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26화
1회,
신우는 잠깐 흔들렸다.
"볼! 베이스 온 볼!!"
[4구 연속 볼이 들어갑니다. 초반 영점조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네요.]
[이런 모습은 처음 보네요.]
모든 이들이 어색해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신우다.
언제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처음부터 흔들리다니,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뻐어억 ~!!
"스트라이크!!"
[97마일의 패스트볼이 존에 꽂히며 첫 타자 스트라이크로 이닝을 시작합니다!]
그것으로 시작됐다.
뼈억 ~!!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 두 번째 타자를 깔끔하게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정신우 선수!']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는 중견수가 제 자리에서 잡습니다. 투아웃!!]
뼈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1회 볼넷 하나를 내주었지만 나머지 세 타자를 깔끔하게 잡아내며 이닝을 마감합니다!]
[잠깐 흔들렸지만, 금세 원래 모습을 보여주네요.]
한숨을 내쉬며 벤치에 앉은 신우는 다시 채팅창을 확인했다.
[쫄렸누]
[우리 안 보이니까 바로 흔들리냐 ㅋㅋ
[멘탈강화 좀 더 해야 될 듯.]
'보인다.
정상적으로 보이는 채팅창에 신우는 안도했다.
'왜 갑자기 글씨가 깨져 보이던 거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
[년 저승방송을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류가 나올 수도 있음.]
[나도 알아보마.]
매튜슨의 말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래. 그러니 경기에만 집중하자.]
예
신우의 곁으로 토마스가 다가왔다.
"시누, 제구가 살짝 흔들리던데?"
"아아,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고."
"네가 마운드에서 다른 생각을 한다고? 설마 나 몰래 연애라도 하고 있는 거야?"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잡념이 조금 있었어. 이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가 그렇다민 그런 거겠지."
토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장비를 벗었다. 1회에 5번 타석까지 진행이 됐지만, 점수는내지 못했다.
신우는 경기를 지켜보며 머릿속에서 사건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다.
쿠어스 필드는 투수들의 무덤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정상급으로 분류되던 투수들도 쿠어스 필드에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신우는 달랐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오늘 경기 여섯 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며 3회를 마감합니다!']
[1회 잠깐 흔들렸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없습니다. 완벽하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신우 선수!]
1회 스트레이트 볼넷.
분명 신우의 평소 모습과는 달랐다.
하지만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신우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원래의 모습을 넘어 언터처블이 되어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4회 초! 선두타자로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첫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던 정신우 선수, 이번 타석에선 안타 혹은 홈런을……!]
따악~!!
신우는 망설이지 않고 초구부터 배트를 돌렸다.
[때렸습니다~!! 그리고 이 타구는…!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벼락 같은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아내는 정신우 선수!!]
완벽한 스윙 그 자체였다.
1루로 달려가는 신우는 어둠이 걷히는 걸 보고 주먹을 쥐었다.
'오늘 몸 상태가 좋네요.'
[초반에 허우적댔던 것만 제외하고는 확실히 좋네.]
[집중력도 확실히 좋고.]
[이대로만 가면 될 듯.]
[여기서 한 점만 더 나와주면 딱이겠네.]
더그아웃에 들어와 보호장구를 벗고 있을 때였다. 따악~!!
"와아아아아!!"
경쾌한 소리에 신우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그곳에는 토마스가 1루로 조깅하듯 뛰는 게 보였다.
[백투백홈런을 기록하는 토마스!! 연타석 홈런으로 2점을 앞서나갑니다!!]
오늘 투수들의 무덤이란 별명은 로키스에게만 적용되는 듯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무실에서 지켜보고 있는 두 사내가 있었다.
"젠장! 여기서 연타석 홈런이라니."
로키스의 단장 모리슨이 거칠게 테이블을 때렸다.
"이걸로 우리 쪽에 분위기가 넘어왔군."
"그걸 지금 협상하자고 찾아온 사람이 할 말이야?"
"자네가 이 정도로 협상을 엎을 사람은 아니니까."
크리스토퍼의 말에 모리슨이 혀를 찼다.
