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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126화 (126/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26화 >

* * *

헬맷을 벗은 신우가 글러브를 착용했다.

그리고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마운드에 올라섰다.

“와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메츠의 원정팬들은 물론이거니와 로키스 팬들 역시 박수를 치며 경의를 보냈다.

[첫 타자를 상대하는 정신우 선수,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합니다.]

어느덧 9회.

투구수는 91개에 달했다.

고지대인 쿠어스필드에서는 체력소모가 더 크다.

하지만 신우는 흔들림이 없었다.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초구 던집니다!!]

“흡-!!”

쐐애애액-!!

타자의 몸쪽을 파고든 공이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몸쪽 존을 날카롭게 찌르는 95마일의 패스트볼!! 타자 꼼작도 하지 못합니다!]

[8회말보다 구속이 오히려 오르고 제구는 더욱 날카로워졌습니다!]

마지막 정규이닝.

신우의 공은 여전히 더욱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 비결은 다른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

[마운드에 있을 때는 언제나 생각해라.]

[네가 타자라고 생각하면 편함.]

[아까 홈런 때릴 때 투수라고 생각했을 때와 반대라고 생각해.]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타자라고 생각하면서 투수의 공을 때려냈을 때.

신우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기도 전에 알 수 있었어.’

[그게 바로 통찰력이다.]

타이콥의 채팅이 올라갔다.

[네가 한 것은 경험과 관찰을 통해 나온 결과다. 그것은 타자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야.]

그의 말에 신우는 마운드에서 타자를 관찰했다.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현재 상황과 볼카운트, 그리고 앞선 타석에서 타자가 행했던 스윙과 행동들을 떠올려라.]

그의 말에 신우는 타자의 행동들을 떠올렸다.

이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단지 본인의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힘든 게 메이저리그의 마운드다.

신우도 불가능했다.

그리고 내일의 그 역시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가능한 일이었다.

[관찰해라. 그리고 결과를 도출해라.]

결론을 내린 신우가 사인을 냈다.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미트를 내밀자 와인드업을 했다.

[직접 사인을 낸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집중력과 힘을 실어 도출해낸 결과를 향해 있는 힘껏 뿌렸다.

쐐애애애액-!!

후웅!!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투!!”

[2구 연속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떨어지는 써클체인지업에 배트 헛돕니다!!]

[아주 절묘한 코스였습니다.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어내는 공이었어요!]

타자는 미칠 노릇이었다.

‘젠장! 초구도 그렇고 방금 전에도 그렇고, 공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 같잖아?’

투수마다 변화의 타이밍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빠르고 누구는 늦다.

신우의 공은 변화가 늦은 축에 속했다.

타자의 입장에서는 공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 공은 밑에서 잡아당기는 거 같았어.’

과거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써클체인지업을 상대했던 타자가 했던 말이다.

그만큼 신우가 던지는 써클체인지업의 완성도는 높았다.

‘원래는 기다려야겠지만...’

타자는 다시 배터박스에 들어서면서 타격자세를 취했다.

‘녀석의 성향은 공격적이다.’

신우가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는 건 이제 비밀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의 모든 팀과 선수들이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를 공략하는데 긴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빠르게 승부를 걸어오는 그의 특징 때문이었다.

‘노볼이지만 이번에 승부가 들어올 수 있다.’

그렇기에 타자는 눈을 부릅뜨고 신우를 노려봤다.

‘승부가 들어갈 거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신우는 그러한 타자의 생각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것을 아는 이상 승부를 걸 이유가 없었다.

몇 번의 고개를 저은 신우가 원하는 공과 코스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3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던졌습니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그것을 본 타자가 일찌감치 시동을 걸었다.

‘날려버리겠...!!’

칠 마음이 가득한 스윙이었다.

그 순간.

휘릭!!

‘어?’

공이 변화했다.

이번에는 몸쪽으로 누군가 잡아당기듯, 휘어들어오는 공의 궤적에 타자의 자세가 무너졌다.

