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50화 (250/335)

250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50)

사무실 꼭대기에 마련해 둔 작업장 관리에 힘쓰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의외의 손님이 이른 시간에 정호준을 찾아왔다.

“어쩐 일이에요? 이야기도 없이.”

“서프라이즈지. 만남은 의외성을 띄어야 더 극적이잖아.”

남자의 정체는 유니버셜 히치의 공동 창업자(?) 스티븐 위즈니악이었다.

“아직 식전이지? 일부러 지금 시간 맞춰서 왔는데.”

동네 아저씨 같은 패션에 햄버거 세트 꾸러미를 양손에 쥔 모습이 퍽 친근하게 다가왔다. 항상 느끼지만 위즈니악은 참 친화적인 남자였다.

‘이게 바로 인싸가 풍기는 오오라라는 건가?’

“위즈가 이렇게 직접 점심거리까지 사 들고 왔는데, 어딜 가겠어요? 커피나 한잔 뽑아 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요. 아, 위즈도 커피 한잔할래요?”

“콜라 사 왔는데?”

“콜라는 콜라고 커피는 커피죠.”

정호준이 커피를 마시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자 위즈니악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나는 캬라멜 마키아토로 부탁해. 혹시 휘핑크림도 올려 줄 수 있어?”

“휘핑크림은 없어요. 마키아토만으로도 충분히 칼로리 높으니까 그것만 먹어요.”

원두를 꾹꾹 눌러서 홈에다 넣은 뒤 커피 머신을 작동시켰다.

우우웅.

커피 머신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위즈니악은 질문을 던졌다.

“JHJ Capital의 정호준 대표님이 내려 주는 커피를 다 마셔 보고. 이거 영광이군.”

“놀리지 말아요. 그렇게 치면 나는 그 위즈가 사다 주는 햄버거를 먹는 건데요?”

“원래도 직접 내려 먹나?”

인싸들에게 필수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마이페이스 기질은 정호준의 말을 무시한 채 자신이 궁금한 것만 질문했다.

“제가 직접 내려 먹기도 하고, 비서가 내려 주기도 하고, 상황과 경우에 따라 달라요.”

위즈니악이 사 온 햄버거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이제 슬슬 이렇게 기습 방문을 하신 이유를 알려 주실 때가 된 것 같은데요.”

박기태가 전생부터 이어져 온 인연이라면, 위즈니악은 미국에서 활동하며 아내인 아리아 이후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남자여서인지 대화는 꽤 오래 이어졌고, 식사를 마치고도 30분가량을 더 이야기한 뒤에야 위즈니악이 찾아온 본론을 물을 수 있었다.

이야기할 것이 정호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주제인지 그답지 않게 눈치를 봤지만 이내 본론을 꺼내 들었다.

“호준. 너도 알다시피 유니 톡 사용자 수가 2억 5천만 명을 돌파했어.”

“그렇죠. 하나쯤 운영해 보고 싶어서 산 구단들이 제 몫을 톡톡히 해 주네요.”

정호준 본인이 구단주로 있는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리버풀과 메이저리그 빅마켓 시카고컵스 외에도 NBA의 빅마켓 뉴욕닉스와 로스엔젤로스 레이커즈 등 인기 스포츠 인기 구단의 메인 스폰서가 되어 돈을 쏟아부은 값을 했다.

“요즘 직원들의 입에서 회사가 언제 상장할 건지 말이 많아. 상장을 할 거면 슬슬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닐까?”

사업이 잘되면 잘될수록 관리 인력은 늘어나기 마련이고, 그렇게 관리 인력이 늘고 사업이 승승장구를 이어 가면 비상장 회사들은 대개 상장(IPO)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이 IPO를 원하는 건 사실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자나 창업자들뿐이 아니다.

IPO를 시행하게 되면 직원들에게도 작게나마 떡고물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업의 규모가 커지며 회사에 고용됐던 직원들 또한 회사가 IPO하기를 바란다.

