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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92화 (9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92화 >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정신우 선수!! 8회초에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승리를 지켜냅니다!!]

마지막 공을 던진 신우가 카메라에 잡혔다.

“와아아아아-!!”

짝짝짝짝짝-!!

마운드 위에 올라온 토마스와 가볍게 포옹을 하는 신우에게 팬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신우 선수에게 쏟아지는 기립박수!! 씨티필드를 찾은 메츠의 팬들이 정신우 선수의 기록달성에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기록달성도 그렇지만 팀의 연패를 끊었다는 것 역시 팬들에게는 크게 다가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 메츠는 오늘 승리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우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며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어 답례를 보냈다.

* * *

클럽하우스에서도 신우는 모든 언론들의 표적이 되었다.

“시누, 61세이브를 축하합니다.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기록보단 팀의 승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응원을 해주신 모든 팬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겠습니다.”

“오늘은 8회에 등판을 했는데, 사전에 미리 이야기가 되어 있었던 건가요?”

기자의 질문에 신우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했다.

“감독님과 사전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몇 이닝이라도 던질 수 있다고 말이죠.”

“몇 이닝이라도 던질 수 있으시다고요?”

“예.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제 체력이 다하는 순간까지 던질 겁니다.”

이후에도 신우의 인터뷰는 계속됐다.

그리고 그 내용은 클럽하우스에 있는 다른 선수들도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느꼈는지 개개인들마다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신우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게 전해졌다는 거다.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선수가 61세이브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8회 팀이 2 대 1로 앞선 상황에서 등판한 정신우 선수는 6타자를 모두 범타로 돌려세우며 여전히 압도적인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오늘 경기를 승리로 가져간 메츠는 세인트루이스와의 게임차를 1게임차로 좁히며 와일드카드 진출에 대한 불씨를 살렸습니다.

두 팀은 각각 1경기씩을 더 치른 뒤, 씨티필드에서 시즌 마지막 3연전을 치를 예정입니다.」

와일드카드에 주어지는 두 장의 티켓.

그중에 한 장은 이미 애리조나가 차지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장.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조기탈락을 했고 남은 두 팀인 메츠와 카디널스가 티켓의 주인을 가리게 될 상황이었다.

거기에 시즌 마지막 경기가 두 팀의 3연전으로 배정되었으니,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 오늘 신우 작살이더라.

ㄴ 뭔가 포스가 남달랐음.

ㄴㄴ 중계로만 보는 데도 지릴 정도던데.

- 6타자 상대로 4K. 크으-!

ㄴ 61세이브 실화냐?

ㄴㄴ 하나만 더 올리자. 그럼 타이다!

ㄴㄴㄴ 레알 제발 하나만 더 하자...

단 1개의 세이브.

팬들은 신우가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를 달성하기를 기원했다.

등판만 하면 가능했다.

하지만 그 등판할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다음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 *

딱-!

“아웃!!”

높게 뜬 타구가 우익수에게 잡혔다.

2사 2루의 상황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메츠의 공격은 그대로 끝났다.

“아-! 젠장! 오늘도 공격이 개판이네!”

“아주 시즌 막판까지 다 말아먹어라!!”

“이래가지고 무슨 포스트시즌이냐!!”

당연하게도 메츠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들의 야유는 당연했다.

기회가 찾아왔지만 그걸 살리지 못했다.

그로 인해 매번 맥이 끊어지고 있었다.

[오늘도 분위기가 영 아니네.]

[타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레전드플레이어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리고 신우 역시 동감하고 있었다.

피트 알론소가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전무했다.

‘토마스까지 타격감을 잃었으니, 굳이 정면승부를 하지 않아도 되고.’

토마스는 최근 5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를 기록중이었다.

즉, 알론소가 출루해도 토마스가 제대로 된 타격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투수들은 알론소와 정면승부를 하지 않았다.

유인구 승부를 이어나갔고 때에 따라서는 볼넷으로 내보냈다.

‘스코어는 역전 못할 점수는 아닌데...’

[3 대 1이면 순식간에 역전각이지.]

[문제는 이렇게 말리기 시작하면 투수가 힘을 쓰지 못한다는 거고.]

