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136화 >
* * *
「정신우 선수가 시즌 14번째 등판에서 또 다시 승리를 수확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낳았습니다.
6이닝 2피안타 1실점 10탈삼진을 기록한 정신우 선수는 스코어 1 대 1의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며 승리수확에 실패했습니다.」
기사를 본 신우는 스크롤을 내렸다.
[댓글을 왜 보누?]
[봐바야 멘탈만 흔들리는데. 그냥 꺼라.]
[ㅇㅇ 기사 댓글 안 보는 게 나음.]
하지만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만류에 이내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다.
“에혀...”
[왜? 승리추가 못해서 아쉬움?]
‘조금요.’
[너무 아쉬워하는 거 아님?]
[14번 등판에 11승이면 충분히 많이 한 거임.]
[ㅇㅇ 타선이 좀 힘이 빠지긴 했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괜찮아지겠지.]
14전 11승.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거둔 승리 이후.
연속 2경기 노디시전을 거두었다.
‘차라리 제가 못했다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하긴 2경기에서 13이닝 던졌는데, 죄다 노디시전이었으니까.]
[아쉽긴 하지.]
[그래도 너무 깊게 생각하면 멘탈 흔들림.]
‘예.’
신우가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조언에 멘탈을 잡고 있을 때였다.
카페에 앉아 있던 그에게 한 여인이 다가왔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반갑게 인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어요.”
“다행이네요. 차가 조금 밀려서 조마조마했어요.”
그녀는 D.E에이전시의 김이나 실장이었다.
그녀와의 미팅은 오랜만이었다.
신우의 서포트를 위해 D.E에이전시는 미국법인을 만들기로 결정.
그와 관련된 일을 대부분 그녀가 맡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은 어떻게 잘 처리되셨어요?”
“네. 일단 모양새는 갖추었어요. 직원들과 협력업체들을 구해서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어요.”
“다행이네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사실 협력업체들과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요.”
“걸리는 부분이요?”
“네. 신우씨의 잔고가 거의 그대로 은행에 예치되어 있어서요. 혹시 미국에서 거의 돈을 쓰시지 않는 건가요?”
“아...뭐. 시즌 도중이기도 하고 딱히 돈을 쓸 일이 없어서요. 아마 그대로 있을 겁니다.”
“아...”
신우의 대답에 김이나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음...돈을 절약하는 건 분명 좋은 거긴 한데요. 문제는 세금이에요.”
“세금이요?”
“네. 신우씨의 1년 수입이 많은 편이잖아요? 미국에선 최저연봉을 받고 계시지만, 한국에서도 이미 높은 수입을 올리셨고요.”
신우의 현재 수입은 연봉과 광고료가 있었다.
최저연봉을 받기에 아직까지는 광고료가 더 높았지만 올해가 끝나면 사정은 달라진다.
“거기에 이번 시즌이 끝나면 연봉조정도 있을 예정이시고요. 여기에서 연봉이 얼마나 올라갈지 지금 예상이 불가능하잖아요.”
“그렇긴 하죠.”
“문제는 지금처럼 지출이 없으시면 비용처리를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서 세금을 많이 내게 되세요.”
“아...”
세금이란 말에 신우는 과거를 떠올렸다.
간혹 2군에 내려오던 1군 선배들은 자주 밥을 사주었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닌 열댓명씩 데리고 사주는 일이 허다했다.
당연히 밥값은 백만원이 훌쩍 넘었다.
궁금하던 찰나,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었다.
(부담되지 않냐고? 전혀. 어차피 세금으로 나갈 돈인데, 너희들 먹이면서 생색도 내니까 좋잖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처음에는 몰랐었다.
하지만 지금 알 수 있었다.
[프로선수들이 비용처리할 수 있는 건 의외로 적지.]
[밥값이나 훈련비용 등, 몇 가지는 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어.]
[특히 너처럼 돈을 거의 쓰지 않으면 세금폭탄 맞을 걸.]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은 정답이었다.
“광고수익은 한국에서 내야 하고 연봉이나 유니폼판매수익은 미국에서 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이것들을 처리해야 되는데.”
“세금 이야기가 나오니까, 꽤 머리 아프네요.”
“가장 어려운 문제죠. 분명 돈을 버니까, 세금을 내야되지만 고액연봉자들은 절반정도를 세금으로 지불해야 되니까요.”
한국에서 프로야구선수는 프리랜서로 분류된다.
프리랜서는 5월에 종합소득세라는 세금을 신고하는데, 각 구간마다 내는 세금이 달라진다.
