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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55화 (255/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55화

"우! 우~! 우~! 우~!!"

신우의 등장에 올림픽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역시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니 관중들의 반응이 뜨겁네요.]

[역전 찬스이기에 더욱 뜨거운 것으로 보입니다.]

[정신우 선수가 찬스에 강한 남자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분명 압박감을 느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신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경기 후반에 찾아온 기회다.

이 기회를 살리는 건 무적이나 어렵다. 선수에게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신우는 평소와 같았다. 탁! 탁!

스파이크로 배터박스의 흙을 고르는 모습에선 여유마저 느껴졌다.

[찬스에 강한 남자! 그 남자 앞에 주자가 쌓여 있습니다!! 여기서 단타 하나라면 앞서나갈 수 있는 상황!]

모든 이들이 기대했다.

신우가 점수를 내주는 타격을 해주길 말이다. 하지만 그때 예상밖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어? 무슨 일이죠? 구심이 정신우 선수에게 무언가 이야기합니다.]

카메라가 신우를 잡았다.

구심에게 이야기를 들은 신우는 곧 마운드를 바라보다 보호장구를 벗기 시작했다.

[아~! 설마 고의사구인가요?]

[그런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정신우 선수를 고의사구로 거르면 1사에 만루의 위기에 따지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루 상황이 오히려 득점이 나기 어렵습니다. 선행주자가 있기에 주루플레이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원아웃이기에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도 어렵습니다.]

해설위원의 말대로였다.

만루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한 번 점수가 나기 시작하면 연쇄 폭발이 일어나는 것처럼 빅이닝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의외로 만루는 점수를 내기 어렵다. 해설위원의 이야기 대로 주루플레이에도 조심해야 되고 타자들 역시 긴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비 역시 어떤 베이스로 던져도 아웃이 되기에 후속플레이가 깔끔하게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타자가 토마스 선수가 아닙니까? 많은 팀들이 신우를 고의사구로 내보내지 못했던 이유.

바로 다음 순서에 언제나 토마스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리그 최고의 포수이자 타자였다.

[그렇습니다. 토마스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검증된 선수죠. 어떤 팀에 가더라도 팀의 중심이 될 타자입니다. 필리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겠죠.]

신우가 1루에 도착하고 타석에는 토마스가 들어섰다.

[그럼에도 필리스의 선택은 정신우 선수가 아니라 토마스 선수였습니다. 찬스에서는 정신우 선수가 더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판단한 듯하네요.]

해설위원의 해설은 정확했다.

'토마스 역시 무섭지만, 찬스 상황에선 신우가 더 두려운 존재다.

그렇기에 윌리엄 감독은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더블플레이가 최상의 시나리오다. 한점도 내주지 않는다면 승부의 추를 가져올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윌리엄은 야구를 하면서 이 말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지금의 위기를 이겨낸다면 흐름은 필리스에게 올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3차전을 승리로 가져갈 수 있다.

'3차전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경기를 잡지 못한다면 계획은 물거품이 돼."

윌리엄 감독의 디비전 시리즈 전략은 3차전이 핵심이었다.

1차전을 내주고 2차전을 잡는다.

4자전에선 다시 신우가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연하게도 승률은 낮아진다.

하지만 5차전까지 시리즈를 끌고 간다면 1선발이 등판하는 자신들이 유리해진다.

만약 신우가 구원으로 오르더라도 4차전의 후유증이 풀릴 가능성은 적었다.

그래서 윌리엄 감독은 처음부터 5차전 승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큰 구멍이 있었다. 그건 바로 3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된다는 것이었다.

'데이터 상으로는 우리가 우위였는데."

사실 윌리엄은 이 부분에 대해서 허점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데이터를 보더라도 오도어를 초반에 공략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거라 봤다.

필리스 타선이 오도어에게 강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전략을 구상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전략은 무너지고 있었다.

'모든 건 정신우 한 명 때문이었다.'

1회 오도어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 신우의 엄청난 호수비가 나오면서 단숨에 분위기는 역전됐다.

윌리엄 감독의 시선이 신우에게 향했다.

'저 녀석을 상대로 승리하는 것보다 만루의 위기를 벗어나는 게 더 쉽다.

설마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지만 윌리엄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이 위기를 막아줘.

선수들이 위기를 막아주기를 말이다.

