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수로 메이저리거 - 135화 >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시즌 11승을 달성하면서 팀의 4연승을 이끌었습니다.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등판한 정신우 선수는 7회까지 단 2안타로 레이스의 타선을 틀어막았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12탈삼진을 기록하며 K머신다운 위용을 떨쳐낸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탈삼진, 이닝, 평균자책점, WHIP 등.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는 괴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한편, ESPN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올스타전 엔트리에 정신우 선수가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이름을 올리며 올 시즌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감을 올려주었습니다.」
12전 11승 무패.
이 말도 안 되는 기록에 모든 팬들이 열광했다.
-요즘 신우 경기 보는 맛에 산다.
ㄴ ㅇㅈ
ㄴㄴ 기본 7이닝은 찍어버리니 몰컴으로 봐야 돼서 죽을 맛임.
ㄴㄴㄴ 나는 백수라서 상관없...잠깐, 왜 눈에 땀이...
-오늘도 제게 용돈을 주신 정신우 선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ㄴ 욕심만 안내면 무난하게 먹는 날 = 정신우 등판 일.
ㄴㄴ 하여간 토쟁이들...
-와...현대야구에서 이 성적이 말이 되나?
ㄴ 말 안 됨.
ㄴㄴ 만화 캐릭터도 이 지경은 아닐 듯.
ㄴㄴㄴ 시스템 같은 거 쓰는 거 아님?
-약빨 이야기하는 애들도 이제 조용하네.
ㄴ 그럴 수밖에 없지. 올 시즌에만 벌써 5번을 도핑테스트 받았는데 ㅋㅋ
ㄴㄴ 일본애들이나 간간이 도핑이야기 함.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는 부정기적으로 도핑테스트를 진행한다.
신우는 오프시즌부터 지금까지 5차례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신우에 대한 약물복용 의심은 사그라든지 오래였다.
다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KBO가 올 시즌 종료 이후 개최되는 WBC의 예비엔트리 2차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파들 역시 다수 포함된 이번 엔트리에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던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 역시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가대표팀을 지휘할 이동진 감독은 정신우 선수의 엔트리포함과 관련해서 “개인적인 교감은 나눈 상태다. 정신우 선수 역시 대표팀 출전에 의지가 강하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엔트리에는 현재 리그 홈런 3위를 달리고 있는 박광수 선수도 포함되어 있어 하와이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두 선수의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WBC 국가대표까지 반년.
신우의 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사에 한국팬들은 열광했다.
* * *
베켓은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의 모니터에는 메츠의 로스터가 떠있었다.
“흠...”
로스터를 보는 그의 고민이 깊어졌다.
고민의 이유는 불펜이었다.
“역시 약해졌단 말이지.”
작년과 대비해서 너무 약해진 불펜.
레이먼드를 제외하고 믿을 만한 투수가 사라졌다.
이렇게 자원이 사라진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승 실패 이후 쓸만했던 불펜투수들을 모조리 내다 팔면서 생긴 공백.
시즌을 포기했기에 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24시즌.
결정적인 이유는 신우의 보직변경이다.
“젠장...시누가 빠지고 대니얼이 제 컨디션을 내지 못하니 구멍이 너무 커지는군.”
신우의 공백과 대니얼의 부진.
사실 이 두 가지 요인 모두 계산에 넣은 상태였다.
문제는 두 가지 공백을 메울 수 없는 구단의 현 상태,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선두질주였다.
“첫 시즌부터 계획대로 되는 게 전혀 없군.”
베켓이 단장으로 부임한 것은 23시즌이다.
구단주가 원했던 건, 단 하나.
팀의 리빌딩이다.
그런데 23시즌에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진출했다.
24시즌은 와일드카드결정전까지 나갔다.
거기에 올해는 지구 1위를 달리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었다.
“미쳐버리겠군.”
수십년간 프런트 일을 해오고 있지만 이와 같은 일은 처음 경험했다.
“이 모든 게 시누 때문이지.”
베켓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성적을 올려준 선수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불펜을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로스터는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
구단주는 이미 자신을 영입하면서 지원은 없다고 단언했다.
베켓도 지원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팀의 리빌딩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지구 1위를 하고 있는 현 상황이다.
“지구 1위를 하고 있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
우는 소리는 그만해야 된다.
어떻게든 지금 있는 로스터 혹은 마이너리그 선수 중에서 괜찮은 원석을 찾아내야 했다.
신우까지는 아니더라도 구멍을 채워줄 원석을 말이다.
“이럴 때 대니얼이 작년의 기량을 기적처럼 찾아주면 좋을 텐데...”
작년의 대니얼이라면 구멍은 메워진다.
“에휴...기적을 바라는 게 빠르지.”
베켓은 한숨과 함께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 * *
등판 이후 이틀 뒤.
신우는 구장에 나와 연습을 시작했다.
평소와 같은 루틴이었다.
회복에 중점을 두면서 몸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렇기에 격한 운동은 피했다.
