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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316화 (316/335)

316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316)

주식 매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잠깐잠깐 중간 보고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무렵, 정호준의 저택에서 6개월이 넘도록 신세를 지고 있던 김은주의 귀국 일정이 잡혔다.

‘8개월이면 많이 쉬었지.’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톱스타로 분류되는 이들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 출연한 후 보통 반년에서 1년의 휴식기를 갖는다.

방송에 노출되는 건 이미지를 소모하는 일이었고, 연예기획사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실력과 운, 타이밍 등 온갖 복합적인 요소가 겹쳐 발생한 성공이지만 어쨌든 성공해서 톱 반열에 오른 이상 쓸데없이 이미지를 소모할 이유는 없었다.

롱런을 위해 아티스트가 원해도 소속사들은 휴식을 권유하곤 했다.

김은주는 명실공히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여배우였고, 톱스타답게 긴 휴식기를 가졌다. 사실 미국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던 터라 좀 더 휴식을 취할까도 고민했다던데, 박기태의 부친 박남정으로부터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와 주길 바란다는 캐스팅 제안을 받아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시놉시스가 구린 것도 아니고, 시아버님의 부탁(?)이거나 혹은 시아버님이 자신을 생각해서 배역을 준 거라고 해석하는 상황에서 어찌 거절하겠나?

이런 이야기를 왜 하나 하니,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일정을 밝힌 식사 자리에서 김은주가 폭탄을 떨어트렸기 때문이다.

“우리 내년 가을에 결혼하기로 했어.”

뜬금없는 결혼 발표에 놀랐지만 잘됐다는 표정을 짓는 아리아의 표정을 확인하곤 그녀가 움직였다는 것을 눈치챘다.

* * *

정호준에게 도와달라고 부탁받은 아리아는 시카고로 복귀한 후 김은주와 여자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커피와 다과를 즐기며 화장품이나 명품 이야기를 시작으로 성생활 같은 낯간지러운 소재들에 관한 것까지 대화를 나눈 후 아리아는 둘만의 자리를 마련한 본론을 꺼내 들었다.

“은주, 너도 이제 슬슬 결혼 생각할 때 됐잖아. 계획은 있고?”

12월생이라 아직 만 나이로는 서른하나였지만 한국 나이로는 서른셋이었다. 2013년이면 서른넷이 되었다. 연예인들이 늦게 결혼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늦었다고 보기 뭣 했지만, 일반인 기준으로 여자 나이 서른넷은 좀 늦은 편이었다.

2020년대에 이르러선 서른넷이 다시 적령기처럼 여겨지긴 하지만, 어쨌든 현재는 2020년대가 아닌 2010년대 초반이었다.

아리아의 물음에 김은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글쎄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기태한테 티를 내고 은근슬쩍 결혼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리긴 했는데, 딱히 액션이 없네.”

한국의 연애 및 결혼관은 연애 결혼보다는 중매결혼이 많았었다. 사회가 조금 개방적으로 변하며 연애를 즐기기 시작한 뒤로는 고백도 남자가 결혼도 남자가 결정하는 식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 또한 시간이 지나며 남자가 마음에 들면 여자가 먼저 나서서 고백하고 사귀는 단계로 발전하곤 했지만, 결혼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2020년대에 이르러서도 부모가 금수저가 아닌 이상 결혼은 남자가 결정해야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여자도 원한다는 전제는 당연히 붙어야 하지만.

종종 외국에 나와 휴식기를 갖고, 대중이 우러러보는 연예계란 곳에서 활동한다지만 김은주의 사고방식은 전형적인 한국 여성의 그것이었다.

“은주, 그렇게 수동적으로 생각하고 수동적으로 삶을 살아가면 나중에 후회막심일 거야. 놓치고 나서 ‘차라리 이야기라도 꺼내 볼걸.’ 이런 생각이나 하면서 자책하고 후회할걸?”