[사실 기적적으로 역전해도 문제지. 불펜 애들이 엉망이니까.]

불펜이 엉망이다.

맞는 말이다.

현재 메츠의 불펜에서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신우밖에 없다.

레이먼드와 대니얼이 무너지면서 허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가 사라졌다.

다른 투수들은 경험이 부족했다.

백업선수가 부족한 메츠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딱-!!

그때 경쾌한 타격소리와 함께 타구가 날아갔다.

[이건 넘어갔다.]

[점수 또 벌어지기 시작하네.]

[역전 어려울 듯.]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은 사실이 되었다.

이날 메츠는 경기에서 패배하고 홈에서 카디널스를 기다리게 됐다.

* * *

[뉴욕 메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와일드카드 티켓을 놓고 시즌 마지막에 맞붙게 되었습니다. 양팀 모두 159경기를 치른 상태에서 카디널스가 85승 74패로 승률 5할 3푼 5리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반면 메츠는 84승 75패를 기록, 승률 5할 2푼 8리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메츠가 와일드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시나리오밖에 없습니다. 전승이죠.]

[그렇습니다. 시즌전적이 카디널스가 앞서 있기 때문에 2승 1패를 거두게 된다면 승률이 동률이 되면서 전적이 앞서는 카디널스가 자연스레 티켓을 손에 쥐게 됩니다.]

[마지막까지 두 팀의 대결은 뜨겁게 이어지고 있군요.]

[개인적으로는 정신우 선수가 소속된 메츠가 와일드카드에 진출했으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중계는 일찌감치 역대급 접속자를 갱신하고 있었다.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경기였지만 대부분 잠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일어나 TV와 모니터 앞에 앉아 경기를 시청했다.

그리고 이런 고객들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비롯 각종 식당은 연장근무를 택하며 주문을 받고 있었다.

“대박이다! 오랜만에 대박이야!!”

“사장님! 또 주문입니다!!”

“오케이! 바로 튀길게!!”

오랜만에 쏟아지는 주문에 자영업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한국만이 아니었다.

미국 역시 이 경기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었다.

[메츠와 카디널스가 치킨런을 벌이는군요.]

[예. 이미 출발은 했고 라인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과연 어느 팀이 살아남을지 대단히 궁금합니다.]

[메츠는 작년에도 이런 상황을 겪었는데,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시즌이 반복되면 정말 진이 빠지거든요. 거기다 메츠의 선수들은 이런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들 겁니다.]

[선수들 이야기가 나와서 말입니다만, 오늘 경기에서 주목해야 될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카디널스에서는 선발투수인 빌 레이건 선수입니다. 올 시즌 14승 7패 ERA 3.11을 기록중이죠.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좋습니다만 메츠를 상대로 던진 3경기가 압도적입니다.]

[3전 3승 18이닝을 던졌고 ERA는 1.11에 불과합니다. 단 2실점만을 기록했죠. 와...이건 정말 대단히 좋았네요.]

[예. 특히 피트 알론소 선수에게 강하고 토마스 선수에게 조금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토마스 선수의 타격이 최근에 무척 안 좋거든요.]

[즉, 빌 레이건을 공략할만한 타자가 없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컨디션만 정상이라면 메츠 타선은 오늘도 봉쇄가 될 가능성이 높죠.]

전문가들 역시 메츠보단 카디널스의 승리를 우선적으로 점치고 있었다.

[그럼 메츠에서 주목할만한 선수는 누굴까요?]

[당연히 시누 정입니다. 언터처블 루키! 그 선수가 마운드에 오른다면 메츠는 경기를 이길겁니다.]

[역시 시누밖에 없겠군요.]

[예, 하지만 문제는 시누가 나오기 위해선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어야 가능하다는 거죠.]

[최다세이브 타이까지 단 1개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가 등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이들이 신우에게 주목하고 있는 상황.

팬들은 기록이 깨지길 원하고 있었다.

새로운 기록의 등장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레전드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으어어어-! 오늘도 왤캐 물타선이냐.]

[스벌...저 쉑들 다 데려다가 교육시키고 싶네.]

[스윙 돌리는 거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5회가 지날 때까지 메츠는 단 1개의 안타만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건 카디널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카디널스도 딱 막혔네.]

