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235화 (235/335)

235화 회귀자의 투자재벌회고록 (235)

키요타 지사장은 언론을 욕하지만 사실 언론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항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과거에는 높은 확률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어 가는 게 가능했다. 그들을 제외하면 별다른 소통의 창구가 없었던 만큼,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말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다 같이 작당해서 그들끼리 상의된 내용만 송출하고, 기사의 뉘앙스와 포커스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맞췄다.

그러기만 해도 여론은 대체로 그쪽으로 굴러갔다. 그러나 2009년은 그게 불가능한 시대였다. 정호준이 투자한 뷔튜브가 자리를 잡으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창구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회차 때 뷔튜브는 2010년에 흑자로 전환되었다. 적자만 보던 기업이 흑자로 전환됐다는 말은 그만큼 사용자가 많이 늘어 광고 수익이 이를 메꿔줬다는 의미다.

정호준에 의해 정확한 방향을 제시받고 메이저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홍보를 받은 뷔튜브는 유니톡이 그랬던 것처럼 1회차와 비교해 더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더 많은 사용자는 뷔튜브의 흑자 전환을 1년 앞으로 당겨 주었다.

[8월 28일, 캘리포니아 교통사고 영상!]

2009년은 2006년쯤 보급되기 시작한 차량용 블랙박스가 차마다 붙어 있는 시대였다. 사고 현장에 있던 익명의 뷔튜브 사용자는 블랙박스에 찍힌 8월 28일 키요타 자동차 추락 사고를 뷔튜브에 업로드했다.

⌎좋은 곳에 갔기를!

⌎그곳에서는 평안하길!

⌎키요타 모터스는 일가족을 몰살시킨 책임을 져라!

화질은 좋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네티즌들이 불타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키요타 모터스가 잘 봐달라고 돈을 가져다 바치니 공돈이라 생각하고 일단 받았지만, 자신들 뜻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상황을 보고 언론사들 특히 뉴스 채널을 소유하고 있는 언론재벌(사)들은 지금의 상황을 나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였냐면, 명성 높은 언론 재벌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혹은 지분을 보유 중인 회사의 인재들을 모두 모인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참관해서 오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정도였다.

컨퍼런스는 서로 다른 시간에 개최되었고, 참석자들의 면면도 달랐지만 회의가 진행 방향과 회의에서 다룬 내용, 구도는 모두 동일했다.

컴퍼런스 참석자들은 두 부류로 갈렸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우리는 대중을 움직일 새로운 방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서둘러 뷔튜브에 합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파이를 뺏기는 걸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변한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짤 때가 왔다는 쪽과.

“자격 없는 이들이 뉴스를 다루지 못하게 사전에 막아야 합니다!”

뷔튜브에 압박을 넣어 감히 자신들의 파이를 빼앗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쪽으로 말이다.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뉘었으나, 말하고자 하는 바의 본질은 같았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은 배울 만큼 배운 사람답게 뷔튜브가 추후 방송국의 권한을 파이를 일정 부분 가져가게 될 것을 인지했다.

결국 순응하고 흐름에 따를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흐름을 거스를지, 양자택일의 문제였다.

“어떻게 막을 겁니까? 뷔튜브의 뒤에 JHJ Capital이 버티고 서 있다는 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을 거라 믿습니다.”

상대는 JHJ Capital이다. 위기가 닥칠 것에 거금을 베팅했고, 내기에서 승리한 다음 걸린 판돈을 모두 받아 낼 능력이 있는 그런. 그리고 판돈을 모두 회수한 덕에 수십 배로 불어난 자금력은 암암리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한 기업이라 불렸다.

JHJ Capital은 그런 기업이었다.

자금 싸움으로 넘어가게 되면 그들만으로는 결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블루스톤의 CBN과 테너 파커의 CNNB, 머레이의 Foxi 등 끌어들일 수 있는 건 모두 끌어들입시다. 우리 미국만으로 부족하면 영국의 BBN도 끌어들이죠. 그걸로도 부족하면 독일,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도 끌어들입시다.”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악재를 만나면 인간은 힘을 합친다. 기업은 인간이 뭉친 집단, 기업이라고 이러한 사고에서 벗어나진 않았다.

흐름에 순응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는 쪽에서는 기가 찬다는 듯 반박했다.

“담합을 하자라. 정부가 우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건 잊어버리셨나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정부를 포함한 유로존 국가들은 5대 언론사가 세계 뉴스(중요 사안)의 85%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다 대놓고 밥그릇 때문에 손을 잡고 이빨을 드러낸다?

이는 곧 제재를 가할 명분을 스스로가 챙겨 주는 꼴이었다. 밥그릇을 빼앗길 상황에 감정이 격해져서인지 하나만 보고 둘은 못 보는 강경파를 향해 일침을 날렸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담합을 하면 그다음은 어떻게 될지!! 그 정도 미래도 예견하지 못할 정도면 기자직을 때려치우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적성에 맞는 다른 직업을 찾아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뭐라고?! 너 이 새끼, 말 다 했어?!”

정중한 투로 말했지만 그 내용은 비꼼이었다. 무시당했다고 느낀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성을 내질렀다.

미국의 미디어 그룹 히스트 코퍼레이션의 회장직을 역임 중인 아서 랜돌프 히스트는 둘로 나눠 고성을 내지르는 컨퍼런스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라디아가 정호준에게 감정이 있었을 때, 왜 난 밀어주지 않았을까?’