아리아의 충고를 들으니 아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고 잘살고 있는 정호준이 잠깐 생각났지만 친한 친구가 된 아리아나 현 남친인 박기태에게 실례되는 일이었기에 이내 머릿속에서 지웠다.

“내가 직접 기태한테 결혼하자고 말하란 거야?”

여자의 눈치로 김은주가 정호준을 생각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아리아는 모르는 척 넘어갔다. 어차피 호준은 그녀의 남자였다.

“청혼을 누가 하면 어때? 여자가 먼저 청혼하면 안 된다는 거 편견이야.”

깨어 있는 아리아의 사고관을 듣고는 ‘역시 서양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잠긴 김은주에게 아리아는 다시금 충고했다.

“은주도 돈 벌 만큼 벌었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사람이잖아? 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수동적으로 마냥 기다릴 이유가 뭐야? 갖고 싶으면, 원한다면 움직여서라도 쟁취해야지.”

또다시 후회할 거라는 말만큼은 가슴에 확실히 와닿았기에 김은주는 자신이 직접 프러포즈를 감행했다.

* * *

중대 발표가 있었던 식사를 마치고,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갈라져 저마다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박기태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모두 전해 들은 정호준은 조금 실망했다는 투로 말했다.

“내 친구지만 너무 찌질한 거 아니야? 정말 은주 누나가 프러포즈를 한 거야?”

끄덕!

자기도 창피한 걸 아는지 박기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겁쟁이인 나 대신에 은주 누나가 용기를 내준 거지.”

“고마운 거 알면, 한눈팔지 말고 누나한테 잘해라.”

유명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이 여자 저 여자 건드리며 가벼운 만남을 이어 간 1회차 때의 모습이 기억나 결혼생활에 관해 충고했다.

“알아, 잘해야지.”

박기태는 뭔가 다짐하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고, 그 말을 들은 정호준은 화제를 바꾸기 위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방송 시작한다며?”

“응, 은주 누나 한국 들어가면 그때부터 방송 시작하려고.”

“방송은 어디서 하려고?”

박기태의 대답을 들은 정호준은 퇴근 후 남는 시간에 게임 방송을 켜겠다는 일과를 계획 중인 박기태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일단 스위치에서 방송 시작하려고. 뷔튜브에는 그날 방송 중 제일 재미있었던 판으로 업로드할 생각이고.”

“편집자는 구했고?”

“당장에는 한국 사람들보다 미국 사람들이 더 많이 볼 것 같아서 현우 형 말고 올리버에게 도움을 청했어.”

레전드컵 우승팀의 멤버이자 아이들의 성장 기록을 촬영하는 카메라팀의 일원인 올리버 윌슨이 도와주기로 했다는 말에 정호준은 세부 조건을 물었다.

“윌슨이 공짜로 도와주겠다고 한 건 아니지?”

“당연하지! 뷔튜브 채널 지분 15%와 1,500달러씩 따로 월급을 지급하기로 했어. 사실 올리버는 월급 안 받아도 되니까 채널 지분을 6:4로 나누자고 했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손해 같아서.”

미국식 유머에 능통한 올리버 윌슨은 박기태에게 꼭 필요한 인물이다. 물론 사람을 구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이라도 구할 수야 있겠지만, 올리버 윌슨과는 친분과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다른 사람을 구할 필요는 없었다.

박기태의 장점 중 하나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실패를 가정하지 않고 크게 크게 본다는 점인데,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한 달에 170만 원 정도 되는 월급을 매달 지급하게 되었지만 정호준이 판단하기에 결코 나쁜 선택이 아니었다.

25%의 지분은 170만 원이란 푼돈(?)을 매달 지급하는 것 이상의 것으로 돌아오리라.

“잘했네. 윌슨과 달리 너는 마스크가 나쁘지 않으니까. 레전드컵 12시즌 우승자라는 점이나, 위즈니악과 일튼 머스크, 나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포장해서 잘 팔아먹으면 금방 방송 키울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어.”

