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45화 (245/335)

245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45)

서울시 종로구 지하문로의 위치한 어느 건물에 파란 박스를 든 일련의 무리가 급습했다.

“검찰에서 나왔습니다! 모두 책상 위에서 손을 떼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일련의 무리의 정체는 검찰 공무원들로 파란 박스를 든 검찰의 수사관들이 급습한 건물은 카카엔터테인먼트가 사무실을 두고 있는 건물이었다.

“막아!! 자료를 지키라고!!”

압수 수색 중인 이들을 막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장덕호 회장을 향해 중년 남성이 천천히 접근했다.

“지금 방해하시면 공무집행 방해로 구속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실로 강력하다. 영장까지 쳐서 압수 수색을 진행하는 이들을 방해할 정도로 간덩이가 큰 이들은 대한민국에서 깡패밖에 없었다.

장덕호 회장이 주가 조작 사기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X 됐다는 표정을, 모르는 이들은 검찰이 쳐들어왔다는 것 때문에 불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10명이 넘는 수사관을 대동한 채 현장에 나온 중년 남자, 김태연 부장검사는 받아 온 체포영장을 펼치며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 제7부 김태연 검사입니다. 카카엔터테인먼트 회장 장덕호 씨. 당신을 허위 사실 유포 및 주가 조작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부장검사가 일선에 직접 나서는 경우가 지극히 드물었으나 이번 사건의 알맹이가 작지 않았기에, 평범한 부장검사가 아닌 현 검찰총장의 직속 라인의 부장검사가 움직였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목을 끌어 보기 위해서였다.

[카카엔터테인먼트 회장 장덕호,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 역시 거짓이었나?]

카카엔터테인먼트 회장 장덕호의 구속 사건은 5월 27일 목요일 저녁 뉴스의 주요 헤드라인으로 쓰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카카엔터테인먼트가 주가 조작을 위해 자료들을 조작한 것 같다는 금감원의 의심과 그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넘겨받아, 5월 27일 오후 2시쯤 압수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박경훈 원장은 강현태 전 의원의 제보 덕에 국민의 자산을 지킬 수 있었다며 공을 돌렸습니다. MBS뉴스 강서현입니다.”

“오늘 오후 카카엔터테인먼트를 급습한 검찰은 장덕호 회장이 주가 조작을 시행했다는 증거물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에 이어 검찰은 연루된 이들을 찾아 발본색원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KBC 강주연 기자입니다.”

* * *

카메룬이란 나라에서 채광 원석의 제조, 소매, 유통까지 이 일련의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3,000원~4,000원을 오가던 주가는 이윽고 광산을 발견했다는 보고서로 인해 조금이나마 상승한 상태였다.

5월 28일 금요일. 코스닥에 상장되어 있던 카카엔터테인먼트는 장이 열리자마자 파란불을 띄며 하락장을 맞이했다. 4,000원을 돌파해서 4,500원을 바라봤던 카카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연이은 하한가로 4,000원 선이 깨지게 되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지고 주가 조작을 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대개 항상 피해를 본 뒤에야 밝혀졌던 주가 조작 사태가 금감원과 정부 기관에 의해 빠르게 밝혀진 터라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국민의 관심으로 밥을 먹고 사는 언론은 당연히 계속해서 이 사건을 파해쳤고, 성공한 수사였기에 검찰이나 정부 또한 정보를 푸는 것에 박하게 굴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카카엔터테인먼트의 악재는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

[검찰, 카메룬 주제 외교관 김 모 씨가 카카엔터테인먼트로부터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밝혀!]

“본 검찰은 카카엔터테인먼트 장덕호 회장이 외교부 직원을 매수해, 외교부에서 광산을 공증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카카엔터테인먼트의 장부와 계좌를 뒤져 자금의 흐름을 파악한 검찰은 이윽고 장덕호 회장이 카메룬에 파견 나간 외교관들을 섭외하기 위해 움직인 사실을 찾아냈다.

⌎역시 강현태 의원이네. 이번에도 주가 조작을 잡아줬어.

⌎외교부의 공증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게 이뤄지는 건가?

⌎와!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 조금만 늦었어도 돈 받아먹은 놈들이 조작에 가담했을 거 아냐.

⌎장덕호의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최소 수천억 단위의 손실이 났을 거 같은데. 오랜만에 잘했네.

⌎맨날 일 터진 다음에 수습하는 것 같더니 웬일로 정부가 한 건 했네?

⌎장덕호한테 뇌물 받아먹는 놈들 모두 잘라라!

⌎뇌물 받아 처먹은 놈들에게 연금을 줘선 안 된다.

뭐만 하면 상대방을 못 잡아먹어 안달 난 대한민국의 정치 구조상 진보당 측 의원들은 이 사건을 가지고 당연하다는 듯 여당을 공격했다.

“더 큰불로 확장하기 전에 막은 건 다행이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닙니다. 김명호 정부가 내건 자원외교가 얼마나 신기루 같은 정책이었는지, 이번 사태만 봐도 똑똑히 알 수 있습니다.”

야당은 김명호 정부가 내건 자원외교 슬로건을 비판했다.

그러나 일이 커지기 전에 사전에 차단해서 그런지, 야당의 기대와 달리 진보 쪽 정당의 발언에 동조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새로운 루트를 찾아야 하는 건 맞지 않나?

⌎ㅇㅇ 맞음. 자원 하나 안 나는 나라에서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건 상식임.

⌎불나기 전에 잘 껐으면 됐지, 뭐가 그렇게 못마땅할까? 누가 좌파 아니랄까 봐!