윌리엄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타석에 들어선 토마스는 배트를 쥐고 타격 자세에 들어갔다.

'신우가 무섭긴 하겠지.'

토마스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동료인 신우가 적이 된다면 얼마나 무서운지 말이다.

올 시즌 메츠에서 그를 상대할 때,

동료들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곁에서 지켜봤다.

그렇기에 신우가 주는 압박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필리스의 만루 작전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야."

신우를 거르고 자신을 상대한다.

데이터적인 부분에서 봤을 때, 그것은 분명 옳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3자의 눈으로 봤을 때였다.

'머리로는 알지만……'

평소 토마스는 포용력이 강한 성격이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불릴 정도로 다른 선수들을 챙기고 인자한 성격을 보여주었다.

포수로서도 젊은 두수들의 까다로운 성격을 모두 수용할 정도로 성격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수이자 클럽하우스 리더로서의 모습이었다.

'자존심은 상하는군.

타자 토마스는 승부욕이 강하다.

팀을 위한 배팅을 하지만 그렇다고 승부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에서 화를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토마스가 조금 흥분한 거 같네요."

[흥분이 아니라 저건 화난 거임.]

'같은 거 아닌가요?

[미묘하게 다르지.]

[무엇보다 쟤는 화나서 무분별하게 스윙할 정도로 명정이는 아님.]

[00 오히려 화를 이용할 수 있는 선수지.]

무엇이 다를까?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레전드들은 토마스가 평소와 다른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방향일 거라고 예상했다. 마지막으로 레전드들의 이야기는 들린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신우 역시 마음의 준비를 했다.

[투수, 초구 던집니다.]

빼애애액!!

퍼영!!

"볼!"

[초구부터 떨어지는 브레이킹볼을 택합니다. 폭두가 나오면 바로 실점으로 이어지는 상황임에도 과감하게 브레이킹볼을 택하네요.]']

[데이터상 토마스 선수는 떨어지는 변화구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를 상대한다면 당연히 던져야 되는 구종이죠.]

[하지만 토마스 선수는 꿈쩍도 하지 않는군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컨디션이 나빠 보이지 않습니다.]

투수는 연달아 2구와 3구를 뿌렸다.

딱!!

[2구 파울입니다! 95마일의 빠른 공에 배트가 살짝 밀립니다!']

[이번에도 떨어지는 변화구! 하지만 토마스 선수의 배트가 나오다 멈춥니다! 투볼 원스트라이크!]

[투수가 브레이킹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군요.]

[더블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사실 필리스는 지금 상황에서 더블플레이를 만들지 못하면 경기를 내줄 수도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겠죠.]

투수가 정비를 하는 사이.

토마스 역시 타석에서 물러나 생각을 정리했다.

'커브, 포심, 체인지업이라.

볼배합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베스트라 할 수 있었다.

투수의 브레이킹볼 역시 매우 훌륭했다.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배트가 나갔을 정도다. 하지만 토마스는 평소와 달랐다. 노리는 건 오직 하나.

포심만을 표적으로 두고 스윙에 임하고 있었다. 덕분에 떨어지는 공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었다. 체인지업은 조금 위험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필리스 역시 눈치를 했겠지. 만약 자신이 타자가 아닌 포수라면 어떤 공을 요구할까?

답은 뻔했다.

"배터박스로."

구심의 말에 토마스가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타격 자세를 잡고 하나의 공을 머리에 그렸다.

'변화구를 던질 거다.'

"플레이볼!"

결정을 내린 토마스의 귓가로 구심의 콜이 들려왔다. 곧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주자들을 견제했다. 만루기에 견제는 길지 않았다.

타닥~!!

곧 슬라이드 스텝과 함께 투수가 공을 뿌렸다.

빼애애액!!

[4구 던졌습니다!!]

두수의 손을 떠난 공이 몸쪽을 파고들었다. 토마스 역시 스윙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의 궤적과는 조금 다른 스윙의 궤적을 그렸다.

그 순간,

공이 변화하며 밑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존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존의 안쪽에 떨어지는 체인지업,

그리고 토마스는 그것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딱-!!

[대렸습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빠르게 내야를 벗어났다.

[3루 주자 홈인!! 2루 주자 역시 3루를 돌았습니다!]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우익수 키를 넘어 원바운드로 펜스를 때렸다.