신우는 가장 높은 구간에 해당하는데, 이 구간에서는 수익의 50퍼센트가 넘는 세금을 내게 된다.
세금감면의 방법도 존재하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기부와 비용처리였다.
“신우씨는 현재 비용처리가 거의 되고 있지 않아서 이대로 가면 내년에 꽤 많은 세금을 내셔야 돼요.”
“음...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되나요?”
신우의 질문에 김이나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돈을 많이 쓰세요. 그 외의 일들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아...”
꿈에도 몰랐다.
제발 돈 좀 쓰라는 말을 들을 줄이야.
그때 기다렸다는 듯 레전드플레이어들이 외쳤다.
[플렉스 가즈아-!!]
[탕진 가즈아!!]
* * *
플렉스는 일단 뒤로 미루었다.
[이 타이밍에 원정이냐.]
[일단 차부터 계약하고 가지.]
‘갔다와서 하겠습니다.’
뒤로 미룬 이유는 원정경기 때문이었다.
LA다저스와의 3연전.
신우는 벤치에 앉아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지겠네.]
[선발이 넘나 일찍 무너짐.]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대로였다.
6회가 지나가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메츠는 3 대 7로 다저스에게 뒤지고 있었다.
4회에 만루홈런 포함 4안타를 내리 맞으며 무너진 탓이었다.
[선발은 언제나 이닝을 최대한 많이 먹어줘야 됨.]
[그러지 않으면 오늘처럼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지.]
딱-!!
[ㅗㅜㅑ 잘 맞았다.]
[이거 또 안타 같은데?]
신우 역시 타구를 보고 안타성 타구임을 직감했다.
그때 좌익수인 젝슨이 타구에 시선을 고정한 채, 전력질주로 달려갔다.
‘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날면 가능.]
모든 플레이어들이 안타일 거라 말하는 상황.
그때 한 레전드플레이어가 잡을 수 있다는 채팅을 쳤다.
[어음...네가 그렇다면.]
[잡겠네.]
그의 이름을 본 다른 선수들도 이내 동의했다.
그 선수의 이름을 확인하려는 순간.
“오오오오-!!”
“날았다!!”
관중과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젝슨이 몸을 날린 것이다.
그리고 있는 힘껏 팔을 뻗었다.
이전 스티브 제임스가 했던 플레이와 흡사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잡았다.]
‘그래요?’
[ㅇㅇ 공을 끝까지 보고 있잖아.]
몸을 날린 상태에서도 시선이 타구에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퍽!!
직후 그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갔다.
“와아아아아!!”
“잡았다!!”
“나이스 캐치!!”
관중들과 선수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그의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제야 신우가 채팅을 쳤던 레전드플레이어의 이름을 확인했다.
【로베르토 클레멘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야수 중 한 명.
최고의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글러브를 12번이나 차지한 선수.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가장 존경받는 메이저리그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내 말이 맞지?]
으스대는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 * *
“으하하! 내가 나는 거 봤지?!”
메츠의 원정라커룸은 시끌벅적했다.
그 중심에는 젝슨이 있었다.
“와-! 진짜 제대로 날았더라.”
“오랜만에 멋진 플레이 봤다.”
“내가 등판할 때도 그런 수비 한 번 보여줘.”
“물론이죠! 리올! 나만 믿으면 됩니다!!”
베테랑의 말에 젝슨은 더욱 기가 살았다.
[제대로 흥이 올랐누.]
[그럴 수밖에 없지. 쟤 수비 다음에 역전을 했으니까.]
[흐름을 바꾸는 수비긴 했지.]
젝슨의 활약은 호수비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타선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공격의 흐름을 이어갔다.
[수비에서 나온 파인플레이는 공격으로 이어지는 법이지.]
[ㅇㅈ]
그렇게 터진 공격의 물꼬를 메츠의 타선은 놓치지 않았다.
연속해서 터진 안타와 진루타로 공격은 3번 타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북극곰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거기서 터진 슈퍼스타의 그랜드슬램-!]
[크으-! 이게 야구지!]
오랜만에 터진 야구다운 경기에 레전드플레이어들은 환호를 질렀다.
역전과 역전.
그리고 호수비가 연달아 나오는 경기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낳았다.
[젝슨도 잘했지만 역전 이후에 이닝을 막은 대니얼도 잘했지.]
[고것도 ㅇㅈ.]
‘거기서 실점을 했다면 위험했을까요?’
