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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44화 (44/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44화

44화. 선발전 대비 훈련(9)

이런 인터벌은, 진짜 사람을 미치게 한다.

평상시, 정상적인 몸으로 해도 더럽게 힘든데, 감량까지 한 상태에서 하면 이미 말라 있던 감정에서 뭔가 이상한 것들이 기어 나온다.

그게 바로, 예민함이라는 놈이었다.

다이어트는 아주 길게 잡아야 하기 때문에 이 예민함이 사람을 서서히 바꾼다고 치면, 운동선수들이 하는 단기간 감량은 사람을 순식간에 바꿔놓는다.

흡사 인격이 교체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극단적인 변화를 내보이는 사람도 있다.

허허, 웃는 황석마저도 남은 1㎏ 정도를 뺄 때는 한껏 예민해져서 웬만하면 장난기 많은 한은정조차 건드리지 않는다.

그럼 이 중에서 가장 예민한 사람이 누굴까?

예상했겠지만, 바로 강지영이다.

그런데 이것도 그나마 좋아진 축이었다.

스물일곱의 정신도 있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지, 평소라면 말도 붙이기 싫을 정도로 표정부터 시작해 모든 게 돌변한다.

근데 이런 지영을 누구도 뭐라고 하진 않는다. 왜? 그중에서 지영이 좀 더 심할 뿐이지, 다들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이때에는 서로 실수가 될만한 장난조차 치지 않았다. 괜히 건드렸다가 실제로 중학교 때 몇 번 싸운 적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서로 간에 거의 터치를 하지는 않는데…… 운동시간만큼은 또 예외였다.

짝짝!

“스물아홉! 서른! 끝! 자, 다들 고생했다. 스트레칭하고, 운동 끝내자.”

헉헉!

임대성 코치가 박수와 함께 인터벌 끝을 알리자, 이성진을 시작으로 다들 매트에 드러누웠다.

지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대로 드러누운 지영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폐가 터질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호흡보다, 근육이 문제였다.

밀어 올리기로 상체, 팔 벌려 뛰기로 풀어주고, 버피로 전신, 그다음 쪼그려 앉아 뛰기로 하체. 이걸 반복하면 상체부터 하체까지 진짜 죽겠다고 악을 지른다.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해보면 안다.

일반인은 이런 인터벌, 3회만 해도 아마 퍼지고도 남을 거다. 게다가 연희고 인터벌은 자세가 아주 정확하다. 대충하면 아예 카운트를 쳐주지도 않는 임대성 코치 때문에, 완벽한 자세로 전원이 해야만 카운트가 올라간다.

그러니 체력도 체력인데, 온몸이 진짜 제대로 후들거린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욱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건, 빠져나가지 못하고 옷 속에 갇혀 있는 열기다. 사우나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온 훈련장 안에 갇힌 열기가, 눈앞을 흐리게 만드는 정도를 넘어 의식을 빼앗을 것처럼 사람을 괴롭혔다.

거기에 심지어 훈련장엔 온풍기가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연희고는 학교에 하나밖에 없는 유도부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여름엔 에어컨을 빵빵 틀고, 겨울에는 온풍기를 빵빵 틀었다.

그래서 그냥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 정도로 훈련장은 훈훈했기 때문에 지영과 친구들이 느끼는 열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버텨야 했다.

이 정도는 소화해야, 훈련을 이어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스, 스트레칭하자…….”

강한결이 숨이 차 더듬으며 말하자, 지영은 몸을 옆으로 굴려 엎드린 다음에 일어났다. 하체에 뻑뻑하게 힘이 들어가서 그냥 일어날 힘이 없었다. 그렇게 몸을 굴려 일어난 뒤, 뭉친 근육들을 풀어줬다.

스트레칭은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관절과 근육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운동을 했으면 더욱더.

그래서 20분에 걸쳐 스트레칭을 하고,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샐러드.

수비드로 익힌 닭가슴살.

방울토마토.

바나나.

사과와 오이 등등.

아침, 점심에 먹은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식단.

그래서 보는 순간 절로 입술이 깨물리는 식단.

“미치겠네…….”

그걸 본 강한결의 입에서 험악한 소리가 나왔다.

천하의 강한결이 이럴 정도니, 지영이나 다른 친구들의 표정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아……. 우리 한 체급씩 올릴까?”

이성진이 식단을 노려보며 한 말에, 다들 그럴까? 하는 얼굴이 됐지만 곧 현실을 자각했다.

황금세대가 유도계에서 날릴 수 있는 이유는 사실 각자의 체급에서 피지컬이 확실히 우월하기 때문이었다.

재능과 실력도 실력이지만, 피지컬도 웬만한 선수들보다 우위였다.

