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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27화 (227/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27화

8월 첫 경기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한 갤럭시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설마 토마스 너랑 같은 팀에서 뗄 줄이야."

당연하게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건 새로운 얼굴들이었다.

"너한테 당했던 태그에 여전히 어깨가 얼얼하다고."

앤더슨 존슨과 토마스 에드윈.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오래 뛴 두 사람이기에 엮이는 일도 제법 있었다.

"아직도 그때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냐?"

"당연하지. 덕분에 내 FA가 1년이나 미루어졌는데, 그때 일만 아니었어도 우리가 같은 팀에 있을 리는 없었겠군."

다른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두 사람의 분위기를 살폈다.

갤럭시에는 베테랑급 선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삼십 대의 선수는 있었지만, 그들이 빅리그에서 뛴 기간은 토마스나 앤더슨보다 적었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의 충돌을 막을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앤더슨이 피식 웃으며 토마스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으하하! 너 때문에 다른 애들이 다 놀랐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냐?"

조금 전까지 정색하던 두 사람이 웃음을 터뜨리자 다른 선수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던 신우가 두 사람을 발견했다.

"뭐야? 서로 아는 사이였어?"

"같은 지역 하이스쿨에 다녔거든. 덕분에 예전부터 자주 충돌했었다."

"충돌은 무슨, 참, 시누. 마지막 경기에서 신세를 졌다."

"신세는 무슨, 네 덕분에 내가 탈삼진을 올릴 수 있었지."

"꼭 그렇게 아픈 곳을 찔러야 하냐?"

신우에게 볼멘소리를 한 앤더슨이 클럽하우스를 둘러보며 말했다.

"앤더슨 존슨이다! 앞으로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으니 잘 부탁할게."

"오오! 우리야말로 잘 부탁해."

"잘 부탁한다."

"로키스에서 보여주었던 수비 정말 멋졌어."

"헤이, 앤더슨, 너 저번에 여배우 엠마랑 스캔들 났었잖아. 그게 진짜냐?"

"흐흐, 스캔의 절반은 사실이지."

"뭐?! 정말 엠마랑 호텔에 갔단 말이야?!"

앤더슨의 주위로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갓 메이저리거가 된 갤럭시의 선수들과 오래전부터 메이저리거였던 앤더슨, 이 간극은 무척이나 컸다.

특히 앤더슨은 파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외향적인 성격의 사내.

할리우드 배우들과의 염문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스캔들 메이커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젊은 선수들의 흥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엠마랑만 갔던 게 아니지."

그리고 본인 역시 그러한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기는 듯했다.

'대단하네요."

[대단하긴, 메이저리그 톱클래스 정도라면 할리우드 배우라 해도 달려들 정도로 재력과 명성을 가진 위치가 되는 건데.]

[오히려 네가 이상한 거임.]

[솔직히 우리 시누가 그런 쪽으로 잼병이라서 아쉽자너.]

[지

[인생에 야구밖에 없음.]

레전드들의 극딜에 신우는 채팅창을 외면했다.

'그래도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은 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새로운 선수들의 적응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8월, 갤럭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다.

북부지구 1위에 오르는 것.

그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신우의 역할이 중요했다.

[잘 알고 있겠지만, 갤력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너다.]

[다른 선수들이야 포지션 하나의 공백이 생기지만, 너한테 문제가 생기면 에이스와 중심타선 거기에 외야까지 공백이 생기는 거야.]

투 웨이 플레이어는 선수에게만 리스크가 있는 게 아니었다.

팀 역시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리스크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지만, 앞으로도 그러라는 법은 없지.]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선수에게 있어 부상은 가장 위험했다. 하지만 부상은 피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라는 무대에서 뛰기 위해서는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사용해야 했다.

당연하게도 몸에는 지속적인 데미지가 가해지고 그것은 결국 부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지금 막대한 돈을 써서 제 팀을 꾸리고 있는 거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경기 이후에 생긴 데미지를 줄여주는 역할을 위해서다.]

