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27화 (127/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27화 >

* * *

쿠어스필드에서의 노히터 경기.

그 결과는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대만, 중국과 남미 지역 등.

야구가 알려진 국가에 큰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신우 정의 노히터 경기는 충격적 그 자체입니다. 이 선수는 고작 데뷔 이후 3년차, 서비스타임으로 따지면 1년차밖에 되지 않은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한 번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단일시즌 퍼펙트-노히터 경기를 성공시킨 겁니다!」

미국의 ESPN은 물론이거니와 유튜브와 같은 채널에서도 신우의 투구 분석영상 등이 유행하고 있었다.

「신우 정의 구종별 분석영상.」

「시누는 어떻게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었나?」

「KBO 육성선수에서 메이저리그 투수가 된 선수가 있다?」

신우와 관련된 컨텐츠는 기본적인 조회수가 확보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이 높았다.

이런 반응은 당연하게도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KBO도 그렇지만 메이저리그 각 구장들에도 홈팀 선수들의 유니폼이나 관련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따로 존재했다.

메츠의 홈구장인 씨티필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씨티필드의 넘버원 판매량은 뉴욕의 북극곰 피트 알론소가 2020년 이후로 줄곧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 기류가 변해갔다.

‘시누의 판매량이 미치도록 올라가는군.’

신우는 데뷔시즌부터 메츠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9월에 콜업이 되어 한 달간 보여준 활약은 그야말로 언터처블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크레이지모드였지.’

그때의 경기들을 직관했던 건 해밀턴에겐 가장 큰 행운이었다.

‘매니저가 된 이후로 주축선수들이 계속 빠지기만 해서 걱정했는데.’

자신의 탓이 아닌데도 걱정이됐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것이 신우였다.

데뷔시즌의 활약 이후, 그는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가 됐다.

‘작년에는 대단했지.’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세이브, 올해의 신인, 사이영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휩쓸었다.

순식간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투수가 된 신우였다.

‘그런 그가 선발로 전환한다고 한다는 뉴스를 봤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린가 했었는데.’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쓴 마무리투수.

그가 단 1년만에 선발로 전환한다는 기사를 바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루머이거나 잘못된 뉴스라고 판단할 거다.

하지만 그 뉴스는 사실이었다.

해밀턴은 걱정했다.

전문적인 분야까지는 모르지만 선발과 마무리의 차이는 매우 크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연일 신우의 선발전환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시범경기에서도 부진이 이어지자 커뮤니티사이트는 난리가 났었다.

하지만 그런 여론이 바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단했었지.’

첫 경기에서 퍼펙트게임.

개막전 투수가 되진 못했기에 역사상 최초의 개막전 퍼펙트게임이 되진 못했지만 메츠 구단 최초의 기록은 거머쥐었다.

이후 4월에만 5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되었다.

그런 그가 5월에 들어서 한 번 더 사고를 쳤다.

“노히터라니...”

“매니저님도 보셨어요?”

혼잣말을 들은 듯 직원인 마이크가 다가오며 물었다.

“당연히 봤지. 아마 뉴욕에 사는 모든 시민들이 봤을 걸?”

“하긴 어제 펍에서 난리도 아니었죠.”

“나는 집에서 봐서 몰랐는데, 그 정도였어?”

“이거 보세요. 트위터에도 한국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넘쳐났다니까요.”

“대단했네.”

“퍼펙트게임 이루고 한 달 만에 노히터라니. 대단하다는 정도가 아니죠.”

마이크의 말에 동감을 하며 해밀턴은 매장을 둘러봤다.

“대충 준비는 다 됐지?”

“네. 슬슬 문 열까요?”

“일단 심호흡부터 좀 하자고.”

해밀턴의 시선이 매장밖으로 향했다.

통유리로 되어 있기에 밖이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그렇기에 지금 시위를 하듯 매장밖을 둘러싸고 있는 손님들이 보였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빨리 문 열어!!”

“시누의 유니폼을 사기 위해서 아침부터 기다렸다고!!”

“나는 새벽부터 왔어!”

“왜 인터넷에서는 팔지 않는 거야?!!”

신우의 유니폼과 관련상품을 사는 것이 그들의 하나된 목표였다.

‘물량을 따라갈 수 없다고 구매를 막아버리다니.’