1회차에서 성공을 거뒀던 만큼 알아서 잘하겠지만 거지만, 만약 방송이 생각보다 저조하면 위즈에게 따로 이야기해서 알고리즘을 타게 만들어 주면 된다.

‘불공정하긴 하지만. 세상은 원래 이런걸?’

혈연, 지연, 학연으로 가득한 세상이잖은가? 굳이 정호준만 냉정하게 봐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정호준 또한 박기태와 같은 인연을 맺은 이들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으니 말이다.

* * *

시간은 다시금 빠르게 흘렀고, 정치인들의 D-day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도 미국도 대통령 선거 때문에 시끌벅적한 한해였다. 한국보다는 미국이 한발 빨랐다.

2012년 11월 6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고, 정호준은 당연히 오리하에게 한 표를 던지며 아리아와 함께 투표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혹시나 변수가 생길까 봐 지켜본 개표 방송이지만 변수는 없었다. 아니 정호준의 개입으로 미국의 상황이 1회차보다 훨씬 좋아진 공이 모두 오리하의 덕으로 변모해 표가 쏠렸다.

오리하는 ‘매직 넘버’라 일컬어지는 ‘선거인단 270명’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공화당 후보 ‘짐 롬니’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11월 6일 오후 10시 38분에 패배를 인정했다.

물론 짐 롬니가 패배를 인정했어도 개표는 계속 진행되었고, 개표가 모두 끝난 순간 밝혀진 결과는 미국 정계에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오리하: 343

짐 롬니: 195

“343명! 정말 압도적입니다. 재선을 치른 역대 대통령 중 루즈벨트를 제외하고 이렇게 막강한 지지를 받은 후보가 또 있을까요?”

정호준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정호준이 일으킨 나비효과는 인디애나주의 주민이 오리하에게 표를 던지게 했다. 2008년 대선 때와 달리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에 등 돌렸을 인디애나주의 표심은 정호준이 일으킨 나비효과 때문에 여전히 오리하의 편에 서 있는 결과를 도출했고, 3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던 1회차보다 무려 11명의 선거인단을 더 확보했다.

인디애나주에서의 패배로 짐 롬니는 선거인단을 200명도 채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과 오리하에게는 압승이라는 말이, 공화당과 짐 롬니에게는 참패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선이 그렇게 끝이 났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군부대의 이른 철수와 JHJ Capital이 SM 벨라스키스의 주식을 매입해 준 덕입니다.”

오리하는 자신의 압승 뒤에는 정호준의 덕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SM 벨라스키스에 투자한 건 어디까지나 SM 벨라스키스가 적절한 투자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정호준과 오리하는 혹시나 있을 도감청(비밀거래) 같은 것에 연루되지 않도록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대통령께서 원하시던 오리하 케어에 좀 더 힘을 실을 수 있게 됐군요.”

오리하 케어는 2010년 3월에 승인된 법이지만 의무 가입이나 가입 거부 시 벌금을 징수하는 강제성 때문에 미국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단점과 주(State) 정부의 의사를 무시하는 강제적인 법이라는 이유로 공화당을 필두로 한 반대 세력(보험사, 의료집단)과의 갈등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며 재선에 성공한 것은 분명 오리하 케어에 힘을 실어 주게 될 것이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설득해 봐야죠.”

정호준이 오리하를 높게 평가하는 건 힘이 있다고 무작정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리하는 공화당의 연이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몇 번이고 반대 세력을 찾아가 설득하는 정성을 보인다.

오리하는 협치(協治)가 무엇인지 잘 보여 주는 이였다.

“잘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건 그렇고, 취임식에 와 주실 거라 믿습니다.”

“초대만 해 주신다면야 당연히 가야죠.”

마음 같아서는 귀찮아서 싫다고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기에 정호준은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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