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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로 돌아온 정호준은 21세기 폭스 스튜디오의 계좌로 720만 달러를 차감한 미납금 42,800,000달러를 입금했다.
- 입금 확인했습니다.
- 좋은 영화 만들어주세요. 기대하겠습니다.
입금 연락을 끝으로 남은 돈 28,970,968달러, 2,900만 달러 조금 못 미치는 돈을 애플에 투자했다.
- 매수.
- 매수.
매수됐다는 알림을 확인하며 꾸준하게 매입을 이어갔고 평단가 82.93달러에 349,343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정호준이 주식 매입을 마친 나흘 뒤 오후, 스티븐 잡스는 3월 말에 주식분할을 실시하겠다는 정보를 언론에 흘렸다.
정호준의 주식 매수로 83불 하던 주가가 잡스의 발언 한마디로 85불을 오갔다.
'이쯤 주식분할도 했었구나? 좀만 늦었으면 더 비싸게 구매했어야 했겠네.'
영화 제작비를 입금하고 남은 돈을 구글 주식 대신 애플 주식에 투자한 게 신의 한수가 되었음을 확인하며 무의식적으로 애플을 선택한 자신의 선택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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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전 박기태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계를 낸 뒤 잡지 모델, 패션모델, 홈쇼핑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 엑스트라, 칵테일 바 바텐더 등의 직군도 체험했었다.
'정말 재미있게 산다 싶었지.'
그렇게 이런저런 경험을 하며 1년 2개월 정도 시간을 보낸 뒤 정호준의 군 생활이 말년에 접어 들 때쯤 군에 입대했었다.
'그런데 벌써 입대라니?!'
주변 상황과 환경이 달라진 탓일까?
정호준이 알고 있던 박기태의 인생은 또 한 번 변곡점을 맞이했다.
- 미안하다 내가 가봤어야 했는데, 한국에 들어가기엔 아직 나를 보는 시선이 좋질 않네.
괜히 박기태를 보러 갔다가 사진을 찍혀 퍼지게 되면 박기태의 인생이 군 생활이 꼬이게 될 거란 걸 정호준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한국으로 들어가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기태 녀석한테 피해를 줄 순 없지.'
2000년도 들어서면서 이전 세대만큼 불합리한 폭력이 난무하지 못하게 점점 개선되고 있었지만 2000년대는 아직 폭력이 사라지진 않은 시기였다.
서글서글하고 외향적인 성격에 잘난 외모, 적당한 운동 신경과 눈치까지, 박기태는 그냥 놔두면 부대가 바뀌었어도 1회차 때처럼 알아서 잘할 녀석이었다.
하지만 정호준의 친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지게 된다.
박기태가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어도 이미 부정적인 선입견이 머릿속에 박혀버린 상태에서 이미지를 바꾸기는 힘들었다. 가능하다 해도 힘든 인내의 시간을 겪은 뒤에야 가능했고 말이다.
입대를 앞두고 있었기에 박기태가 정호준을 보러 해외로 나오는 것 또한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웠기에 작년 5월 이뤄진 미국행 이후 만남이 한 번도 성사되질 못했다.
- 어쩔 수 없지 뭐. 잘 다녀올 테니까 너무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리고 아빠한테 들었어. 호준이 네가 아빠한테 주식 코치해줬다며? 큰 돈 벌었다던데, 신경 써줘서 고맙다.
- 뭘 고마워, 그거밖에 못 해줘서 미안하지. 잘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렇다고 못 하지도 말고 딱 중간만 하는 게 좋다더라. 몸조심해라.
진심이 가득 담긴 조언을 끝으로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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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준의 조언대로 1월 26일에 산성씨앤씨 주식을 매도한 박남정은 정호준에게 또 하나의 종목을 추천받았다.
- 아저씨. 이번 투자로 번 돈 사용처를 정해두지 않으셨으면, 진아제약에 투자하시는 게 어떨까요?
- 진아제약? 산성씨앤씨만큼 미칠 듯 주가가 상승하진 않았지만, 거기도 이미 많이 올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니니?
본래의 역사에서도 황우식 박사와 산성씨앤씨 때문에 시작된 바이오 열풍의 한 축을 담당했던 주식이다. 2회차인 현재는 정호준의 투자금을 외국계 자금이 한국 바이오 업계, 진아 제약의 잠재력을 믿고 투자한 것으로 비쳤고 그런 이유로 회귀 전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매도했을 당시인 1월 26일 4,000원 언저리에서 놀고 있었어야 할 진아제약의 주가는 6,830원 전후를 오가며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
- 아직 고점에 이르러면 멀었어요. 더 오를 겁니다. 산성씨앤씨를 팔아 확보한 자금의 4분의 1만 투자하시는 게 어떨까요?
- 4분의 1만?
- 예, 이번에는 분산 투자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정호준은 박남정이 주식을 하면 안 될 사람임을 인지했지만 마음의 빚을 덜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수고는 감수할 수 있었다.
중간에 여러 번 확인 전화가 오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그래도 아저씨가 최악은 아니니까.'
박남정은 최소한 자신이 주식에 재능이 없음과 정호준의 안목을 인정하고 정호준이 하란 대로 따라와 주었다. 고집 없고 자기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최악은 면했다.
- 남은 돈은 어디다 투자하는데?
- …랑 …에 투자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저도 투자할 생각입니다.
정호준의 대답에 박남정은 수화기를 든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매수 시점을 알려주면, 네 말에 맞춰 진입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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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한류의 인기가 절정에 달하며 아시아,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에까지 영향력을 끼쳤다. 한국의 많고 많은 아이돌 그룹 중 방탄모 소년단이란 그룹 일명 'BTHS'라 더 자주 불리는 이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하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BTHS' 한국 최초 빌보드 차트 1위 달성!]
