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06화
차이나 미니가 문제가 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그들은 엄청난 자금을 앞세워 전 세계 자산을 사들였다.
회사,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다.
그중에는 스포츠구단도 있었다.
시작은 축구구단이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 구단을 사들인 중국 갑부들은 구단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요리했다.
점점 영역을 확대해 나갔고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구단인 메츠가 그들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중국이 대단하긴 하네요."
[, 사실 돈만 있다고 구단을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은 건지.]
[그것은 거절할 수 없는 너무 큰돈이었다. 실사판이냐?]
레전드들의 재팅에 피식 웃었다.
그나마 분노가 가라앉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신우는 메츠에 대한 애정이 컸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자신에게 기회를 준 구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구단이 엉망이 되어 가고 있다니. 화가 나는 게 당연했다.
[그나저나 메츠 팬들이 너랑 알론소 나간 게 충격이긴 했나 보다.]
[이지. 웬만하면 무관중 경기를 할 리가 없는데.]
야구는 미국에서 시작했다.
그만큼 미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무관중 경기라니?
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큰 충격으로 전해졌다. 메츠 팬들이 알론소와 신우의 트레이드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래도 최근에는 관중이 좀 온다네요.'
[하지만 만원 관중은 무리겠네.]
[ㅇㅇ 올 시즌 꼴찌라고 하니까.']
[하…… 우리 메츠가 어찌 이리 됐노.]
스겔이안타깝다는듯말했다.
양키스 시절 1949년부터 1953년까지 5년 연속 우승을 한 명감독인 스텡겔.
그는 이후 56년과 58년에도 우승하고 60년에 감독직에서 내려왔다. 야인으로 지내던 그는 62년 메츠가 창단하면서 초대감독을 맡았다.
첫 시작을 함께 한스젤이기에애정이깊을수밖에 없었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인수를 한 거야?) 최초 우승 감독인 길 호지스 역시 불만이 가득했다. 영구결번이 될 정도로 두 사람이 메츠에서 이룬 업적은 훌륭했다.
그 업적만큼이나 두 사람 역시 메츠를 사랑했고 말이다.
그리고 그건 신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끝은 좋지 않았지만,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곳이다.
무엇보다 팬들은 여전히 자신에게 사랑을 보내주고 있었다.
그곳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는 건 그에게도 떨리는 일이었다.
그런데 새로운 주인이 자신들 마음대로 하고 있으니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오케이! 시누! 언제든지 던져!!"
불펜포수의 외침에 신우가 글러브를 들어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는 와인드업과 함께 연습 투구를 시작했다. 왜애애애애액!!
굉장한 속도로 날아간 공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러 미트에 꽂혔다.
퍼어어엉~!!
불펜포수가 신음을 토할 정도로 위력이 강한 공이 미트에 꽂혔다.
선수들의 짐이 하나둘더그아웃에 놓여졌다. 그사이 관중들이 입장을 시작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선수들이 경기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메츠는 관중이 별로 없다던데, 오늘도 마찬가지겠지?"
"그러겠지. 올 시즌 최저 관중 동원이라잖아."
"초반에는 아예 무관중이었다고 하던데?"
갤럭시 선수단의 대화주제는 메츠의 관중이었다.
"그런데 관중이 없으면 무슨 재미로 야구를 하나?"
"그러게 말이야."
관중이 있어야 던지고 지는 맛이 나는 거지."
많은 관중은 선수들에게 압박감을 준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건 비어 있는 관중석이었다.
상상만 해도 싫었다.
"자. 들어들 가자고."
선수단이 입장할 시간이었다.
신우도 자리에서 일어나 클립하우스를 나섰다. 예전과 다른 복도의 풍경을 지나 멀리 보이는 입구를 통해 더그아웃으로 동료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묘하게 긴장되네."
오랜만에 복귀하는 씨티파크라서 그런 걸까? 이상하게 긴장됐다.
[친정팀에 오면 원래 그럼.]
나도 예전에 타팀으로 이적하고 돌아왔을 때 묘하게 떨렸음]
[그래도 팬들이 응원해주니까 고마웠지.]
