넘겨 버텼으니 정신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인간인 이상 경동맥을 이렇게까지 압박당하고 버틸 재간은 없다고 보는 게 맞았다.

아니나 다를까, 작게나마 발버둥 치던 이호석의 움직임이 서서히 멎어갔다.

그리고 완전히 바둥거림을 멈췄을 때, 지영은 목을 조르고 있던 손을 풀었다. 이렇게 움직임이 멈춘 게 연기일 리는 절대로 없었다. 눈을 보니 완전히 풀렸고, 혀도 길쭉하게 내민 상태였으니까.

여기서 더 조르면 기절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뇌로 산소가 공급이 안 되니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거다.

그래서 지영은 손을 풀고, 이호석의 등에서 일어났다.

축 늘어진 이호석.

지영은 그런 이호석의 뒤통수에서 시선을 떼고 심판을 바라봤다.

그러자 심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잇폰!

한판이다.

이렇게 기절했는데 한판을 안 주는 건 유도의 룰 자체를 무시하겠다는 거니까 당연한 판정이었다. 심판이 가서 흔들자, 그제야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나는 이호석.

‘어디 갔다 왔냐고 묻고 싶은데, 아쉽네.’

저렇게 비몽사몽 한 정신에 어디 갔다 왔냐고 물으면, 집에 갔다 왔다. 산에 갔다 왔다, 여친 만나다 왔다, 이런 대답들이 나온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다. 잠깐 기절했는데도, 그 아주 짧은 순간 꿈을 꾸는 경우도 있어서 나오는 대답이었다.

비척거리며 일어난 이호석은 자신이 졸려갔다는 걸 깨달았는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3살이나 어린 후배한테 정식시합에서 졸려갔다는 건 아마 그가 유도를 하는 내내 쫓아다닐 꼬리표가 될 게 분명했다.

쯔쯔.

그러게 왜 건드려서는.

지영은 속으로 혀를 차며 도복을 고쳤다.

승자 판정이 나고, 지영은 가볍게 묵례만 한 뒤에 곧장 경기장을 나왔다.

“너, 탭 하려고 할 때 뭐라고 했지?”

밖으로 나오자 임대성 코치가 눈웃음을 지으며 물어봤고, 지영은 작게 웃으며 답했다.

“쪽팔리게 고등학생한테 졸려서 탭 칠 거냐고 자극하긴 했어요.”

“하하, 그걸 걸려? 진짜 단순한 놈이네. 잘했다. 저런 놈은 쪽팔려도 싸. 고생했고, 2회전 상대 보고 가자.”

“네.”

한쪽으로 물러나 다음 판 상대의 시합을 구경했다.

동아대 선수와 한체대 선수의 대결.

승자는 한체대 선수였다. 절반 승을 거뒀는데 업어치기만 조심하면 될 것 같았다. 시합을 관전하고 대기실로 가는데, 지영 오빠! 하고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돌아봤더니 승아의 얼굴이 보였다.

“어, 승아 어떻게 왔어?”

그쪽으로 가서 묻자, 옆에서 승아 어머님이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승아가 하도 구경 가자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왔어요. 미안해요, 지영 군.”

“아니요. 괜찮습니다.”

승아는 그날부터 지영을 정말 잘 따랐다.

생명의 은인이란 점과 지영의 외모는 잘 따르고 싶은 외모기는 했다. 그리고 방송이 나간 직후 승아가 연락했었는데 그때 지영은 왜 승아가 처음 자신을 봤을 때 아저씨라고 하고, 아빠 닮았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승아 아버지. 젊으셨을 적에 여심 좀 꽤 훔치셨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남이셨다. 그러니 승아에게 지영은 아빠 닮은 잘생긴 아저씨였던 거다.

“어머니가 알려주셨어요?”

“네, 어제 오셨을 때 승아가 하도 떼를 써서 알려주고 가셨어요.”

“아아.”

새로 생긴 납품처라는 곳이 승아네 고깃집이었다.

승아 할머니, 선미 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고깃집은 사실 대단한 곳이었다. 연화정이라는 곳이었는데, 지영의 기억에 따르면 TV에도 나왔던 곳이었다. 충주에서 한우를 먹고 싶으면 연화정으로 가라.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잘 되는 고깃집이었다.

어머니는 바빠서 오지 못하셨는데, 대신 승아가 왔다.

‘잘됐네.’

판정 때문에 짜증 났던 감정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승아는 지영에게 좋은 브레이크가 되어줬다.

“방해 안 하고 구경만 하다 갈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네. 점심시간에 인사드리러 갈게요.”

“아휴, 괜찮아요.”

“아니요. 승아도 오랜만에 봤는데, 인사라도 해야죠. 승아야, 이따가 봐?”

응!

“지영 오빠 파이팅! 꼭 금메달!”

“하하, 알았어.”

손을 흔들어주고 대기석에 들어오는 순간 지영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이호석이 보였다.

“너 이 개!”

이호석은 지영이 들어오자마자 달려들려고 했지만, 주변에 있던 용인대 선수들이 말렸고 그 이전에 황금세대 전원이 지영의 앞을 감쌌다.

“아 진짜…….”

끝까지 양아치 짓이네.

지영은 친구들 앞으로 나섰다.

“지영아.”

강한결이 말리려고 나섰지만 지영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그런 지영을 강한결도 더는 말리지 않았다. 설마 여기서 싸움을 할 친구가 아니라는 걸 아는 탓이었다.

“이호석 선배님. 선배면 선배답게,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 좀 보여주세요.”

“뭐 이 새끼야?”

“내가 반칙을 해서 이겼습니까? 아니면 심판 빽을 써서 이겼습니까? 실력으로 졌으면 진 거지. 이거 너무 추하지 않아요?”

“이 X발, 넌…… 놔, 아 놔봐!”

벌컥!

놈이 지랄 발광을 하려고 할 때 문이 열리더니 용인대 코치가 들어왔다. 그에 이호석의 발작이 멈췄고, 안을 쓱 훑어본 용인대 코치가 손가락을 이호석에게 까닥거렸다.

“이호석이. 이 개새리야. 니 따라 나온나.”

“……네.”

그걸로 깔끔하게, 상황 종료였다.

아무리 지랄을 떨어도 용인대에서 코치의 존재는 사신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였다. 심하게 얘기하면 생사여탈권을 쥔 게 교수라면, 멘탈여탈권을 쥔 건 용인대 코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니 이호석은 지랄을 떤 것에 비해 정말 얌전히 고양이처럼 끌려 나갔고, 그걸로 상황은 종료였다.

“하, 미친 새끼 아니냐, 저거?”

이성진의 날카로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 다 흐려 놓는다고, 지금의 경우가 그랬다. 하지만 다들 멘탈을 부여잡고 다시 시합 준비를 했다. 지영도 어차피 끝난 거, 이호석에게서 관심을 끄기로 했다.

짖던 개가 사라졌으니, 이제 다시 시합에 집중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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