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168화 >
* * *
「대한민국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 정신우 선수는 역대 WBC 최초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함과 동시에 매덕스게임을 만들어내며 완벽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타석에도 들어서 홈런을 때려내며 팀의 결승타점을 기록하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일본대표팀 이나다 감독은 경기 후, “정신우 선수를 공략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라며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트래시토크로 끊임없이 정신우 선수를 괴롭혔던 스즈키 미노와 선수는 타석에서 두 번의 삼구삼진과 정신우 선수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완패를 당했습니다.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정신우 선수는 이후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던진 투타겸업과 관련한 질문에서 “내년 시즌에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습니다.」
투타겸업에 대한 도전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는 많은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시누 하고 싶은 거 다 해!
-레알 얘가 한다고 하면 해낼 듯.
-메이저리그가 우습나? 투수만 잘하면 되지.
ㄴ 지금보다 더 어떻게 잘함?
ㄴㄴ 님 야구 안봄?
ㄴㄴㄴ 신우가 작년에 선발로 전환한다고 했었다. 그때도 너 같은 놈들이 있었지.
-다른 선수라면 모를까 신우라면 쌉가능!
-기대된다!
-님들 이거 봄?(링크) 메이저리그 내년부터 32구단으로 진행 함.
ㄴ 레알이네.
ㄴㄴ ㅇㅇ 알고 있었음.
ㄴㄴㄴ 드디어 새로운 구단들 생기는구나.
한국의 WBC 우승과 함께 하나의 발표가 또 있었다.
바로 32구단 체재의 알림이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는 2026년부터 캐나다 몬트리올 갤럭시, 멕시코시티 드라코가 정식 합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는 1998년 말린스와 다이아몬드벡스의 합류 이후 27년만에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며 32개 구단체재를 운영하게 됐습니다.
두 개의 리그 체재는 현재와 동일하지만, 3개의 지구는 4개로 나뉘며 센트럴이 사라지고 노스(북쪽)와 사우스(남쪽)이 추가됩니다.
포스트시즌에도 변화가 생깁니다. 지구가 4개로 늘어나면서 기존의 와일드카드는 사라지고 지구 우승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합니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번 발표와 함께 “메이저리그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라고 평가하며 큰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기사를 본 네티즌들이 다양한 의견을 냈다.
그리고 그중에 하나의 댓글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대격변의 메이저리그.
* * *
대표팀이 한국에 돌아갔다.
하지만 신우는 일정 때문에 미국에 남았다.
“형! 그럼 저는 한국에 들어갔다가 하와이로 갈게요!”
“그래.”
“형님! 저도 이번에는 같이 해도 되는 거죠?”
“물론이지.”
박광수는 작년처럼 올해 역시 신우와 함께 훈련을 같이 하기로 했다.
신우도 같이 한다는 것에 시너지를 느꼈기에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올해는 최연우 역시 포함이 된다.
거기에 또 한 사람.
“선배님! 저도 가겠습니다!”
이영훈도 훈련의 참가의사를 밝혔다.
“환영할게.”
그렇게 비시즌훈련을 같이 할 파티가 모였다.
신우는 그들을 뒤로 하고 공항을 나와 차에 올랐다.
부아아아앙-!!
곧 그의 애마인 페라리 로마가 굉음을 내며 출발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호텔이었다.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머무는 호텔방에 들어간 신우는 짐을 풀고 몇 가지를 챙긴 뒤 다시 나와 구단 사무실로 향했다.
[시누 표정 심각하누.]
‘조금 화가 나서 말이죠.’
[그건 ㅇㅈ. 이 쉑들이 협상은 하면서 뭔가 일은 개판으로 하네.]
[이럴거면 트레이드를 시키던가.]
[신생구단 트레이드는 어림도 없지. 25인 로스터는 지켜진다면서?]
‘그렇다 하더라고요.’
[얘가 안 들어갈 이유는 없을 테고.]
‘거기다 이미 트레이드는 끝났데요.’
신생구단은 선수수급을 위해 25인 로스터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 중 1명을 지명할 수 있다.
선수를 트레이드 시킨 구단은 보상금을 받긴 하지만, 손해보는 장사였다.
하지만 새로운 구단이 리그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었다.
현재 트레이드는 모두 끝난 상태로 신생구단들은 팀의 정비에 들어갔다.
