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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72화 (7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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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를 포함 경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2006년을 미국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라고 평가한다.

정호준도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정호준이 말하고 싶은 건 2006년이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달했을 때라면 2006년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2005년 9월 또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라는 거다.

부동산하면 빌딩, 집값만 생각할 수 있지만 빌딩과 집값이 오르는데 땅값이 오르지 않는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전자만큼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았지만 땅값 또한 거품이 낀 상태였다. 델라웨어 소분지와 소분지 주변에 위치한 퍼미안 대분지의 땅을 사들이는데 10억 달러가 넘는 돈이 소모되었다.

정호준이 사들인 땅 중에는 훗날 일본의 자원개발공사 조그맥(JOGMEC. Janpan Oil and Metals National Corporation)이 사들였을 텍사스 사막, 울프캠프 지구의 일부도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 거 뺏었으니 애국한 걸로 봐도 되려나?'

2016년 셰일 원유 매장량이 200억 배럴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전해 들은 바가 있어 따로 구매했다. 기사가 나갔을 당시인 2016년 11월은 고유가가 끝나고 유가가 40불 중반을 오갈 때라 가치가 약 9천억 달러(1천조원)에 달하는 선에서 그쳤지만.

유가가 급등하면 할수록 유전의 가치가 커지는 걸 생각하면 1천조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뭐 천조도 감지덕지하긴 하지만.'

- 고생했어요, 조나단. 그리고 스미스도 수고 많이 했어요.

텍사스 주정부와 먼저 이야기를 끝낸 뒤 부지를 매입한 거라 일 처리를 두 번이나 해야 했던 터라 자넷이 스카우트한 변호사 벨리타 스미스와 함께 호텔로 복귀한 조나단을 보며 수고를 치하했다.

부지매입은 JHJ Capital의 자금이 아닌 버진아일랜드 법인으로 매입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빈된 법인이 자기 거라고 홍보할 게 아니고서야 정면에 나설 이유가 없었기에 정호준은 호텔에서 조용히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통제하는 선에서 그쳤다.

정호준이 지시한 대로 투자를 마친 조나단은 정호준을 보며 물었다.

- 그런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부동산에 투자하실 거였다면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같은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요?

정호준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거라 생각했나 보다. 정호준은 굳이 조나단의 착각을 바로잡아주지 않았다.

- 이거면 됐습니다. 며칠 쉬고 광산 채굴 기업을 알아봐 주세요. 독자적인 채굴이 가능한 기업이었으면 좋겠네요.

조나단이 해야 할 일을 또 하나 이를 뿐.

정호준이 채광기업을 입에 담자 곁에서 있던 자넷의 얼굴이 급변했다. 당장이라도 끼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뻔히 보일 정도로 말이다.

다만 조나단과 자신의 부하직원이 보는 앞에서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정호준에게 새로운 지시를 받은 조나단이 고개를 끄덕이며 스미스와 함께 정호준의 방을 나선 뒤에야 입을 열었다.

- 아까 금을 찾겠다는 말 진심이었던 거예요?

- 아뇨, 제가 말했던 금이 그 금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는데, 금 이야기하니까 좋은 투자처가 떠올라서요.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셰일가스 기술이 발전하면 그때 검은 황금이 되어줄 거란 의미로 말한 거였지만 말하고 나니 새로운 게 떠올랐다.

'맞다, 그게 있었지.'라고.

- 그래서, 정은 이번에 선물로 번 돈을 다 쓸 생각인 건가요?

- 글쎄요. 그건 딱 잘라서 확답드리기가 어렵네요. 그렇지만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현금으로 계속 들고 있지는 않겠죠? 걱정하지 마요. 어리석은 선택은 안 할 거니까.

간접적으로나마 현금으로 계속 쥐고 있을 생각은 없다는 답을 들은 자넷은 조용히 정호준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 뒤 방을 나섰다.

