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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로 메이저리거-62화 (6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62화 >

[기회가 온다면 잡을 자신은 있냐고.]

딱-!

그때 경쾌한 소리가 그라운드에서 들려왔다.

그의 시선에 평범한 그라운드볼을 안전하게 포구해 1루로 던지는 유격수가 보였다.

퍽-!

“아웃!”

[첫 번째 아웃카운트 올라갑니다.]

[커비 예이츠의 전매특허인 스플리터에 타자가 완전히 속았습니다.]

양키스의 새로운 마무리.

커비 예이츠가 지키는 마운드는 견고했다.

[저런 투수를 상대로 점수를 낼 수 있겠냐?]

베이브루스가 다시 물었다.

분명 어려운 일이다.

커비의 포심과 스플리터의 조합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로케이션을 자랑했다.

포심 자체는 평범하다.

하지만 스플리터는 낙폭이 크고 빠르다.

무엇보다 포심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딜리버리나 팔의 각도가 동일했다.

그렇기에 타자 입장에서는 그것을 구별해내기 쉽지 않았다.

포심이라 생각하고 배트를 돌렸는데 공이 떨어지면서 삼진이 되고, 스플리터라 예상하고 배트를 돌렸는데 그대로 공이 미트에 꽂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 결과 커비 예이츠이 K/9은 올 시즌 16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는 그의 커리어하이시즌으로 트레버 호프만상을 받았던 2019년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가 상대라는 점은 분명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채,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으흠.]

‘기회가 온다면 꼭 잡을 겁니다.’

[글쎄다. 과연 기회가 올지 모르겠다.]

퍽-!

“스트라이크! 아웃!!”

5구 삼진으로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투아웃에 토마스가 타석으로 들어갔다.

[토마스 에드윈 타석에 들어섭니다.]

[토마스는 커비의 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두 선수가 총 4번 맞상대했는데요. 토마스가 2안타를 때려냈고 그중에 한 번은 홈런이었습니다.]

[상당히 강했군요.]

[예. 그렇기 때문에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퍽-!

“볼!”

[그래서 그런지 커비 예이츠도 신중하게 초구를 던졌습니다. 응?]

그때 화면이 바뀌었다.

메츠의 대기타석을 잡아준 것이다.

[대기타석에서 정신우 선수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타석은 지명타자의 순서입니다. 오늘 메츠는 지명타자로 피트 알론소 선수를 내세웠죠. 하지만 알론소는 이전 벤치클리어링에서 퇴장을 당했습니다.]

메츠에서 퇴장 당한 3명의 선수.

그중에 한 명이 바로 피트 알론소였다.

그를 대신할 타자는 메츠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우를 준비시키는 건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다른 타자들의 몸상태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어쨌든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될 거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볼카운트가 3볼 1스트라이크가 됐다.

토마스에게 유리해진 상황.

‘여기서 마무리한다.’

자연스레 배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토마스는 언제라도 공을 때려내기 위해 준비를 끝냈다.

[예이츠 투구합니다.]

쐐애애액-!

빠르게 날아오는 공에 토마스의 배트가 돌아갔다.

그 순간, 공이 뚝 떨어지며 토마스의 배트에서 멀어졌다.

반사적으로 토마스의 무게중심이 낮아지며 억지로 공을 때려냈다.

[멍청하긴!]

[굳이 저럴 필요 없잖아?]

[그냥 풀카운트 승부로 가도 될 텐데.]

[너무 무리하네.]

레전드플레이어들의 말대로였다.

그리고 결과는 최악으로 나왔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3루수 정면으로 굴러가는 타구!]

[하지만 배트 끝에 맞으며 타구가 느려졌습니다.]

[토마스 1루로 전력질주! 그 사이 3루수 대시해서 공을 집었습니다! 그리고 1루로 송구!!]

토마스의 발은 느리다.

누가 보더라도 아웃타이밍이었다.

그때였다.

[아-! 송구 높습니다!!]

송구가 높게 들어갔다.

1루수가 급히 점프해 공을 캐치해냈다.

그리고 착지하며 토마스가 지나가는 동선을 향해 글러브를 휘둘렀다.

후웅-!

“세이프!!”

[글러브 허공을 가릅니다! 세이프입니다!!]

[공을 잡기 위해 점프를 하면서 베이스를 밟을 수 없는 위치였기에 글러브로 터치를 하려고 했지만, 토마스 선수 영리하게 상체를 구부리면서 터치를 피했습니다.]