'그럼 다른 게 필요한 건가요.?"

[정확히는 부상이 생길 확률이 줄어들게 만드는 거지.]

'줄여요?'

[그래, 유튜브에 들어가서 너의 호수비 하이라이트를 한 번 찾아봐.]

왜 그런 걸 찾으라고 하는 걸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신우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

유튜브에 접속해 정신우 호수비를 검색했다. 그러자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주르륵 나왔다. 그중에서는 영어로 된 것도 있었고 한글로 되어 있는 것도 있었다.

[하나 보자.]

'예.

영상을 틀자 신우의 호수비에 대한 것들이 나왔다. 하나같이 멋진 수비들이었다.

특히 다이빙캐치가 나올 때는 팬들의 환호가 들려왔다.

댓글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호수비!

-여기 다이빙캐치 맛집이네.

-지렸다 다

뿌듯하게 하는 댓글을 보고 있을 때였다.

[엄청 화려하네.]

[하지만 저런 수비는 결국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다이빙캐치는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부상의 위험 역시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화려하진 않더라도 저런 수비를 줄여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많이 봐야지.]

[수비는 결국 경험이거든.]

[그러니 이 몸의 수비를 경험해라.]

[에헤이~! 이번에는 이 몸의 수비를 경험해야지..]

[나를 빼놓고 이야기하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외야 레전드들의 채팅이 주르륵 올라갔다.

타이콥의 라이벌이자 절친이었던 트리스 스피커. 45 경기 연속안타를 기록했던 Wee 윌리 킬러. 베이브 루스-조 디마지오의 계승자 미키 맨들 등. 다양한 레전드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들은 외야에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선수들이다.

특히 미키 맨틀은 역사상 최고의 5툴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불릴 정도의 활약을 펼쳤던 선수다.

시대를 호령했던 선수들.

그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내주겠다 이야기하고 있었다.

누구를 선택해도 이상 게 없었다.

[누구를 택할 거임?]

[재밌겠네 ㅋㅋ]

[과연 시누의 선택을 받을 선수는?!!]

[두구두구두구두구~!!]

[팝콘 팝니다~!!]

[옥수수 있어요!!]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며 구경에 전념했다.

그때 신우가 입을 열었다.

'꼭 한 명을 택해야 하나요.'

[응?]

[그게 무슨 소리임?]

'저 요즘 돈 많거든요.'

[그렇겠지.]

[이제 제법 쌓였겠지.]

[그런데?]

"아뇨. 현실의 돈 말고요. 노잣돈이요."

[어?]

[설마?]

'선배님들의 과거를 한 번에 보면 되죠."

이전이라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10만 노잣돈,

모으기가 엄청 빡세다.

현금과 바꾼다면 차라리 그게 더 나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클레멘테의 과거를 본 이후 신우는 다른 선수의 과거를 보지 않았다.

시즌을 치르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전드들의 도네는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쌓인 노잣돈은,

[보유노잣돈 :523, 000]

최소 5명의 과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쌓이게 된 것이다.

'그러니 한 명만 볼 필요는 없잖아요?"

[허어…']

[명답이로세.]

허슬플레이,

선수가 몸을 아끼지 않고 과감한 플레이를 하는 것. 이러한 플레이는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플레이는 자칫 잘못하면 부상을 가져오게 만든다.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잦은 허슬플레이는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3회 초, 투아웃 2루 상황에서 타자 들어섭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냈던 그리먼이군요. 그가 출루하면 골치 아파지니 조심해야 합니다.]

신우는 외야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 안타 맞으면 동점이겠네."

스코어는 3 대 2.

외야로 타구가 날아오면 주자는 홈으로 내달릴 거다. 투아웃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외야수는 어떻게 해야겠음?]

'타자의 상태를 체크해야죠. 첫 타석에서 짧은 단타를 때렸으니 먼 곳까지 타구는 오지 못할 겁니다.

[정답!]

[오올~ 좀 배웠자녀.]

