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로 메이저리거 205화
6월이 되면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하나의 보도자료를 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7월 10일 펼쳐지는 올스타전에 참가할 선수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정신우 선수입니다.
이번 명단은 팬들의 투표로 뽑히는 타자의 명단이기에 정신우 선수가 있는 건 의아한 부분입니다.
이에 대해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정신우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이자 동시에 타자다. 그렇기에 이번 명단에 포함시켰다.'라면서 그의 위상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사는 곧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팬투표에서 뽑히면 어떻게 되는 거임? 타자로도 나가는 건가?
ㄴ 올스타에서 투수도 하고 타자도 한다고?
ㄴㄴ그럴 수가 있나?
-규정으로 허가 되는 거임?
ㄴ어차피 이벤트경기라 큰 문제는 없을 듯.
-그런데 이러면 타자 한 명은 못 보는 거 아닌가?
ㄴㄴ그러게 차라리 선수 한 명을 더 뽑는 게 나을 거 같은데,
-크으! 선례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올스타 투타 겸업이라니, 주모오오오오~!!! 출근 방금 했는데, 국뽕에 취한다~!!
-하여간 시비 국뽕빌런들.
-그런데 정신우 이러다가 체력 떨어지는 거 아니냐? 올스타전 때 좀 쉬었으면 했는데.
-알아서 하겠지.
-세상에서 가장 필요 없는 게 신우 체력 걱정인
-신우 이러다가 홈런더비에도 나오는 거 아님?
-에이~ 설마.
ㄴ가능 아닌가? 지금 리그 홈런 4위잖아?
ㄴㄴㄴ이게 레알이면 진짜 미쳤다.
오늘도 에이드리언은 시내로 향했다. 그는 매일매일 시장과 마트로 가서 장을 봐왔다. 좋은 요리는 신선한 재료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혼자 움직이는 에이드리언이지만,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다.
"에이드리언, 제가 방해되는 거 아닌가요?"
"오히려 말동무가 되어 주시는 거라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할 일입니다."
그와 동행을 한 것은 한선예였다.
그녀는 캐나다로 온 뒤로 자주 집밖으로 돌아다니질 않았다.
간혹 산책이나 신우가 쉬는 날에 함께 쇼핑하는 게 전부였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본 에이드리언은 그녀에게 먼저 제안해서 재료를 사러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신우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집에있는 시간이 많아진 뒤로 꾸준히 영어를 배웠다.
덕분에 에이드리언과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에이드리언은 언제부터 요리했어요?"
"정식으로 시작한 건 18살이고, 처음 요리를 시작한 건 8살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8살이요?"
"네. 어머니와 동생 이렇게 셋이 살았는데, 어머니가 일을 하셔야 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요리를 했어야 합니다."
"아…… 미, 미안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괜찮습니다. 이미 옛날 일입니다. 그리고 당시 요리를 할 수 있어서 장래를 결정하는데 쉬웠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도착했네요."
이야기를 듣는 사이 마트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장을 보기 시작했다. 캐나다 마트는 처음이었기에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한국의 마트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규모는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식재료는 못 보는 것들이 많네요."
"그렇군요. 혹시 시누가 평소 잘 먹는 음식이 있나요?"
"잘 먹는 거요?"
"네. 이제 날이더워지면서 본격적으로 체력이 필어질 시기가 됐습니다. 캐나다는 날이 선선해서 더위가 문제 될 일은 없지만, 다른 지역으로 가면 체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에이드리언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모두 지내봤다. 그렇기에 두 국가의 날씨를 잘 알고 있었다. 기온 차가 심하기에 자칫 잘못하면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러한 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음식에 신경 써야 했다.
"신우가 참 좋은 동료를 얻었네요."
한선예의 말에 에이드리언이 멋찍은 듯 머리를 급었다.
그런 에이드리언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그녀가 앞장 서서 걸었다.
"신우는 제가 해준 갈비낌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삼계탕도 좋아했고요."
"갈비찜과 삼계탕이라면 한국식 보양식이겠군요."
"어머, 알아요?"
"제가 요리를 배운 분이 한국분이었습니다. 덕분에 한국요리를 많이 먹게 됐죠."
"아~ 그러고 보니 그분이 소개시켜주신 거였죠?"
