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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53화 (253/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53화

[오도어 투수가 급격하게 흔들리네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수비의 에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입니다.]

[큰 무대라는 점 역시 하나의 이유가 될까요?]

[충분히 됩니다. 오도어 투수는 포스트시즌 첫 출전이니 더욱 긴장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선 수비들이 더욱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어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 대해 겁을 먹는다.

그것은 인간이 가진 본능과도 같았다. 그러한 공포심을 이겨내는 건 타고나거나 아니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오도어는 지금 그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다.

'설마 거기서 에러가 나올 줄이야.'

제이비어도 예상하지 못한 에러였다.

오늘 경기에서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신우를 우익수로 출전시켰다. 내일 경기 선발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좌익수에서 에러가 나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미 지나간 일이다.

지금 상황에선 오도어가 어떻게든 안정을 찾아야 했다.

이미 마운드도 방문했으니 남은 건 오도어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무사 1, 2루의 찬스에서 필리스는 3번 타자 브라이스 하퍼가 들어섭니다!!]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어려운 상대를 마주하게 됐네요..

브라이스 하퍼는 좌타석에 들어서면서 마운드에 있는 오도어를 바라봤다.

확실히 긴장했군.

평소와 달리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는 투수는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니다.

브라이스 하피는 경험으로 그걸 알고 있었다.

'존을 좁힐 필요가 있겠어."

브라이스 하퍼는 자신만의 존을 좁혔다. 괜한 공에 배트를 휘두르면 투수의 자신감이 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구 볼입니다. 브레이킹볼이 나쁘지 않은 거 같았는데, 브라이스 하퍼 선수는 미동도 하지 않네요.]

[역시 노련한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아마 오도어 투수가 흔들린다는 걸 간파하고 존을 좁힌 것으로 보입니다.]

[오도어 투수 입장에선 머리가 아프겠군요.]

캐스터의 말대로였다.

마운드의 오도어는 입술을 깨물었다.

'제대로 들어갔는데, 왜 배트를 내밀지 않는 거지? 내가 브레이킹볼을 던질 걸 알고 있었던 건가? 어떻게? 나한테 버릇이라도 있는 건가?"

단 하나의 공.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거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오도어의 생각은 많아졌다.

최악이었다.

이럴 때야말로 강인하게 자신의 공을 던져야 했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오도어에게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브레이킹볼은 일단 피하자."

그래서 토마스가 내는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브레이킹볼이 나쁘지 않았는데, 왜 저러는 거지?"

토마스는 의아해했다.

올라가서 의사를 물어볼 수도 없고."

이미 감독이 올라갔었던 상황이다.

자신이 올라가는 게 규정위반은 아니었지만, 투수를 더 불안하게 만들수도 있었다.

사인이 늦어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럴 때는 투수가 자신 있는 공을던지게 하는 게 좋은 방법이지."

페넌트레이스였다면 고민도 길지 않았을 거다. 지더라도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포스트시즌.

1패가 치명적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토마스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은 토마스의 편이 아니었다. 너무 긴 시간을 끌었다가는 투수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토마스는 가장 무난한 구종을 택했다.

'포심, 바깥쪽."

고개를 끄덕인 오도어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사인이 길어진 오도어와 토마스 배터리, 이제 2구를 던집니다.]

[에러와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온 상황이니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트라이드와 함께 오도어가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구속은 나쁘지 않았다.

평소와 같았다.

문제는 코스였다.

'왜 여기로….!

날아드는 공을 본 토마스는 아연실색했다. 자신이 원했던 코스가 아닌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란 건 오도어 역시 마찬가지로 보였다. 하지만 이미 공은 손을 떠난 상황. 되돌릴 순 없었다.

'제발 놓쳐라!'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었다. 브라이스 하피가 이 치기 좋은 공을 놓치는 기적이 나오길 말이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기적에 불과했다.

후웅-!!

브라이스 하퍼는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따악~!!

[때렸습니다아아아!!]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토마스가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을 바라봤다.

'시누!!

타구의 방향은 우익이었다.

그곳을 지키고 있는 건 신우였다.

그리고 그는 일찌감치 뒤로 달려가고 있었다.

'부탁한다!'

경험이 많은 토마스는 직감했다.

지금 이 타구의 결과에 따라 초반의 흐름이 결정된다. 그리고 선발이 무너진다면 갤럭시에게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말이다.

'기적을 보여줘!

하늘에게 비는 기적은 실패했다.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바라는 기적은 하늘이 아닌 신우에게 바라는 것이었다.

기적의 사나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플레이를 보여준 신우다.

지금 이 순간,

갤럭시에 필요한 건 바로 그런 신우의 엄청난 플레이였다.

그리고 그건 신우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잘 뻗네."

신우는 맹렬하게 뛰면서 힐끔 고개를 돌렸다. 타구는 좀처럼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만약 발사각이 조금 더 컸다면 홈런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발사각이 작았기에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작은 차이는 신우가 포기하지 않게 만든 하나의 요인이 되었다.

[아슬아슬하겠는데,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냥 가면 못 잡는다.]

레전드들의 채팅이 끝없이 올라갔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우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경험했던 레전드들의 플레이가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정확한 타이밍과 완벽한 점프가 필요해, 조금이라도 타이밍이 어긋나면 모든 게끝이다.

머릿속에 담겨져 있는 레전드들의 플레이들. 그것들이 신우에게 말하고 있었다.

[잡을 수 있다.]

만약 그들의 플레이를 체험하지 않았다면 안정적인 선택을 했을 거다.

지금 플레이는 그만큼 위험한 거였으니 말이다.