[ㅇㅇ 흐름이 다시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이지.]
[경기가 빠른 템포로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했음.]
8회.
역전에 성공한 메츠의 마운드에 대니얼이 올랐다.
관중들은 불안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직전 3경기에서 대니얼의 구위와 제구는 난조를 보였다.
덕분에 모든 경기에서 실점했었다.
그런 선수가 마운드에 올랐으니 술렁이는 건 당연했다.
결과적으로 대니얼은 세 명의 타자를 가볍게 잡아냈다.
두 타자는 내야땅볼로 처리하고 마지막 타자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확실히 오늘 공에서는 힘이 있어보였어요.’
[슬슬 익숙해졌나보네.]
대니얼은 그날 이후로도 꾸준히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매일 경기에 나가야 되는 불펜투수로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신우가 알려준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방식대로 바꾸었다.
강도를 높이고 단시간을 하는 대신 주 2회로 횟수를 높였다.
그 방법은 신우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대니얼 저 녀석이 하는 방식은 단기간에 체력을 올리는 방법이야. 대신 몸에 부하는 줄여주지. 거기에 근력운동까지 하는 걸 봐서는 힘까지 붙일 목적인 거 같음.]
[ㅇㅇ 내구력을 증가시키는 것보다는 단시간에 폭발력을 얻기 위해 하는 운동임.]
‘저와는 목표가 다른 거군요.’
[그렇지. 인터벌 프로그램이란 건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서 진행하는 게 아니거든.]
[목적에 따라서 얼마든지 프로그램 변경이 가능함.]
[문제는 그 프로그램을 짜는 걸 웬만큼 지식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는 거지.]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이 도움을 주었다는 거다.
가능성은 충분했다.
대니얼의 경력이라면 트레이더들 중에도 인맥이 있었을 거다.
그들의 도움을 받으면 프로그램의 수정은 어렵지 않았다.
베이스가 워낙 탄탄했으니 말이다.
[의지가 확실한 녀석이네.]
[대부분 포기할 정도의 프로그램이었는데 말이야.]
‘...대부분 포기요?’
[웬만한 놈들은 토하면서 도망갔지.]
[레알 그걸 해낸 네가 대단함.]
‘...그 말씀은 저도 도망갈거라 생각하셨다는 거네요?’
[응?]
[그게 그렇게 되나?]
[한 88퍼센트정도는 튈 거라 봄.]
한숨이 절로 나오는 대답이었다.
[그것보다 내일은 네 등판인데, 컨디션은 어떰?]
이제 메츠는 LA를 떠나 캐나다로 가게 되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3연전을 치르게 되는 것이었다.
‘컨디션 최고입니다.’
토론토와의 1차전.
신우의 등판이 예정되어 있었다.
* * *
「내일 새벽 뉴욕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네이트 피어슨과 에이스대결을 펼칩니다.
네이트 피어슨 선수는 올 시즌 10승 3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중으로 류진현 선수가 합류했던 2020년부터 포텐셜을 터트리면 작년 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르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최고구속 164km가 찍힐 정도로 빠른 공을 던지며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선수로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신우의 상대는 네이트 피어슨으로 결정됐다.
2019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토론토의 차세대 유망주로 평가받던 그는 예상대로 포텐셜을 터트렸다.
24시즌 커리어하이인 17승 5패 평균자책점 3.02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유망주 시절부터 각광받던 광속구는 여전했다.
스타일이 비슷한 두 투수의 대결에 팬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다.
-이렇게 또 꿀매치가 성사되고요!
ㄴ 광속구가 폭발한다-!
ㄴㄴ 이것도 놓치면 안 될 각.
-신우 승수 좀 챙겨줘라-!!
ㄴ 레알 7이닝을 던져줘도 노디시전이 말이 되냐?
ㄴㄴ 메츠 타선도 문제지만 불펜도 갈아야 됨.
ㄴㄴㄴ 구단이 투자를 안 하니까 문제임.
-에이스 깨기 1차전 vs 게릿콜 완승. 2차전은 피어슨임?
ㄴ 엌ㅋㅋ 에이스 깨기.
ㄴㄴ 작명 좋누.
ㄴㄴㄴ 이게 좋다고?
-이번 경기, 다음 경기 잡고 전반기 14승 올리고 올스타 가즈아-!
ㄴ 가즈아!!
에이스 vs 에이스의 대결.
불과 얼마 전 게릿콜을 상대로 승리를 올렸던 신우이기에 사람들의 기대는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