오늘 출근을 하면서 구단관계자에게 들은 말이었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던 신우의 유니폼이 매진됐다.

긴급제작에 들어갔지만, 최소한 3-4일은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더 큰 문제는 홈경기가 열린다는 점이다.

“예상대로 치열하겠네요.”

“어쩔 수 없지.”

두 사람은 비장한 표정으로 매장의 입구로 걸어갔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사람처럼 말이다.

* * *

다음 날.

MLB.COM에서 발표하는 주간 유니폼 판매순위에서 1위가 바뀌었다.

[1. Sinwoo Jung]

신우가 1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유니폼 판매순위는 일종의 인기투표와 같았다.

팬들이 직접 지갑을 열고 구매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계자들은 유니폼 순위를 현재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선수로 판단하는 경향이 컸다.

「데뷔 2년차에 주간 유니폼 판매순위 1위에 오른 신우 정!」

이 뉴스가 가진 의미는 컸다.

메츠의 최고 스타인 피트 알론소를 제쳤기 때문이다.

알론소는 메츠에서 올해의 신인을 받고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기록했던 선수다.

데뷔 이래 언제나 메츠 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부동의 메츠 1위 알론소, 유니폼판매량 1위에서 내려왔다.」

그런 알론소가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건 꽤나 큰 사건이었다.

구단을 놀라게 하기에도 충분했다.

“최근 신우에 대한 검색빈도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증하고 있었습니다.”

“마케팅 부서에서 시누의 버블헤드 이벤트를 요청해왔습니다.”

메츠의 회의실에서는 연일 신우의 이름이 언급되고 있었다.

올라오는 보고를 들으며 베켓은 심정이 복잡했다.

‘선수가 활약을 하는 건 좋지만...’

선수의 활약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문제는 신우의 에이전트인 보라스가 이 순간 미소를 짓고 있을 거 같아서였다.

‘젠장...작년에 연장계약을 체결하는 건데.’

최근 매일 하는 후회였다.

만약 작년에 계약했다면 지금쯤 흐뭇한 미소를 짓는 건 자신이었을 테니 말이다.

‘후우...그래도 상한가를 치고 있을 때 매수를 할 순 없지.’

베켓은 주식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기에 선수들을 사고파는 것 역시 주식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주식에서 가장 조심해야 될 건 상한가에 오른 종목을 매입하는 거다.

‘오르는 건 언젠가 내리는 법이지.’

선수의 성적 역시 마찬가지다.

1년 내내 지금과 같은 성적을 유지할 수 없다.

‘주춤할 때, 계약을 하는 거야.’

자신이 내린 결론에 만족하며 베켓은 회의를 이어갔다.

* * *

5월 두 번째 등판.

VS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와아아아아-!!!”

[씨티필드의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시누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관중들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지역 방송국의 캐스터와 해설위원이 그라운드를 내려다보며 중계를 이어나갔다.

[직전 경기에서 노히터를 달성한 시누는 오늘 경기에서도 6.2이닝 102구 피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02구를 던지면서 위기는 단 한차례밖에 없었던 시누입니다. 4회에 나온 제임스의 실책성 플레이에서 시작된 위기가 아니었다면 오늘 경기 역시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을 겁니다.]

[맞습니다. 1실점이 그 실책성 플레이로 인한 출루가 시발점이 되었으니까요.]

4회.

제임스는 정면에서 오는 공을 다이빙캐치로 잡으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최악은 공이 글러브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는 점이다.

백업플레이를 들어오던 중견수 모슬리의 반대 방향으로 공이 흐르면서 중계플레이가 늦어졌다.

덕분에 3루타가 되었고 이후 나온 플라이볼에 신우가 실점했다.

딱-!!

“파울!!”

[써클체인지업에 타이밍 늦었습니다. 3루쪽 관중석에 떨어지네요.]

[시누의 써클체인지업의 위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외계인의 재림이라고까지 불리더군요.]

[유튜브에 두 선수의 써클체인지업을 비교하는 영상들이 많아서 봤는데, 정말 흡사하더군요.]

와인드업과 함께 뿌린 신우의 공이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투!”

[2구 97마일의 패스트볼에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올 시즌 시누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저 테일링 무브먼트 아닙니까?]

