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투자생활백서-56화 (56/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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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매출: $261,441,092

총 매출: $628,776,127

본래 633,019,734달러로 적혀 있어야 할 매출이 $628,776,127로 적혀 있어야 했다. 정호준은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한국 매출 부분에 적혀 있는 액수를 보며 본인 때문에 한국 시장에서 본래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하고 끝날 뿐이었다.

'미안하긴 하네.'

'다움'처럼 한국인들의 사용하는 인터넷에 접속해 언론에서 인크레더블이 정호준이 투자한 영화임을 알리며 영화를 보는 사람은 매국노다와 같은 극단적인 풍조를 확인했던 터라 정호준은 미안한 감정을 품었다.

다만 그게 전부였다.

그도 그럴 게 정호준에게 책임지라고 추궁하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픽사에서 사전에 제작비로 잡은 8,600만 달러보다 600만 달러를 추가로 사용하긴 했지만 제작비 9,100만 달러 중 3,100만 달러가 정호준의 돈이다. 영화 제작비의 34.066%를 투자한 투자자에게 누가 무슨 용기로 책임지란 말을 꺼내겠는가?

유일하게 정호준에게 말을 꺼내 볼 수 있는 대상이 있다면 그건 영화 제작사인 픽사와 영화를 만든 브래드 버트 감독이 유이한데...

어느 쪽도 정호준을 추궁하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굳이 인상 찌푸릴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지.'

픽사가 정호준을 추궁하지 않은 건 SSL Capital은 픽사의 주인인 스티븐 잡스가 집중하고 있는 애플의 대주주였기 때문이었다. 적자를 본 것도 아닌데 굳이 나서서 대주주인 정호준의 심기를 건들 필요는 없잖은가?

브래드 버트 감독 또한 비슷한 이유였다. 정호준은 브래드 버트 감독을 인정해주고 띄워주며 돈을 투자해주었고 투자금을 입금한 뒤로 '이거 해라, 저거 해라.'와 같은 간섭을 전혀 하지 않았다.

'에이 설마 할리우드인데 한국처럼 그런 일이 벌어지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 법이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다음에도 좋은 작품 찍어주실 걸로 기대하겠습니다. 하와이 호텔 이용권입니다. 다음 작품을 구상하시기 전에 가족분들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정호준 쪽에서 빈말이라도 이런 문자와 5성급 호텔 이용권과 같은 선물까지 보내주는데 척질 이유가 없잖은가?

'영화를 이번만 찍고 말 것도 아닌데 말이지.'

그런 이유로 정산 과정에서 태클을 걸며 비율을 조정한다든지 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정호준은 그가 투자한 원금 3,100만 달러와 투자에 대한 대가로 61,152,434달러를 배당 받았다. 총 92,152,434달러, 한화로 천억이 넘는 돈이 SSL Capital의 계좌로 입금되었다.

정호준은 통장에 적힌 숫자를 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역시 할리우드라고 해야 하나? 한국 영화시장보다 판이 크니까 수익도 크구나."

투자금의 비율이 태극기 흩날리며 때보다 크긴 하지만 어쨌건 한국 역사에 남을 특별한 숫자인 천만 관람객을 동원하고도 원금보다 조금 더 벌어갔던 한국 영화와 비교가 되지 않을 수익이었다.

"깔끔하게 1억 달러를 넘겨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숫자가 깔끔하게 딱 떨어지지 않고 지저분하기에 정호준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근 반년 만에 돈이 3배로 불어났음에도 욕심은 적당히를 몰랐다.

*****

입금 확인을 마친 당일인 2월 22일부터 정호준은 정체기를 겪고 있는 구글과 다시금 상승세를 띠기 시작한 애플 주식을 매수했다.

'가격이 오른 게 너무 체감되네.'

애플과 구글 주식을 처음 매입했을 때를 생각하면 비교 자체가 불허한 가격에 손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구글 주식을 매수할 때 특히 그랬다.

매도할 때는 가격이 올라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매수하는 입장이 되니까 완전 죽을 맛이다. 87~88불 하던 것이 190불을 오가고 있으니.

'그래도 지금이 가장 싼 타이밍이라 생각하자.'

아무리 상승세를 띠고 정체기에 접어들었어도 미래를 알고 있는 정호준으로선 지금 사는 게 가장 싸게 사는 거란 인식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9,200만 달러를 반으로 쪼개 눈을 딱 감고 주식 매수를 시작했다.

