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65화 (6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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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수한 개미들이 주도한 비난 세례가 쏟아지던 넷상에게 끊임없이 양산될 무렵 강현태를 위한 구명보트가 마련되었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사람 없다지만 국세청이 털자 김해일은 먼지가 수북하게 나왔다.

[국세청, 고스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해일, 제 3금융의 돈을 빌린 것으로 추정.]

국세청이 먼저 세무조사를 실시해준 덕에 금감원도 부담 없이 일을 진행했다. 국세청에게 협조 요청을 해 자료를 공유받았다.

[금감원 曰. 고스트 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상승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작업이 진행됐음을 포착. 검찰과 공조할 필요가 있음을 언급하다.]

공공기관이 발표하는 내용들은 모두 강현태가 맞았고 김해일이 범죄자였음을 암시헀다.

⌎ 판사 출신이라 그런 건가? 똑똑하네.

⌎ 와~, 그럼 이번에도 강현태가 맞았다는 거네?

⌎ re: 강현태가 뭐냐. 강현태 의원님이라고 불러라.

⌎ re: 동감이다. 국회에서 싸우는 거 말고는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 다른 국회의원과 다르다. 이분은 정말 열일하신다.

⌎ re: 내 말이 판사 출신이라 똑똑한 게 아니라, 사람이 똑똑하고 정의로운 거지. 겅현태 의원이 어제까지 얼마나 욕먹었냐. 주가조작 세력한테 떡고물 얻어먹으면서 편들어 주는 의원들이 수두룩할 텐데, 자기가 직접 나서서 잡았잖아. 이런 사람이 많아져야 하는데.

고스트 엔터테인먼트에 돈을 투자한 이들은 공공기관으로부터 주가조작 혐의가 의심된다는 발언을 확인했음에도 강현태를 깎아내렸지만, 남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은 강현태에게 찬사를 보내느라 바빴다.

*****

"씨x, 씨x, 씨x, 씨x"

주가를 띄우고 이번 인수를 마치고 또 하나의 기획사를 인수하며 과실을 따 먹으려 했던 세력들은 강현태의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

그중 가장 큰 손해를 본 건 당연히 고스트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해일이었다.

"나 말고도 사기 치는 놈 대한민국에 허다한데, 왜 하필 내 일에 끼어든 건데!!"

모든 계획이 허사로 돌아가자 구속이나 돈을 떠나 생명의 위협을 느낀 그는 차명으로 돌려놓은 돈을 가지고 잠적하기 위해 움직였다. 당연히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한 반성보다는 자신의 계획을 망친 강현태에게 욕설을 날렸고 말이다.

하지만 검찰이, 정확히는 강현태에게 미리 언질을 받은 조규석 차장검사가 한발 빨랐다.

"놔!! 놓으라고!!"

이미 인생이 끝난 거나 다름없기에 구속당하는 과정에서도 김해일은 거칠게 저항했다.

[검찰, 도주 중인 김해일 대표를 긴급 체포하다.]

약 7개월 만에 주가를 50배나 부풀리고 100억을 훌쩍 넘기는 부당 이익을 챙겼던 엔터주 주가조작범은 그렇게 비루하게 구속되었다.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검찰은 김해일 대표의 계획을 브리핑했고 언론은 검찰에게 전달받은 정보를 기사로, 뉴스 방송으로 실어다 날랐다.

사건이 커지기 전에 국민의 재산을 지켜낸 강현태의 행보는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각이되었고 강현태는 기자들을 불러 모아 경고했다.

"김해일 대표가 말했던 것처럼 한류라 기회일 수는 있습니다. 다만 지반을, 주변을 제대로 살피고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한 거라 생각합니다. 호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건 평범한 대중일 테니까요."

바이오 주식처럼 미칠 듯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엔터주식들은 일제히 하락세를 맞으며 바이오와 달리 시장의 과열이 조금 진정되었다.

*****

8월 17일.