페이스노트, 뷔튜브와 연동이 되게끔 프로그래밍해 놔서인지 사용자 수가 2억 5천만을 돌파했음에도 정체기에 들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입자 수에, 유니버셜 히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회사가 곧 상장할 거라고 기대하며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내 예감이지만 호준은 상장을 원하지 않는 것 같거든. 그래서 찾아왔어. 호준이 상장을 꺼리는 이유를 알고 싶어서.”

철두철미하고 팍팍한 기준을 들이밀며 사람을 갈아 대는 잡스와 성격상 맞지 않아 갈라섰고, 잡스와 갈라선 이후에도 변하지 않고 사람 좋은 모습을 줄곧 보여 주는 위즈니악이지만. 사람이 좋다는 말이 눈치가 없거나 생각이 모자란 인간은 아니다.

거대한 성공을 이룩했고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 전설 취급을 받는 남자답게 정호준이 상장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확신이 가득 서린 위즈니악의 시선에 정호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위즈가 갑자기 들이닥칠 만하네요.”

정호준이 이 주제를 꺼릴 걸 알고 있어 알리지도 않고 깜짝 방문을 한 것이리라.

“직원들에게는 충분히 높은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로도 모자란 모양이네요. IPO로 얻게 될 수익까지 이야기하고.”

“연봉이야 일한 것에 대한 대가고, IPO 실시로 받게 될 주식을 일종의 보너스 개념이니까. 목돈이 생기는 걸 싫어할 사람은 세상에 없잖아. 그리고 성공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만큼 성공의 대가를 나눠 받길 원하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해.”

위즈니악의 변하지 않는 올곧고 따듯함 생각에 부끄럽다는 감정이 올라왔지만 이내 그 감정을 내리눌렀다.

“상장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욕심쟁이기 때문이죠.”

“욕심쟁이라면?”

“유니 톡과 페이스노트, 뷔튜브 모두 흑자로 전환된 지 오래죠. 수익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날이 늘어날 겁니다. 제가 당장 돈이 급한 것도 아닌데, 그걸 굳이 남과 나눠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IPO의 성공은 분명 막대한 부를 안겨다 준다. 포보스가 부자로 선정한 이들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들 대다수가 미국에서 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주식 부자라는 게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말이다. 이미 충분한 자산을 가진 정호준은 굳이 IPO를 시행할 이유가 없었다.

“제가 회사에 자금을 대지 못할 정도로 돈이 없는 것도 아니죠.”

IPO를 시행하는 게 ‘그동안 고생한 것을 보답받기 위해서’로 의미가 변질됐지만. 사실 IPO의 주목적은 주식 상장을 통해 자금을 수혈함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새로운 동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정호준에게는 회사가 자금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자금을 수혈할 능력이 있었다.

‘이사회가 구성되면 그건 그거대로 시끄럽게 굴 거다. 방해요소는 처음부터 없는 게 나아.’

욕심을 드러내는 정호준의 답변에 위즈니악은 처음으로 표정에 웃음기를 지웠다.

“호준. 이미 죽을 때까지 써도 다 못 쓸 자산을 벌었으면서, 그렇게까지 욕심낼 필요가 있을까? 상장을 기대하고 있던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떨어트리는 일이야.”

인간은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았음에도 머릿속으로 자신의 수익을 계산해 놓고 그것만 못하면 실망하곤 한다.

“혹시, 호준 네가 경영권 분쟁 때문에 염려하는 거면. 내가 보유 중인 지분을 3%로만 남기고 다 시장에 던질게.”

누가 직원들에게 주식을 뿌렸던 착한 바보형 아니랄까 봐, 위즈니악은 물욕보다는 자신과 함께 일했던 모두의 행복을 추구했다.

“그러지 마요. 위즈가 그럴수록 제 낯이 뜨거워집니다.”

“그걸 알면. 마음 가는 대로 베풀면 되지 않나!”

“좋은 일을 하고 싶으면 그냥 배당받아서 베푸세요.”