[예. 무브먼트가 마무리시절보다 더 좋아졌어요. 당시에는 커터를 주로 이용하면서 타자들을 요리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테일링 무브먼트가 걸린 패스트볼을 던지고 있습니다.]

테일링이란 공에 수평적인 움직임이 강하게 걸린 공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우투가 던지는 투심 패스트볼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구속은 포심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릴리스포인트가 동일하다.

그렇기에 방금 전, 타자와 같은 반응이 나온다.

[다시 보시죠. 완벽히 몸에 붙는 실투라 보고 엉덩이를 빼고 있습니다. 그 순간, 공에 테일링이 걸리면서 존안으로 들어가고 있죠.]

[더 환상적인 건, 투구동작과 릴리스포인트 역시 모두 일정하다는 겁니다. 대체적으로 테일링이 심한 공들을 던질 때 팔의 각도가 낮아지기 마련인데 말이죠.]

투스트라이크를 잡은 신우는 로진을 손에 묻히고 피처플레이트를 밟았다.

‘유인구로 한 번 갈까?’

토마스가 신중하게 나왔다.

이번 이닝이 신우의 오늘 경기 마지막 이닝이었기 때문이다.

파트너가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짓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짜식! 아직 얘를 잘 모르네.]

[쟤는 조심성이 너무 많다니까.]

[그러니까 신인애들이랑 잘 맞는 편이지.]

[너무 그러지마라. 그래도 시누 생각해서 유인구로 가려는 거 같은데.]

토마스의 리드를 보고 그의 심정을 바로 간파한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이 주르륵 올라갔다.

그때였다.

【타이콥님이 1000노잣돈을 후원하셨습니다.】

【삼구삼진 가자. 성공하면 5000 쏨.】

최근 레전드플레이어들은 신우에게 미션을 거는 것에 재미들렸다.

덕분에 신우의 노잣돈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콜!’

신우가 고개를 젓고 직접 사인을 냈다.

공격적인 성향의 사인에 토마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인을 교환한 시누, 와인드업 합니다.]

와인드업에 들어간 신우가 모든 힘을 끌어모았다.

뒤를 볼 필요는 없었다.

이번 공으로 자신의 임무를 마무리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105구째를 뿌렸다.

“흐아아앗!!!”

쐐애애애액-!!

신우의 손을 떠난 공이 매서운 속도로 날아갔다.

‘가운데...!!’

공의 궤적을 확인한 타자가 배트를 돌렸다.

배트가 절반쯤 돌았을 때.

‘떨어지지...!!’

타자는 예상한 궤적과 눈에 보이는 궤적이 다름을 깨달았다.

‘않아!!’

뻐어어억-!!

후웅-!!

“스윙!! 아웃!”

[삼구삼진!! 7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라이징 패스트볼로 잡아내는 시누 정입니다!]

[2구에 보여준 테일링 무브먼트, 이어 3구에서는 라이징 무브먼트를 보여주었으니 타자가 공을 건들지도 못하는 게 당연했습니다.]

[환상적인 피칭으로 오늘 경기 7이닝 12탈삼진 1볼넷 1실점을 기록한 정신우 선수!! 올 시즌 7번째 퀄리티스타트플러스, 그리고 개막 이후 7경기 연속 두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게 됩니다!]

카메라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신우의 뒷모습을 잡았다.

그런 신우에게 씨티필드의 모든 관중이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와아아아아아-!!”

“우-! 우-! 우-! 우-!!!”

[커튼콜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던 시누가 모자를 벗어 관중에게 화답하고 있습니다!!]

단 7경기.

신우가 메츠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는데 필요한 경기수였다.

* * *

【보유노잣돈 : 102,000노잣돈】

신우는 시스템으로 노잣돈을 확인하며 미소를 지었다.

[올~드디어 10만 넘었네.]

[이제 한 번 쓸 수 있을 듯?]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미션이 자주 걸리면서 노잣돈이 빠르게 증가했다.

그 결과 멀게만 느껴졌던 10만 노잣돈이 채워졌다.

신우가 10만이란 목표치를 세운 이유는 당연히 이것 때문이었다.

【과거로부터 배운다.】

【보유한 노잣돈을 소모해 시청자 중 한 명의 과거를 경험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 끝나고 얻은 랜덤보상.

이것을 쓸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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