워낙 빠른 타구였기에 펜스를 때린 공은 강하게 튀어나왔다.

브라이스 하피가 그것을 맨손으로 잡는 순간.

[2루 주자 역시 홈인!! 그리고 정신우 선수도 3루에 들어섭……!]

그때였다.

3루 베이스 앞에서 속도를 줄였던 신우가 갑자기 속도를 더했다.

그리고는 단숨에 3루 베이스를 통과했다.

[아아! 3루를 통과합니다! 홈을 노리는 정신우 선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브라이스 하피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건 외야수다.

그의 송구는 100마일에 육박할 정도로 빠르다. 무엇보다 송구의 정확도도 뛰어나, 어시스트 역시 수없이 기록해 왔다.

그런 브라이스 하퍼가 공을 잡았는데, 1루 주자였던 신우가 홈을 노린다?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신우는 홈을 노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노릴 수 있는 거지.]

[가즈아~!!]

레전드들의 응원을 들으며 신우는 속도를 더했다. 2루수에게 공을 던지려고 했던 브라이스 하퍼가 급히 방향를 바꾸어 홈으로 공을 뿌렸다.

[공이 빠르냐?! 정신우 선수가 빠르냐?!]

비록 한 박자 느렸다고는 하나 브라이스 하피는 정확하고 강한 송구를 보여주었다.

포수가 일찌감치 마중 나와 송구를 받을 준비를 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

신우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몸을 날렸다.

촤아아앗!!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동시에 포수의 미트에 공이 들어갔다.

동시에 포수가 몸을 돌리면서 신우를 향해 글러브를 내렸다.

좌앗~!!

흙먼지가 피어오르면서 경기장에 적막에 휩싸였다. 누가 먼저일까??

카메라가 구심을 잡는 순간.

구심이 있는 힘껏 팔을 양옆으로 펼쳤다.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입니다!! 1루 주자였던 정신우 선수가 홈을 파고들면서 싹쓸이 2루타……!]

[어느새 토마스 선수도 3루까지 갔군요.]

[정정하겠습니다! 싹쓸이 3루타를 기록하는 토마스 에드윈 선수입니다!!]

올림픽 스타디움이 들썩였다.

"와아아아~!!"

"토마스! 토마스! 토마스!!"

"우~! 우~! 우~! 우~!!"

엄청난 환호가 그라운드를 울렸다.

하지만 거기에 찬물을 뿌리는 인물이 그라운드에 올라왔다.

[아, 여기서 필리스의 윌리엄 감독이 구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네요.]

[아슬아슬한 타이밍이긴 했죠.]

"우우우우우우~!!"

[갤럭시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필리스의 당연한 권리죠?]

[그렇습니다.]

곧 구심들이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그 사이 중계진들은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리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분석에 들어갔다.

[비록 한 박자 늦긴 했지만, 송구의 속도와 방향은 완벽했죠?]

[예. 홈으로 파고들지 몰랐기에 조금 늦었지만 송구는 나무랄 곳이 없었죠.]

[정신우 선수의 슬라이딩도 훌륭했네요.]

화면에 슬로우가 걸리면서 신우의 팔을 클로즈업했다.

[사실 여기서 아웃이 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만큼 박빙이긴 했죠. 아~!!]

그때였다.

화면 속의 신우가 뻗었던 왼팔을 거둬들이면서 오른손을 내미는 게 잡했다.

그리고 포수의 미트는 신우의 왼팔을 터치하지 못하고 그대로 땅을 때렸다.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네요!]

캐스터의 말과 동시에 구심이 헤드셋을 벗었다. 그리고 양손을 좌우로 펼치면서 다시 한번 세이프 판정을 내렸다.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하면서 팀에 1점을 추가한 정신우 선수! 원심이 그대로 유지됩니다!!]

[정말 대단한 순발력입니다. 사실 2점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기에 경험이 부족한 갤럭시의 불펜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거죠.]

[마운드! 타석! 수비! 그리고 주루까지! 도대체 이 선수가 못 하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스포츠에서 모든 포지션을 고루 소화하는 선수를 가리켜 올라운드 플레이어라고 하죠.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그 자체입니다!]

중계진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현장에서도 갤럭시 팬들은 승리를 직감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로 필리스의더그아웃은 적막에 휩싸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윌리엄은 느꼈다. 승부의 추가 기울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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