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71화 (7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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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잘 풀린 터라 정호준은 캘리포니아에 조금 더 머무르게 되었다.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사람을 모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역시 위즈를 끌어들이건 신의 한수였다.'

정호준이 위즈니악을 끌어들인 자신의 선택이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걸 체감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 위즈니악씨 어디 가세요?

- 잘 지내시죠?

실리콘밸리 한정이긴 하지만 길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하며 인사를 건네는 걸 지켜봤으니까.

- 그럼 잘 지내지, 제스는 요즘 어때? 막힌 건 잘 풀렸고?

사람 이름까지 기억하며 대꾸해주는 이 남자의 인성에 감탄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 사람은 정말 공돌이들의 위너비구나.'

동네 배불뚝이 아저씨 같은 친근함이 가득한 외형과 철딱서니 없게 느껴지는 장난끼 가득한 성향이 달리 위즈니악이 전설적인 인간이긴 한가 보다. 만나는 사람마다 존경과 호의가 가득했다.

1회차 때 위즈니악이 오타쿠 서양 버전이나 다름없는 인생을 살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공부를 손에서 놓지는 않았다는 게 의외긴 했지만. 뭐 그 사실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죽을 때까지 공부의 연속이니까.'

한국만 해도 입시를 이유로 어느 정도 사고관이 깨기 시작했을 유아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다시 취업을 위해 자격증 등을 따느라 공부한다. 판례나 수술 등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이 아니어도 한국인들은 취직에 성공한 뒤에도 영업직이 아닌 이상 공부를 손에서 놓는 이는 드물었다.

회사에서 요구해서, 혹은 회사에서 버티기 위해, 좀 더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해, 이직을 위해. 가지각색의 이유로 자격증이나 어학 공부 공부를 이어간다. 그렇기에 공부를 꾸준하게 해왔다는 사실이 그렇게까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저 이미지랑 달라 잠깐 놀라는 정도.

하지만 위즈니악이 끌어모은 인력들을 하나하나 소개해주었을 때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인사하지, 여기는 지미 클리트, 클리트는 애플에서 자기 팀이 있을 정도로 유능한 인재네. 이쪽은 우리 오너 호준 정이야.

- 위즈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실 거라면서요. 잘부탁드립니다 오너.

위즈니악이 끌어모은 인력은 애플 출신만이 아니었다. 마이크로 소프트 출신인 잭 매그너, 구글 출신인 개리 마틴, 아마존 출신인 리오 밀러까지. 훗날 'FAAMG'이리 지칭되는 미국의 5개 IT기업 중 'The Facebook'을 제외한 남은 4개의 기업에서 팀장급 인재들을 끌어왔다.

'이쯤 되면 정말 살아 있는 위인이네, 위인이야.'

잘 나가던, 그리고 앞으로도 잘 나갈 직장에서 팀장이란 대우를 받으면서 살 수 있음에도 위즈니악의 제안을 듣고 곧장 직장을 관두는 선택을 감행한 이들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정호준은 위즈니악의 명성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이미 벌어둔 돈도 있어 경제적으로 쪼들리거나 하지는 않을 거고 정호준이 연봉도 제대로 챙겨주겠지만, 잘못을 저질러 해고가 되지 않는 이상 주변으로부터 계속 대우를 받으면서 살 수 있을 직장을 때려치우고 모험을 감행한다는 게 정호준의 상식으로는 조금 이해가 안 갔다.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말자.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거야.'

어쨌건 큰 틀을 잡아주고 관리해줄 역량이 충분한 사람들을 영입했으니 이걸로 된 거다. 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는 정호준을 따라 나온 위즈니악은 또 한 번 정호준을 놀라게 만들었다.

- 시작부터 함께하는 창업 공신이나 마찬가지인 이들이라서 클리트들에게 내 지분을 1%씩 나눠주기로 했어. 내 지분이라서 정한테 물어보지 않고 결정했는데, 괜찮지?

