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29화
신우가 타석에 섰다.
"와아아아!"
"우~! 우~! 우~! 우~!!"
그것만으로도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팬들의 함성만 들으면 이곳이 몬트리올로 착각이 들 정도네요.]
[하하! 파이리츠의 홈구장인 PNC파크지만, 정신우 선수의 팬들이 정말 많군요.]
[유럽에서조차 상당한 팬을 이끌고 있는 정신우 선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는 무척이나 강했죠?]
[그래서 제이비어 감독이 이런 타순을 짠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이비어는 독특한 감독이다.
변화를 주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
새로운 전략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직접 실험했다. 결국 나 자신이 해보지 않은 이상 답을 알 수 없지.'
그것이 제이비어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변화만을 생각하는 감독이 아니었다.
다양한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전략을 구상한다. 그것이 제이비어 감독의 바탕에 깔려 있었다. 오늘 보여준 타순의 변화도 그러했다.
'열 경기 중 하위타선에서 경기가 끝날 확률은 42.3% 다. 반면 상위타선에서 경기가 끝날 확률은 25.7%로 가장 낮지."
하위타선은 약하다.
그래서 중간타선을 맞이하게 되면 투수들은 하위타선과 승부를 하게 된다.
실제 많은 전문가가 9번에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배치해서 공격의 기회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더슨 영입 이전에는 타순을 짜기 곤란했지만, 그가 들어오면서 판을 새로 짤 수 있게 되었다.
팀내에서 가장 높은 출루율을 자랑하는 건 데미안이다.
하지만 선두타자로 나왔을 때 출루율은 앤더슨이 데미안보다 조금 더 앞섰다.
이는 타율과 경험의 차이였다.
제이비어는 이러한 차이를 간파하고 앤더슨을 1번으로 배치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토마스와 시누의 배지였지."
어떤 선수를 2번에 배치하더라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제이비어는 많은 고민을 했었다. 두 사람의 쌓인 데이터를 확인한 끝에 결국 2번에 토마스를 배치했다.
'두 사람의 스탯만 놓고 보면 비슷한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지."
그때였다.
1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투수가 3구를 뿌렸다. 빼애애애액~!!!
[3구 던졌습니다!!]
1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에 꽂히는 포심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2구는 같은 코스로 날아오다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로 볼이 됐다.
배트가 나가다 멈출 정도로 위력적인 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날아오는 3구.
존의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에 스윙을 시작했다. 다리를 고정시키고 허리를 회전시켰다. 그 순간.
휘릭!!
공이 변화를 일으켰다.
가운데에서 몸쪽으로 파고드는 궤적을 그렸다. 신우는 당황하지 않으면 오른발을 오픈시켰다. 그러면서 왼팔을 배에 착 붙이며 스윙의 궤적을 바꾸었다.
그 동작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원래부터 몸쪽 공을 노리고 있었다는 듯 보였다.
따악~!!
배트가 공을 낚아채는 순간.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를 올렸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배트를……!!]
타구가 날아가고 있었지만, 관중은 물론 카메라 역시 신우에게 포커싱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신우는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휘리릭~!!
[던졌습니다!!!
화면이 반으로 나뉘며 왼쪽에는 빠던을 한 신우가, 오른쪽에는 관중석에 떨어지는 타구가 보였다.
[7회 초! 그랜드슬램이 작렬합니다!!]
만루홈런이 터졌다.
제이비어는 주먹을 불끈쥐며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킨 신우의 활약에 열광했다.
'토마스와 신우의 스탯은 비슷하다. 하지만 단 하나, 6회 이후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 신우의 결승타 확률이 더 높았다.
6회 이후 결승타가 나왔다는 건 경기가 박빙으로 흘러갔다는 소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때릴 수 있는 확률. 그것이 신우가 더 높았다.
'정답이었군.'
정답일지 아니면 오답일지 알 수 없었다. 이런 건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모르니 말이다.
