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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73화 (7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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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사정이 나쁜 건지 아니면 임원들의 마음이 급했던 건지 정호준이 조나단을 통해 인수 의사를 밝히자마자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쪽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까지 날아왔다.

앞으로 몇 차례 더 벌일 선물을 마치고 나면 그때는 전면에 나서도 큰 문제가 없겠지만 아직은 전면에 나설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협상장에는 정호준 대신 조나단이 나갔다.

- 셀리반 캐피탈의 루카스 조나단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귀띔을 해주셨다면 숙소라도 준비해드렸을 텐데요?

- 100% 고용승계라는 어려운 조건을 들어주신다는데 이 정도 수고야 아무것도 아니죠.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의 고문 변호사 에드워드 찰리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윌리엄 스탠리로 최종결정권자십니다.

- 라이온 마인의 윌리엄 스탠리입니다.

회사의 상황이 안 좋고 웬만해서는 경영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살아남기 위해 회사들이 가장 먼저 시도하는 건 '체질개선'이라는 명목하의 인원 감축이다.

'기업이 당장 쉽게 절약할 수 있는 건 인건비뿐이니까.'

회사가 어려워지면 인원을 감축하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업이란 탈을 쓰고 있는 이익집단이라면 취하는 행동이다. 접대부터 기술 개발 등 온갖 명목으로 비용이 소모되지만 이런 비용을 감축하면 정말 미래가 없어지거나 당장 현재를 버텨내기 어렵다.

그런 이유로 결국 만만한 게 인건비였다.

사세가 기울어져서 조금이나마 돈을 건지려고 회사를 매각하는 거면서 인수 조건에 100% 고용승계를 전제조건으로 달아 놓으니 매각이 쉽사리 이루어질 리 만무했다.

사세가 어려워졌을 때 사람을 가장 먼저 정리하는 이런 일반적인 방법을 따르지 않고 손해를 봄에도 자신의 사람들을 책임져 왔다는 건 분명 존경 받아 마땅했지만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평가하면 능력이 있거나 현명한 이는 아니었다.

'시간 끌다 망하는 것밖에 더 할까? 오너가 인수하겠다고 나서지 않았으면 겨우겨우 현상 유지나 하다가 망했겠지. 아니다. 전임 CEO의 건강이 안 좋으니 전임 CEO가 죽으면 3세의 뜻대로 매각했을 수도 있으려나?'

아마 전임 오너의 목숨이 먼저 끊어질지 회사의 간판이 막을 내릴지 대결하는 꼴이리라.

'끝까지 그들을 책임지다가 회사가 망한다고 직원들이 전임 CEO에게 감사함을 품지도 않을 텐데, 너무 현실을 모르는군.'

그렇게 파산을 뒤로 미루다가 종국에 파산하면 그가 지키고자 했던 직원들이 과연 고마움을 품을까? 조나단은 절대 아니라는 것에 집도 베팅할 수 있었다. 개중에는 '너희들이 경영을 똑바로 못 해서 생긴 문제인데 책임지지 않는다며.' 손가락질할 이들이 분명 존재할 거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는 존경받을 만하지만 결국 동정심과 미움받고 싶지 않은 연약함 그리고 미련함이 어우러져서 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조나단은 생각했다.

- 이렇게 찾아와주신 건 감사하지만 협상하기 전에 먼저 실사단부터 꾸리는 게 순서지 않습니까?

- 실사단이 조직되면 안내하기 위해 온 겁니다.

'겸사겸사 재촉도 하고 말이지? 급하긴 정말 급한가 보네.'

최종결정권자라는 3세의 표정을 본 조나단은 윌리엄 스탠리가 정말 가업을 이어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몇 마디 대화가 더 오가긴 했지만 영양가가 있는 대화는 아니었다.

서둘러 실사단을 준비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첫 만남을 마쳤다.