"예. 그럼 특식으로 한식을 준비하는 게 좋겠군요."
궁금증이 풀린 에이드리언이 빠르게 한식 재료를 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한선예는 미소와 함께 에이드리언의 뒤를 쫓았다.
"응?"
그러다 문득 코를 찌르는 달콤한 냄새에 고개를 돌렸다.
"저건……"
한선예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그곳으로 향했다. 한편, 에이드리언은 열심히 재료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갈비찜에는…… 응?"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한선예는 사라져 있었다.
'어디 가신 거지?'
에이드리언은 그녀를 찾기 위해 카트를 끌고 이동했다.
식재료 코너를 돌아다니던 그는 마트 한켠에 있는 베이커리 코너에서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빛내며 베이커리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시누가 그랬었지. 어머니가 베이거리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지금 보니 그랬다.
한창 현역으로 일할 때 디저트에 미쳐 있었던 파티셰가 있었다.
녀석이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지 사랑에 빠진 녀석 같았다.
지금 한선예가 딱 그런 눈빛으로 베이커리와 재료들을 보고 있었다.
"어머, 에이드리언! 미안해요. 제가 너무 넋을 놓고 있었네요."
"아닙니다. 베이커리에 관심이 많으셨죠?"
"네. 한국에 있을 때 잠깐 배웠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여기 와서 만들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지만, 언제든지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요."
한선예가 카트에 손을 올렸다.
"어서 가죠."
두 사람의 장보기가 다시 시작됐다.
6월이 되면서 신우에게 변화가 생겼다.
"오게이! 스톱!!"
"고생했다. 여기 음료."
음료를 마시고 있는 그에게 미구엘이 다가왔다.
"이, 시누, 요즘 훈련을 너무 느긋하게 하는 거 아니야?"
"이 녀석이 하는 프로그램을 네가 하면 하루도 버티질 못한다."
뒤에서 들려오는 대답에 미구엘이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거기에는 워거가 서 있었다.
"하루도 못 버티다니! 이 근육 안 보여? 내가 예전의 미구엘이 아니야. 나도 매일 훈련하면서 몸을 짱짱하게 만들었다고."
"그럼 해보든가."
"크흐흠!!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신우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딱히 체력이 떨어져서 훈련 강도를 낮춘 게 아니야."
"응? 그럼 왜 그런 건데?"
"이제 본격적으로 더워질 거니까, 슬슬 세력을 아껴야지."
"캐나다는 여름까지 선선하다고 하던데."
"원정경기가 많아지잖아. 기온 차가 심해서 몸 관리 조금만 잘못하면 그냥 훅 가게 된다."
"아…"
그제야 알겠다는 듯 미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워커 역시 감탄하며 말했다.
"널 보고 있으면 마치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베테랑을 보는 기분이야."
노련한 베테랑이란 말에 신우가 헛기침을 했다.
[ㅋㅋㅋ 노련한 베테랑은 맞지.]
[100년 된 우리가 옆에 있는데 이 정도야 껌이지.]
[02]
레전드들의 조언 덕분에 신우는 일찍부터 체력관리에 들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때 미구엘이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너 다큐멘터리 출연도 한다면서?"
"응. 구단 허가도 떨어졌고 아마 곧 촬영을 시작할 거야."
크으~! 완전 인기인이니까. 다큐멘터리도 찍고 정말
대단하네. 나도 머리랑 수염 좀 다듬어야겠네."
"촬영하는 건 시누인데, 네가 왜 다듬어?"
"에헤이! 다큐멘터리 같은 거 촬영할 때 팀 동료에 대한 인터뷰를 따는 거 몰라? 너도 덥수룩한 머리 좀 어떻게 해라. 어울리지 않게 무슨 머리를 기르고 있냐?"
"뭐? 그러는 너는 무슨 파스타처럼 머리를 빙빙 꼬아놓고는!"
"와! 파스타!! 내 훌륭한 드래드록을 가지고 파스타?!!"
금방이라도 한판 붙을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신우는 고개를 저었다.
6월 첫 시리즈는 원정에서 열렸다.
오늘 시리즈는 신우에게 있어 나름 특별한 시리즈였다.
[오랜만에 메츠랑 붙누.]
'그러게요.'
갤럭시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맞붙는 메츠였다.