[그럼 더 이상한 거 아님?]
[진즉 너와의 재계약을 끝냈어야 했겠네.]
‘저도 그게 슬슬 짜증납니다.’
재계약은 선수에게 있어 중요하다.
한 해의 급여를 결정하는 것이기에 거기에 맞춰 트레이닝에 투자하고 터전을 마련해야 했다.
특히 연봉조정은 2년 동안 최저연봉을 받고 뛴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물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였다.
그런데 구단이 가치를 인정해주긴커녕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시누 화났누.]
‘예.’
[오올-!]
[우리 시누 화내는 거 처음 보누.]
‘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요.’
레전드플레이어들을 만나고 3년.
그것 자체만으로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우는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선배님들을 만나고 농땡이 한 번 안 부렸습니다.’
[알지.]
[고거슨 ㅇㅈ.]
‘남들 놀 때 쉬지 않고 운동하고 훈련해서 겨우 이 위치까지 왔어요.’
[고것도 인정.]
[넌 레알 인생을 갈아 넣었지.]
[라이프 믹서기.]
‘그럼 그에 따른 보상을 해줘야죠.’
그걸 해주지 않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제 가치를 반드시 인정받을 겁니다.”
[정론일세.]
[그게 정답이지.]
[가즈아-!!]
부아아앙-!!
레전드들의 응원을 받으며 신우는 속력을 높였다.
* * *
베켓의 사무실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사무실의 주인인 베켓, 그리고 구단주 대행인 잭 짐머 마지막으로 스캇 보라스까지.
‘젠장...가시방석이나 다름없군.’
세 사람이 모인 이유는 간단했다.
이번 연봉조정의 당사자인 신우가 직접 구단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베켓 입장에서는 앉아 있는 게 고욕이었다.
‘진즉 그가 원하는 금액에 맞춰 협상을 끝냈어야 했다.’
원래대로라면 신우가 원하는 금액을 줘야 했다.
연봉조정위원회?
간다면 백퍼센트 패소가 될 거다.
그럴 바에는 신우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선에서 요구연봉을 조금 조절해 사인을 하는 게 상수다.
하지만 구단 사정상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인간은...’
“미스터 정이 늦는군요. 이래서 제가 야구선수들을 싫어합니다. 약속시간도 지키지 않는다니 말이죠.”
‘아직도 자신이 위에 있다고 생각하다니...’
잭 짐머의 언행이나 행동은 베켓으로 하여금 머리를 쥐어잡게 만들었다.
서비스타임을 채우고 연봉조정의 권한을 얻은 선수를 상대로 더 이상 구단이 위에 있을 수 없다.
그때부터는 동등의 위치에 있고 서로 협상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야 했다.
특히 그 상대가 팀의 에이스이자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꿔놓고 있는 선수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이 인간은 그러한 사실에 단 1도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구단의 지출을 줄이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니...어떻게 이런 인간을 대행으로 앉힐 수가 있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메츠의 구단의 지분은 현재 두 사람이 47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프레드 윌폰과 그의 아들 제프 윌폰이었다.
프레드 윌폰은 현재 1선에서 물러나 있고 제프 윌폰이 대부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다.
구단의 매각이나 눈앞에 있는 잭 짐머를 고용한 것도 바로 제프 윌폰이었다.
‘프레드는 야구에 애정이 깊었는데...’
아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덕분에 구단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실 프레드가 오더라도 구단의 매각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런 방식으로의 운영이 될 리는 없었다.
‘내 연락을 받았기를...’
베켓은 이 파행을 막기 위해 프레드에게 따로 연락을 넣어둔 상태였다.
하지만 벌써 몇 년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였기에 연락이 올지는 알 수 없다.
똑똑-!
그때였다.
“신우 정이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방의 주인인 베켓이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잭 짐머가 먼저 허락을 했다.
그의 안하무인한 행동에 베켓은 이마를 구겼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곧 문이 열리고 신우가 들어왔다.
“늦었군요.”
잭 짐머의 첫 마디에 신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와...저 새끼 사람이냐?]
[야! 빠따로 저 새끼 머리부터 까고 시작하자.]
정말 그러고 싶었다.
그때 베켓이 앞으로 나서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시누! WBC 우승을 축하해! 이야-! 현장에서 봤는데, 정말 대단한 활약이었어!”
