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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207화 (207/281)

훈수로 메이저리거 207화

[사랑받아서 좋겠누.]

[선수로서 가장 기쁜 순간이지.]

신우는 말없이 이 순간을 즐겼다.

잠시간의 환영식이 끝나고,

신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관중들도 자리에 앉았다. 그런 신우에게 토마스가 말했다.

"여전히 팬들은 너를 기다리나 보다. 조금 질투 나는데?"

"별걸 다 질투하네."

토마스가 빠르게 사인을 냈다.

이미 구심의 성향은 파악한 상태.

조금 위험한 코스였지만, 최근 녀석의 상태라면 장타는 나오지 않을 거다.

"분위기를 깨는 거 같아서 미안하지만, 얼른 삼진당하고 들어가라고."

"그럴 수는 없지."

토마스가 곁눈질로 신우를 올려다봤다.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한 번도 시선을 돌리지 않다니.'

시선을 돌리긴커녕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 파비오의 공도 파비오의 오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다.

자, 승부하자고!

토마스가 미트를 내밀었다.

눈으로 2루 주자를 견제한 파비오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휘어 들어왔다.

데미안의 말대로 마치 등 뒤에서 날아오는 듯한 궤적을 그리는 굉장한 슬라이더였다.

하지만,

'보인다.

이미 영역에 들어간 신우는 가상의 궤적을 따라 배트를 돌리고 있었다.

후!!

공과 배트의 궤적이 일치하는 순간.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날아갔다.

신우는 등에 닿은 배트가 팅겨 나오는 순간, 그대로 배트를 던졌다.

휘리릭!!

[큰 타구!! 그리고 정신우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우익수는 타구를 쫓는 걸 포기하고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그저 바라봅니다! 시즌 16호 홈런으로 자신을 반겨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자신들의 홈팀이 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메츠 팬들은 야유가 아닌 박수와 환호를 신우에게 보냈다.

홈을 밟은 신우는 그런 메츠 팬들에게 헬멧을벗어 화답했다.

[크으~ 이런 모습 보기 좋누.]

[이런 걸 허니문 기간이라고 하던가?]

[맞음.]

[언제까지 가려나~]

레전드들의 채팅을 뒤로하고 신우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팬에 대한 감사, 그리고 경기는 별개의 문제였다. 신우의 선제 투런포.

하지만 파비오는 무너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토마스의 노련함이 빛을 발하면서 그 이상의 실점을 막았다.

'역시 토마스가 있으면 투수는 안정을 찾을 수 있어.'

[그게 좋은 포수의 덕목이지.]

[포수는 단순히 공을 받는 게 아니라 투수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하는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신우도 잘 알고 있었다. 아쉽게도 매버릭은 그런 점에서 부족함이 있는 포수였다.

경험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약점이었다. 하지만 공격력은 다른 포수들을 압도했기에 주전 마스크를 썼다.

[경험만 적은 게 문제는 아니지.]

[포구랑 프레이밍도 문제잖아.]

[나 저번에 시누가 던진 공, 놓친 거 보고 깜놀함.]

ㅋㅋㅋ 0 ]

[게다가 포구할 때 왜 밑으로 미트를 움직이냐? 그렇게 볼이 된 게 몇 개임?]

레전드들의 불만이 더 큰 듯했다.

확실히 매버릭과 호흡은 불안할 때가 많았다. 포구에 불만을 가진 투수들 역시 많았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불만을 가져봤자 해결책은 없었다. 이미 경기는 시작됐고 홈플레이트 뒤에서 미트를 내밀고 있는 건 매버릭이었으니 말이다.

신우는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리고 공을 던지며 몸상태를 체크했다. 버억 ~!!

"예전보다 더 빨라진 거 같지 않아?"

뻐억!!

"이전 경기들을 봤는데, 구속은 그대로던데."

"그런데 더 빨라보여."

"구위가 좋아져서 그런 걸까?"

빼어억!!

신우의 연습투구에 메츠 더그아웃이 술렁였다. 확실히 신우의 공은 이전보다 더 강해보였다. 덕분에 저걸 어떻게 치나 싶었다.

하지만 토마스는 그 모습에 오히려 전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확실히 치기 어려운 공이야. 일반적인 경우라면 말이지."

토마스는 보호장구를 착용하며 신우의 피칭을 확인했다.

'하지만 나라만 질 수 있다. 녀석과 호흡을 맞췄던 나라면 말이지."

신우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토마스는 항상 그와 호흡을 맞춰왔다. 자신이 부상으로 따지기 전까지 그의 공을 수천개나 직접 받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

자신의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며 토마스는 말없이 신우의 피칭을 눈에 담았다.

"플레이볼!!"