“시누.”
그때 한 선수가 신우에게 다가왔다.
그 선수는 다름아닌 대니얼이었다.
“대니얼.”
“몸 상태는 좀 어때?”
“오늘 몸상태를 전반적으로 체크해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로워.”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대니얼이 신우의 옆에 설치된 러닝머신에 올랐다.
[이거 익숙한 장면이다?]
스판의 한 마디에 신우도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시누,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
“응?”
“혹시 체력훈련을 위해 특별히 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설마했지만...’
[우리 시누가 스테미너 하나는 최고지.]
[고거슨 ㅇㅈ.]
[야야! 우리도 궁금하다. 도대체 뭔 체력훈련을 받았길래 지치지를 않냐?]
신우의 오프시즌 훈련을 보지 못했던 레전드플레이어들도 닦달했다.
“음...조금 특별한 프로그램을 하는 게 있긴 한데.”
“정말?”
“응. 그런데 좀 힘들거든? 그래도 상관없다면 알려줄 수 있고.”
“부탁 좀 할게!”
즉답에 가까운 대니얼의 대답에 신우가 턱을 쓰다듬었다.
“잘 생각해봐. 후회할 수도 있어.”
“후회는 절대 안 해!”
“그래?”
신우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체력훈련에 대한 프로그램을 알려주는 건 시간을 별로 잡아먹지 않겠죠?’
[ㅇㅇ]
[프로그램만 알려주는 건 괜찮음.]
[그걸 네가 옆에서 가르쳐주거나 계속 관리를 해주는 게 아니면 괜춘.]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대답을 들은 신우가 대니얼에게 말했다.
“대신 내가 옆에서 지속적으로 봐줄 수는 없어.”
“물론이지!”
“알았어.”
[오~드디어 비밀이 풀리나요?]
기대하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을 뒤로 하고 신우는 대니얼과 함께 훈련에 들어갔다.
* * *
인터벌 프로그램.
올림픽 종목의 수많은 선수들이 주로 하는 프로그램의 일종이었다.
인터벌은 하나의 훈련이 아닌 복합적인 고강도 트레이닝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헉!! 헉!!”
“이 인터벌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휴식시간을 얼마나 주는지야.”
“허억!! 허억!!”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고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을 시켜야 되지. 사람마다 심박수의 회복속도가 다르니까 똑같이 적용할 수 없지.”
“흐엑...! 흐엑...!”
삐빅-! 삐빅-!!
신우는 알림소리에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심박수가 표시되고 있었다.
이미 정상심박수를 훌쩍 넘은 수치에 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휴식.”
“흐억! 흐억!!”
“천천히 호흡을 길게 내뱉어야 해.”
고개를 끄덕인 대니얼이 호흡을 길게 가져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우가 말을 이었다.
“회복시간은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야. 그 뒤에는 다음 프로그램으로 넘어가고.”
‘...영원히 돌아오지...’
“심박수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어...어떻...”
“나도 같은 생각을 했었으니까.”
신우도 대니얼과 같은 생각을 했다.
이대로 영원히 심박수가 돌아오지 않으면 휴식시간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대니얼의 생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삐빅-!!
그때 알람이 울렸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신우를 보며 대니얼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자, 휴식 끝.”
“자...잠깐...조...조금만 더...”
대니얼의 말에 신우가 물었다.
“그 말이 구단에게도 통할까?”
[와...]
[잔인한 거 보소.]
[넌 우리한테 뭐라 할 자격 없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을 가볍게 무시한 신우는 대니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결국 대니얼이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프로그램은 뭐야?”
“풀업.”
“그 정도는...”
“중량 달고. 한 10kg정도부터 시작할까?”
대니얼이 굳은 얼굴로 신우를 노려봤다.
10kg 중량 풀업이라니.
“너도 이걸 했었다고?”
“나는 20kg을 달고 했었지만.”
“...널 트레이닝 해준 코치도 악마였나 보군.”
그 말과 함께 대니얼이 벨트를 착용하고 바벨을 달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우가 레전드플레이어들에게 말했다.
‘들으셨죠? 악마 선배님들.’
[크흐흠-!]
[아니, 우리가 가르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너보다는...]
[아니, 충분히 악마 맞는데?]
[와...무슨 인터벌을 이 지경으로 짜서 가르쳤냐?]
[이건 체력만 기르는 거니까, 다른 것도 있다는 거 아니야?]
훈련을 보지 못했던 레전드플레이어들까지 기겁하는 모습에 매튜슨과 스판 그리고 훈련을 주도했던 플레이어들의 채팅이 사라졌다.
* * *
인터벌 프로그램은 만능이 아니다.
한 번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아니.
딱-!!
“와아아아!!”
[5구를 강타!! 유격수 키를 넘는 타구!! 3루 주자 홈으로!! 실점을 기록하는 메츠의 대니얼 투수입니다!!]
오히려 갑작스런 훈련프로그램의 변경은 제구난조로 이어졌다.
