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67화 (167/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67화 >

* * *

5회말.

마운드에는 다시 스즈키 미노와가 올라왔다.

[일본대표팀은 아직 투수교체를 하지 않는군요.]

[당연합니다. 스즈키 선수가 타석에서는 비록 두 번 연속 삼구삼진을 당했지만, 마운드에서는 아직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타자 스즈키보다는 투수 스즈키에 더 관심을 두고 있죠?]

[그렇습니다. 아직 우리 대표팀 타자들이 스즈키에게 점수를 내지 못한 걸 보더라도 분명 뛰어난 실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신우의 피칭에 경기의 흐름 자체는 대한민국 대표팀에 있었다.

하지만 스코어는 0 대 0.

두 대표팀 모두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야구란 스포츠는 결국 점수를 내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제한투구수까지 끌고가면 우리에게도 승산은 있다.’

일본 대표팀 감독 이나바는 승부처를 경기 후반으로 보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투수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대단한 투수인 건 알고 있었다.

MVP-사이영.

평균자책점 1점대.

일본프로야구에서 나와도 경악할 기록을 메이저리그에서 이루었다.

그런 투수를 상대로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건 예상을 뛰어넘었다.

‘퍼펙트라니...!’

퍼펙트게임.

각 리그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달성한 선수가 적은 기록이다.

그리고 WBC에서는 아직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이런 기록의 재물이 될 순 없다.’

WBC에서 퍼펙트게임이 나오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투구수제한.

선수의 보호를 위해 WBC는 각 라운드별로 투구수에 제한을 둔다.

그리고 결승전 역시 마찬가지다.

한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최대투구수는 100구다.

때로는 한 경기를 끝낼 수도 있지만, 그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한국은 이미 초반부터 선수를 교체하고 있다. 자연스레 후반에 가면 약해질 수밖에 없어. 객관적인 불펜을 보더라도 우리가 더 앞선다.’

이나바 감독의 전략은 매우 간단했다.

‘신우가 강판한 뒤에 승부를 건다.’

그것을 위해서 스즈키를 다시 올렸다.

현재 시점에서 투수를 교체하게 되면 타석에서도 물러나게 해야 된다.

즉, 두 명의 선수를 동시에 교체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굳이 그렇게 선수를 소모할 필요는 없다.’

10회까지 길게 봐야 한다.

그리고 승부치기에 들어가면 타자가 더 중요해진다.

‘막아라. 자존심이 있으면 막아!’

지금은 스즈키의 호투를 기대해야 했다.

* * *

딱-!!

[잘 맞은 타구!]

퍽!

“아웃!!”

[아-! 하지만 유격수의 다이빙캐치에 잡힙니다.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타격이 풀리지 않는 경기는 답답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특히 투수가 마운드에서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데, 타격이 풀리지 않으면 보는 이들의 답답함은 배로 커진다.

-하여간 게비오 물빠따들, 정신 모차리네.

-군면제 안 걸려 있어서 대충 하는 거 봐라.

-투수가 퍼펙트피칭하는데 장난하냐?

-이럴 거면 신우를 올려라!

ㄴ 엌ㅋㅋㅋ 일인야구 쌉가능.

ㄴㄴ 이게 정답인 듯.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이 하나 둘 신우가 타석에 서는 걸 원했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선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성공한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에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인터넷 여론 역시 반으로 나뉘었다.

-국가대표전에서 투수를 올리는 게 말이냐?

-하여간 신빠쉑들 야알못이라니까.

ㄴ 야알못은 너인 듯. 메이저리그에서도 일인야구를 하는데 WBC라고 불가능할 거 같음?

ㄴㄴ WBC 수준이 더 높거든?

ㄴㄴㄴ 네, 야알못 수준 드러났죠?

ㄴㄴㄴㄴ 원글러 야알못 인증하네 ㅋㅋ 어떻게 메이저리그보다 WBC가 수준이 더 높냐?

-그래도 국대전에서 투타겸업은 좀 아닌 듯.

투타겸업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현장의 이동진의 생각을 그대로 인터넷에 옮겨놓은 것 같았다.

‘어떻게든 활로를 열어야 한다.’

사실 이동진의 승부수는 경기 초반이었다.

신우가 마운드에서 버티고 있는 동안 점수를 낸다.

이후 최소 7회까지 던진 신우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해서 남은 이닝을 틀어막는 심플한 작전이었다.

그리고 승률이 가장 좋은 작전이기도 했다.

‘신우는 기대대로 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주고 있다. 하지만 타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동진은 명단을 확인했다.