"루카스!!"

"어?"

그렇기에 신우는 후속조치도 철저하게 했다.

"백업 부탁한다!!"

루카스가 놀라서 물었다.

지금 타구는 누가 보더라도 펜스를 맞고 튕겨 나오길 기다리면서 후속처리를 해야 할 공이다.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예 포기할 타구는 아니었기에 후속 플레이를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신우는 아예 포기하지 않았다.

'설마 잡을 생각이야?"

놀라는 건 거기까지였다.

일단 신우를 대신해서 후속 플레이를 준비해야 했다. 루카스는 급히 펜스에서 물러나면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타구를 확인했다.

떨어지지 않아,

타구는 서서히 떨어진다.

이는 투수의 공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브라이스 하퍼가 때린 타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너무 빠르다.

타구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낮게 날아오긴 했지만, 펜스를 넘기에는 충분한 높이였다.

말인즉슨 신우가 공을 잡는 건 불가능하단 소리였다. 그때였다.

"어?"

펜스를 향해 달려가던 신우가 몸을 날렸다. 그리고는 스파이크로 벽을 밟더니 다시 도약했다.

[정신우 선수 펜스를 밟고 뛰어오릅니다!!]

하지만 펜스는 한 번의 도약으로 오르기에는 너무 높았다.

신우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곧장 손을 뻗어 펜스를 잡았다.

그리고 한 번에 몸을 끌어올렸다.

[대단한 괴력입니다! 단숨에 펜스 위를 밟은 정신우 선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펜스를 밟은 신우는 힐끔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타구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날아오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놓지는 상황.

신우는망설이지 않고 펜스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팟!!

점프한 신우가 최대한 팔을 펼쳐 날아가는 타구의 궤적에 놓았다.

[날았습니다!!!]

캐스터의 말대로 신우는 날았다.

그렇게 뻗은 그의 글러브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동시에 그의 몸이 땅으로 추락했다.

콰직!!

스파이크가 땅에 박히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몸을 굴리며 충격을 분산시켰다.

그런 신우를 향해 루카스가 외쳤다.

"3루로 던져!!"

아웃카운트가 됐다는 건 아직 인플레이 상황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왜 3루일까?

지금 타구를 보고 주자들은 당연히 홈런이라 생각했을 거다.

만약 홈런이 아니더라도 장다는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리드폭을 넓히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즉, 베이스로 귀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3루로 던지라는 건 귀루해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 태그업을 통해 3루 베이스로 뛰었다는 소리다.

'하지만…'

신우의 고민은 거기까지였다.

앞구르기를 하며 왼발을 내디디며 하체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루카스를 믿는다.

정상적인 플레이와는 다른 루카스의 콜플레이.. 신우는 루카스를 믿기에 그의 콜플레이대로 3루를 겨냥했다.

정상적인 송구자세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련된 신우의 하체는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의 전신을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그렇게 고정된 하제 덕분에 신우는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흐아아앗!!"

쐐애애애액-!

기합과 함께 공을 뿌렸다.

[정신우 선수!! 공 던졌습니다!! 레이저처럼 뻗어나간 공의 끝에는 3루수 제이슨이 지키고 있습니다! 3루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마이클 소렌!!!

마이클 소렌은 지금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움직임이 이상해서 신중하게 플레이를 한 건데…!'

브라이스 하피의 타격은 완벽했다.

타구가 그대로 담장 밖으로 날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평소라면 말이다.

하지만 3차전을 앞두고 윌리엄 감독에게 당부를 들었다.

-만에 하나 신우에게 타구가 날아가면 신중하게 플레이하도록 해, 과한 신중함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타구를 잡는 건 선수생활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플레이는 영상으로 남아 올타임 하이라이트로 불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신우는 그것을 해냈다.

분명 넘어가는 타구를 펜스의 상단을 밟고 뛰어올라 낚아챈 것이다.

여유롭게 주루를 했다면 귀루하다가 아웃이 됐을 거다.

'일부러 리드폭까지 줄였는데!

리드폭을 줄이고 언제든지 귀루할 준비를 했다. 진짜 공을 잡자 소렌은 급히 2루 베이스로 귀루할 수 있었다.

거기까진 완벽했다.

소렌은 곧장 태그업을 하면서 3루 베이스로 뛰었다. 우익수 펜스 앞에서 공을 잡았다.

거기에 펜스에서 점프해서 공을 잡은 상태다. 작지하면서 제대로 된 송구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 정도면 여유롭게 3루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왜.

도대체 왜!

3루 코치가 저렇게 다급히 수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까?

그것도 슬라이딩을 하라는 수신호를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 소렌은 이유를 확인하기보다 일단 몸을 날렸다.

좌아앗!!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함께 마이클 소렌의 눈앞에 회뿌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묵직한 포구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벌써 도착했다고?"

믿을 수 없는 현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마이클 소렌은 있는 힘껏 팔을 뻗고 있었다.

퍽!!

동시에 그의 어깨를 글러브가 때렸다. 잠깐이나마 적막이 그라운드를 잠식했다. 그리고 그 적막을 깨는 3루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마이클 소렌은 일어나지도 못한 채, 삼루심을 올려다봤다.

소렌은 눈빛으로 어떻게 이게 아웃이냐? 라고 묻는 듯 했다.

하지만 삼루심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어깨를 때렸다.

글러브가 먼저 터치했다는 뜻이다.

뒤이어 경기장을 가득 채운 갤럭시 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우~! 우~! 우~! 우~!!"

신우의 챈트가 울려 퍼졌다.

그 어떤 때보다 큰 함성에 그의 플레이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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