유가는 65불 선을 깨부수고 단숨에 2불이나 하락해 63.25불까지 떨어지며 장이 마감되었다.

'65불 밑으로는 매도하지 않는다.'라고 자신만의 기준을 확실하게 새워두었기에 17일은 물론이고 다음 날인 18일까지는 선물을 매도하지 않았다.

- 조나단도 오늘이랑 내일은 푹 쉬어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다. 구글 주식을 매수할 때 잠깐 고용했던 조나단에 대한 평판을 따로 알아봤다.

'믿을 만한 사람.' '기본에 충실한 사람.' '기민함이나 순발력은 없지만 우직한 사람' 등. 능력은 업계 평균보다 부족한 면이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월가 사람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고.'

게다가 어차피 판단은 정호준이 한다. 정호준에게 필요한 건 우직하게 자신이 지시한 일을 수행하고 비밀 유지를 확실하게 해줄 이였다. 정호준의 현재 상황에 조나단은 딱 들어맞은 인재였다.

그런 이유로 작년 4월. 선물을 매수하기 전에 조나단을 스카웃했다.

- 잘 부탁드립니다. 오너.

자신이 본래 다니던 회사에서 지급하는 연봉보다 2배를 더 주겠다는 정호준의 제안에 고민 일절 없이 사표를 쓰고 나왔다.

유가의 급작스러운 하락에 정호준은 8월 17일에는 아예 매도 자체를 하지 않았고, 조나단에게도 휴식을 주었다.

조나단에게 짧게 휴가를 준 정호준은 자신이 시카고에서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시카고 중심가에 나와 있었다.

'돈이 있는데 굳이 기숙사 생활할 필요는 없지.'

기숙사에 들어가는 건 아예 고려 사안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돈을 좀 쓸 생각이었기에 전망 좋은 곳을 알아봤다.

132 E Delaware Place Unit 6502

그가 앞으로 다닐 시카고 대학교까지 차로 15분은 타고 가야 할 정도로 거리가 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넓은 부엌과 개방형 거실에 앉았을 때 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 방마다 붙어 있는 화장실과 따로 마련되어 있는 드레스룸과 대형 갤러리, 풀장까지. '성공했구나.'란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집이었다.

- 전망이 너무 좋네요. 여기는 얼마죠.

- 348만 달러입니다.

다른 곳도 몇 곳 돌아다녀 봤지만 시설이나 경관은 다 비슷비슷했다.

- 처음 봤던 곳으로 계약하겠습니다.

4월에 돈을 대출받아 이번 달까지 총 4번의 이자를 지불했다. 뒷자리를 생략하고 이자만 1,850만 달러. 대출받을 때 이자 지급을 위해 미리 빼놓았던 돈은 이번 달 이자를 내며 초과한 상태로 돈이 없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호준의 자금 상태는 양호했다.

JHJ 한국법인에서 입금된 17,304,300달러가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 JHJ 계좌에는 아직 1,578만 달러나 남아 있었다.

- 대단한 재력가신가 봐요?

이렇게 일시불로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드물다면서 부동산 중개업자가 친분을 만들어보고자 말이라도 한마디 더 꺼낸 것과 별개로 정호준은 혼자만의 세계에 빠졌다.

'아, 맞다. 서브프라임 사태 벌어지면 집값 떨어질 텐데…. 내년에 다시 되팔아야 하나?'

*****

19일에 들어서면서 유가는 65불을 회복했고 정호준은 다시금 선물 매도를 시작했다. 천천히 꾸준하게 선물을 정리했다.

유가가 65불을 회복했을 무렵 그분이 오셨다.

2005년 8월 23일.

플로리다주 나소군 동쪽 약 280km에서 카트리나라고 명명된 허리케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타리나의 영향권이 위치한 주들은 지하철이 물에 잠기는 건 기본이었고 강력한 비바람에 가로등이 가라앉고 지붕이 무너지기도 했다. 집이 물에 잠기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뉴올리언스주의 경우 제방이 무너져 모든 것이 쓸려나갔다.