[메츠 팬들이 좀 와주면 얘 마음도 편할 텐다.]
신우는 채팅을 보며 입구를 지났다. 그러다 앞에 서 있는 미구엘의 등에 부딪혀 멈췄다.
"뭐해?"
"야, 시누야, 분명 메츠 경기에 홈 관중이 많이 안 온다고 하지 않았나?"
"응? 그랬었지."
"요즘 뉴스로도 구라를 지나?"
"자주 치긴 하는데, 갑자기 왜……"
미구엘의 이상한 태도에 신우의 시선이 더그아웃 밖으로 향했다.
홈팀 더그아웃 위의 관중석이 팬들로 북적였다. 그제야 머리 위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엄청난 숫자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기레기들이 또 설레발 쳤는.]
[그건 아닐 듯!]
[ㅇㅇ 토마스도 관중이 많이 줄었다고 했었으니까.]
[그럼 저 사람들은 다 뭐임?]
[거의 만원 관중이네..
[설마 이 사람들이 다 시누를 보러 온 거임?]
채팅이 바쁘게 올라가고 있었다. 하지만 신우는 말없이 관중석을 바라봤다.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볼 수 있었다. 많은 팬이 자신을 응원하는 피켓이나 도구들을 들고 있었다.
'팀은 절 보냈지만….
[응?)
팬들은 절 보내지 않았네요."
[전국의 야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경기가 시작했다.
이번 경기는 미국 전역에 라이브로 중계됐다. 한국에 방송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랜만에 씨티파크에서 인사를 드리네요. 정신우 선수가 메츠를 떠나고 처음이죠?]
[그렇습니다.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메츠지만, 올 시즌 팬들이 등을 돌리며 아직 만원 관중을 한번도 채우지 못한 구단이란 불명예를 얻었죠.]
[경기 전 구단이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오늘 경기가 매진이 됐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역시 메츠 팬들의 정신우 선수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네요.]
[오늘 정신우 선수는 선발투수이자 3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서게 됩니다. 최근 타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제이비어 감독이 3번으로 타순을 조절했는데요.]
[제이비어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강한 2번 타자를 선호하는 대표적인 감독이죠.]
[오랜만에 뉴욕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플레이볼!!"
[경기 시작합니다.]
신우는 5월 15호 홈런 이후 홈런을 때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어떤 전문가는 체력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또 누구는 그저 하락 사이클을 탄 것이라 이야기를 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해결법은 하나였다.
[결국 네가 부진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한방이다.]
[집중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야.]
[지
레전드들은 일찍부터 해결법을 제시했다. 한 방을 날리면 확실히 컨디션이 돌아올 가능성이 컸다.
신우 역시 어렵풋이 느끼고 있었다.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질 수도 있는 거네요.'
[타격이란 건 원래 그럼.]
[투수는 부상이 가장 무섭지만, 타격은 한 번이라도 밸런스가 무너지거나 감이 무더지민 부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공이 안 맞을 때가 있다.]
[저 때가 제일 무섭지.']
[저러다가 조급한 마음에 타격폼을 손대면 아예 망가질 가능성도 커지고.]
'그래서 최근에 선배님들이 저한테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해 주지 않으신 건가요?"
신우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었지만, 레전드들은 기술적인 조인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기술적인 하자는 없어.]
[밸런스도 나쁘지 않고, 타석에 들어설 때의 집중력도 엄청 떨어지지도 않았다.]
'그럼 왜 그러는 걸까요?"
[그건 너만 알겠지.]
레전드들은 기술적인 부분과 멘탈과 관련해서 신우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이라고 모든 걸 알진 못했다. 그리고 타격이란 건 원래 잘 맞을 때가 있으면 안 맞을 때도 있는 법이었다.
[일단 너무 큰 걸 노리진 말고.]
[맞춘다는 느낌으로 가자.]
1.
퍽!!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그때 데미안이 삼진을 당했다.
첫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투수는 파비오였다.
'구위가 좋아졌네."