"당연히 아니지. 하지만 우리 쪽 조건에서 물러날 생각은 없어. 자네들이 제안했던 조건의 플러스알파를 주지 않는 이상, 거래는 없어."
"이미 3 대 1의 트레이드잖나. 그런데 플러스알파를 해달라니."
"선수를 얹어 달라는 게 아니라. 선수 중 한 명을 바꿔 달라는 이야기지."
크리스토퍼의 인상이 구겨졌다.
상대는 배짱을 부리고 있었다.
문제는 자신들 쪽에서 이 거래를 유리하게 가져갈 방법이없다는 거다.
"자네가 생각하는 카드는 뭔지 말해주게."
"가르시아."
"……젠장! 잠깐 기다려."
인상이 더욱 구겨진 크리스토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무실을 나와 전화를 걸었다. 토니 가르시아.
갤럭시의 팜에서 S급으로 평가받는 선수다. 아직 싱글A에 있지만, 날이 갈수록 실력이 늘어나고 있다.
3-4년이 지나면 그는 빅리그 유격수로 활약할 재목이었다.
짧은 통화음과 함께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네, 단장님, 어떻게 됐나요?]
"모리슨이 가르시아를 원합니다."
[토니 가르시아라면 꽤 비싼 값을 치르겠네요.]
"예. 그는 3년 뒤에는 분명 주전 유격수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단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만약 앤더슨을 영입하지 않는다면 우리 팀은 올해 우승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앤더슨은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과 같습니다. 그를 영입하면 공격과 수비 모두 한층 더 상승할 겁니다. 영입하지 못한다면………"
[그 정도면 됐어요. 가르시아를 내주고 앤더슨을 데려오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크리스토퍼가 다시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런 그를 능글맞은 미소를 짓는 모리슨이 반겼다.
"어떻게 됐나?"
"도둑놈이 따로 없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우리가 을이니까 말이야. 가르시아를 주도록 하지. 대신 현금은 200만 달러만 주겠어."
"어허, 여기서 캐시를…."
"다저스나 양키스의 팜에서 가르시아만 한 유격수는 존재하지 않아. 그들이 아무리 카드를 맞춰준다 해도 자네의 마음에 들지 않을 거 같군."
정곡을 찔렸지만, 모리슨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대답을 원했던 건 아닌 듯 크리스토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겠지. 이왕이면 이번 시리즈가 끝나기 전에 확답을 듣고 싶군, 이제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으니까."
데드라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조율할 시간은 끝났다.
남은 건 선택의 시간이었다.
「투수들의 무덤도 정신우를 막을 수 없었다!」
「몬트리올 갤럭시의 정신우 선수가 7이닝 무실점 1볼넷 14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14번째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1회 첫 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었지만, 이후에는 큰 위기 없이 K쇼를 보여주며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공격에서도 3타수 1홈런 1볼넷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로써 정신우 선수는 5경기 연속 두 자릿수 달삼진을 기록하며 작년 시즌 자신의 최다기록인 6경기 연속 두 자릿수 달삼진까지 한 경기만을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속경기 홈런 역시 3경기로 늘리면서 절정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시즌 정신우 선수가 어떤 성적을 남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신우는 신우였다.
잠깐의 흔들림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그만큼 뛰어난 활약으로 상쇄시킨 것이다.
-연속경기 두 자릿수 탈삼진, 기록 및 경기임? L9경기. 2019년 게릿 콜.
ㄴ 앞으로 4경기나 남았네.
ㄴㄴ 4경기밖에 안 남은 거지.
-연속경기 홈런은 8경기였던가?
갓비오 무시하나여? 9경기 세계신기록 있음. LLO, 예. 8경기까지 앞으로 5경기 남았네. ㄴㄴ 그런데 신우는 쉬다가 나오니까, 연속경기라고 보긴 힘듬.
-뭐만 했다 하면 신기록이네.
그러니 레전드지.
-초구 스트레이트 볼넷은 그냥 제구 난조였나?
원래 경기 초반에 그런 일이 잦으니까.
ㄴㄴ신우도 사람이라는 건가.