그들보다 더 보수적이고 숨기는 게 많은 로슬러 가문조차 정호준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오히려 밀어주지 않았던가. 아서 랜돌프 히스트는 조카인 라디아 히스트가 정호준에게 호감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경호팀을 통해 전해 들었음에도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던 지난날의 자신을 원망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지나가 버린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 * *

정호준이 자신의 선이 닿는 한국 재벌들에게 키요타 모터스를 공매도할 거라 알린 시기는 11월 25일 리콜 발표가 난 잠깐 하락했던 주가가 다시 제자리를 찾은 12월이었다.

정호준으로부터 공매도를 진행할 거란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한국 재벌들은 빠르게 행동에 나섰다. 재벌들의 행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째로 증권사가 없는 그저 분식회계, 백마진 등의 수법으로 마련한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굴리고 있던 이들은 황급히 키요타 자동차 주식을 시장으로 던졌다. 물론 여기서 던졌다는 말은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주가의 변동을 덜 주면서 기술적으로 매각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키요타 주식을 던진 건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는 오성과 미래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재벌치고 비자금을 굴리지 않는 이는 없잖은가? 오성과 미래의 오너 가문 또한 키요타에 비자금의 일부를 투자하고 있었고, 정호준의 연락을 받자마자 시장에 주식을 던졌다.

‘불패신화(不敗神化)의 역사를 쓰고 있는 정 회장이다. 정 회장이 공매도한다고 했으면 주가가 폭락할 일이 있는 거야.’

8월 키요타 모터스의 사고가 주목받기 시작하고 11월 무상 수리 발표를 했을 때도 대한민국 재벌들은 키요타 모터스를 매각하지 않았다. ‘키요타가 망할 리 없고, 일본이 그냥 둘리도 없다’라는 믿음에서였다.

하지만 한국 재벌들의 그러한 판단은 정호준의 말만큼 무게감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정호준이 공매도를 진행한다는 건 지금 키요타 모터스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었고, 한국 재벌들은 자신들의 판단을 뒤로 하고 주식을 던졌다.

대한민국 재벌들이 주식을 던지는 바람에 12월 키요타의 주가는 1회차 때와 비교해 2.2달러 이상 낮아졌다.

개인 자산을 던지는 것으로 끝났던 은성, KS와 달리 증권사를 보유 중인 오성과 미래는 다음 행보를 이어 갔는데, 여기서 다시 두 기업 간의 행보가 갈렸다.

“우리 오성 증권이 보유 중인 키요타 모터스 주식 전부 정리해!”

오성 증권은 회사 명의로 굴리는 자산 중 키요타 모터스에 투자한 돈을 모두 정리했다. 오성증권과 달리 미래증권은 키요타 모터스 주식을 매각하지 않았다. 다만 법인 명의로 된 주식을 매각한 오성과 매각하지 않은 미래는 고객(개미)에게는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는 공통점은 존재했다.

“회장님, 미래자동차 박몽구 회장님께서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만나고 싶었는데 잘됐군. 최대한 이른 시일에 약속 잡게.”

성북동의 어느 안가에서 오성그룹의 김건희 회장과 미래자동차 박몽구 회장의 만남을 가졌다.

* * *

미래자동차와 오성그릅은 대한민국의 증권사와 기관들을 돌며 키요타 주식을 대여했다. 기관과 증권사 중 어느 쪽이 주식을 빌리기 쉬었냐 하면 아무래도 기관이었다. 기관은 그저 윗선의 주머니에 돈을 조금 찔러 주고, 자리를 약속해 주는 것만으로 승인이 났으니 말이다.

증권사들에게 주식을 빌릴 때는 그에 맞는 대가가 필요했고, 오성 증권과 미래 증권은 주식을 따로 대여료를 지급해야만 했다. 대여료를 두둑이 받은 증권사들은 희희낙락하며 법인과 고객이 보유한 키요타 주식을 넘겼다.

정호준이 공매도를 할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결코 저지르지 않았을 실수였고, 한국이 미국과 달리 공매도와 연관된 사안들을 자사 주식 대차 시스템에 수기로 작성했기에 가능한 실태였다.

“오성 증권에서 보유하고 있던 키요타 주식도 던졌던데, 돈 좀 벌었나?”

“쏠쏠하게 벌었지. 몽구 형님은 법인이 보유 중인 주식을 왜 그대로 놔둔 거요?”

“백지장도 맞들면 더 낫다잖나. 나무보단 숲을 봐야지. 참느라 힘들었네.”

박몽구의 대답에 김건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키요타 모터스가 흔들리는 건 미래자동차와 지아자동차에 있어 기회였다. 정호준이 기획한 만큼 규모가 결코 작지는 않을 테지만, 기왕이면 키요타 모터스가 조금이라도 더 큰 타격을 입는 게 키요타와 경쟁 중인 미래에게 유리했다.

그리고 이는 미래와 지아자동차에 지분을 투자한 정호준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래에게 공매도 사실을 알려 준 것도 키요타가 흔들리는 사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형님은 정 대표가 신호를 주면 그때 시작할 모양이군.”

“기껏 정 대표가 선의를 베풀었는데, 건희 동생 자네도 혼자 치고 나갔다간 탈이 날 걸세.”

박몽구는 법인의 주식을 던진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이후에는 정호준의 오더를 따라 줬으면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김건희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이 이상 앞서갈 생각은 없소”

키요타 모터스가 얼마나 주저앉는지에 따라 다르겠으나, 선수를 치면 운이 따라 주면 조 단위 수익을 낼 수 있음에도 김건희는 꾹 참았다. 조 단위의 수익을 얻어도 선의를 배신으로 갚은 것에 원한을 품은 정호준이 복수에 나서는 것을 상상하면 끔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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