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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30화 (30/538)

회귀한 유도 천재는 다재다능 30화

30화. 임스테이(2)

성큼.

뭔가가 다가왔다.

뭐가 다가왔을까?

수능이다.

11월의 둘째 주.

목요일.

11월 11일. 수능 날이었다.

학교는 수능을 앞둔 고3 선배들을 위해, 강제적인 침묵에 들어섰다. 학년별로 건물이 따로 있지만, 그래도 후배들은 마지막 수능 점검 중인 선배들을 위해 숨소리조차 조심해주는 배려를 보였다.

월, 화, 수요일이 지나고, 목요일이 됐다.

연희고는 수능 당일만큼은 자체적으로 수업을 하지 않았다. 수업하는 학교도 있고, 쉬는 학교도 있는데 연희고는 후자였다.

사실 이날은 학생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마음이 붕 떠서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학교에 무의미하게 나와 있느니, 차라리 재량 방학을 했다.

지영은 수능인 오늘, 강한결의 어머님이 다니는 증권사를 찾았다.

원래는 앱을 통해서 쉽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전원이 미성년자라, 보호자와 함께 오거나 필요서 류에 전부 사인을 받아서 직접 찾아가야 했다.

점심시간 무렵, 미립 증권의 휴게실에서 황금세대는 강한결의 어머니를 만났다.

강한결의 어머니는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이셨다.

일과 육아를 둘 다 놓지 않고, 성공적으로 쌓아가고 있는 정말 멋지신 분이셨다. 푸근한 미소와 바라만 봐도 따뜻해지는 미소를 언제고 보여주시는 이선옥 여사와는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분이시다.

라고 볼 때마다 지영은 생각했다.

강한결의 어머니 김지영 여사님은 차를 소파에 가만히 앉아 황금세대 전원을 차분한 기색으로 바라보셨다. 노려보는 것도 아니었지만 연륜과 복장 때문인지, 절로 긴장감이 들었다.

“한결이가 다들 주식계좌 트겠다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는데, 진짜 왔네?”

주식은 위험하다.

지영이 어거지로 밀어붙이기는 했지만 솔직히 황금세대 중에서 주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제일 잘 아는 건 지영이었다. 강한결이야 그 위험함에 대해 누누이 듣긴 했겠지만 지영은 10년이란 시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치료제로 인해 관련 종목들이 폭등하고, 이걸 기회로 여긴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망했지.’

과장 서너 스푼 보태서 곡소리가 지구 전체를 휘감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걸 지영은 안다.

그래서 지영은 김지영 여사님의 말을 직접 받았다.

“제가 해보자고 했어요.”

“응, 들었어. 그래서 나도 허락했고. 언제나 조용하던 지영이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주식을 하자고 했는지 궁금했거든.”

“아. 하하.”

지영을 포함한 5인의 가족들이, 황금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엔 이런 것도 있었다.

내 가족이니까 무조건 믿는다, 이런 게 아니라, 확실히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런 시각이 가장 뚜렷한 게 바로 눈앞에 계신 강한결의 어머니, 김지영 여사님이셨다.

“아직 어리지만 나는 너희들에게 투자의 위험함을 구구절절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이건 사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잘 와닿지 않기도 하거니와, 내가 아는 너희들이라면 그 정도쯤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음, 그건 지영도 인정이다.

강한결이 말렸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들이 주식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전적으로 얘기를 꺼낸 게 지영이기 때문이었다.

여태 뭘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해본 적이 없던 강지영이, 처음 주도적으로 이걸 하자고 한 게, 그 위험하다는 주식이다.

주식에 대한 위험함이야 잘 알고 있지만 친구들은 자신이 처음으로 꺼낸 얘기에 귀를 기울여 줬고, 응답 또한 해줬다.

“좋아. 뭐 다른 건 묻지 않을게. 이번에 상금이랑 용돈 정도 넣는다고 했지?”

“네. 그것만 할 생각이에요.”

“음, 나쁘지 않네. 어린 나이에 직접 한 번 겪어보는 것도 사실 나쁜 건 아니거든. 그래야 아 이게 진짜 위험한 거구나, 그런 경각심이 뼈에 새겨지지. 종목이랑 투자 방향도 지영이 네가 정한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그러니?”

“네.”

이미 찍어둔 곳이 있다.

오늘 나오면서도 그 회사의 주가를 확인했고, 변동이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 제약회사가 본격적으로 요동치는 건 12월 말쯤이다.

그때부터 그 회사에서 치료제 개발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폭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좀 알아본 결과, 본래는 1차, 2차, 3차 이런 임상 결과는 주가에 반영이 되라고 빠르게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미 2차 임상이 끝나고도 남았을 지금까지도 철저하게 정보를 통제하고 있었다.