남은 야수는 이제 7명이었다.

만약을 대비해 포지션별로 한 명씩 수비요원을 남긴다면 남는 대타요원은 한 명에 불가했다.

‘그나마 내야 전부를 커버할 수 있는 민규를 데려와서 다행이야.’

타율이 떨어지는 최민규를 엔트리에 넣을 때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이동진 감독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그를 엔트리에 포함 시켰다.

내야 전부를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일종의 보험이었는데, 지금은 신의 한수가 되었다.

‘문제는 외야쪽에 자원이 없다는 건데.’

철인이라 불리던 민태훈이다.

3년 연속 전 경기 출장을 달성할 정도로 엄청난 체력과 파워를 보여주었다.

당연히 후보들 중 우익수가 가장 빈약했다.

현재 우익수를 보고 있는 김규성이 바로 그 대체자원이었다.

‘다른 녀석들 중에 우익수를 볼 수 있는 녀석은...’

명단을 확인한 이동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지명으로 나가 있군.’

지명타자로 출전중인 오현수였다.

그는 프로에 입단해 우익수로 시작해 1루로 그리고 현재는 지명타자로 뛰고 있었다.

그렇기에 잠깐은 우익수 수비가 가능했다.

어려운 포지션도 아니었고 말이다.

“뭘 그리 골똘히 고민하십니까?”

그때 이진철이 다가와 물었다.

“명단이 개판이 됐어. 어떻게든 점수를 내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바람에 꼬이기 시작했어.”

“에이, 그래도 오늘 경기가 끝인데. 뭐 별일 있겠습니까?”

“아...”

“왜 그러십니까?”

“우리 딸내미가 그런 말을 뭐라고 했었는데...그 뭐라더라...”

한참 고민하던 이동식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플래그를 세운다고 하더라.”

“플래그요?”

“그래. 마치 영화 같은 곳에서 꼭 살아서 보자고 했던 캐릭터가 꼭 죽는 걸 보고...”

딱-!!

“악!!”

그때 불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휙 돌린 이동진의 눈에 쓰러진 김규성이 보였다.

“젠장...”

플래그가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 * *

[다시 보시죠. 때린 타구가 빗맞으면서 김규성 선수의 발등을 강타했습니다.]

[하필이면 김규성 선수가 부상을 입었네요. 이대로라면 우익수의 자리가 비게 되거든요? 현재 명단을 확인해봤는데, 수비자원도 마땅치 않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지는 상황이 찾아왔다.

일단 급한대로 김규성을 대신해 박영민을 투입했다.

“어떻게 하죠?”

코치진이 모여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그들 역시 현재 명단에서 짜낼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적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머리를 맞대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답은 하나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그때 이진철이 말했다.

“지명타자를 빼고 투수들이 타석에 서게 하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투수를 타석에 세우다니?”

“일단 지금 마운드에 있는 건 신우입니다. 신우 녀석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홈런을 때려낸 전례가 있어요.”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신우간 내려간 뒤에는? 지명타자를 빼는 순간, 오늘 경기에서 지명타자를 다시 세울 수 없어. 한 마디로 투수가 계속 타석에 서야 된다는 거야.”

“알고 있습니다. 만약 신우가 내려온다면 그 뒤에는 불펜을 가동하고 투수의 타석이 돌아오면 대타를 세우면 됩니다.”

“대타를 세우고 다음 수비에는 다시 투수로 교체하자는 건가?”

“예. 어차피 마지막 경기입니다. 내일을 기약할 필요가 없어요.”

과감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가장 성공확률이 높았다.

회의는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때까지 이어졌다.

언제까지 여유롭게 회의를 할 수 없기에 치열한 토론이 계속됐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지명타자를 뺀다. 불안한 부분도 있는 선택이지만, 지금은 신우가 가진 경험을 믿자.”

“알겠습니다.”

“예.”

코치들의 동의를 얻은 이동진이 마운드로 올라가려는 신우에게 다가갔다.

“신우야.”

“예, 감독님.”

“타석에 설 수 있겠냐?”

주위에 있던 선수들의 고개가 휙 돌아갈 정도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오히려 담담했다.

“예, 괜찮습니다.”

너무 담백한 대답에 이동진은 얘가 잘못 알아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과 표정을 보고는 다시 물어보질 않았다.

단지 한 마디만 할 뿐이었다.

“부탁한다.”

“맡겨주세요.”

그 어떤 말보다 듬직한 대답이었다.

* * *

6회초.