[너네 감독도 제법이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이런 테스트를 감행하다니.]
[승부사라는 느낌이 듦.]
레전드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제이비어 감독이 타순을 변경한 이유를 알게 됐다.
새삼스레 제이비어가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빌 헤리스는 계획이 다 있었군요.'
[ㅋㅋㅋ 표절이누]
[이 기생충 대사 가져오네.]
'…… 선배님들이 어떻게 그걸 아십니까?"
[당연히 알지]
[아카데미 수상작인데 모를까?]
[우리라고 문화생활을 하지 않는 게 아님.]
[와~ 우리가 모를 거라 생각하고 표절한 거임?]
딱히 그런 건…'
신우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아카데미 수상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몬트리올 갤럭시의 정신우 선수가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북부지구 공동 1위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중요한 일전에서 우익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정신우 선수는 3타수 1안타 1볼넷 1만루홈런을 터뜨리는 대활약을 펼쳤습니다.
이런 정신우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갤럭시는 피츠버그를 누르고 북부지구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맞이했습니다.
한편 몬트리올 갤럭시의 크리스토퍼 단장은 '우리의 투자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고 인터뷰를 하며 기존 선수들과의 연장계약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정신우 선수와의 연장계약 루머가 들려오고 있는 몬트리올 갤럭시는 꾸준히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갤럭시의 1위 탈환.
이 소식은 몬트리올 팬들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
-우리 시누가 드디어 해냈다고!!
-갤럭시 만세! 헤리스 구단주 만세!!
-경기 전, 타순을 보고 의아했는데, 경기를 보고 이해했다.
-명장 제이비어 감독.
-갤럭시는 반드시 시누와 종신계약을 해야 한다.
큰 문제는 시누의 에이전트가 보라스라는 점이야. ㄴㄴ거기다 시누는 도대체 얼마의 연봉을 줘야 하는 거야?
-시누의 연봉은 세계 7대 수학 난제와 같을 듯.
결국 인류는 해답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ㄴ 시누 연장계약 못 하면 빌 헤리스는 시공간에 들어가 스테이~!! 라고 외치고 싶어질걸.
동서양을 막론하고 드립이 난무하는 인터넷 세계였다.
*#.
2차전은 피츠버그의 승리로 끝났다.
다시 동률이 되면서 1위 대결은 3차전으로 이어지게 됐다.
"오늘 경기는 시누가 나오잖아?"
크으~! 캐나다는 너무 멀어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있다니!"
"시누의 피칭을 보는 건 좋지만, 우리 피츠버그가 질 가능성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시누가 상대니까 힘들긴 하겠지."
"에헤이! 벌써 그런 소리를 하면 쓰나? 우리에게는 조슈아가 있잖아!"
"어제 경기에서 쳐낸 쓰리런 봤어? 담장 밖으로 날아갔다니까!"
"조슈아와 시누의 대결이라! 이거 볼 만하겠는데!!"
피츠버그가 올 시즌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조슈아 그렉이었다.
올 시즌 4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최다홈런 1위, 타율 3위, 장타율 4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2019시즌 내셔널리그를 지배했던 선수들의 홈런레이스 대결.
벨린저- 옐리지- 알론소
세 명의 신인급 선수들의 대결에 메이저리그는 열광했다.
매년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났지만, 이 세 명의 홈런 대결은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올해 이 대결과 비슷한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조슈아를 필두로 다수의 선수들이 홈런왕 경쟁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그중에는 신우 역시 포함이었다.
현재 신우는 37개의 홈런으로 전체 4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지난번 대회에서도 조슈아가 시누에게 홈런을 때려냈으니, 오늘 경기에서도 때릴 수 있을 거야!"
"크~! 그때 정말 멋진 홈런이었지."
신우와 조슈아,
올 시즌 두 선수의 대결은 처음이 아니다. 5월과 6월에 총 두 번 붙은 적이 있었다. 당시 두 선수의 기세가 무서웠기에 많은 팬의 기대를 모았다.