합류해준 팀장급 인력 네 명에게 자신의 지분을 양도하겠다는 말에 정호준은 다시 한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정호준의 비전을 직접 들었으면서, 그 비전이 반만 제대로 실현돼도 지분 가치가 얼마나 천정부지로 솟을지 계산을 못 할 정도로 어리석은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렇게 흔쾌히 지분까지 나눠주는지 정호준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것에 대한 고마움에 표현인 건가?'

애플에 재직 중일 때 자신의 지분을 소량이나마 다른 직원들에게 기부했다는 썰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돈 욕심이 없어도 어느 정도여야 하는 거였다. 본래 받던 연봉보다 무려 2.5배를 주기로 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위즈는 아니었나 보다.

그나마 정호준의 체면을 생각해서 자신의 지분에서 나눠주는 거란 말은 안 했다는데 정호준도 지분을 조금 나눠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위즈가 지분을 1%나 나눠주는데 오너인 정호준이 모른 척 넘어갈 수는 없었으니까.

'위즈가 입이 무거울 것 같지도 않고.'

위즈의 입이 무거워도 영원한 비밀을 없는 법. 나중에 들켜 소홀해지기보다는 지금 정호준도 인심을 쓰는 게 맞았다.

- 저도 위즈처럼 지분을 조금 나눠줘야겠네요. 근데 저는 위즈처럼 큰 사람은 못 돼서 많이 못 줄 것 같아요. 위즈처럼 네 분에게 각각 1%씩 드리겠습니다.

태연하게 말했지만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한 사람당 20억이 넘는 연봉을 지급하는 것보다 이게 너무 뼈 아팠다.

'내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면 오늘 4조 이상을 손해 본 게 됐네.'

IPO를 하면 각각 2%씩 쥔 이들의 지분 또한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1조원의 가치는 될 게 분명했다.

'속이 너무 쓰린데?'

이래서 사람 좋은 이랑 일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라고 하나 보다.

'정당한 대가가 있어야 열심히 일하는 거니까.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자.'라고 정당화하며 쓰린 가슴을 달랬다.

- 정말? 얼른 가서 전해줘야겠네. 클리트들이 기뻐할 거야 정.

정호준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듯 위즈니악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띤 위즈의 얼굴이 얼마나 밉상으로 보이던지 정호준의 가슴을 열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지 못하리라.

유니버셜 힛치Universal Hitch)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가 그렇게 실리콘밸리에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다.

*****

스티븐 위즈니악의 명성은 정호준이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실리콘밸리 사무실에 간판을 걸자마자 기자가 찾아왔다.

[Wizniac is back!]

법인을 설립하기 무섭게 위즈니악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기사가 잠깐이지만 미국 신문에 도배가 되었다. 새롭게 창업한 이 회사에 자본금이 무려 5억 달러나 된다는 것도 뉴스거리였다.

⌎ Wiz가 JHJ랑 손을 잡았다고? JHJ가 어딘데?

⌎ 카트리나 사태 복구를 위해 1억 달러를 기부한 애들이잖아. 그나저나 요즘 JHJ가 언론에 자꾸 노출되네? 혹시 뒷배가 있나?

1등과 1인자는 알아도 2인자, 3인자는 잘 알아주지 않는 한국의 특성상 위즈니악은 미국에서와 달리 스티븐 잡스만큼 높은 명성을 얻지 못했다. 정호준의 소식에 한국도 또 한 번 달아오르긴 했지만 미국인들이 호들갑 떠는 것과 조금 다른 것을 주시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미국인들은 위즈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한국의 언론들은 Universal Hitch의 자본금이 5억 달러라는 것에 관심을 두었다.

⌎ 1억 달러 기부하고, 5억 달러로 새로운 법인을 만들고. 대체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는 거냐?