[1회 초에 선제 두런 홈런을 터뜨린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섰습니다. 오랜만에 터진 홈런의 기운을 담아 피칭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사람들은 기대했다.

신우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말이다. 사실 이런 기대를 받는다는 걸 안다면 누구나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그런 부담감을 느낄 새가 없었다.

[어깨 힘들어가?]

[제대로 해라~ 한 방에 훅 간다.]

[괜찮아, 괜잖아. 한 방 맞아도 되지. 한 방 맞으면 너도 한 방 때리고, 그렇게 계속 가즈아.]

[ㅋㅋㅋ 맞지 말라고 제사 지내라.]

레전드들의 채팅을 보고 있으면 부담감이 오다가도 도망갈 것만 같았다.

후우…… 무시하고."

그 생각과 동시에 채팅창에 불이 났지만, 신우의 시선은 이미 매버릭에게 향했다.

'아웃, 로우,

매버릭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오랜만에 씨티파크 마운드 위에서 신우의 다이나믹한 투구폼이 나왔다.

그는 마지 울분을 토하듯 1구를 던졌다. 왜애애애액!!

버어어억!!

타자는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토마스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이……'

"와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서 일제히 함성이 쏟아졌고 동시에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스트라이크!!"

이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음에도 마운드 위의 신우는 이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신우를 보며 토마스는 약간 질리고 말았다.

'예전보다 더 빨라졌네."

그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방금 전 던진 신우의 1구.

그 공의 구속이 전광판에 찍혀 있었다.

[102마일!! 이번 시즌 정신우 선수의 최고구속이 기록됩니다!!]

신우의 최고구속이 갱신했다.

'치는 건 무리일 수도……'

그리고 토마스는 생각을 고쳐야 했다.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는 타자의 시대라 할 수 있었다.

투고타저나 타고투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건 기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많은 전문가는 메이저리그의 역사가 흐르면서 앞으로는 투수가 타자를 압도하기 쉽지 않을 거라 전망했다.

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오늘 경기 네 번째 탈삼진을 추가하며 2회 역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감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기술에 있었다.

타자들의 기술은 매년 새로운 과학기술을 받아들여 발전했다.

발사각이나 타구의 스피드, 배트를 어떻게 회전해야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

그로 인해 타자들의 실력은 나날이 높아져갔다. 반대로 투수들의 기술은 발전하지 못했다. 체력적인 부분이나 피지컬적인 부분은같이 좋아졌지만, 타자들의 발전된 타격기술을 누르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격차가 줄어들기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2010년대 접어들어 반전이 일어났다. 딱!!

[때렸습니다!! 중견수 앞에 떨어집니다!! 두 번째 타석에서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

마운드에서는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고, 타석에서는 안타와 홈런을 만들어내고, 정말 이 선수야말로 완벽한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투수들의 구속이 급격히 오른 것이다. 한때 100마일은 투수들에게 꿈의 구속이라 불렸다. 타고나야지만 던질 수 있을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선발이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인간의 체력이버티질 못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영양학이 체계를 잡아가고 선수들의 자기관리가 시스템적으로 바뀌면서 점점 변화가 일어났다.

선수들의 몸은 강해졌고 몸은 커졌으며 체력은 늘어났다.

자연스레 투수들의 평균구속이 증가했다. 빼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 삼진!! 오늘 경기 다섯 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며 3회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냅니다!!]

[이번 공의 구속이 101마일이 찍혔어요. 오늘 경기 벌써 2번째 100마일 이상의 공을 뿌리고 있습니다.]

[건디션이 매우 좋아 보이는 정신우 선수!! 과연 오늘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됩니다!

그리고 2020년에 접어들면서 평균 90마일 중후반의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노아 신더가드, 게릿 콜, 네이트 피어슨, 잭 휠러, 제이콥 디그롬 등, 수많은 투수가 이름을 올리며 광속구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100마일 이상의 공을 뿌려대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거기에 불펜투수들의 최고구속은 점점 올라가 107마일을 던지는 두수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그런 시대에 신우가 던지는 102마일, 101마일은 큰 충격을 주지 않아야 했다.

놀라움을 낳더라도 한국 정도에서 마무리됐을 거다. 하지만 그의 피칭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와… 시누 102마일 던졌네.

-미쳤다 진짜.

-도대체 얘는 어떻게 이런 공을 던지냐?

-공만 던지냐? 거기에 타격까지 미치도록 잘하잖아.

-오늘도 벌써 안타에 홈런까지 기록함.

-이러다가 올마이트 히트까지 나올 듯.

올마이트 히트,

한국에서는 흔히 사이클링히트라고 불리는 기록이다. 정식용어는 히트 포 더 사이클.