*****

빅토리아 라이온에서 나온 이들과 미팅을 마친 조나단은 곧장 정호준의 집으로 이동해 오늘의 만남을 보고했다. 겸사겸사 자신의 생각도 전달했고 말이다.

- 고문 변호사를 포함 임원들이 서두르는 기색이었다는 거죠?

- 예, 전임 CEO 브리안 스탠리와 달리 현 CEO 윌리엄 스탠리는 사업을 계속할 생각이 전무한 걸로 보였습니다. 부친과 달리 직원들의 고용승계에도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았고요.

조부와 함께 회사를 키우고 운영해온 그의 부친 브리안 스탠리는 일생을 모두 받친 만큼 애착도 남다르고 직원들에 대한 정이 있었지만 3세인 윌리엄 스탠리는 달랐다.

한국에서도 가업을 잇지 않은 경우는 빈번하게 있지 않던가?

하물며 회사가 잘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날이 상황이 나빠지는데 망해가는 가업을 잇고 싶은 마음이 젊은 마음에 얼마나 있겠는가?

'매각으로 번 돈으로 일생을 즐기며 살고 싶다. 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겠네.'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1억 달러만 있어도 자신의 자식의 대까지는 어려움 없이 키울 수 있었다. 기술력, 인력, 장비를 합쳐 5억 달러의 가치는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를 괜한 조건을 전제해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부친과 뜻이 같을 리 없었다.

세금을 떼면 본인의 몫이 절반 밑으로 줄어들긴 하겠지만 2억 달러만 돼도 충분히 부유한 인생을 살 수 있다.

조나단의 보고를 통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략이나마 눈치챈 정호준은 웃으면서 말했다.

- 이런 말을 하는 게 윤리적으로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브리안 스탠리가 사망하거나 의사 표현을 못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지면 고용승계는 조건에서 빠질 테니, 우리의 제안이 저들에게는 구원의 동아줄처럼 느껴지겠네요?

- 예, 협상을 시작하자는 의사를 보내자마자 미국까지 날아온 이유도 그래서라고 생각합니다.

일선에서 물러나 병원에서 치료받으면서 연명 중이라지만 연령대가 적지 않은 상태에서 한번 몸 상태가 나빠진 이상 언제 급격하게 나빠질지 모른다. 고문 변호사를 포함 시카고까지 날아온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의 임원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 충분히 협상에 활용할 만한 상황이기는 한데, 이건 그냥 묻어두는 거로 하죠. 저는 정말 저 채광회사의 힘이 필요해서요. 최대한 반감을 사지 않는 선에서 인수했으면 합니다.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길게 이어질 일이 없을 거란 거만으로 만족하겠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그럼 실사단을 꾸려서 다녀오겠습니다.

- 아, 그리고 출장 가시는 김에 혹시 라이온 마인이 다이아 광산을 개발할 능력이 있는지도 확실하게 파악해주세요.

- 다이아 광산이요?

- 믿을 만한 곳에서 주워들은 정보가 있어서요. 라이온 마인이 그럴 역량이 없으면 다른 회사도 하나 인수해야죠.

'대체 누가 그런 정보를 전달해줄까? 정말 확실한 정보면 본인이 직접 채굴작업을 이어가지.'

자넷이 그랬던 것처럼 정호준이 위험을 계속 짊어지려는 게 조나단도 달갑지는 않았지만.

'내 머리로 오너의 생각을 읽으려고 하지 말자.'

조나단은 정호준이 그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라고 인정했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정호준의 지시를 따랐다.

*****

전문가들을 섭외한 조나단이 호주로 떠났고 최종 실사를 마쳤다. 조나단은 전문가들을 통해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은 경험은 없지만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할 기술력은 충분한 기업임을 전해 들었다.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은 비상장 기업이었기에 오너 가문과의 협상만 마치면 그대로 끝나는 협상이었다.

100% 지분을 매입하기 위한 인수협상이 시작되었다.

- 확인이 모두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인수협상을 시작해 보죠.