ㄴㄴㄴ시즌 14승에 28개 홈런을 때리는 선수가 사람임?
신우의 활약에 네티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했다.
그리고 갤럭시가 쿠어스필드를 떠날 때, 한 명의 동행이 늘어났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주전 유격수 앤더슨 존슨, 몬트리올 갤럭시로 전격 트레이드!!」
우승을 향한 갤럭시의 투자는 거침없었다. 2026시즌.
트레이드 시장이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레이드 시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갤럭시로 시작해서 갤럭시로 끝났다.」
이번 트레이드 시장의 중심은 갤럭시였다. 에이스의 우승 선언.
그리고 이어진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은 트레이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갤럭시는 이번 시즌 우승을 위해 유망주들을 내주고 특급 포수인 토마스 에드윈, 특급 유격수인 앤더슨 존슨. 마지막으로 특급 마무리인 크리스 베넷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 명의 특급 선수들의 영입.
미래를 주고 현재를 취한 그들의 전략에 대해 평가는 갈렸다.
[갤럭시의 전략은 확실하다. 그 전략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한 것은 완벽한 판단이었다.]
긍정적인 평가는 그들의 투자전략이다. 투자에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목표였다.
목표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민 어떤 투자라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갤럭시는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매물을 매입했다.
그 결과 갤럭시의 순위는 수직상승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갤럭시는 미래를 팔았다. 올 한해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미래를 내주고 영입한 선수들을 결국 내보내야 할 거다.]
갤럭시가 영입한 특급 선수는 세 명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26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는 점이다.
특급선수의 몸값은 천문학적이다.
토마스 에드윈 한 사람만 하더라도 포수 최초로 10년 3억 달러가 넘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포수, 거기에 장타력까지 겸비하고 있었다.
거기에 토마스의 나이는 이제 28살이었다. 부상이 마음에 걸리지만, 앞으로 최소 5년은 최정상급의 활약을 이어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거기에 앤더슨과 크리스가 가세하면 FA 계약 규모만 6~7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었다.
갤럭시의 샐러리캡이 여유롭다지만, 그들 모두 잡기에는 무리라는 게 정론이었다.
[갤럭시의 투자에 대한 데드라인은 올 한 해밖에 없다. 과거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창단 첫해 우승을 그들이 해낼 수 있을까?]
언론 역시 과거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다들 부정적이네요.
신우는 기사를 닫으며 말했다.
채팅창을 통해 레전드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왔다.
[당연한 일이지.]
[누군가 한 번이라도 해냈다면 사람들은 놀라지 않음. 하지만 한 번도 해내지 않은 일이었다면 놀라고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지.]
'그만큼 어려울까요?'
[어려운 일이지.]
[메이저리그 우승은 전력을 갖추어도 힘든 일이니까.]
[우승을 돈으로 사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즌 초반에 영입한 선수들로 가능한 이야기야.]
'그건 무슨 소린가요?"
[트레이드 시장은 크게 둘로 나뉘어. 시즌 전, FA와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시장. 그리고 지금처럼 시즌 도중에 열리는 시장.]
[전자의 경우 대부분 팀을 이끌어갈 선수들을 영입하는 수단으로 가지. 즉, 장기계약이 대부분이야. 물론 트레이드는 장기계약으로 가진 않지만.]
[어쨌건 선수가 팀에 적응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소리지.]
그제야 신우는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팀에 간다는 건 결국 새로운 사회에 적용해야 된다는 것과 같죠.
[정답]
[같은 분야에서 일을 했기에 아예 새로운 사회는 아니겠지만, 결국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거지.]
[거기다 시즌은 고작 2개월이 남은 시점이고 말이야.]
[뭐, 어쨌건 결국 선수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느냐의 문제지.]
우승을 위해 전력을 갖추는 건 프런트의 몫이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 승리하는 건 선수들의 몫이었다. 여기에서 너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거다.]
[에이스의 숙명이지.]
갤럭시는 메츠와 다르다.
목표가 확실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갔다. 이제는 자신이 답할 차례였다.
에이스로서 말이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