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118화 (118/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118화 >

작년.

베켓은 연장계약을 제안해왔다.

그래서 신우는 보라스와 상의한 끝에 4년 2500만달러라는 조건을 제시했었다.

당시 마무리투수였고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었던 점.

또한 서비스타임 1년도 채우지 못했던 시기였기에 나온 연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베켓의 조건은 6년 6천만달러였습니다.”

“지난 번보다 많이 올랐네요.”

“최초제안이니 협상을 하면 1억달러까지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당시 베켓은 계약기간을 6년으로 한다면 4800만달러를 보장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불과 1년만에 1200만달러가 오른 것이다.

거기에 협상을 하면 1억 달러.

한화로 따지면 1160억에 달하는 돈이다.

세금을 비롯해 수수료 등.

다양한 비용이 나가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600억 이상의 돈이 남게 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

하지만 신우는 침착하게 보라스에게 반문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우의 반문에 보라스가 빙긋 웃었다.

“당연히 거절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렇겠죠?”

“예. 당신의 가치는 앞으로 나날이 오를 겁니다. 연평균 천만달러가 아니라 연평균 4천만달러도 가능합니다."

전 세계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이유.

꿈도 있었고 명예와 승부욕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가장 강한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건 바로 보상이다.

금전적인 보상.

메이저리그의 평균연봉은 500만 달러에 육박한다.

한화로 60억에 달하는 금액.

이 역시 엄청난 돈이었지만 어디까지나 평균에 불과했다.

신우는 자신이 이룬 업적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막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아주 거저 먹으려고 하네.]

[연간 평균 천만달러 계약이라고? 베켓이란 쉑 아주 호구잡으려고 안달이 났네.]

[가볍게 그냥 꺼지라고 하면 됨.]

[가운데 손가락을 올려주면 되겠네.]

아주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덕분에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신우가 대답이 없자 생각이 많은 거라 판단한 보라스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받을 수 있다가 아니군요.”

신우가 보라스를 바라봤다.

“제가 받아내겠습니다.”

가정이 아닌 확신.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전트다운 자신감이었다.

* * *

삼일째.

신우는 평소와 같이 구장에 도착했다.

어김없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구장으로 들어갔다.

클럽하우스에 들어서자 일찌감치 나온 선수들이 보였다.

“여-! 시누 왔어?”

그런 신우에게 토마스가 인사를 건넸다.

“일찍왔네?”

“어제 스윙이 별로였거든. 오늘 조율 좀 하려고 일찍 왔지.”

“그게 홈런 때린 타자가 할 말이야?”

“홈런은 별개지. 투수가 실투를 던진 거니까 말이야. 전반적인 밸런스가 나빴다는 게 문제야.”

“으흠.”

타자의 밸런스가 어떤건지 아직 정확히 모르는 신우였다.

그때 우익수 베이크가 다가와 물었다.

“시누, 그거 가지고 왔어?”

“응?”

“시계 말이야. 시계, 퍼펙트게임을 했으면 파트너에게 롤렉스를 선물하는 게 전통이야.”

“설마 몰랐던 거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신우의 모습에 2루수 루이스 역시 합류했다.

“모르면 안 되지! 메이저리거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되는 일인데.”

“그러게 말이야.”

짓궂은 장난에 토마스가 막 나서려고 할 때였다.

신우가 스포츠백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당연히 알고 있었지.”

“어?”

“응?”

케이스를 받은 토마스가 그것을 열었다.

안에는 롤렉스사의 서브마리너가 들어 있었다.

“오오-!”

“어떻게 알고 있었어?”

“내가 이런 것도 모를 거 같냐?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투수가 포수에게 롤렉스 선물하는 건 한국에서도 유명한 전통이야.”

전설적인 투수 랜디 존슨이 나이키 시계를 선물하는 척 롤렉스를 건넸다는 일화는 한국의 야구팬들에게도 유명했다.

“토마스 고맙다. 덕분에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수 있었어.”

“나야말로 땡큐지. 덕분에 좋은 시계도 얻고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으니 말이야.”

“시누! 우리는?!”

“맞아! 우리한테 한턱 쏴야지!”

베이크와 루이스.

비슷한 또래인 두 사람의 외침에 신우가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아까 나를 골탕 먹이려고 했던 애들이 할 말이냐?”

“그건...”

“아니, 나는 그냥 알려주려고 한 거지.”

당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신우가 씩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고. 오늘 끝나고 어때?”

“좋지!”

“뭐 먹으러 갈까?”