- 매수.

- 매수.

- 매수.

평균 매수가 193.81불에 구글 주식 237,346주를 매입했고 애플은 평균 매수가 78.67불에 584,721주를 매수했다.

이번 매입을 통해 자넷이 쥐고 있는 주식을 제외해도 홀로 2%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가 되었다.

*****

이번에 매입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 정호준은 차를 끌고 이전에 방문했던 로스앤젤레스 센추리시티로 향했다.

자넷보다 먼저 주차를 마친 정호준은 주차를 마치고 나오는 자넷을 보며 말했다.

- 나 운전 잘한다니까,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믿어요?

-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요. 확실히 여유 있게 운전하는 것 같긴 하네요.

이곳까지 오는 동안 정호준은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왔고, 주차도 매끄럽게 잘하는 것을 확인한 터라 정호준이 초심자 답지 않게 운전을 꽤 잘한다는 것을 인지하긴 했다.

하지만.

- 그래도 앞으로 1년은 정이 모는 차를 탈 일이 없을 거예요.

목숨이 달린 일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정호준과 자넷이 머무르고 있는 라스베가스 중심가에서 센추리시티까지는 300마일이 넘는 거리를 운전해야 올 수 있다. 마일을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km로 환산하면 무려 490km에 육박하는 거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전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 아예 내 차로 오든지, 자넷의 차로 왔으면 좋았잖아요. 기름은 기름대로 쓰고 둘 다 운전 때문에 피곤하고 이게 뭐예요?

기름 값 낭비도 낭비지만 한 사람만 피곤하면 되지 왜 차를 두 대나 끌고 와 두 사람이 모두 운전으로 인한 피로를 겪어야 한단 말인가?

정호준은 이런 비효율적인 방식에 불만을 토로했다.

- 그건, 내가 운전기사가 된 것 같아 싫어요.

자신은 CEO와 법률 자문으로 고용된 거지 운전을 하라고 고용된 사람이 아니다. 정호준이 차를 몰지 않았을 때야 어쩔 수 없이 정호준을 태웠지만 이제는 자신의 차에 정호준을 태울 이유가 없었다.

돈과 피로보다 자존심과 불안을 회피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그녀의 발언에 정호준은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존중해야지.

- 그럼 다음부터는 운전 기사를 하나 고용하죠. 그럼 서로 편하겠네요.

- 좋은 생각이네요.

그렇게 말 싸움을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 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미리 연락하고 온 터라 정호준과 자넷은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곧장 VIP실로 이동했고 VIP실에는 다니엘 스미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 네, 잘 지내셨나요?

- 물론이죠. 정의 소식을 듣는 재미가 있어서 평년보다 시간이 더 빨리 가더군요. 인크레더블의 성공을 축하합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이제야 이야기하네요.

사과가 섞인 축하에 정호준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아닙니다. 처음 이곳에 대출을 받으러 왔을 때 스미스씨가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주셨잖습니까? 그 어떤 인사치레보다 그게 더 감사한 거죠. 저는 그때의 호의를 잊지 않았습니다.

겉치레 인사보단 좋은 조건으로 대출해준, 행동으로 옮긴 스미스의 호의가 더 고마웠다.

- 정, 정은 구글의 상장이 이렇게 성공을 거둘 거라 예측한 겁니까?

- 물론입니다. 제 부친과 비슷한 시기를 살아간 세대의 천재가 윌리엄 게이츠와 스티븐 잡스, 제프 베조스라면, 저와 비슷한 세월을 살게 될 이번 세대의 천재는 래니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호오? 저들을 그렇게나 높게 평가했습니까?

-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열심히 구글 주식을 주워 담지는 않았겠죠?

20분 정도 이런저런 담소를 나눈 뒤에야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신 답례입니다. 담보도 신용도 확실하시니, 제 재량으로 2% 정도는 더 늘려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금리는 처음 담보 대출을 받을 때처럼 연 4%로 정해졌지만 원금의 75%만 대출해주었던 이전과 달리 77%에 해당하는 71,770,968달러를 대출을 받았다.

'여기서도 이런 법칙이 적용될 줄은 몰랐네.'