[기분 싱숭생숭하겠.]
뭐, 딱히 그럴 필요 있을까요? 절 보낸 건 구단이었는데요."
[ㅋㅋㅋ 정답이지.]
[그러고 보니 올 시즌 메츠가 꽤 골지 썩었다고 하더만.]
신우의 트레이드는 팬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충격을 받은 팬들이 선택한 것은 경기를 보러 가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 메츠는 이 일을 크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정도 반발은 예상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요 선수들의 트레이드에도 동의했던 부분이다.
연봉이 줄어들면 그만큼 운영비가 줄어들기에 매입비용을 회수하기에도 용이했다.
그런데 구단의 주요수입원인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그러다가 결국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입장료를 내리고 공식적으로 사과했죠.'
[팬들을 무시하다가 벌 받은 거지.]
[그나저나 메츠 팬들이 널 얼마나 위했는지 알 수 있겠더라. 야구 하면 껌뻑 죽는 사람들이 경기장을 안 가다니 말이야.']
[레알 놀랐음.]
메츠 팬들의 단체행동은 큰 이슈가 되었다. 아무리 구단이 싫다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 큰 단체행동이 나올 것이란 예상은 누구도 못 했다.
그만큼 신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팬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계기였다.
[오랜만에 씨티파크에서 뛰는데, 기분이 어떰??]
뭐. 떨리기도 하고,
버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경기장의 모습을 보며 신우가 말했다.
'흥분되기도 하네요."
창에 비친 신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신우는 씨디파크에서 2년을 뛰었다. 그리고 데뷔 역시 메츠에서 했다. 하지만 원정 클럽하우스는 처음이었다. 뭔가 익숙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에 신우는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좋은 점도 있었다.
"시누!!"
오랜만에 듣지만, 익숙한 목소리에 신우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는 메츠 유니폼을 입은 한 사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토마스!"
토마스 에드윈.
신우와 함께 호흡을 맞쳤던 포수다.
작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그는 올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했다.
"몸은 좀 어때?"
"퍼펙트하지. 이야~ 이게 갤력시 유니폼이구나. 멋진데?"
"흐흐, 그렇게 멋지면 너도 이쪽으로 와."
"돈을 줘야 가지."
"참, 그러고 보니 FA가 밀렸다면서?"
두 사람은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작년 부상이 좀 지명적이었지. 그거 때문에 서비스타임을 다 채우지 못했으니까."
메이저리그 역시 FA가 되기 위해서는 서비스타임을 채워야 한다.
토마스는 작년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렀으면 FA가 됐을 거다. 하지만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서비스타임을 다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뭐, 덕분에 메츠 유니폼을 1년 더 입게 될 수 있었지. 아, 6개월 정도 디 입는 건가?"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구단에서 나 역시 트레이드를 할 거라고 에이전트에게 이야기했더라."
"뭐? 너까지? 팬들에게 백기를 든 거 아니었어?"
"들었지. 하지만 날 잡을 정도로 돈이많지가 않대. 그럴 거면 뭐하러 구단을 인수한 건지."
토마스는 여전히 불만이 많은 듯했다.
메츠가 창단한 것이 1962년도였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생각하면 그리 긴 세월은 아니다. 하지만 팬들이 가지는 애정과 소속되었던 선수들이 가질 박탈감은 매우 컸다.
[와…… 내 메츠가 이렇게 되네.]
[허허…… 미칠 노릇이다.]
메츠의 영구결번이자 레전드들인 길 호지스와 케이시 스템의 채팅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들만큼이나 신우 역시 화가 났다. 토마스의 말대로 도대체 이럴거면 구단을 왜 인수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토마스"
"응?"
"미안하지만 오늘 경기 120%로 간다."
"엉? 야! 너 상대하는 건 우리야!"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아나…… 괜히 말했네.
토마스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입꼬리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었다.
"그럼 내가 너한테 홈런 때리면 되는 거지?"
신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소를 지었다.
"어림도 없지."
두고 보자고."
전의를 불태우던 순간.
[아니, 그럼 뭐 설렁설렁 할 거였음?]
[오우씨…. 오글거려.]
[너 언제부터 이런 캐릭터였냐?]
레전드들의 채팅에 불타오르던 전의가 꺼지는 신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