하지만 한 체급씩 위로 올리면, 이 우위에 선 포지션을 버려야 한다.

한 체급이 올라가면 힘에서 반드시 차이가 난다. 당장 지영만 해도 임효중과 하면 힘에서는 확실하게 밀린다. 신장도 차이가 나고, 임효중이 그 체급에서 상위 10% 안에 드는 힘을 지녔으니 체급을 올리면 지영의 힘은 별 볼 일이 없어지는 수준으로 내려간다.

물론, 몸을 만들면 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몸을 만들면 되지만 그건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었다.

물론 이성진도 다음 시합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만, 문제가 있었다.

“우리야 몸 만들고 올라가면 괜찮을지 몰라도…… 석이는 아닐걸?”

“…….”

임효중의 말에 황석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가 있었다.

고등학교 유도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건 분명 연희고 황금세대였다. 고작 다섯 명이, 66부터 –100을 석권했으니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하지만 +100은 달랐다.

연희고 황금세대와 비교해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는, 오히려 연희고가 유명해서 상대적으로 묻힌 천재가 버티고 있는 체급이다.

+100㎏.

비봉종고 1학년 장대호.

올해 모든 전국대회에서 출전하지 않은 대회와 경기 중 부상으로 포기한 대회를 빼면 전 대회 석권이다. 금메달만 무려, 네 개.

일단 춘계와 추계, 용인총장배, 그리고 전국체전까지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게 바로 장대호다.

연희고가 황금세대로 불린다면.

장대호는 그냥 괴물로 불린다.

만약 여기서 한 체급씩 올리면 황석은 그런 괴물과 붙어야 했다.

하지만 괴물의 피지컬은, 진짜 괴물이었다. 신장이 2미터에, 체중은 145㎏ 나가는데 100m를 14초대에 주파한다면, 믿어지나?

하지만 진짜였다.

실제로 그 영상은 이미 인터넷에 올라와 잠시 화제가 됐을 정도였다.

이런 장대호와 황석은 체중만 무려 40㎏ 가까이 차이가 난다. 황석의 평체가 107 정도니까, 적어도 그 정도다.

그런 장대호가 그냥 피지컬만 좋으면 어떻게든 상대가 가능하겠지만 장대호는 기술도 좋다. 심지어 밸런스마저 뛰어나서, 헤비급이 가지는 고질적인 약점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였다.

황석이 체급을 올릴 시, 필승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였다.

‘아마 둘이 붙으면 진짜 피 터지겠지…….’

황석도 쉽게 지지는 않을 거다.

장대호에게는 없는, 기술과 센스, 그리고 체력이 황석에게는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필승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굳이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마음이 들게 했다.

그리고 이성진도 사실 그걸 안다.

아는데도 얘기한 건, 이 식단을 먹어가며 살을 빼는 게 너무 힘들어서였다. 그런 이성진의 마음을 지영도 솔직히 이해했다.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보자. 우리가 옆에서 많이 도와줄 테니까.”

“하아……. 너, 아까 나한테 뭐라고 한 거 미안해서 그러지?”

“어? 아, 뭐…… 그것도 있는데. 그래도 감량은 네가 제일 힘든 건 맞으니까.”

지영이 솔직히 인정하자 이성진이 씩 웃었다.

뒤끝이 오래갈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러지 않은 친구.

“자자, 먹고 힘내자. 이제 시합 얼마 안 남았잖아?”

“이 주나 남았거든?”

“하하, 이 주면 금방이지. 금방 가, 진짜.”

“가긴 가겠지……. 어후. 얘들아. 나 근데 요즘 키 큰 거 같지 않냐?”

“너? 거기서 더 커?”

“어, 더 큰 느낌인데……. 아 안 되는데. 여기서 더 크면 진짜.”

안 그래도 큰 이성진이다.

177에, 66㎏을 뛰니까 그 체급에서 거의 제일 크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런데 여기서 더 크면 필연적으로 밸런스부터 시작해 문제가 생긴다.

“이따 올라가서 재보자. 마지막에 잰 게 언제지?”

“몇 달 됐을걸?”

“너 인바디도 안 쟀어?”

“어, 요즘은.”

“……잘하면 진짜 크긴 했겠네.”

“윽, 그럼 폭망인데…….”

엎어지는 이성진을 강한결이 등을 토닥여 위로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 바로 키부터 재보는 이성진. 하지만 크지 않았다. 다행히 이성진의 착각이었다.

‘하긴, 내가 키가 그대로인데 못 느끼는 거면 뭐…….’

그래도 다행이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다시 TV 앞에 앉는 지영과 친구들.

“오! 우리 연예인 볼 시간!”