'혹시 위험을 즐기는 게 아닌가'란 생각을 품으면서 말이다. 정호준은 미래에서 확인한 사실들을 근거로 움직이는 거였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가 보기에는 도박중독처럼 그저 위험을 즐기는 것처럼만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처음에는 필요에 의해 위험을 감수했더라도 자금의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안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게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었기 때문이다.

위험을 추구하더라도 정호준처럼 큰 돈을 들이미는 게 아닌 적당한 규모, 잃어도 큰 지장이 없을 수준에서 그쳐야 했는데 정호준은 조심하는 기색이 전무했다. 돈을 벌 만큼 벌었음에도 변함없이 리스크를 주저하지 않는 정호준의 모습에 염려가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정호준이 너무 위험한 투자만 감행하는 게 걱정스럽고, 말리고 싶었지만 꾹 참아 눌렀다.

'실패한 적 없는 사람한테 충고를 해봐야 괜한 오지랖밖에 더 되겠어?'

자넷은 그저 리스크가 리스크에서 끝나지 않고 정말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규모가 작기만을 기도할 뿐이었다. 정호준이 들었으면 고마워하면서도 사서 고생하냐고 웃었겠지만 하여튼 자넷의 마음은 그랬다.

*****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머무르느라 강의를 빠졌지만 정호준에게 큰 불이익은 없었다.

아! 불이익이 있기는 했다.

- 위즈니악과 대체 무슨 사업을 계획 중인지 어떻게 설득했는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나요? 생생한 현장 경험은 동기들한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미국인들에게 위즈니악이 큰 의미를 지닌 사람이란 걸 강의에 참석하며 다시 한번 느꼈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기보다는 IT기업에 고문으로 역임하며 쉬엄쉬엄 살던 위즈니악을 대체 어떻게 끌어들였는지 학생들부터 교수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본래였다면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호기심을 머릿속 한구석에 놔둔 채 살아갔겠지만, 당사자인 정호준이 그들과 같은 시카고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고 자신에게 가르침을 받는 제자였다.

- ……, 제가 추구하는 비전을 위즈가 공감한 덕분에 위즈를 설득하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 그 비전을 조금만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무리겠죠?

교수의 질문에 정호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예, 그건 말씀드리기 조금 어렵습니다. 사업 아이템에 대한 보안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교수님께서 모르시지는 않을 거라 믿습니다.

정호준은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요청이라 쓰고 강요(?)라고 읽는 교수의 질문에 위즈와 만나서 법인을 설립하기까지의 행보를 말해주는 건 부끄럽기는 하나 못 해줄 것도 없다.

하지만 창업 아이템에 대한 힌트를 묻는 건 선을 넘는 일이었다.

- 이해합니다. 호기심이 너무 지나쳤네요. 제가 개인적으로 위즈를 좋아하는 편이라서요. 다시 한번 사과하죠.

정호준의 거절에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사과했다.

'서양이라서 그런 건가?'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자신이 과했음을 쿨하게 인정하고 사과하는 교수의 모습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물론 동양권이라고 꼭 권위적이고 위신을 챙기는 꽉 막힌 사람만 있는 건 아니지만.

뭔가 강의 방식부터 이쪽은 수업 중에 종종 자유롭게 토론까지 열리니 자꾸만 서양의 문화 때문이라 여겨지게 됐다.

그렇게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움직일쯤 정호준의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우우우웅!!

느껴지는 진동에 핸드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받았다.

- 오너, 저 조나단입니다. 통화 가능하십니까?

- 잠깐만요.

빈 강의실을 찾아 들어간 정호준은 이제 괜찮다는 말로 용건을 물었다.

- 리스트업 완료했습니다.

- 벌써요? 천천히 알아봐도 충분하다 했잖습니까?

- 뭐 어려운 거라고요.

조나단이 그냥 놔두어도 정호준에게 알아서 큰 돈을 벌어다 줄 정도로 능력이 있는 이는 아니었지만 정직하고 시키는 일은 빠릿하게 이행하는 성실한 남자였다.

