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91화 (91/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91화 >

* * *

「뉴욕 메츠의 정신우 시즌 58세이브 달성!!」

「한시즌 연속이닝 무실점기록을 59와 2/3이닝으로 늘리며 신기록을 달성한 메츠의 정신우!」

「MLB.COM “정신우는 사이영상 유력후보다.”」

「사이영상을 넘어 리그MVP까지 가능할까?」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평균자책점 제로가 실현될까?」

신우의 활약은 곧 뉴스가 되어 국내에 알려졌다.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해외야구란의 거의 대부분 기사들이 신우와 관련된 기사들로 도배가 됐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우가 등판하는 날은 그와 관련된 검색어들이 모든 순위를 차지했다.

연예인의 가십뉴스나 정치이야기는 뒷전이 된 지 오래였다.

모든 것이 신우에게 포커싱이 집중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사람들의 관심사에 올랐다.

「(최초공개) 정신우의 데블스 2군 경기영상!」

「정신우 과연 그는 누구인가? 전 프로선수와 분석해보는 시간!」

당연히도 유튜브에는 매일 같이 그의 영상이 올라오며 사람들의 관심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의 관심을 광고업계에서 놓칠리 없었다.

“실장님! 이제 슬슬 계약을 하시죠.”

“죄송하지만 2년 단위의 계약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건 너무 길지 않습니까? 6개월로 가시죠.”

“죄송합니다.”

“하...너무하십니다. 업계의 관례란 게 있는데. 어떻게 첫 계약부터 2년 단위로 하십니까?”

광고회사의 대표인 이준석이 우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신우의 에이전시인 D.E에이전시의 김태성 실장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 관례라는 걸 깰 수 있는 선수니까요.”

너무나 당당한 태도.

하지만 이준석 대표 역시 알고 있었다.

현재 정신우의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말이다.

그리고 칼자루는 D.E에이전시가 쥐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첫 계약은 6개월이란 짧은 시간으로 한다는 관례를 무시하는 그의 태도에 화를 낼 수 없었다.

’기간이 짧아야 리스크가 적은데...‘

기간이 길어지면 계약규모가 커진다.

당연히 리스크가 커지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첫 계약에서는 한사이클을 돌리는 계약만 한다.

여기서 한사이클이란 6개월 단위를 이야기했다.

모든 계약의 가장 기본이 되는 기간이 바로 6개월이었다.

2년짜리 계약은 리스크가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몸값을 20퍼센트 인상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1년짜리로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희쪽에서도 최대한 양보를 한 겁니다.”

김태성도 알고 있었다.

몸값을 20퍼센트나 올린다는 건 저쪽이 가진 마지노선이란 걸 말이다.

1년이라면 정신우가 시즌을 끝나고 다시 한국에 돌아올 때니 딱 적당한 기간이기도 했다.

“고객님과 통화를 해보겠습니다.”

지잉-!

그때 김태성의 전화가 울렸다.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을 꺼내 내용을 확인한 김태성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 대표님,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예?”

“협상을 다시 해야 될 거 같습니다.”

“그게 무슨...?”

김태성은 대답 대신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뉴스 하나가 떠있었다.

「(속보) 뉴욕 메츠의 정신우 시즌 60세이브 달성!!」

제목을 본 이준석 대표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반대로 김태성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 * *

잔여 10경기를 남기고 신우는 정확히 60세이브를 달성했다.

구단 최초이자 리그 최초의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로 보더라도 최다세이브를 기록한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에 이은 2위의 기록이었다.

거기다 신우는 62이닝 연속이닝 무실점이란 기록을 세우며 본인의 기록을 갱신해나갔다.

[정신우 선수의 사이영상은 거의 확정적이라는 게 현지언론의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정신우 선수를 위협할 수 있는 투수는 없습니다. 사이영상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죠. 하지만 변수는 있습니다.]

[변수요?]

[예. 바로 동양인이라는 점, 그리고 클로저라는 부분이죠. 메이저리그는 최근까지도 클로저에게 사이영상을 주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습니다.

2003년 에릭 가니에 선수가 받은 게 마지막일 정도죠.]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렇게 압도적인 성적을 이루고 있는데, 못 받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그래도 확실한 게 좋습니다.]

[확실한 것이라면...?]

[최다세이브 기록을 이루는 거죠. 이 기록까지 달성한다면 정신우 선수가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62세이브.

메이저리그 최다세이브 기록에 단 2개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기록달성이 당연해보였다.

[남은 잔여경기에서 정신우 선수가 최다세이브 기록을 올린다면 확실하게 사이영상 수상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메츠의 대니얼 선수가 여기에서 위기를 넘겨야 됩니다.]

중계카메라가 마운드 위의 대니얼을 비추었다.