[대니얼 투수는 오늘도 실점을 하며 최근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실점을 하게 됐습니다.]
[오늘 경기에선 공에 힘도 느껴지지 않아 타자들이 비교적 쉽게 공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니얼은 고개를 숙인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즌 중간에 새로운 훈련을 도입하는 건 힘들지.]
[특히 불펜투수는 언제 경기에 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루틴을 정할 수도 없단 말이지.]
[이대로 포기할 수도 있겠는데.]
신우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이날 메츠는 9회에 터진 토마스의 역전 2타점 2루타로 승리를 가져갔다.
* * *
다음 날.
훈련장으로 향하는 대니얼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몸이 평소보다 더 무거워.’
이유는 명백했다.
인터벌 프로그램의 도입.
그것은 현재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프로그램이었다.
‘잭의 이야기대로라면 분명 효과는 있을 거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수준을 보면 올림픽 메달리스트 수준이라고 했어.’
친구인 잭은 2년 전 은퇴한 메이저리거다.
은퇴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트레이닝 센터를 오픈한 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들려온 대답은 신우의 것과 같았다.
[인터벌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체력을 붙이는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심박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해. 네가 말해준 프로그램을 일주일에 한 번씩만 한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야.]
신우가 했던 조언과 일맥상통했다.
잭은 트레이닝센터를 열기 위해 긴 시간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런 잭의 의견이었기에 더욱 신뢰가 갔다.
‘문제는 내 등판일과 인터벌을 하는 날이 겹치면 제구와 구위가 흔들린다.’
선발이 아니기에 조절을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조급함이 들었다.
‘젠장! 성적이 더 나빠지면 트레이드가 되더라도 주전으로 뛰기 힘들 텐데.’
33살이면 베테랑 취급을 받는다.
성적이 나지 않는 선수라면 은퇴의 기로에 서게 된다.
‘당장은 연봉 때문에 시간이 있겠지만...’
올 시즌에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막다른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은퇴라는 절벽을 눈앞에 두고 말이다.
그렇기에 대니얼은 베테랑이란 자존심을 버리고 신우에게 부탁했다.
자존심보다는 생존이 우선이었으니까.
그렇게 얻게 된 프로그램은 예상보다 고강도였다.
‘정말 이런 훈련을 매번 해온 걸까?’
단 하루만 했는데도 온몸이 아플 지경이었다.
이걸 루틴에 맞춰 해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헉!! 헉!! 헉!!”
그런 생각을 하며 트레이닝 센터에 도착했을 때였다.
안쪽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대니얼은 설마하는 심정으로 문을 열었다.
‘시누...’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신우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땀으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로잉머신을 연달아 당기는 그의 전신은 땀에 젖어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한 거지?’
신우의 체력은 팀에서도 괴물 수준이다.
체력이 높다는 건 웬만한 훈련에는 지치지 않는단 소리였다.
하지만 지금 신우의 모습은 지쳐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땀은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고 옷은 모두 젖어 있었다.
삐빅-!! 삐빅-!!
그때 익숙한 알림이 들렸다.
설정한 심박수가 도달했다는 알림이다.
그것이 맞는지 신우는 로잉머신에서 일어나 러닝머신에 올랐다.
그리고는 가볍게 뛰었다.
‘휴식시간이군.’
러닝을 하면서 심박수를 정상으로 돌린다.
그게 인터벌에서의 휴식이다.
즉, 신우는 지금 인터벌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알려준 것보다 더 가혹하게 말이다.
‘혼자서 매번 저렇게 해왔다는 건가?’
주위에 코치는 물론 선수도 몇몇 없었다.
즉, 누가 관리를 해주지 않고 있는데도 저렇게 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대니얼은 이를 악물며 클럽하우스로 향했다.
저런 모습을 보고도 포기할 순 없었다.
굳은 얼굴로 걸음을 옮기는 그의 뒤로 신우가 헉헉대며 러닝을 이어갔다.
그런 신우의 눈앞으로 채팅창이 연달아 올라갔다.
[뭐 얼마나 했다고 벌써 헉헉대누?]
[벌써 지침? 그럼 때려쳐.]
[훈련도 때려치고 메이저리거도 때려치고. 콜?]
“크으...!”
대니얼의 생각과 달리.
신우는 혼자 훈련하는 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찍질이 그를 달리게 했다.
예상치 못한 오해를 낳았지만, 신우는 그런 걸 신경쓸 틈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우...악마쉑들.]
[훈련시키다가 애 잡겠다.]
[우욱-! 보는 내가 다 토나온다.]
훈련을 보지 못했었던 레전드플레이어들이 편을 들어주는 게 힘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부에선.
[이런 훈련 매번 해왔으면 투타겸업 가도 되겠는데?]
[조금 더 체력 붙이는 게 낫지 않음?]
[ㅇㅇ 이번 시즌 끝나고 프로그램 좀 더 추가하자.]
시즌 후의 지옥훈련을 계획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