- 메일 확인 가능하십니까?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가 적용된 듯한 모습에 '한국 사람 보는 거 같다.'라 속으로 생각하면서 잠깐 시간을 달라 요청했다.

- 잠깐만 기다려요.

정호준은 가방 안에 넣어두었던 아수스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키고 메일을 열었다.

- 지금 메일 열었습니다.

리스트업 된 기업 목록들을 훑어봤다. 정호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하는지 조나단은 정호준이 읽는 것에 맞춰 브리핑을 시작했다.

- 리스트에 포함시킨 회사는 총 네 곳입니다. 오너가 원했던 10억 달러 내에서 인수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광산을 개발할 능력과 기술력 그리고 경험을 갖춘 회사들입니다.

리스트업 목록을 확인자마자 정호준은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 영미권 국가의 회사들밖에 없네요?

- 가격 경쟁력이랑 원하시는 조건들에 들어맞는 회사들을 추리다 보니 캐나다랑 호주 쪽만 남았습니다. 호주와 캐나다 둘 다 자원 개발이 GDP의 일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보니 자원 개발과 관련해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혹시 불편하시면 다른 국적도 알아보겠습니다.

- 아뇨, 그냥 딱 눈에 들어와서 말해봤을 뿐입니다. 수고했어요 조나단. 검토한 뒤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

검토를 마친 정호준은 조나단을 집으로 불렀다.

- 장비도, 인력도. 개발 경험도 있는데 어떻게 이런 회사가 왜 매물로 나온 거죠?

- 기술이나 장비, 경험도 중요하긴 하지만 광산업은 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거잖습니까? 소유한 광산은 말라가는데, 새로운 광산 개발에 실패하니 당연한 수순이죠. 새로운 광산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큰 투자를 감행했는데, 광산 개발에는 실패했으니 장비값이라도 건지려면 매각은 당연한 겁니다.

- 그런가요?

- 예, 전문가들 말로는 글로벌 기업에게 인수되는 광산 기업들은 주로 이런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다더군요. 광산은 유한하고 운도 필요로 하니까요.

조나단의 대답에 정호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나단이 전문가들과 함께 의논 끝에 리스트에 올린 네 개의 회사 중 정호준이 선택한 건  호주의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이라는 중소형 회사였다.

이름을 보면 빅토리아주와 연관되어 있을 것 같지만 법인이 설립된 곳은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였다.

'딸이나 손녀, 아니면 부인 이름을 갖다 붙인 건가?'

금광 1개와 구리 광산 2개, 철광석 광산 2개. 총 5개의 광산을 소유한 중견을 넘어 대형급에 다다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기업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광맥이 메말라 껍데기만 남은 상태였다.

그래도 채굴장비와 인력은 상당히 견실해서 전문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니 리스트에도 올라와 있는 거고.

어쨌건 가장 돈이 되는 금광은 아예 말랐고 구리 광산과 철광석 광산도 1개씩만 남아 겨우 버티고만 있는 곳이었다.

- 장비는 정말 여기 적힌 대로 다 있는 걸까요?

- 그거야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확인해보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회계 장부도 다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오너의 말처럼 경력이 풍부한 인력이 많은 건 플러스 점수니까요. 1년 전쯤 전임 CEO가 병석에 누워 3세가 경영에 참여했고, 경영에 참여하자마자 3세가 인수자를 알아봤답니다. 지금 병석에 누워있는 전임 CEO가 직원들을 많이 아껴 100% 고용승계 조건을 받아들이는 기업에게 매각하겠다고 고집해서 아직까지 인수자를 살피는 중이랍니다.

서양의 사업가들은 감정 없이 냉철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정호준에게는 의외란 생각을 했지만.

'뭐 사업하면서 냉정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 3세가 회사 경영을 하기 싫어한다는 것도 우리한테는 이점이 되겠네요. 인수 추진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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