뭔가 이유가 있나? 혹시 뭔가 꿍꿍이가? 이런 생각이 안 들었던 것도 아니지만, 일단은 치료제가 너무 확실했다. 진짜, 코로나는 그 회사에서 만든 치료제에 정복당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그 이상은 굳이 자신이 궁금해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 지영이었다.

“그래. 그럼 잘 알아서 해봐. 엄마는 너희들 믿으니까, 만약 이번에 실패해도 고집부리지 않을 거라고 믿어.”

“네, 감사합니다.”

“필요한 서류들은 다 있고, 부모님들 확인도 내가 알아서 할게. 그거 하고 나면 얼마 안 걸릴 거야. 가서 점심이라도 먹고 있으면 개설해서 바로 보내줄게.”

“네.”

“그럼 엄만 가볼게. 자, 그리고 이거. 점심 사 먹고 들어가렴.”

김지영 여사님은 일어나서 강한결에게 10만 원을 주고는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황금세대에게 뒤도 안 돌아보고 손만 흔들어준 채 휴게실을 나섰다.

강한결의 어머님이 그렇게 떠나고, 지영도 애들이랑 미립 증권사를 나섰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뭐 먹을래?”

강한결의 질문에 이성진이 손을 번쩍 들었다.

“오랜만에 파스타!”

“파스타? 점심이니까 나쁘지 않네. 너희들은?”

파스타라.

지영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학교 급식으로도 꽤 자주 나오지만 그래도 밖에서 먹는 건 느낌이 좀 다르니까. 다들 동의하자 이성진이 앞장서 괜찮은 곳이 있다며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제 막 점심이지만, 청주의 시내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지영처럼 학교에 가지 않은 학생들이 꽤 많았다.

그래서 시선이 몰렸다.

지영을 포함한 연희고 아이돌은 오랜만에 조금 멋을 낸 상태였다. 항상 입던 트레이닝복, 교복, 도복 말고 오늘은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니트와 셔츠, 코트 등으로 멋을 냈다. 사실 무난한 패션이었다. 이 또래 애들이라면 옷장에 하나쯤은 충분히 입을 법한 옷이니까.

게다가 메이커도 아니었다.

그냥 인터넷에서 사이즈에 맞춰서 산 평범한 옷이었다.

하지만, 느낌이 달랐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 말이 있다.

헤어의 완성도 얼굴이란 말이 있다.

연희고 아이돌들은 끔찍하게 그 말에 부합되는 친구들이었다.

게다가 운동으로 다져진 육체가 받쳐주니, 시선을 이건 뭐 자석처럼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영과 친구들은 길 한쪽에서, 조용히 목적지로 향했다. 시선을 받는 거야 워낙에 익숙해서 창피함에 고개를 숙이거나 하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버터 바른 느낌이 진득하게 나는 이름을 가진 파스타 집에 도착해, 이것저것 많이도 시켰다.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유일하게 SNS를 활발히 하는 이성진이 음식 사진을 찍어 별스타에 올렸다. 그러자 주르륵 달리기 시작하는 댓글들.

“성진아, SNS 잘 관리해. 알았지?”

포크를 집어 들며 강한결이 잔소리를 하자 이성진이 넵! 하고 웃기게 받아줬다. 보통 요 나이 때면 사리 분별이 안 돼서 실수도 자주 하기 때문에 거의 한 달에 한두 번은 정기적으로 강한결이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뭐, 엄마였다.

음식은 음, 괜찮았다.

수백 명분을 만드는 연희고 급식보다는 한 5점 정도 괜찮은 정도, 딱 그 정도였다. 그래서 먹을 만했다. 음식에서 5점 차이면, 사실 엄청난 거니까.

선수들답게, 각자 요리와 같이 먹으려고 시킨 음식까지 전부 먹는 데 걸린 시간은 딱 15분 정도였다.

“6시까지 시간 남는데, 이제 뭐 할래?”

“나! 나는 PC방! 간만에 총 한 번 땡겨줘야지!”

강한결의 질문에 이번에도 이성진이 대답은 1등이었다. 그는 가끔 시간이 나거나 주말이 되면 PC방에서 총싸움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거기서도 제법 잘해서, 지는 게임보다 이기는 판이 훨씬 많은 걸로 알고 있었다.

“내가 같이 갈게.”

“그래, 효중이가 고생 좀 해라. 지영이랑 석이는?”

“난, 음…….”

황석은 고민했고, 지영은 생각해 뒀던 대답을 꺼냈다.

“난 겨울 운동복 좀 사려고. 그거 사고 바로 숙소 갈 거야.”

“그래? 나도 필요했는데 나도 같이 가자. 석이는?”