스코어 0 대 0에서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수비위치에 변동이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 우익수로 출전했던 김규성 선수가 부상으로 빠지고 그 자리에 오현수 선수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지명타자는 현재 공백인 상태입니다. 이 경우에는 대타로 나섰던 박영민 선수가 지명타자가 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투수가 들어가야 합니다.]

[투수가요?]

[예. 지명타자였던 선수가 대수비로 들어가게 될 경우 지명타자는 소멸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선 대타로 나갔던 박영민 선수를 우익수로 내보냈어야 지명타자가 유지됩니다.]

[이동진 감독이 규정을 잘 몰라서 나온 실수일까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명타자의 소멸은 매우 드물게 나오는 일이다.

그렇기에 감독들 중에서도 규정을 모르고 착각하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예?]

[이동진 감독은 규정을 정확히 알고 지명타자였던 오현수 선수를 우익수로 이동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정신우 선수의 타격을 기대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그러고보니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때려냈었죠?]

[그렇습니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한 방을 때려내는 일이 잦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그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뻐억-!!

“스트라이크!!”

[초구 93마일의 커터가 존에 꽂힙니다. 일단 지금은 투구에 집중을 하도록 하죠.]

하지만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투구에 집중할 수 없었다.

-굳이 전문타자를 빼고 투수를 넣는다고? 이게 말이냐?

ㄴ WBC는 1군 2군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음.

ㄴㄴ ㅇㅇ 민태훈 부상부터 꼬이기 시작한 거임.

ㄴㄴㄴ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지.

-이동진같은 경험도 부족한 녀석을 감독으로 시키는 게 아니었다.

ㄴ 그 경험 부족한 감독이 한국시리즈 2연패 했다.

ㄴㄴ 결과도 안나왔는데, 뭔말이 이렇게 많냐?

-정신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홈런 때렸으니, 일단 좀 보자.

피의 난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신우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나갔다.

퍼엉-!!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이번 이닝 역시 퍼펙트로 이닝을 마감하는 정신우 선수!! 경기는 6회말로 이어집니다!]

* * *

일인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신우가 혼자서 9이닝을 던지고 홈런을 때리며 경기를 끝냈을 때 나온 신조어였다.

한국에서 시작된 이 용어는 미국에까지 날아와 유행어가 되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기대하기 시작했다.

[정신우 선수가 헬맷과 배트를 들고 대기타석으로 들어섭니다!]

신우가 대기타석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말이다.

[이동진 감독의 선택은 정신우 선수였습니다! 과연 이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신우의 등장에 팬들이 일제히 환호를 터트렸다.

자신들의 눈으로 일인야구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말이다.

반면 스즈키는 두 눈을 부릅떴다.

‘설마 이런 기회가 올 줄이야.’

신우는 투타겸업 선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오늘 경험했던 치욕을 갚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반드시 잡아주마.’

복수의 날을 가는 스즈키의 눈빛에도 신우는 무심하게 송진을 배트에 칠했다.

[감독이 과감한 선택을 했누.]

[그러게. 다른 타자들도 있는데 굳이 널 택했네.]

[선수들의 영상을 열심히 봤다는 소리겠지.]

[하긴, 신우의 타격영상을 봤으면 나도 신우 택한다.]

[ㅇㅈ]

신우는 대기타석에서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부웅-!

배트가 가볍게 허공을 갈랐다.

그 모습을 본 이동진의 눈이 빛났다.

‘나쁘지 않아. 아니, 오히려 좋다.’

연습스윙이었지만, 거기에서 느껴지는 힘과 간결함 그리고 스윙의 기술들이 나쁘지 않았다.

타격코치로서 활동했었기에 알 수 있었다.

[시누야.]

‘예.’

[상대를 보아하니 너한테 원한이 깊나 보다.]

[ㅋㅋㅋ 아까부터 째려보누.]

[피할 생각은 없을 듯.]

[하긴 쟤는 메이저리거도 아니니 네가 뭐에 강한지 어떻게 알겠음?]

[엌ㅋㅋ 생각해보니 상대 전력분석팀도 신우의 타격에 대해서 자료조사 안했을 텐데?]

[ㅋㅋㅋㅋ 그럼 초구에 뭐 던질지 각이 서네. 간만에 내기허쉴?]

스판의 내기제안에 신우가 고개를 저었다.

탁!!

그때 둔탁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높게 떠올랐다.

아쉽게도 타구는 중견수에게 잡혔다.

그 모습을 본 신우가 대기타석을 벗어나 타석으로 걸어갔다.