몇 개월 만에 본 파비오의 구위는 좋아졌다. 삼진을 당하고 돌아온 데미안이 계단을 내려가기 전, 신우에게 말했다.
"시누, 저 녀석의 슬라이더를 조심해."
"슬라이더?"
"어. 각이 커서 등 뒤에서 날아오는데, 제대로 타이밍을 잡기 어려위. 게다가 오늘 구심의 존이 몸쪽으로 좀 후한 편이다."
"까다롭네."
"최악이지."
변화가 큰 좌완의 슬라이더는 좌타에게 최악이었다. 그나마 몸쪽에 박한 구심이 걸리면 볼이 될 획률이 높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몸쪽에 후한 구심이라면 좌완의 슬라이더는 마구가 되는 것이다.
[여차하면 카운트 판독 요청하면 되잖슴.]
[LL 기회가 한정되어 있으니까. 중요할 때 아니면 어렵지]
[쩝, 어렵겠네.]
채팅을 보며 대기 타석에 들어서자 뒤에 있는 관중들이 웅성거렸다.
"시누!! 당신 보려고 오늘 경기장에 왔어!"
"다시 씨티파크에 온 걸 환영해요!"
"오늘 멋진 모습 부탁할게!!"
"이봐! 시누는 이제 적이라고! 멋진 모습 보이면 우리 메츠가 지잖아."
"나는 시누 팬인데요?"
팬들의 대화를 들으며 신우가 피식 웃었다. 갤럭시 팬들이 집과 같은 분위기였다면 메츠의 팬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같았다.
신우는 가볍게 배트를 쥐고 파비오의 투구에 타이밍을 맞춰 스윙을 했다.
[스윙 나쁘지 않네.']
[파비오의 투구와 타이밍이 잘 맞는 느낌인데?]
'그런가요?
[00 그렇게만 하면 될 듯.]
[조금 더 타이밍을 맞추자.]
예'신우는 정신을 집중하고 스윙을 이어나갔다. 주위에서 팬들이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집중모드에 들어간 신우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집중력이 깨진 것은 경쾌한 타격음에 의해서였다. 신우의 시선이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쫓았다.
[잘 맞았다.]
[2루까지는 무난하게 가겠네.]
레전드들의 말대로였다.
좌익수 키를 넘어 펜스에 부딪힌 타구에 루카스는 가볍게 2루로 들어섰다.
만약 우익 펜스에 맞았다면 3루도 노려볼만 했다.
신우는 배트에 장착하고 있던 고무를 벗기고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기분 좋게 울려퍼졌다. 배트는 가벼웠고 몸 상태는 좋은 게 느껴졌다. 신우는 배트를 쥐고 타석으로 들어섰다.
[정신우 선수가 타석으로……]
그것을 중계하던 캐스터의 말이 멈췄다. 갑자기 관중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일어난 관중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치기 시작했다.
짝짝짝짝!!
"우~! 우~! 우~! 우~!!"
그리고 동시에 쏟아지는 신우의 오리지널 챈트가 그라운드를 울렸다.
[아…… 메츠 팬들이 일제히 정신우 선수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단 3시즌밖에 뛰지 않은 정신우 선수지만, 메츠 팬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모습입니다.]
씨티파크를 가득 채운 관중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함성은 신우의 가슴을 울렸다.
[지리누]
[누가 보면 영구결번 선수인 줄.]
[2년 연속 사이 영상에 팀의 마무리와 선발로서 엄청난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이럴 만도 하지.]
[특히 팬들이 원해서 보낸 것도 아니었으니까.]
만약 납득할 수 있는 이유로 신우를 보냈다면 팬들의 반응은 이 정도까지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팬들은 신우가 어째서 떠났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구단에 반감이 쌓였고 반대로 팀을 떠난 신우에게는 미안한 감정을 가졌다.
그렇기에 그들은 비록 적으로 돌아온 신우지만, 진심어린 마음으로 환영하고 있었다.
[뭐하냐?]
[얼타고 있누.]
[헬맷이라도 벗어서 팬들에게 화답해라.]
4.
그제야 정신을 자린 신우가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헬맷을 들어 화답하자 팬들의 함성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