정호준이 지분 100%를 쥐고 있는 회사가 아닌 이상 상장회사처럼 수익을 나누는 배당이라는 요식행위를 거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돈이 많다 해도 기부라는 행위는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들이 제 돈을 아까워하는 것처럼 돈이 많은 부자도 제 돈은 아깝다. 일반적인 기부조차 그렇거늘 IPO를 시행하는 건 꾸준하게 황금알을 낳아 줄 거위를 누군가에게 넘겨주는 일이었다.

“왜 나한테까지 베풂을 강요하며 나를 부끄럽게 만듭니까!”

정호준은 악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다. 굳이 말하자면 ‘선(善)’에 가까운 인간이었다. 착한 사람이 옆에서 선함을 과시하자 계속해서 양심의 가책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정호준과 스티븐 위즈니악은 연을 맺은 후로 처음 고성을 뱉으며 말다툼을 이어 갔다.

* * *

말다툼 후에는 위즈의 설득이 이어졌다.

한 번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판단되는 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정호준은 계속되는 위즈니악의 설득에 조건부로 수락했다.

“페이스노트와 뷔튜브를 유니버셜 히치에서 독립시켜 새로운 회사로 만들겠습니다. 이 안건에 찬성해 주시면 위즈의 제안, 수락하겠습니다.”

주주에 친화적인 성향이 강한 미국의 특성상 상장 후에 한국처럼 물적분할을 진행하면 정호준이 가진 지분이 얼마나 많든 간에 길고 긴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정호준은 시끄럽고 번잡해지는 걸 원치 않았기에 처음부터 문제 될 소지는 잘라내고자 했다.

“호준 자네 정말 독한 거 아나.”

“독하니까 이만큼 성공한 겁니다.”

위즈니악은 본인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3%에 해당하는 지분만 남기고 전부 시장으로만 던지겠다고 했으나 정호준은 그 비율을 조금 늘여 5%를 남기도록 했다. 그리고 영상통화를 통해 2%의 지분을 보유한 이사 네 명과 박기태의 지분율을 1%로 낮추기로 합의를 봤다.

1%씩 낮춘 다섯 명의 지분 총합 5%와 위즈니악의 지분 11%, 정호준의 지분 24%를 합쳐 총 40%의 지분으로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IPO시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합의를 마쳤다.

[유니 톡 지주회사 유니버셜 히치 IPO를 위해 움직이다!]

정호준은 시카고 트리븐과 캘리포니아 타임즈 등을 통해 이 사실을 널리 알렸다.

* * *

뷔튜브와 페이스노트를 합쳐 메타튜브라는 새로운 지주회사를 만든 정호준은 회사를 분리하면서 메타튜브는 상장하지 않을 것을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주지시켰다.

혈연으로 묶인 사촌이 땅을 사도 배 아파하는 게 인간이다. 당연히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인간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정호준은 유니버셜 히치로 소속을 옮겨 달라는 이들이 생겨나기 전에 메타튜브 직원들을 달랠 당근을 제시했다.

“유니버셜 히치 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 받게 될 지분과 똑같은 지분을 제공하겠습니다.”

폭발할 뻔했던 메타튜브 직원들의 불만은 정호준이 제시한 당근을 받고 잠잠해졌다.

다만 정호준의 할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 메타튜브 직원들에게 제시한 당근(지분)은 IPO를 위해 내놓고 남은 50% 지분에서 제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호준의 유니버셜 히치 보유 지분은 40%대로 떨어지게 되었다. 자신이 유니버셜 히치 지분의 50%는 쥐고 있고 싶었던 정호준은 JHJ Capital 주식매입팀을 불러 모았다.

“유니버셜 히치라고 제가 투자하고 있던 스타트업이 IPO를 하게 될 겁니다. 유니버셜 히치를 주시하다가 IPO가 실시되면 곧바로 지분을 매입해 주십시오.”

이제 막 IPO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을 뿐임에도 정호준은 IPO를 못 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미래를 이야기했고, 정호준에게 부름을 받은 JHJ Capital 주식매입팀 또한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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