“감사합니다.”
[베켓 저 쉑도 힘들겠누.]
[ㅇㅈ]
신우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빈 자리에 앉았다.
그런 신우에게 다시 잭 짐머가 말했다.
“오늘 이렇게 만난 이유는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기 대리인께서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해서 말이죠.”
[아놔...]
[저 새끼 입 막을 수 없냐?]
[구단주 대행이니까, 구단주가 오면 쌉가능.]
[고구마 계속 처 먹는 거 같네.]
신우의 시선이 잭에게 향했다.
“무리한 부탁은 아닌 것으로 생각합니다.”
“훗! 연간 2000만 달러가 무리한 부탁이 아니다고요? 혹시 달러로 이야기해서 감이 잡히지 않는 건가요? 한국인이시니, 그쪽 돈으로 말씀드리죠. 무려 239억에 달하는 돈입니다. 이제 좀 감이 오십니까?”
근 300억에 달하는 돈.
1년만 벌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하지만 신우의 생각은 달랐다.
“제 생각에는 잭 대행께서 감을 잡지 못하는 거 같군요.”
“뭐라...?”
지익-!
신우가 가지고 온 스포츠백을 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거기로 향했지만, 신우는 말을 이어갔다.
“팀 린스컴이란 위대한 선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2009년 시즌종료 이후 연봉조정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런 린스컴에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원하는 연봉을 주지 않았죠.”
보라스는 신우의 말을 막지 않았다.
저 일화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린스컴은 구단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쿵! 쿵!
신우가 스포츠백에서 사이영상 트로피 두 개를 내려놓았다.
“두 개의 사이영상 트로피를 보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자신들이 패배할 것을 직감하고 다시 협상에 돌입, 2년 23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비록 린스컴이 원했던 1년 1300만 달러는 아니지만, 구단이 원했던 800만 달러보다 더 높은 금액이었죠.”
잭이 얼굴을 찌푸렸다.
저런 일화는 야구에 관심없는 그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다.
“그래서...!”
잭이 입을 열려는 순간.
신우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고 스포츠백에서 또 하나의 상을 꺼냈다.
“거기에 저는 MVP도 추가하도록 하죠.”
세 개의 트로피가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푸하하하하!! 우리 고객께서 나보다 더 협상을 잘 하는군! 자, 이걸 보고도 또 무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보라스의 한 마디에 베켓은 직감했다.
졌다.
‘애초에 위원회로 넘어가면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
“이런 상을 가지고 어쩌라는 거죠?”
그때 잭의 입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야구를 잘해서 상을 받는다? 그건 프로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이죠. 하지만 그것과 연봉은 별개의 문제에요. 당신에게 2천만 달러를 주면 구단은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1500만 달러. 그 이상은 드릴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억지 좀 작작 부려!”
보라스가 결국 일갈을 터트렸다.
하지만 잭은 어깨를 가볍게 올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메츠는 매각됩니다. 그런데 굳이 금액을 올려서 우리가 손해볼 필요는 없죠. 그러니 당신이 원하는 연봉을...”
쾅!
그때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노인이 들어왔다.
그의 모습에 베켓의 눈이 커졌다.
반면 잭은 얼굴을 찌푸리며 노인을 향해 외쳤다.
“이봐! 당신...!”
“프...프레드 회장님...!”
“프레드? 서...설마 프레드 윌폰?”
구단주의 등장에 잭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를 고용한 것은 아들은 제프 윌폰이었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인 프레드는 은거를 택했다고 들었다.
구단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런데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다니?
“이제 요양하면서 일생을 보내려고 했는데...아들놈이 이런 쓰레기를 내 팀에 앉혀놨다니...”
“뭐...뭐요? 쓰레...?!”
“Shut your mouth!!”
프레드의 일갈에 잭의 입이 닫혔다.
“너는 내 팀을 무시하고! 내 선수를 무시했어! 너 같은 쓰레기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당장 내 팀에서 꺼져!!”
“하...하지만 계약이...!”
“You're Fired!!!(넌 해고야!!)”
시뻘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외친 프레드의 일갈에 잭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 이거 본 적 있음.]
‘어디서요?’
[WWE 회장이 자주 하는 거다.]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스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