물기도 제대로 말리지 않고 나와 호들갑을 떠는 이성진. 그런 이성진의 머리에 수건을 던져준 임효중이 지영에게 말했다.

“지영아. 오늘 성진이 SNS로 연락 엄청 왔어.”

“무슨 연락?”

“연예인 할 생각 없냐는 연락. 아이돌 회사 몇 개는 되게 유명한 곳도 있었어.”

하긴…….

지영은 SNS를 계정만 만들어 놓고, 아예 방치하고 있었다.

전국체전 방송이 나간 이후 아마 충분히 많이 쌓였겠지만 아예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 경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라, 지영은 그냥 SNS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슬픈 유소년기가 있는 이성진만 트라우마로 인해, 활발히 SNS를 할 뿐이었다.

물론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것도, 임효중의 허락이 있어야만 했지만 그래도 이성진은 SNS를 통해 관심이란 갈증을 해결했다.

“나한테만 왔겠어? 너희한테 다 왔겠지.”

“응. DSY 여기는 우리 전부 데뷔조로 넣어주겠대. 다른 데는 아예 우리 다섯으로 아이돌 데뷔시켜 준다는 곳도 있었고. 어떻게, 할까?”

임효중의 말에 지영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진심이냐? 진심이면, 진지하게 고민해 볼게.”

“아니, 농담. 어, 시작한다.”

임효중의 말이 신호가 된 것처럼 시작하는 방송.

어제는 샤방샤방한 모습만 나왔다면, 오늘은 철저하게 지영의 고된 순간을 담은 모습에서 시작됐다.

일단 시작은 새벽 운동 같았다.

새벽 5시 30분이란 자막이 뜨고, 컴컴한 어둠 속에서 갑자기 불빛이 훅 들어왔다. 창문을 보니 지금 이렇게 앉아 있는 거실이었다. 거실 불이 들어오고, 좌우 방의 불빛도 들어왔다. 강한결과 황석의 방이었다.

째깍째깍.

마치 무슨 시한폭탄처럼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몇 배속으로 돌려 50분이 되자 다시 천천히 제 속도를 찾는 시간. 문이 열리고 지영과 친구들이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원으로 서서 준비운동 후 시작된 러닝.

러닝이 끝나자, 곧바로 시작되는 400미터 1분 인터벌.

인터벌이 끝나자 토끼뜀, 오리걸음, 소걸음 훈련이 나왔다.

이때 김선욱이 상당히 가까이 와서 찍고 있던 걸 지영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쓰이고 있었다.

땀방울은 떨어지고, 온몸에서 피어나는 열기는 올라가고.

허억, 허억…….

숨소리는 나오자마자 공기 중에 흩어졌다.

단련의 시간.

혹독한 고통의 시간.

이런 자막이 나란히 떴다가 사라진 뒤, 이번엔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오전 중에 수업받는 모습인데, 한없이 진지한 표정의 지영을 정말 잘 담았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오후 도복 훈련.

“어, 보성 소아다리 때네?”

“그러게. 이야. 저걸 여기다 쓰네?”

친구들의 말처럼, 도복 훈련 때 쓰는 영상은 지영이 보성이랑 소아다리를 할 때였다.

근데 사실 그때는 좀 넉넉했다. 보성 선수들보다 지영의 실력이 월등해서, 지영을 한계까지 몰아붙이지는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소아다리 때가 아닌 영상들이 섞여 있었다. 일반인이야 모르겠지만 훈련 당사자인 지영이나 친구들은 아는 장면들이었다.

“와, 편집 대박…….”

“땅땅거리는 소리도 좋다.”

배경음악은 비장함과 웅장함이 같이 느껴졌고, 그 사이로 땅, 따앙, 쇠 두들기는 소리가 은은하게 담겨 있었다.어제 마지막에 대장장이가 쇠를 두들기는 장면을 이어서 살렸으니, 지금 지영이 마치 쇠를 제련하듯이,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다는 걸 보는 사람은 전부 알 수 있을 거다.

오후 훈련이 끝나고, 이어지는 건 저녁이었다.

그리고 이 장면에는 달궈진 쇠를 물에 넣은 것처럼 치이익거리는 소리가 났다. 쉬는 시간이란 뜻이었다.

그리고 다시 저녁은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공부하고, 야간운동을 하고, 씻고 다시 공부하고, 그렇게 철저하게 스스로를 단련해 가는 장면으로 20분을 꽉 채웠다.

마지막에 지영의 방 불빛이 꺼지고 나서야 다시 뜨는 자막.

[쇠는, 천 번. 만 번을 두들긴다.]

“이건 뭐, 거의 영환데?”

이성진의 중얼거림이, 모두가 공감하는 감상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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