결과는 5타수 1안타.
단순히 이것만 보면 신우의 완승으로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만 보면 그렇지 않았다.
'홈런 때린 놈이랑 또 붙게 되니 신경이 쓰이네요.'
[ㅋㅋㅋ 그때 제대로 맞았지.]
[장외홈런이었던가?]
마지막 타석이었다.
결정구로 던졌던 패스트볼을 조슈아가 그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관중석마저 넘어가 경기장 밖에 떨어지는 홈런, 그동안 신우가 허용했던 피홈런 중 가장 큰 홈런이었다.
이미 점수가 앞서고 있었기에 패전투수가 되진 않았지만, 그에게 맞은 홈런은 신우의 기억에 각인이 되어 있었다.
[1차전에서도 홈런 때리더만, 2차전에서도 홈런이었지?]
예, 5회 선두타자로 나와서 솔로홈런을 터뜨렸죠."
[거기에 4안타 경기였고.]
[3루타만 때려냈다면 히트 포 더사이클이었겠네.]
1차전의 수훈선수가 신우였다면, 2차전은 조슈아의 독무대였다.
그런 두 선수가 맞붙게 된 3차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북부지구 1위 싸움이 치열합니다! 피츠버그와 갤럭시가 한 차례씩 주고 승패를 주고받으며 여전히 공동 1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1차전에선 정신우 선수의 그랜드슬램, 2차전에선 조슈아 선수의 홈런 포함 4안타가 터지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죠.]
[팀을 대표하는 두 선수의 타자 대결도 일품이었지만,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 더욱 기대됩니다.]
[올 시즌 두 선수는 총 5차례 맞붙었습니다. 상대전적에선 타율 0.250을 기록하면서 정신우 선수가 앞서고 있다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안타를 허용했는데, 그게 대형홈런이었죠.]
[예. 올 시즌 조슈아 선수의 최장거리 홈런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두 선수의 전적이 언급됐다.
[두 선수의 대결 장면 짧게 보고 가시죠.]
뒤이어 두 선수의 대결 장면이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나왔다.
한 가지 신우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신우의 뇌리에는 대형홈런이 각인되어 있었지만, 조슈아는 정반대였다.
'그때의 복수를 해주겠어.'
5번의 대결.
그 대결에서 분명 조슈아는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남은 4번의 대결에선 모두 치욕적인 결과가 이어졌다.
[첫 번째 대결에서 조슈아 선수는 삼구 삼진으로 돌아섰습니다. 당시 5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고 있는 상태였기에 충격적인 삼구 삼진이었죠.]
[이때 중계가 떠오르는군요. 당시 정신우 선수의 100마일 패스트볼에 배트가 밀리다가 쓰리핑거 커브에 타이밍을 완벽히 뺏겼어요.]
[같은 날, 두 번째 대결에서도 삼구 삼진을 당하면서 첫 만남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에서 조슈아 선수의 배트가 두 번 연달아 부러졌습니다.]
화면이 바뀌고 두 번째 대결이 비쳤다.
[이날 정신우 선수는 커터를 주로 사용하면서 조슈아 선수의 배트를 연달아 부러뜨렸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타격에서 조슈아 선수가 대형홈런을 터뜨리면서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했었습니다.]
사람마다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각인된 기억은 다르다.
신우와 조슈아,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빚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은 반드시 삼진으로 돌려세워 주마."
신우는 조슈아에게 대형홈런을 맞은 빚을,
'오늘 내 배트를 부러뜨릴 순 없을 거다.
조슈아는 신우에게 연달아 배트가 부러졌던 빚을 가지고 있었다.
두 선수는 서로를 노려보며 전의를 불태웠다.
[북부지구 1위 자리를 놓고 싸우는 두 팀의 대결!! 갤럭시의 선공으로 시작합니다 !!]
각자의 생각을 담은 채, 두 팀의 3차전이 막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