최초는 언제나 대접받듯 'BTHS'는 한국인들의 지대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2019년 말, 정확히는 2020년 발생한 팬데믹 사태로 대다수 국가는 시장에 돈을 풀었고 한국 정부 또한 다른 나라들처럼 시장에 돈을 풀었다.
정부가 푼 돈 중 일부는 부동산으로 또 일부는 주식 시장으로 몰렸고, 바이오 주식과 오성전자, LS화학, 코코아 등의 기업이 수혜를 입었다.
BTHS의 소속사인 빅하트뮤직도 이때 상장했다. 'BTHS'가 벌어들이는 수익, 그들의 영향력 때문에 빅하트뮤직의 주가는 상장하고 금방 100,000원을 200,000원도 돌파하며 최고 아이돌 그룹을 보유하고 있는 덕을 톡톡히 봤다.
문제는 주가가 폭등하는 건 상장한 빅하트뮤직만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다른 엔터기업들 또한 빅하트뮤직의 상장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올라갔다.
"다른 엔터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건 그만큼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저평가됐었기 때문입니다."
빅하트와는 별 연관도 없는데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보며 전문가들은 엔터 시장이 저평가됐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 거라 설명했다.
세상에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전문가들의 말마따나 2010년대 후반까지 엔터주가 저평가되었다면 저평가된 이유가 존재하지 않겠는가? 엔터주가 저평가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2005년에 벌어졌던 사건들 때문이었다.
[댄스가수 태양, 뉴욕 무대를 밟다.]
2000년대 중반으로 넘어갈 무렵 한국의 엔터산업은 한국을 넘어 해외로 향하기 시작했다.
[일본, 중국을 넘어 동남아까지.]
[한국 드라마 아시아를 매료시키다!]
2000년대 중반 '장금이', '파리식 연애'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 등 40% 시청률을 가뿐히 넘기는 이름만 들어도 '아, 그 드라마.'라고 반응할 드라마들이 등장했다.
이 드라마들은 한국을 넘어 일본, 중국, 동남아 등에서 유행하기 시작했고 거스르기 힘든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변했다.
한국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때 처음으로 한류라는 단어를 만들어냈고 그렇게 2000년대 중반 한류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모인다는 건 돈이 된다는 말과 동의어였고 관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이 중에는 꼭 정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려는 이들이 존재했다.
'한탕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애매한 규모의 기업이나 음지의 세력들, 몇몇 심보 나쁜 사기꾼들이 이 거대한 흐름을 이용해 서민(개미)들을 등쳐먹기 위해 움직였다.
'유담 온라인', '고스트엔터', '뉴레텍 엔터' 그리고 20년대에도 최고의 연예기획사로 손꼽히는 'SY'까지 테마주의 흐름에 수혜를 받으며 반년 동안 주가가 최소 10배는 오를 종목들이었다.
'SY'의 주가가 오른 건 음원 저작권법이 강화된 탓도 분명 있었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주가가 10배 이상이 오른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정호준은 박남정에게 유담 온라인과 SY엔터에 투자했음 한다는 뜻을 넌지시 밝혔다.
'고스트 엔터랑 뉴레텍은 잡아봐야지.'
유담은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규모가 조금은 있는 기업이라 정호준에겐 아직 힘든 상대였지만 고스트 엔터나 뉴레텍은 달랐다.
한국법인에 남겨두었던 돈 5억과 이번에 입금된 '태극기 흩날리며'의 2차 수익 2억원. 총 7억원을 둘로 나눠 'SY'와 '유담 온라인'에 투자하기로 계획했고 먼저 'SY' 투자에 집중했다.
- 아저씨 오늘부터 매입 시작하시면 됩니다.
박남정은 정호준을 말대로 자신과 박기태의 계좌로 293,115,191원을 투자했다. 합계 586,230,382원이었다.
SY의 주식 매입을 시작했고 정호준은 평단가 5,238원에 66,819주를 매입했고, 박남정의 경우 평단가 5,742원에 51,047주씩 102,095주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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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엔터와 뉴레텍을 잡겠다고 결심했지만 대중에게 그들을 언급하며 사기라고 말하고 그 발언이 받아들여질 정도로 정호준이 한국의 대중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니 대중이 귀담아 들어줄 대타를 찾아야지.'
작년에 자넷이 한국에 들어갔을 때 자신에게 도움을 줄 만한 사람과 만남을 갖게 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죠?"
정호준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이렇게 네바다주로 직접 찾아왔다.
"나야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지. 근데 호준군은 나보다 더 바쁘게 산 것 같구먼."
2005년 4월에 있을 상반기 보궐 선거에 나갈 예정이었던 강현태 변호사는 자신의 정치 경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정호준의 전언에 이렇게 바쁜 와중에 미국으로 왔다. 그가 기억하는 정호준은 결코 빈말을 뱉지 않는 이였으니까.
"자네는 어떻게든 성공할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성공할 줄은 나도 예상 못 했네."
"천운이 따라줬습니다."
"겸손하기는. 처음은 운일지 몰라도, 그다음부터는 실력으로 쟁취해낸 거지 않나?"
강현태 변호사도 인터넷 신문을 통해 정호준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했다. 복권 당첨은 정호준의 말처럼 행운이었지만 그 이후의 선택은 오롯이 정호준의 판단에서 비롯된 거였다.
"그럼, 내 정치 경력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전언의 뒷이야기를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