- 일단 먼저 전임 CEO 브리안 스탠리의 고용승계 조건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드워드 찰리 변호사가 고용 승계 조건을 들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일단 그 점부터 확실하게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귀사에서 요구한 대로 고용승계는 100%로 이어가겠지만, 그 말이 평생 고용을 약속하겠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희 오너께서는 라이온 마인 직원들에게 8년 고용을 약속하셨습니다. 개발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들의 고용승계는 없을 겁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조나단이 고용 기한을 명확하게 명시했음에도 그들의 표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 당장 1년 뒤 회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8년이나 고용 보장을 약속해주셨으니 이거면 충분합니다.

- 직원들을 대표해 셀리반 캐피탈의 관대한 제안에 감사를 표합니다.

에드워드 찰리 변호사를 포함 자리에 참석한 임원들의 얼굴에 기쁨이 묻어 났다.

'욕심부리지 않는 모습은 좋네.'

꿈속에서 살고 있던 전임 CEO와 다르게 그래도 협상에 참석한 임원들은 현실 감각이 있었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는지 직원을 걱정하는 건 CEO만이 아니었다.

- 이 회사는 정말 운이 안 따라준 기업이네요. 광산업이 운이 필요한 영역이라지만 운도 실력이라는 말을 여기서 새삼 깨닫게 할 정도로 지독하게 운이 없었네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딱 브리안 스탠리를 수식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전문가들을 통해 장비를 검사하고 회계사들을 통해 회계장부를 확인한 뒤 내린 결론은 이 기업은 깨끗하다는 거였다. 정호준의 말마따나 운이 따르지 않아 매입하는 광산마다 실패해서 그렇지, 운영은 깨끗했다. 직원들을 위하는 마음 또한 진실했다.

인수협상은 별다른 잡음 없이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 저희 회장님께서는 직원들의 100% 고용승계만 이뤄진다면 다른 불만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 그 말은 저희가 제시한 5억 1,200만 달러(5,632억 원)를 받아들인다는 걸로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 예, 그렇습니다.

사세가 기운 지금은 직원 수가 1,000명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잘 나갈 때는 3,000명이 넘는 인원을 거느렸던 호주의 자원개발 회사의 인수를 마쳤다.

참고로 이 인수협상장에서 가장 밝은 얼굴을 한 이는 바로 CEO인 윌리엄 스탠리였다.

*****

인수를 마쳤다는 보고를 전달받은 정호준은 조나단에게 인수를 마친 빅토리아 라이온 마인의 임원들을 이끌고 시카고로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누가 진짜 주인인지는 일러줘야지.'

일반 직원들이야 굳이 정호준의 정체를 몰라도 상관없다. 하지만 앞으로 정호준을 대신해 회사를 운영할 임원이나 작업 책임자들은 회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플랜을 확실하게 설명할 필요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조나단은 호주에서부터 일련의 무리를 이끌고 미국으로 넘어왔다.

시카고 오헤어 국제 공항에 착륙한 뒤 정호준이 준비한 호텔로 이동했다.

일련의 무리에는 동양계 혼혈로 보이는 이부터 흑인, 백인에 이르기까지 쉰이 좀 넘는 인원이 정호준이 미리 섭외해 둔 호텔 파티장에 발을 디뎠다.

- 어서오십시오.

파티장으로 들어온 임원 및 작업장들은 자신들을 환대하는 어린 동양인을 보여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 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는 대리인 자격으로 인수협상에 참석했을 뿐입니다. 셀리반 캐피탈의 오너는 바로 눈앞에 계시는 호준 정입니다.

조나단이 정호준의 소개를 마치자마자 정호준은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그들에게 되세겼다.

- 만나서 반갑습니다. 셀리반 캐피탈의 오너 호준 정입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만든 셀리반 캐피탈 외에도 미국에 법인을 몇 개 운영 중입니다. 'JHJ Capital'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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