‘내기가 성립이 안 되죠. 저나 선배님이나 생각하는 건 똑같을 텐데.’

[까비~]

[아놔-! 이건 무적권 이기는 내기인데.]

[아깝네.]

아쉬워하는 레전드들을 뒤로 하고 신우가 타석에 섰다.

루틴을 밟는 그의 모습에 스즈키는 비웃음을 지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우연으로 몇 번 홈런 때렸다고 타자 흉내를 내는군.’

“플레이볼!!”

준비가 끝나자 심판이 콜을 외쳤다.

포수가 사인을 냈지만, 스즈키는 고개를 젓고 직접 사인을 보냈다.

‘저런 녀석한테 변화구를 필요없어. 직구다!’

스즈키의 사인을 받아든 포수가 미트를 내밀었다.

‘이번에는...!’

촤앗-!!

와인드업을 한 스즈키가 있는 힘껏 공을 뿌렸다.

쐐애애애액-!!

‘내 승리...!’

공을 던진 스즈키의 눈에 신우가 스윙하는 모습이 보였다.

뒤이어 아름답게 스윙궤적을 만드는 배트가 순식간에 자신의 공을 집어삼켰다.

딱-!!!

[초구를 강타!!!]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사라졌다.

하지만 스즈키는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아름답게 회전하며 허공을 날고 있는 배트가 비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신우 선수는 배트를 던졌습니다!!! 우익수 뒤로!! 뒤로!! 하지만 더 갈 곳이 없습니다!!]

우익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직도 저 멀리 떠있는 타구를 본 그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타구 넘어갔습니다!!!! 솔로홈런!!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가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를 무너트리면서 팀에게 선취점을 안겨줍니다!!]

국가대항전.

신우의 첫 번째 홈런포가 결승에서 터졌다.

* * *

이나다 감독은 이를 악물었다.

‘모든 게 엉망이 됐다.’

어느덧 9회.

스코어는 4 대 0의 상황.

그리고 마운드에는 여전히 신우가 있었다.

[정신우 선수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릅니다! 투구수는 92개! 제한투구수까지는 단 8개가 남았습니다!]

[8개 안에 투아웃을 잡아야 됩니다. 그래야 마지막 타자를 상대하면서 제한투구수가 넘어가도 교체가 되지 않아요!]

[정신우 선수 초구 뿌립니다!]

뻐억!

“스트라이크!!”

9회 첫 번째 스트라이크가 들어갔다.

구속은 95마일.

9회에도 150이 넘는 공을 뿌리고 있었다.

‘저런 괴물이 존재한다니...’

딱-!!

[2구 때렸습니다! 유격수 안전하게 잡아 1루로!]

퍽!

“아웃!!”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투구수는 94개! 제한투구수까지 6개가 남았습니다!]

이나다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미 스코어는 4 대 0까지 벌어졌다.

솔로홈런 이후 상대 타선은 각성이라도 한 것처럼 점수를 내기 시작했다.

역전의 가능성은 이제 없었다.

딱-!!

[초구를 때렸습니다! 하지만 타구 힘없이 떠오릅니다! 중견수 앞으로 달려나오면서 가볍게 잡습니다! 투아웃!!]

투구수 95개.

2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필요한 개수였다.

얼마나 수준차이가 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하필 한국에 저런 선수가 나타나다니...’

뻐억-!!

“스트라이크!!”

[96구! 몸쪽을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에 타자 꼼짝도 못합니다!]

이나다 감독은 더 이상 신우를 투수라고 명칭하지 않았다.

투수가 그런 타구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딱-!

“파울!!”

[2구 체인지업을 때렸지만 파울이 됩니다!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정신우 선수! 과연 결정구로 어떤 것을 던질지...사인을 교환하고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와인드업을 한 신우의 모습을 본 이나다 감독은 입술을 깨물었다.

‘당분간 대표팀 감독은 고사해야겠군.’

와인드업을 끝낸 신우가 98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부웅!!

타자의 배트가 돌아갔다.

하지만 공이 배트의 위를 지나며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게임 셋!!!”

‘저 선수를 이길 자신이 없다.’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삼구삼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최초로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는 정신우 선수입니다! 또한 총 투구수 98구로 매덕스게임을 작성함과 동시에 대한민국의 WBC 최초 우승을 결정짓습니다!!!]

카메라가 마운드를 클로즈업했다.

동료들의 환호를 받는 신우가 잡히며 그 아래로 [2025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한민국 우승!] 이란 자막이 떠올랐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