[리올이란 녀석 오늘은 그나마 컨디션 괜찮네.]

[1선발인 놈이 매일 털리면 오기로라도 던지게 되니까.]

신우 역시 동감했다.

불펜에서 지켜보는 리올의 투구는 무결했다.

‘구위와 구속 모두 살아났다. 장점이었던 제구도 빛을 발하고 있어.’

[마지막 등판이니까, 당연하지.]

[이대로만 간다면 7회까지는 무난하겠네.]

[그 뒤가 문제가 되는 거고.]

뒤가 문제다.

그 말을 들은 신우는 고개를 들어 몸을 푸는 두 선수를 바라봤다.

대니얼과 레이먼드였다.

경기가 후반에 접어들면서 언제든지 등판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몸을 푸는 단계에선 표정이 괜찮을 두 사람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표정부터 썩어가네.]

[저리 굳어가지고 공 던지겠냐?]

[존망이지.]

[ㄹㅇ 답도 없는 듯.]

레전드플레이어들의 평가는 최악이었다.

그나마 대니얼은 괜찮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더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레이먼드의 상태는 최악중에 최악이었다.

너무 긴장해서 평소대로 몸을 풀고 있지 못했다.

[루틴이 중요한 게 바로 저런 이유다. 정해진 순서가 있고 본인이 그걸 철저하게 지키면 마인드컨트롤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매튜슨의 조언을 가슴에 새기며 신우는 레이먼드를 바라봤다.

‘저 상태로 마운드에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답은 뻔하지.]

[공이 너클볼처럼 사방으로 날아가지.]

[투수도 자기 공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게 됨.]

최악의 평가.

그리고 그들의 평가는 곧 현실이 되었다.

* * *

딱!!

[잘 맞은 타구!! 중견수 앞에 떨어집니다!!]

레이먼드의 4구를 때려 안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루와 3루에 주자가 채워졌다.

[마이크 감독이 투수의 로테이션을 바꾸며 레이먼드 선수를 7회에 올렸지만 최악의 결과가 찾아옵니다!!]

7회.

스코어 2 대 1에서 레이먼드가 마운드에 올랐다.

[약간이나마 긴장감을 떨어트리기 위한 로테이션 변경이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레이먼드 선수입니다.]

[첫 타자를 상대로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공을 타자가 잘 받아쳤고 그게 수비의 실책으로 2루타가 된 것이 투수를 흔들리게 만들었습니다.]

[무사에 주자 1, 3루! 메츠의 더그아웃이 움짐일 수밖에 없습니다!]

카메라가 메츠의 더그아웃을 잡았다.

그곳에서는 마이크 감독이 직접 불펜전화의 수화기를 잡고 있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본래는 투수코치가 해야 될 일이었는데 투수가 잡고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시누가 나가겠다고 하다니?”

[그게...시누가 자신이 마운드에 올라 위기를 막고 싶다고 요청해왔습니다.]

“뭐? 직접?”

[예.]

“몸도 풀지 않고 어떻게...”

[몸은 이미 다 푼 상태이긴 합니다. 언제든지 나갈 수는 있습니다.]

본래 8회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푸는 신우다.

그런데 7회에 준비가 끝나다니?

그 말은 애초에 일찍 등판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마이크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알았어, 올려보내.”

[괜찮겠습니까?]

“어차피 지면 끝이야. 아낄 이유는 없어.”

할 말을 끝내고 전화를 끊은 마이크는 굳은 얼굴로 더그아웃을 나갔다.

마운드에 도착한 그에게 레이먼드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괜찮아. 그리고 너무 자책하지마. 넌 잘 던졌으니까.”

“예...”

위로라고 생각했다.

누구라도 이 상황에선 자신에게 화를 낼 것이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그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팬들이 야유를 보내겠지.’

각오를 다지고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야유가 쏟아질 것을 각오하고 말이다.

그때였다.

“와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레이먼드는 놀라 관중석을 바라봤다.

‘내게 보내는 게 아니야. 저들이 보는 곳은...’

뒤였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운드에 올라온 선수를 바라봤다.

‘시누...’

거기에는 신우가 마이크에게서 공을 건네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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