⌎ 상상 빼고 그냥 펙트만 갖고 이야기를 하면 얘는 500억으로 7,000억이 넘는 돈을 번 거네.

⌎ 1년 6개월 만에 원금의 14배라. 진짜 국보급 인재를 상실한 꼴인데?

⌎ re: 한국에 있었어도 얘가 이렇게 벌 수 있었을 거 같음? 다 미국이니까 가능한 거지.

⌎ 정말 다 필요 없고 혹시 펀드 상품 안 만드나? 나날이 낮아져만 가는 은행 이자보다만 더 쳐줘도 당장 투자할 텐데.

또 하나 한국 언론들이 조명한 건 정호준이 또 한 번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친 사실이었다.

[이쯤 되면 실력이다. 메가밀리언 당첨자의 또 한 번의 성공!]

[자신의 안목을 믿고 투자한 메가밀리언 당첨자. 또 한 번 잭팟을 맛보다!]

['Mr. Smith Ms. Smith'에 투자한 A씨가 갖게 될 투자 수익은?]

제작비를 얼마나 사용했는지는 할리우드에 소문이 자자한 터라 좀만 알아봐도 알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해 기사를 적었다.

⌎ 진짜 다른 말 안 한다. 내 돈도 가져다 투자해줘라.

⌎ 우리나라 보면 배우들한테 스폰받는 애들 천지던데, 얘도 할리우드 배우들한테 접대받아봤을까? 받아봤으면 좀 부러운데.

⌎ re: 생각 좀 건전하게 해라. 그리고 그 이전에 저렇게 큰 돈 버는 걸 부러워해.

투자 성공률 100%. 원금의 14배 이상을 벌어들인 능력. 한국 언론과 대중들은 돈을 버는 정호준의 능력에 찬사를 보냈다.

*****

정호준은 클리트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바라는 이상을 이야기했다. 물론 위즈니악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부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일단 먼저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메신저 프로그램의 코드부터 짜기로 결정한 그들을 뒤로 한 채 정호준은 비행기를 탔다. 기술에 문외한인 정호준이 할 일이 더는 없었으니까.

자넷과 함께 텍사스주에 당도한 정호준은 호텔에서 휴식하며 미국 언론과 한국 언론의 반응들을 살펴 봤다.

한국의 한 신문사는 정호준이 얼마를 투자했냐에 따라 벌어갈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리는 기사를 적었다.

'꽤 예리하네.'

원금 5천만 달러와 영화수익 41,314,338달러. 91,314,338달러가 통장에 입금되었다. 단위가 300만 달러 정도 오차가 있었지만 그 정도면 양호한 편이었다.

- 텍사스주에는 또 무슨 볼일이 있는 거죠? 미리 좀 이야기해주면 안 되나요?

꼭 도착하고 나서야 알려주는 정호준의 버릇에 자넷이 불평했다.

- 델라웨어 소(小)분지랑 퍼미안 대분지에 땅 좀 사두려고요.

- 하다하다 낙농업에도 손대려는 거에요?

정호준의 자금력이면 대농장(축산)을 운영하는 게 가능했지만 아무런 기술도 기반도 경험도 없는 정호준이 텍사스에 들러 땅을 산다는 것을 자넷은 이해할 수 없었다.

- 지금은 그냥 낙농업이지만 나중에 그 땅에서 금이 나올 수도 있죠?

-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지금은 19세기가 아니라고요!

19세기에나 가능했을 법한 소리를 하는 정호준의 말에 자넷이 소리를 질렀다.

- 21세기니까 가능한 금광일 수도 있죠.

자넷의 쓴소리에도 정호준은 과감하게 투자를 진행했다.

투자를 진행하기 전에는 쓴소리를 하고는 했지만 투자를 확정을 짓고 난 뒤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정호준은 자넷의 이런 성격이 참 좋았다.

'이곳이 내 또 하나의 보루가 될 겁니다.'라고 당장이라도 말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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