‘젠자아아아앙!!’

부앙-!!

퍽!

“스윙!! 아웃!”

[삼구삼진!! 슬라이더에 헛스윙이 나오면서 오늘 경기 13번째 탈삼진을 잡아냅니다!!]

“와아아아아-!!”

[쿠어스필드의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정신우 선수에게 함성과 박수를 보냅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두 개.

신우는 멈추지 않고 공을 뿌려댔다.

딱-!!

“파울!!”

[초구 체인지업을 퍼올렸지만 3루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파울!!]

체인지업은 여전히 강력했고.

퍼엉-!!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97마일의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 헛돕니다!!]

주무기 하이 패스트볼은 위력적이었다.

[3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틱!!

퍼억!!

“파울팁!! 아웃!!”

[배트에 스쳤지만, 그대로 포수의 미트에 꽂힙니다! 뱀처럼 휘어 들어간 싱커성 패스트볼에 파울팁 삼진이 나옵니다!! 14번째 탈삼진!! 그리고 노히터까지는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만이 남습니다!!]

카메라가 신우를 잡았다.

몸을 돌린 그가 손에 로진을 묻혔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루틴을 지켜나가는 정신우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대기록이 눈앞에 있는데도 흔들림없이 본인의 루틴을 지키고 있어요.]

[이런 침착함이 있기에 지금과 같은 성적을 올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동감입니다.]

가볍게 바람을 불어 불필요한 로진을 털어낸 신우가 다시 마운드에 섰다.

-진짜 가능한 거냐?

ㄴ 아웃카운트 하나 남음.

ㄴㄴ 투구수가 아직 100구도 안넘었다 ㅋㅋ

-노히터 가즈아!!!

ㄴ 님이 말해서 실패할 듯.

ㄴㄴ ㅅㅂ 유치한새끼.

-와...이런 경기를 라이브로 보다니. 진짜 미쳤다.

ㄴ 닥 이후로 이런 투수가 나올 줄이야.

ㄴㄴ 동감.

중계를 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마음으로 기원했다.

신우가 기록을 달성하기를 말이다.

물론 모든 이들이 한마음은 아니었지만, 큰 관계는 없었다.

신우는 본인의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모든 힘을 집중시켜라.]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응원을 뒤로 하고 사인을 교환한 신우는 와인드업을 했다.

뒤이어 킥킹과 함께 오른발을 굽혔다.

[무릎을 굽히며 무게중심을 뒤로 옮겨라.]

매튜슨이 기초를 다시 설명해주었다.

이미 몸에 익을대로 익어버린 동작들이다.

무게중심의 이동, 그리고 상하체를 약간 비틀어 회전력을 더하는 것까지.

이제는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 신우지만 매튜슨의 조언을 다시 떠올리며 힘을 비축했다.

[그리고 방출해라!]

휘릭!!

매튜슨의 채팅이 신호가 되어 신우는 비틀렸던 하체를 돌리며 스트라이드를 했다.

긴 보폭을 내디디며 마운드 위를 밟는 순간.

강렬한 힘이 하체를 타고 허리로 올라왔다.

그 힘을 느끼며 허리를 회전시킨 신우는 상체를 뒤로 둔 채, 골반의 회전에 맞추어 복부, 가슴 순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상체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따라나와야 된다.]

휘리릭!!

골반에서 시작된 회전이 상체로 올라옴과 동시에 하체가 멈추면서 생긴 관성에 상체가 앞으로 끌려나왔다.

회전력과 관성.

두 가지 힘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폭발적인 힘이 만들어졌다.

신우는 그 힘을 모두 어깨와 팔로 보내 손끝으로 이동시켰다.

[완벽한 포인트에서...!]

“흐아아아앗!!”

[그 힘을 폭발시켜라!!]

“차핫!!”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미트를 향해 날아갔다.

타자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있는 힘껏 배트를 돌렸다.

부아앙!!