메츠에서 데뷔하고 1년.

[팀에 다 녹아들었누.]

[여기 애들은 다 젊어서 쉽게 녹아든 듯.]

[크-! 나도 옛날 생각나네.]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지.]

동료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신우를 보며 라떼 한 잔을 들이키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이었다.

* * *

뉴욕 메츠는 개막 이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개막전에서는 1승 2패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신우의 시즌 첫 퍼펙트게임이란 대기록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그 결과.

딱-!!

[알론소 초구를 강타!! 그리고 배트를 던졌습니다!!]

타구를 바라보던 알론소가 1루로 달려가며 배트를 던졌다.

그 모습을 벤치에서 바라보던 신우는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을 볼 수 있었다.

[제법 익숙해졌지만...]

[맛이 안사네~]

[내 점수는 7점.]

[나는 6.5점.]

[제에에엔장!! 시누의 배트플립 뽕에 빠져서 다른 배트플립으론 만족할 수 없다구우우우!!]

어느새 배트플립 심사위원이 된 그들이었다.

신우는 채팅을 뒤로하고 난간에 서서 타구를 확인했다.

[넘어갔습니다아아아아-!! 시즌 개막 후 6경기만에 2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알론소 선수!! 북극곰이 포효합니다!!]

역전 쓰리런을 터트린 알론소가 베이스러닝을 하며 환호를 질렀다.

이전이라면 빈볼이 날아올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배트플립까지 허용이 되면서 도발의 시대에 접어든 메이저리그에서 이 정도로는 빈볼이 날아오지 않았다.

팬들이 좋아한다는 것 역시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이전에는 정적이고 화려한 쇼맨십이 전무했던 메이저리그였다.

팬들 입장에서는 경기 중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선수 개개인마다 개성을 드러내며 팬들을 위해 쇼맨십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경기 도중이라도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기폭제로 작용한 것이 바로 신우의 배트플립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8회말 역전 쓰리런으로 드디어 앞서나가는 뉴욕 메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알론소를 동료들이 격하게 환영해줍니다!!]

[메츠는 젊은팀답게 한 번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정말 무서운 팀이 됩니다.]

젊은 팀의 장점이 확실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날.

메츠는 홈 3연전을 스윕으로 가져가며 동부지구 1위에 올랐다.

* * *

첫 등판 이후 4일이 지나고 신우는 불펜에 섰다.

그의 점검을 위해 감독인 마이크, 투수코치인 베이커 그리고 불펜코치인 글렌까지 모였다.

공을 받아주는 역할은 팀의 백업포수인 마누엘 가르시아가 맡았다.

“가볍게 20구 정도만 던지자고.”

“예.”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연습투구를 마무리했다.

4일 휴식 5일 등판.

메이저리그의 기본 로테이션을 지키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매일 같이 공을 던지지 않으니 좀이 쑤셨지.’

작년에는 시즌의 절반인 69경기에 등판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등판했다는 소리였다.

당연하게도 자주 등판을 하는 것에 모든 것이 익숙해져 있었다.

신체는 물론이거니와 정신까지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 따른 정신적인 불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좀이 쑤셨으면 오늘 다 풀면 되겠네.]

[쉬었으니 그만큼 체력은 남아돌 거 아님?]

‘그렇죠.’

그의 곁에는 멘탈을 케어해주는 수많은 레전드플레이어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전력으로 던질 필요는 없다. 가볍게 50퍼센트부터 천천히 힘을 끌어올려서 80퍼센트 수준으로 마무리한다. 그리고 어깨와 신체의 전반적인 밸런스를 체크하면 돼.]

‘알겠습니다.’

매튜슨의 조언을 들으며 캐치볼을 끝낸 신우가 마운드에 섰다.

피처플레이트를 밟은 그가 신호를 보냈다.

“패스트볼이야.”

“오케이!!”

팡팡-!

마누엘이 미트를 주먹을 때린 뒤, 앞으로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우는 평소와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영점이 이상하네.’

[포수가 바뀌었으니 어쩔 수 없다.]

[토마스는 일부러 상체를 일으키고 어깨를 펴서 투수가 영점조준을 하기 쉽게 해주었지. 하지만 저 녀석은 몸을 웅크리고 있잖아.]

[저러면 영점잡기 좀 어려움.]

[미트 위치도 조금 애매하고.]

메이저리그의 주전포수와 그러지 못한 포수의 차이점이 확실히 드러나고 있었다.