한 선수가 1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까지. 한 경기에서 모두 때리는 기록을 의미한다. KBO에는 20번이 넘는 기록이 있으며 메이저리그에는 무려 300번이 넘었다.

그만큼 많은 선수가 만들어낸 기록이란 소리였다. 하지만 그 300번 중 단 한 번도 투수가 그러한 기록을 만들어낸 적은 없었다.

-이제 남은 건 2루타와 3루타인가?

그걸 도전하고 있는 선수가 나타난 것이다.

-님들 그거 암?

?

지금 시누 퍼펙트중임.

LL LWTF……!!

미국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5회말.

신우가 마운드에 올랐다.

[4이닝 동안 50개의 공을 던지며 효율적인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정신우 선수, 이번 이닝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혹여나 실수할까 캐스터의 앞에는 PD가 가져다준 종이가 있었다.

-기록 이야기하지 마세요.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서 설레발을 쳤다가 자칫 잘못하면 밥줄이 끊길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그만큼 지금 신우의 경기는 전 국민을 넘어선 관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신우는 여전히 마이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이럴 때는 저승방송의 채팅이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았다.

"낮게 떨어지는 커터로 가자.

매버릭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우는 웬만하면 포수들의 리드에 따르는 투수였다. 그리고 그건 포수가 신인이든 아니든 관계가 없었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왜애애액!!

신우의 손을 피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외곽을 찌르는 공에 타자가 스윙을 하다 멈칫했다. 신우의 커터는 두 가지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각이 크게 휘어나가면 볼이 된다. 반대로 변화가 작은 커터라면 스트라이크가 된다. 찰나의 고민 끝에 타자는 각이 큰 커브에 배팅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휘릭!!

변화는 작게 일어났다.

스윙을 하긴 이미 늦었기에 타자는 아예 포기했다. 이대로 공이 미트에 꽂히면 스트라이크가 된다. 그때였다.

'응?'

매버릭이 미트를 밑으로 움직이며 공을 잡았다. 그움직임으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아~! 이게 볼이 되네요. 분명 존에는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데요.?']

[매버릭 선수가 마지막에 미트를 움직이면서 존에서 완전히 빠진 공으로 보였습니다.]

[이건 로봇판정을 해야 되지 않나요?]|

[로봇판정은 공격과 수비 각각에 횟수가 정해진 게 아니라, 팀에게 횟수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웃카운트가 결정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쓰기 애매하죠.]

[그렇군요. 매비릭 선수의 포구논란은 하루 이들이 아닙니다만, 이런 중요한 순간에 나오다니. 아쉽습니다.]

[그래도 정신우 선수는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 1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투수는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분명 존을 통과하는 공이었다.

미트만 제대로 움직였다면 볼이 아닌 스트라이크가 됐을 거다.

그런데 볼이 됐으니 투수의 미세한 멘탈이 흔들리만도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투수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재 프레이밍 더럽게 못하누.]

[에잉! 이렇게 또 손해봤네.']

[그렇다고 멘탈 깨진 거 아니지?]

[설마~ 우리가 얼마나 관리를 해줬는데.]

[쿠크다스 멘탈이면 다시 훈련해야지.]

'거절하겠습니다. 그리고 흔들리지도 않았고요.

신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공 한 개에 불과한데요. 뭐.'

[고렇지~]

[우리 말 잘 기억하고 있네.]

[흠흠. 우리 시누 다 컸누.]

[누가 보면 딸자식 시집 보내는 줄 ㅋ]

레전드들이 항상 강조했던 것이 바로 멘탈이다. 덕분에 신우는 멘탈 훈련 역시 스케줄에 넣어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훈련은 바로 이런 순간에 빛을 발했다.

[정신우 선수 2구 던집니다!!]

왜애애애액~!!

"스트라이크!!"

[바깥쪽을 강하게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아~ 정말 정신우 선수의 멘탈은 기대 이상입니다! 조금 전, 커터를 던졌던 코스와 똑같은 곳으로 이번에는 포심을 꽂아 넣었어요!!]

[더 놀라운 건 매버릭 포수가 내민 미트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겠죠!!

[포구를 못 하면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게 만들어 버리면 되는 겁니다!]

흥분한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전국에 울려 퍼졌다.

-포구를 못한다고요? 그럼 미트가 움직이지 않게 하면 됩니다.

말은 쉽지 ㅋㅋㅋ

-98마일 포심을 저리 제구하면 어떻게 하냐?

레알 미친 제구력.

L 인공지능 수준인 듯.

-만화보는 줄 알았다. 어떻게 미트가 1mm도 안 움직이지?

ㄴ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시누가 시누한 거니까요. LLO…OX 묘하게 납득되는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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