바람을 가르며 돌아간 배트가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휘리릭!!

공이 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퍼어엉-!!

“스윙!! 스트라이크!!”

[초구 92마일의 각이 큰 커터에 배트 헛돕니다!!]

구속이 구속이었던지라 슬라이더란 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평소 신우가 던지던 슬라이더성 커터보다 더 각도가 컸다는 점이었다.

-크으으으으!! 지렸다!!

ㄴ 와...쌌다!!

ㄴㄴ 고속슬라이더 지리네!!

ㄴㄴㄴ 님 커터임.

중계방에서 공방이 한창 이어지고 있을 때.

신우가 2구를 뿌렸다.

따악!!

“파울!!”

[하이 패스트볼을 때려냅니다! 하지만 타이밍이 늦으며 뒷그물을 흔듭니다!]

[완벽하게 타이밍을 뺏기면서 두 번째 스트라이크가 올라갑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정신우 선수!! 공격적인 피칭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합니다!!]

공 2개에 투스트라이크.

어떤 상황에서건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가는 신우의 모습에 팬들은 열광했다.

-방금 공 떠오르지 않음?

ㄴ 라이징패스트볼 가즈아-!!

ㄴㄴ 떠오른 게 아니라 덜 떨어진 거임. 착시현상임.

-오늘 정신우 구위에 몇 번을 지리누...ㄷㄷ

ㄴ 9회에 이런 공을 어케 던지냐?

ㄴㄴ 도대체 데블스는 이런 애를 왜 방출한 거임?

ㄴㄴㄴ 지겹지도 않고 또 데블스냐?

마지막 카운트.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히며 마운드에 섰다.

[안쫄리냐?]

그런 신우에게 스판이 물었다.

공 1개에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또 이름을 남기게 된다.

아무리 강심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이런 상황이면 누구나 떨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전혀요.’

신우는 떨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선배님들이 그랬잖아요.’

촤앗-!!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기회가 온 거 즐기라고요.’

[우리가?]

[그랬나?]

‘정말...’

몸을 비튼 신우가 스트라이드와 함께 100구째 공을 뿌렸다.

‘못 말린다니까!!!’

쐐애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미트를 향해 쇄도했다.

뻐어어억-!!

후웅!!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구삼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100마일의 패스트볼로 장식하는 정신우 선수!! 100구째 공을 던지며 데뷔 이래 첫 노히터를 장식합니다!!]

* * *

「뉴욕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또 한 번 메이저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한 정신우 선수는 9이닝동안 100구를 던지며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정신우 선수는 9이닝동안 100개의 공을 던지며 15탈삼진을 기록하며 단 1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번 노히터 달성으로 정신우 선수는 메이저리그의 여러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첫 번째는 쿠어스필드 역대 두 번째 노히터.

두 번째는 단일시즌 퍼펙트게임과 노히터를 동시에 이룬 역대 두 번째 선수.

세 번째는 노히터를 이룬 경기에서 최다탈삼진 순위 4위에 올랐습니다.

아쉽게 이루지 못한 기록도 있습니다.

바로 쿠어스필드 최초의 퍼펙트게임과 단일시즌 두 번의 퍼펙트게임을 이룬 선수라는 타이틀입니다.

3회말에 나온 중견수 게리 모슬리의 에러가 아니었다면 충분히 이룰 수 있는 기록이었기에 진한 아쉬움을 남게 합니다.

또한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대미문이었던 노히터-사이클링히트라는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던 기록이 아예 찾아오지 않으며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VS콜로라도 로키스 성적

9이닝 0실점 0피안타 0사사구 15탈삼진 노히터 달성.

3타석 3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

시즌성적

6전 6승 0패.

48이닝 9피안타 1실점 2볼넷 77탈삼진 총 투구수 607구.

ERA. 0.18 WHIP 0.22 K/9 14.43개 BB/9 0.37개

(다승 1위 탈삼진 1위 투구수 1위 최다이닝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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