[크게 신경쓸 부분은 아니다. 너는 그저 컨디션조절에만 신경쓰도록 해.]

‘예.’

대답을 한 신우가 가볍게 킥킹을 했다.

‘50퍼센트 정도로...’

그리고 힘을 모아 1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퍽!

“나이스 볼!!”

몸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힘이 돌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내일 있을 등판에서도 충분히 힘을 낼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섰다.

* * *

대망의 시즌 두 번째 등판 당일.

뉴욕 메츠는 씨티필드에서 다시 한 번 3연전을 치렀다.

이번 상대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였다.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간 메츠는 2차전을 앞두고 일찌감치 모든 좌석이 매진됐다.

개막 이후 메츠가 5승 2패를 거두며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팬들을 열광시키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뉴욕 메츠 최초의 퍼펙트게임 달성자인 신우가 시즌 두 번째 등판하기 때문이다.

“자자, 여러분! 여기가 바로 씨티필드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정신우 선수가 뛰는 구장이죠!”

최근 메츠의 홈구장인 씨티필드에는 다양한 투어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었다.

99퍼센트 한국인으로 구성된 이 투어관광에는 씨티필드 투어와 경기관람까지 다이렉트로 이어져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투어관광의 활성화로 메츠 구단의 매출은 수직상승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신우의 유니폼과 관련상품의 매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신우 정의 유니폼 판매순위가 1위에 올랐습니다. 오프라인 판매도 나쁘지 않지만 온라인 판매의 수치가 폭발적입니다.”

“판매량은 한국에서 63퍼센트 미국에서 33퍼센트 그리고 일본과 중국에서 4퍼센트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이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신우 정의 유니폼 판매수치는 역대 최고치에 해당됩니다.”

“미국에서의 판매량도 퍼펙트게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보더라도 현재 7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엄청난 상승폭이었다.

보고를 들은 베켓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젠장...이럴 줄 알았으면 작년에 연장계약을 하는 건데.’

신우가 선발로 전환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사실 신우의 케이스는 여러 변수가 존재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등록일수다.

‘설마 풀시즌을 뛸 줄은 꿈에도 몰랐어.’

시즌 초반부터 신우를 로스터에 등록시킨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23시즌 확장로스터에서 엄청난 활약을 해주었고 포스트시즌에서는 말 그대로 괴물 같은 활약을 이어갔다.

만약 24시즌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게 했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았을 거다.

무엇보다 그가 풀시즌을 치르지 못할 거란 생각이 강했다.

‘멘탈이나 체력이 루키가 전혀 아니었어.’

올해의 신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이영상이라니?

말도 안 되는 기록들의 연속이었다.

덕분에 서비스타임 1년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초조하지는 않았다.

불펜투수의 경우 그렇게 연봉이 높지 않았다.

특급마무리라 하더라도 구단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문제는 그가 선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만약 올 시즌에도 작년과 비슷한 활약을 한다면...’

등록일수에 따라 신우는 슈퍼 2조항을 충족하게 된다.

그 소리는 올 시즌이 끝나고 연봉조정신청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연봉조정은 구단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되기 전에 반드시 연장계약을 하자.’

상대가 보라스라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베켓은 해낼 자신이 있었다.

‘모든 선수에게는 사이클이 존재하니까.’

팀의 성적보다 리빌딩에 초점을 맞춘 단장.

그게 바로 존 베켓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어떻게하면 신우를 오래 그리고 싸게 데리고 있을지에 중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때 직원 중 한 명이 시간을 보더니 말했다.

“곧 경기가 시작되겠네요.”

그의 말에 베켓이 파일을 덮었다.

“남은 보고는 내일 듣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베켓은 회의를 마무리하고 곧장 그라운드로 향했다.

“와아아아-!!”

경기장에 가까워지자 환호성이 들려왔다.

베켓은 무슨 일인가 싶어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됐을 뿐인데. 이런 환호성이라니.’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베켓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통로를 벗어났을 때.

뻐어어억-!!

마운드에서 다이나믹한 투구폼으로 공을 뿌리는 신우가 보였다.

그의 손을 떠난 공은 순식간에 공간을 가로질러 미트에 꽂혔다.

“스트라이크!! 아웃!!”

꿈쩍도 하지 못한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와아아아-!!”

“우-! 우-! 우-! 우-!!”

뒤이어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이 몰아쳤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대단한 함성소리에 베켓은 다시 다짐했다.

‘반드시 연장계약을 하고 말겠어...’

마운드에 굳건히 서있는 신우를 잡아야겠다는 다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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