“음, 같이 갈게.”

그걸로 정리 끝.

강한결은 끝까지 이성진과 임효중에게 ‘헌팅 조심해’란 말을 마지막 잔소리로 던져줬다. 그러자 이성진은 알았어! 알았다고! 나도 이제 애 아니야! 하고 농담 가득한 대답을 남기곤 임효중과 함께 PC방으로 떠났다.

둘이 떠나자 지영은 강한결, 황석과 함께 스포츠전문 의류 브랜드로 향했다.

“지영아.”

“응? 응.”

“주식. 생각해 둔 데 있는 거지?”

“응.”

당연히 있다. 그리고 거긴 한국계 회사가 아니다.

치료제는 북유럽 노르웨이에 적을 둔 제약회사에서 나왔다.

수천 개 섬 중에 베가라는 곳에 본사가 있는, 정말 특별할 것 없던 제약회사다. 애초에 이 치료제는 우연의 산물이란 얘기가 있었다.

합성조미료가 우연찮게 나온 것처럼, 이 치료제 또한 아주 우연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우연으로 탄생한 백신은, 코로나를 완벽하게 궤멸시켰다. 그게 지영의 회귀 전 병원에서 지켜봤던, 세계가 크게 뒤흔들린 일대 사건이었다.

그걸 까먹지 않았기에, 지영에게도 이런 기회가 생겼다.

의류 매장으로 향하면서 강한결이 다시 물어왔다.

“지영아. 주식은 장기적으로 할 거야? 아니면 너 그 정보? 그것만 하고 끝낼 거야?”

강한결의 질문에 지영은 걸어가면서 고민했다.

사실 머릿속에 있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워낙에 지영이 그쪽으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용하면, 평생 돈 걱정 안 해도 되는 정도의 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었다.

‘백신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그걸로 다른 데 투자하면 되겠지.’

적어도 몇 개는 있으니까, 그건 적절히 이용해 먹을 생각이었다.

‘회귀는 축복이고, 그 기억 자체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건 선물이겠지.’

지영은 그 생각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 막 무분별하게 할 생각은 없어. 딱 느낌 오는 거 몇 개만 해볼 거야.”

“흠…….”

“한결아. 네가 무슨 걱정하는지 알아. 그런데 이번엔 날 좀 믿어줘. 대신 그때 약속한 것처럼 이번에 실패하면 절대 주식 얘기는 꺼내지도 않을게.”

“진짜지?”

“응.”

당연하다.

만약 그 회사에서 치료제를 만들지 못하면, 이는 자신이 아는 미래와는 다르다는 뜻이니 절대로 그쪽은 손대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영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강한결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는 걸로 답을 대신했다.

믿을 수 있는 친구.

언제고 자신에게 전 재산을 빌려달라고 하면, 이유를 들어보고 타당하다 싶을 때 전부 빌려줄 수 있는 친구.

강한결은 그런 친구였다.

그렇게 짧은 대화 끝에 의류 매장에 도착한 지영은 운동복을 샀다.

딱 필요한 상하의 두 벌, 운동화 두 개, 땀복 두 개, 그리고 안에 입을 기능성 땀복 세 개. 회귀 이후 가장 큰 지출이었지만 운동에 대한 투자라서 지영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시내를 둘러보다가 할 것도 없어서 학교로 돌아왔다.

숙소 문을 열고 방에 짐을 놓기 무섭게 메시지가 왔다. 주식계좌가 개설되었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이어서 강한결의 어머니 김지영 여사에게 지켜보겠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도 왔다.

톡! 톡!

메시지는 다 같이 받았는지 PC방에 있을 이성진에게 이제 어떡하냐는 톡이 들어왔다.

지영은 숙소로 오면 다 같이 하자고 답장을 보내고는 침대에 누웠다.

“잘하고 있어.”

잘되고 있고.

무수히 많은 것을 바꾸고 있고, 그 방향은 적어도 자신이 생각했을 때는 최고였다.

“이렇게만, 이렇게만 가자.”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듯이 중얼거렸던 지영은 사르르 쏟아지는 졸음에 항복하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쉬다가 일어난 지영은 황금세대 전원의 앞에서 김지영 여사를 통해 북유럽의 제약회사 ‘Vega’의 주식을 돈이 허락하는 선에서 모조리 사들였다.

다행히 여사님은 왜 이거냐고 묻지 않았다. 그렇게 지영이 정말 한 회사에 주식을 전부 사들이는 걸 본 남은 넷도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한화 13,000원 정도 하는 주식을 모두 매집했다.

화살은 떠났고, 적중인지 헛방일지 모를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수백만 원을 품은 화살이 왜 제약회사로 날아가는지, 친구들은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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