이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정호준은 처음이 가장 어렵고 복잡한 거란 걸 대출을 받으면서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

6천만 달러가 적은 돈은 아니지만 미국에는 그에 몇 배를 벌어들이는 법인들이 수두룩했다.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빌딩에 단칸방(?)식 사무실을 차린 투자회사 중에서도 몇 개나 대박을 맞보고는 한다.

그렇기에 정호준의 원금의 2배나 벌어간 것은 크게 조명받지 않았다.

그저 세간에 작게 소개되는 정도. 딱 그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달랐다. 물론 한국에도 매출과 순수익 모두 '조'단위에 이르는 대기업은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대기업과 대기업의 자회사들, 그리고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 훗날 하청 대신 벤더라 불리는 회사들을 제외하면 반년 만에 순수익 700억을 벌어들인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는 눈 씻고 찾아도 찾을까 말까 싶을 정도로 적었다.

언론사들은 오랜만에 기사화된 정호준의 소식을 놓치지 않았다.

21세기는 인터넷 신문으로 대체 되는 시기. 인터넷이 보급되고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종이 신문은 점점 자취를 감췄고 그럴수록 조회수가 중요해졌다. 대기업들이 언론으로부터 싫은 말이 덜 나오도록 따로 광고료를 높여서 지급하긴 하지만, 조회수에 따라 광고료가 달라지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네티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자극적인 제목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시기에 정호준의 이야기는 참 좋은 기삿거리였다.

그냥 검은머리 외국인인데 뭘 그리 관심이 많겠나 싶지만. 정호준이란 인간은 네티즌의 이목을 끌어들일 소재가 충만한 이였다.

'한국 출신의 메가밀리언 당첨자',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영주권을 선택한 이', '군역의 의무를 저버린 이'. 한 가지 소재만으로도 잠깐의 기삿거리로 써먹을 만하거늘 한 명이 이 타이틀을 전부 다 가지고 있으니 기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그나마 뉴스에는 안 나와서 다행이네.'

메가밀리언에 당첨됐을 때와 달리 방송에서는 다루지 않았다. 그저 인터넷 신문사들이 정호준의 투자 사실을 실어다 날랐을 뿐이었다.

내용 자체는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내용이지만, 한국을 버리고 미국을 택한 정호준이 잘 먹고 잘산다고 적으면 조회수가 나오지 않으니 적절히 '350억을 투자한 메가밀리언 당첨자의 결말은?'과 같은 제목으로 결말을 알리지 않으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으로 작성해서 기사를 업로드했다.

⌎ 작년에는 돈벼락을 맞더니, 이번에는 당첨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네. 인생 참 그렇다.

⌎ 이번에도 성공했네. 이쯤 되면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한 번이나 두 번은 운빨로 여기고 폄하할 수 있지만 세 번부터는 능력이지.

⌎ re: 니가 인정 안 해줘도 쟤는 어차피 잘 먹고 잘산다.

⌎ 군대에 안 갔든, 한국 국적 대신 미국 국적을 선택했든 다 괜찮으니까, 그냥 내 돈도 가져다가 불려줬으면 좋겠네. 집 좀 사고 싶다.

⌎ re: 동감이다. 내 돈 불려주면 그게 착한 놈이지. 은행에서 주는 이자보다만 많이 쳐줘도 돈 맡길 생각 있는데. 형님 혹시 내 돈도 가져다 쓰지 않을래요?

⌎ re: 살포시 줄 서 봅니다.

⌎ re: 대기표 4번입니다.

⌎ re: 이제 21살 된 애한테 형님? 자존심도 없냐? 그리고 아직은 좀 더 검증해봐야 하지 않을까? 겨우 세 번의 성공이잖아.

⌎ rere: 풋. 장담하는데, 이런 놈들이 돈 투자받겠다고 하면 가장 먼저 달려간다.

정호준을 비난하거나 운이라고 깎아내렸던 지금까지의 댓글과는 다르게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정호준을 인정하는 내용이 상당수 적혀 있었다.

돈에는 색깔, 국적, 선악이 없음을 기사에 적힌 댓글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내 돈 불려주면 그게 착한 놈이라는 말이 대세를 이루었다.

'이번 영화 투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그때 한 번 투자금을 끌어모아 볼까?'

인터넷상이니까 말만 저렇게 늘어놓는 거지 실제로 모집하면 얼마 안 될지도 모르지만, 한두 번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나면 정말 투자금을 유치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네 번이나 성공했으면 포트폴리오로 내세울 만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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