[6회에 마운드에 오른 대니얼 선수. 2사 2, 3루의 위기에서 팀을 구해낼 수 있을지. 초구 던집니다!!]

대니얼이 공을 뿌렸다.

그리고 타자는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 때려냈다.

따악-!!

[아아-! 이건 큽니다!!]

그리고 타구는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

[쓰리런 홈런을 허용하고 마는 대니얼 선수!! 6회에 메츠가 역전을 허용하고 맙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신우가 주먹을 쥐었다.

* * *

「뉴욕 메츠 2연패를 당하다.」

「피츠버그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둔 세인트루이스.」

잔여경기 8경기를 남겨두고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최근 2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한 메츠가 조금 위험해보입니다.]

[그렇습니다. 경기에서 진 것도 진 것이지만 일단 내용이 너무 좋지 않았어요.]

[중간계투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죠?]

[예. 시즌 내내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온 대니얼 선수는 쓰리런홈런으로 패전투수가 되었고 다음날 경기에서는 레이먼드 선수가 투런홈런을 맞으며 패전투수가 되었습니다.]

[두 투수 모두 홈런으로 실점을 했군요.]

[그렇습니다. 문제는 필승조 투수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선발에도 영향이 갈 거란 것이죠.]

해설위원의 말은 정확했다.

딱-!!

[또 다시 잘 맞은 타구!! 중견수 앞에 떨어집니다! 연속안타를 허용하는 리올 투수! 3회에만 4개의 안타를 허용하면 3실점 합니다!]

[리올 선수는 안정적인 피칭이 인상적인 투수인데, 오늘은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승부를 거는 느낌도 있는 거 같습니다만?]

[맞습니다. 평소에는 보더라인과 비슷한 곳으로 공을 던지며 타자의 배트를 유인해내는데, 오늘은 정면승부를 하는 공들이 많습니다.]

의아함을 나타내는 해설진들.

하지만 신우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불펜을 믿지 못하네.]

[자신이 처리하려는 마음이 너무 강해.]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에 신우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틀 연속 필승조 투수들이 무너졌다.

그로 인해 선발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시즌 중반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다.

아니, 최소한 디비전시리즈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확정됐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고작 2경기에 동료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면 그게 문제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했다.

그리고 투수들의 리더라 할 수 있는 리올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본인이 어떻게든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문제는 그 의지가 너무 강해서 자신의 피칭스타일까지 잊어버리게 만든 거지.]

[베테랑이라 해도 에이스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투수의 실책인 셈이지.]

뭐라도 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경기에 나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클로저는 이기는 상황에서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딱-!!

[잘 맞은 타구!! 그리고 이건 담장을 넘어갑니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리올은 올 시즌 최다실점인 7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신우는 3경기 연속 등판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팀이 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 * *

「최근 5경기 1승 4패를 기록한 메츠. 와일드카드 결정전 가능성이 희박해지다.」

「등판기회조차 없는 정신우, 이대로 최다세이브 기록은 멀어지는가?」

한국사람들에게 메츠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신우의 최다세이브 기록이었다.

문제는 이 둘이 맞물려 있다는 점이었다.

팀이 지고 있으면 신우가 등판할 기회는 사라진다.

당연하게도 메츠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 하...암 걸리겠다. ㅅㅂ 등판도 못하는 게 말이 되냐?

ㄴ 원래 클로저라는 게 이런 거임.

ㄴㄴ ㅇㅈ. 혼자서는 암것도 못함.

ㄴㄴㄴ 그러니 몸값이 쌀 수밖에 없지 ㅋㅋ

ㄴㄴㄴㄴ 네, 다음 방구석백수.

- 솔까 이건 최다세이브 기록 못해도 사이영상 신우 줘야 된다. 본인 잘못이 하나도 없는데, 기록달성 못했다고 사이영상 다른 투수 주는 게 말이 되냐?

ㄴ 이건 솔찍히 인정.

ㄴㄴ 현 내셔널리그에서 신우 말고 사이영상 탈 투수 없음 ㅋ 당연히 신우 줄 거임.

ㄴㄴㄴ 그런데 메이저리그 기자단 이 쉑들이 동양인에게 투표를 잘 안해서 모르겠다.

ㄴㄴㄴㄴ 안주면 인종차별이지 ㅅㅂ.

온갖 불만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건 뉴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야 이 새끼들아!! 제대로 좀 해!!”

“도대체 이게 뭐냐?! 너희들 지금 야구하자는 거냐, 말자는 거냐?!”

씨티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이 야유를 쏟아냈다.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메츠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선수들에게 야유를 뱉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제대로 된 실력이 나올리 없었다.

거기다 연속적인 패배로 팀의 분위기마저 다운된 상태.

결국.