모 정치인이 "뉴올리언스의 공공주택을 깨끗이 청소해버렸다. 우리가 못 해낸 일을 하느님이 이루셨다." 이루셨다는 망언을 내뱉었지만.

상황은 정말 심각했다.

전기가 끊겼고, 물 공급도 끊겼다.

- 먹을 거 내놔!!

커뮤니티로 연결된 흑인들이 총을 들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배를 타고 다니기도 했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강도질도 서슴치 않았다. 그냥 강도질만 하면 뺏기고 말았다고 생각하고 말지 뉴올리언스주의 혼란은 상상 이상이었다.

넷 다섯이 총구를 들이대는 상황에 평범한 시민이 어찌 대항하겠는가?

총기를 허용하는 제도는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 어떤 강도보다도 위협적인 강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흉기를 든 강도와 총을 든 강도는 그냥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위험도가 다르다.

- 사.. 살려주세요.

수용시설과 폐허가 된 시가지에서 약탈과 강간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방화나 총격전도 종종 일어났다. 정부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21세기 미국이란 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 위치한 곳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비참했다.

연방정부가 이라크에 투입 중인 군을 빼 뉴올리언스주에 투입하는 것을 고민할 정도로 말이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자리는 정유시설들이 위치한 지역이 많았고 이는 유가에 파장을 끼쳤다.

석유정제 시설이 타격받았다는 공포심에 유가가 폭등했다.

65~67불 하던 유가가 한순간에 69불을 돌파했다.

배럴당 48.97 WTI 선물 계약을 매수했던 정호준은 배럴당 67.87불이라는 평균 매도가에 선물을 모두 청산했다.

정호준이 투자한 6억 2천만 달러는 1,659,500,000(16억 5,950만)달러라는 돈이 되어 정호준에게 돌아왔다. 한화로는 1조 9천억에 달하는 돈이었다.

6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해 4개월 만에 1,000,000,000(10억)달러를 벌어들인 정호준의 과감한 행보에 자넷과 조나단은 할 말을 잃었다.

- 오너, 선물을 더 가지고 있어도 되지 않았을까요? 남부지역이 타격받았으면 유가는 더 오를 텐 데요?

무지막지한 숫자에 잠깐 정신을 잃었던 조나단은 이성을 회복한 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음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정호준을 보며 물었다.

- 아뇨, 여기까지입니다. 유가 폭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OPEC이 비축물량을 풀 거니까요. 지금이 피크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OPEC이 미국과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미국이 흔들리는 건 곧 세계가 흔들리는 것과 같은 말임을 저들도 알고 있어요.

정호준이 말했던 그대로 OPEC에서 비축유를 풀겠다는 발표가 이어졌다. 출근해서 그 기사를 확인한 조나단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오너는 내 상식으로 따라갈 수 없는 사람이구나.'

위렌 버핏쯤 돼야 정호준과 같은 것을 바라보지 않을까 싶었다.

'이건 너무 나갔나?'

자기 혼자 정호준의 도량의 측정하고 너무 나갔다며 다시 수정하고 있을 무렵 정호준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말했다.

- 이번에 돈 번 거 있으니까 우리도 피해 주민을 위해 기부하죠.

- 얼마나 기부할 생각인데요?

- 아깝긴 한데 1억 달러 기부하려고요. 조나단과 자넷이 기부 방법과 언론사에 잘 좀 말해주세요. 기부로 받을 수 있는 혜택 다 챙겨주고요.

통 크게 1억 달러나 기부하겠다는 정호준의 발언에 자넷과 조나단이 다시 한번 놀랐다.

그와 별개로 정호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기부하는 게 아깝긴 했지만 이럴 때 기부를 하면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 놔야 나중에 힘이 된다.'라고 자신을 위안 삼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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