역풍이 불며 야당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일이었으나 야당에겐 다행스럽게도 본격적인 역풍이 불기 전에 정부 관계자가 주가 조작에 연루되어 있다는 검찰의 발표가 나와 정치적 입지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검찰, 김은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 대사의 계좌로 흘러간 자금 포착!]

정부에서는 묻고 가려 했던 진실이었지만 대한민국은 좁디좁다. 검찰에는 여당이나 정부가 아닌 야당 관계자들과 학연, 혈연, 지연 등의 인연으로 이어진 이들이 수두룩했고 검찰 내부에서 받은 정보를 토대로 밀어붙여 역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은식 대사가 머리인지, 아니면 그 위에 누가 있을지 끝까지 파해쳐야 합니다!!”

대선을 위한 포석으로 다시 한번 여당을 공격했지만 사태의 책임은 김은식이 지는 것으로 끝났다. 정부가 김은식 대사의 직위를 해제시키고 형사 조치에 들어갈 무렵 또 한 번 시끄러워질 일이 발생했다.

“김은식 전 대사가 자택에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정호준이 바꾼 역사 때문에 수백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고 사람들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을 남자는 그렇게 명을 달리했다.

⌎자살로 도망친 건지, 자살 당한 건지 모르겠네.

조사를 받는 건 조사를 받는 당사자 외에도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특히 이렇게 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일은 더 그렇다. 가족들에게 민페를 끼치는 게 미안해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했지만, 목숨을 끊는 타이밍이 참 절묘하긴 했다.

다만 그렇다고 국민들이 사기에 동조한 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는 않았다.

⌎자살했든 말든 김은식 명의로 된 자산을 전부 압류해야 한다.

⌎죽은 사람인데 그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죽은 게 대수임?

김은식의 자살을 놓고 인터넷에서 한동안 말이 떠돌았지만 어쨌든 1조 원 이상의 경제 피해를 발생시켰을 다이아몬드 게이트 사건은 정호준의 도움으로 작은 불씨에서 끝나게 되었다.

* * *

코스닥에 상장되어 주당 4,000원을 호가하던 회사가 문을 닫는 것으로 카카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태는 끝이 났지만. 연루자들의 처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살한 김은식 대사 외에도 돈을 받아먹었던 카메룬 주제 외교관들의 직위 해제가 잇따랐고, 주범인 장덕호 회장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돈이 많을 때야 변호사를 사도 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전에 알아서 도움의 손길이 당도하곤 하지만, 돈 없는 이에게는 가차 없는 게 대한민국의 법이고 사회다.

이를 증명하듯.

-피고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합니다.

수확을 거두기 전에 계획이 탄로 나 붙잡힌 장덕호는 양형 없이 뚜드려 맞았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당연히 항소를 진행하긴 했으나 이름난 로펌의 변호사는커녕 국선변호사도 겨우 붙는 장덕호의 형편을 고려하면 형량이 줄어들 기미는 전무했다.

“김은식 대사가 죽었다라.”

다이아몬드 게이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조용히 미국에서 지켜본 정호준은 김은식이 자살한 것에 잠깐 침음성을 흘렸지만, 딱히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다.

네티즌들의 음모론처럼 자살을 당한 거든 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든 간에 죄지은 놈이 죽은 것에 불과했다.

‘죽지 않을 목숨이 죽긴 했지만 김은식 때문에 생을 포기했을 이들을 구한 거잖아.’

경쟁에서 낙오해 자살한 것은 안쓰럽게 여길 수 있으나 김은식은 살 만한 사람이 더 잘살겠다고 남을 등 처먹다 잘못돼 자살한 거다. 본래 죽을 목숨이 아니라지만 그런 이의 죽음을 안쓰러워할 정도로 정호준의 가슴은 말랑말랑하지 않았다.

일면식도 없는 죄인의 목숨보다는 당장 본인의 주변이 더 걱정이었다.

“아리아,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해요.”

* * *

정호준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잠깐 시간을 내달라고 하자 정호준과 아이들을 대할 때 예쁜 미소로 일관하던 아리아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말해 보라는 아리아의 시선을 마주한 정호준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벌써부터 개인교사를 고용해서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건 너무 과한 것 같아서요.”

아리아는 줄리우와 헤리나의 말문이 트이자마자 유아 전문 개인 교사를 고용해 붙였다.

당장이야 공부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같이 놀아 주며 배움을 유도한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어쨌든 돌이 지나고 이제 막 두 번째 생일이 맞이한 아이들을 공부시킨다는 건,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이른바 ‘치맛바람’이 강한 한국에서 자란 정호준조차 경악할 정도의 사안이었다.

‘강남 엄마들이나 잘사는 집 부모가 자식 교육에 연에 억 단위 돈을 쏟아붓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아직 두 살도 안 됐는데 이러면 아이들이 크면 대체 얼마나 더 심해질까? 자식 교육은 전적으로 엄마가 책임지는 사회에서 자라 아리아의 교육방침에 끼어드는 게 조금 껄끄러웠지만, 그래도 이쯤에서 한번 브레이크를 걸어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호준의 귀에 들려온 아리아의 대답은 예상 밖의 것이었다.

“과하다뇨? 나와 카엘라는 이렇게 교육받으며 자랐는데요?”

아리아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마리아는 제 사촌 오빠들의 아이들을 가르쳤던 가정교사예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생님이죠.”

제 사촌 오빠도 아이를 이렇게 교육시켰다며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말하는 아리아의 말에 정호준은 오랜만에 거리감을 느꼈다.

‘내가 이상한 건가?’

대한민국 재벌보다도 더 돈이 많은 로슬러 가문에서 아리아나 카엘라 등을 그냥 놔뒀겠는가? 있는 집에서 아이의 교육에 돈을 쏟아붓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그들이 가진 게 차원이 다른 만큼 사교육 또한 레벨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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