딱-!!

타구가 담장밖으로 사라졌다.

“우우우우우우-!!!”

그리고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어웨이 팀이 아닌 홈팀의 선수들에게 말이다.

그 모습을 불펜에서 바라보고 있는 신우의 모습에 중계카메라에 잡혔다.

굳은 얼굴로 경기를 지켜보는 그의 모습은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무거운 얼굴로 팀의 패배를 지켜보고 있는 정신우 선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사실 지금 정신우 선수의 생각은 본인만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른 선수들은 밟지 못한 전인미답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라면...억울할 겁니다.]

[억울해요?]

[예. 대기록에 도전할 기회조차 없는 현 상황이 매우 억울 할 거 같습니다.]

결국 이날도 메츠는 패배했다.

앞으로 남은 잔여경기는 5경기.

[정신우 선수는 이제 남은 5경기에서 2경기에는 등판해야 타이기록에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메츠는 남은 5경기 중 최소 3경기는 이겨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도전할 가능성이 남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경기에서 찾아뵙겠습니다.]

경기종료 이후.

신우는 클럽하우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었다.

샤워를 할 필요도 없었다.

땀을 흘린 게 있어야 샤워를 할 텐데, 전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옷을 다 갈아입고 라커룸의 문을 닫으려고 할 때였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의자가 박살이 났다.

의자를 박살낸 선수는 레이먼드였다.

“씨발!!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레이먼드가 욕설과 함께 한 선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선수는 다름아닌 게일러였다.

“내가 뭐 틀린 말이라도 했냐?”

“뭐? 이 새끼가...!”

“너희들 불펜새끼들이 제대로만 했으면 지금 이 꼬라지가 되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이 새끼가 진짜!!”

둘의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뭐하는 짓들이야?!”

“야야! 말려!”

결국 몸싸움으로 번지기 직전.

다른 동료들이 두 사람을 말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우가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챙겼다.

[개판이네.]

스판의 말대로였다.

연패로 인해 클럽하우스 분위기는 개판이 됐다.

문제는 자신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신우는 엉망이 된 클럽하우스를 등지고 구장을 떠났다.

“하아...”

찬바람을 맞으며 걷던 신우는 절로 나오는 한숨을 내뱉었다.

‘제가 기록달성을 할 수 있을까요?’

[글쎄.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정말 짜증나네요. 제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어쩔 수 없다. 지금은...]

“후우...”

다시 한숨을 뱉으며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주차장 앞에서 모여 있는 팬들이 보였다.

“시누-!!”

“시누!!”

그들은 신우를 발견하고 사인을 요청해왔다.

연일 경기에서 지고 있지만 팬들은 언제나 자신을 기다렸다.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주는 팬들에게 신우는 일일이 사인을 해주었다.

“시누! 힘내요!!”

“꼭 기록달성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팬들은 그런 신우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신우는 그들의 응원에 감사를 전하며 주차장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시누! 시누!!”

그때 한 소년이 야구공을 내밀었다.

주근깨가 가득하고 코가 빨개진 소년이 내민 야구공을 받은 신우가 웃으며 물었다.

“이름이 뭐야?”

“애런이에요!!”

“애런이라, 이름 좋네. 뉴욕에 살아?”

“아니요! 시러큐스에 살아요!”

“시러큐스?”

“네!!”

소년이 자신의 파카를 열었다.

그러자 시러큐스 메츠의 유니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내 파카를 다 벗은 소년이 등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등번호 2번과 함께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시러큐스에서부터 팬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여기까지 온 거야?”

“당연하죠!! 시누가 기록을 달성하는 걸 보고 돌아갈 거예요!!”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데?”

“헤헤, 열흘 정도 됐어요.”

“혼자?”

“친척이 뉴욕에 살아요! 그래서 거기에서 지내고 있어요. 부모님은 일하느라 바빠서 못 오셨어요.”

“허...그런데 허락을 해주셨어?”

“엄마, 아빠도 시누의 팬이에요! 아니, 시러큐스 모든 사람들이 시누의 팬이에요! 매일 밤마다 모여서 시누의 경기를 보는 걸요?”

매일 밤마다 자신의 경기를 보다니.

처음 안 사실이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이들이 이렇게나 있었다니.

“시누!”

“어?”

“데이비드가 전해달라고 했어요.”

데이비드.

시러큐스에서 자신의 1호 팬이었다.

언제나 스테이크를 배터지게 먹게 해주었던 아저씨의 전언이라니.

“기록달성하면 평생동안 스테이크 공짜래요!”

“하...하하...”

아저씨다운 전언이었다.

“시누는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애런이 진심을 담아 응원을 보냈다.

그 진심을 받은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애런에게 공을 건넨 신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꼭 달성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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