수비로 이름을 남긴 선수들의 공통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뛰어난 어깨로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들을 잡아내고 탁월한 신체 능력으로 잡지 못할 타구를 따라잡는다.

여기에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는 공통점. 그건 바로 끊임없는 생각이었다.

[수비라고 해서 멍하니 서 있다가 타구가 날아오면 쫓아가는 건 멍청한 거임.]

[수비의 위치에 있지만, 타자의 정보를 알아내고 거기에 맞춰 움직여야지.

[장타력이 있는 녀석이민 수비위치를 뒤로 두는 게 좋고, 없는 녀석이라면 당기는 게 좋지.]

[이런 간단한 건 사실 수비코치가 수정을 해주지만, 매번 할 수는 없는 일이야..]

[결국 수비 본인이 판단하고 움직이는 게 최고지.]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서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평소보다 3걸음 정도 앞의 위치였다. 거리로 따지면 9피트 (3m)정도였다. 하지만 이게 수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과거를 보면서 경험했다. 이러한 변화는 벤치에서 바로 눈치를 했다.

"시누의 수비 위치가 조금 앞에 있는 거 아니야?"

제이비어의 말에 수비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뒤로 가도록 할까요?"

"아니야. 타자가 그렇게 장타력이 있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저 위치가 나을 거야."

제이비어는 수비코치를 바라보다 다시 외야로 시선을 옮겼다.

'두레의 반응을 보면 그가 지시를 내린 게 아니라는 소리군. 그럼 시누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전진수비를 했다는 건데…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제이비어는 흥미롭게 바라봤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가 길어지면 어떻게 해야 함?]

'어떤 승부를 하는지 지켜봐야겠죠. 그리고 파울타구가 어디로 날아가는지도 파악하고요."

[정답!]

-!!

[그리고 네가 다른 수비보다 유리한 게 또 있음.]

[바로 투수라는 포지션을 알고 있다는 거지. 그렇기 때문에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예측이 되잖아? 거기에 맞춰 타구를 예상하는 거지.]

꼭!!

[걸국 끊임없이 생각해야 되는 거다. 아무리 피지컬이 좋아도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과 멍하니 서 있다가 움직이는 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ol

어느덧 볼카운트는 투볼 원스트라이크. 만약 자신이 마운드에 있다면. 여기에서 승부를 들어갈 것이다. 그때 포수가 타자의 몸쪽으로 붙어 앉았다.

[잊지 마라.]

[처음 타구를 판단하는 건 눈이 아닌 귀다.]

"흐앗!!"

그때 투수가 기합과 함께 공을 뿌렸다. 왜애애애액~!!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섭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걸 기다렸다는 듯 타자가 배트를 돌렸다. 따아악~!!

[때렸습니다!! 그리고 잘 맞은 타구는 외야로!!]

타구가 외야로 날아간 순간.

2루 주자는 3루로 내달렸다.

하지만 그는 얼마 가지 않아 멈추고 말았다. 우익선상 위에서 떨어진 타구가 신우의 글러브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퍽!

"아웃!!"

[정신우 선수! 우익선상 위에서 타구를 잡아냅니다!!! 깔끔한 수비와 함께 3회 초 수비가 마무리됩니다!]

너무나 쉽게 잡아낸 타구.

그렇기에 관중들이나 캐스터는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제이비어만은 방금 전, 타구가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안타가 되었을 거다."

타구의 속도, 각도 그리고 정상적인 수비위치를 생각하면 안타가 되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그걸 너무나 쉽게 잡아냈다.

'스스로 판단한 전진수비. 거기에 타구를 때려낸 순간 움직인 판단력이 쉽게 타구를 잡아내게 만든 거야.'

화려하지 않은 수비.

하지만 웬만한 우익수도 따라할 수 없는 노련함이 숨겨진 플레이였다.

'도대체 어디가 한계인 거냐?'

괴물 같은 플레이에 혀를 내두르는 제이비어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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