[에러로 기록되는군요. 3루수 에러로 1루에 주자가 나갑니다!]

누가 보더라도 아웃인 타이밍.

하지만 타자는 살아나갔고 신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ㅋㅋㅋㅋㅋ]

[이러니까 야구지.]

[꼭 이렇게 만들어요.]

레전드플레이어들의 채팅을 뒤로 하고 신우가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후웅-!

“우우우우우-!”

[정신우 선수에게 양키스 팬들의 야유가 쏟아집니다!!]

“홈-! 런!!”

“홈-! 런-!”

[반면에 메츠 팬들은 정신우 선수의 홈런을 기원하고 있습니다.]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기용이지만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주었던 정신우 선수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감이 높아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두 번의 타격기회에서 홈런과 3루타를 기록했던 정신우 선수, 오늘도 장타를 기대해보겠습니다.]

신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런 그에게 루스가 말했다.

[애송이, 과연 때려낼 수 있을까?]

‘조언 좀 해주시는 게 어때요?’

[나한테 양키스가 질 조언을 해달라고? 어림도 없지!]

베이브루스의 대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긴 양키스의 레전드인 그가 이런 상황에서 조언을 해줄 리가 없지.

그때였다.

[테드 윌리엄스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응?’

[어?]

[야! 네가 여기 왜 와?!]

[콥이 부르던데요?]

[이런 써글새끼가!!]

채팅만으로도 루스의 분노가 느껴졌다.

[이 방 뭐야? 현생메이저인가?]

[ㅇㅇ]

[테드, 오랜만이네.]

[매튜슨도 있었군. 여기서 뭐하는 거야? 아니, 현생과 어떻게 연결이 된 거야?]

[사정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혹시 자네 이 친구한테 타격에 대해 조언 좀 해줄 수 있나?]

[누군데?]

[내 제자.]

제자라는 단어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신우였다.

그때 커비 예이츠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자네 제자라면 투수일 거 아니야? 그런데 타격을 해?]

[그렇게 됐어.]

[으흠. 상대는 양키스로군.]

테드 윌리엄스.

최후의 4할 타자인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레전드다.

거기다 현역시절 동시대의 레전드였던 양키스의 조 디마지오에게 3번이나 MVP를 빼앗겼던 전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양키스에 대한 감정이 좋을리는 만무했다.

[관찰을 해라.]

‘관찰요?’

[타격은 복잡한 게 아니다. 투수를 관찰하고 살피면 그가 어떤 공을 던질지 알 수 있다. 거기에 배트를 있는 힘껏 돌려.]

그의 말에 신우의 시선이 커비 예이츠에게 향했다.

투수를 관찰해라.

그 말을 떠올리며 작년 타이콥과 루스가 해주었던 조언을 떠올렸다.

(투수의 손이 아니라 어깨를 보는 거다.)

커비의 어깨에 시선을 고정하자 신우의 시야가 좁아졌다.

[오호.]

테드의 채팅이 올라갔지만 신우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의 모든 집중력은 커비에게 향해 있었다.

‘나온다.’

스트라이드와 함께 발을 내딛자 그 반동으로 상체가 앞으로 나오면서 팔에 코킹이 걸렸다.

상체가 절반쯤 나왔을 때, 장전되어 있던 팔이 앞으로 휘둘러졌다.

그 모든 동작이 슬로우장면처럼 신우의 눈에 각인되고 있었다.

팔이 회전해 릴리스 포인트에 도달하는 순간.

‘보였다!’

커비의 손가락이 어떻게 공을 쥐고 있는지 보였다.

작년 첫 홈런을 때려낼 때와 같은 감각이었다.

[타고났군.]

테드의 채팅과 동시에 커비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신우는 공의 궤적을 눈으로 따르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그리고 자신의 사정거리에 도달한 순간.

촤앗-!

발을 내딛으며 허리를 회전시켰다.

후웅-!

강렬한 풍압과 함께 배트가 돌아갔다.

딱-!

[쳤습니다!! 멀리 날아가는 타구!!]

타구는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우익수인 애런 저지가 타구를 따라 파울라인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내 따라가는 걸 멈췄다.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입니다. 아쉽네요!]

[타이밍이 조금 늦은 듯 합니다. 배트가 밀리면서 타구가 관중석에 떨어졌어요.]

[하지만 정말 큰 타구 아니었습니까?]

[맞습니다. 타이밍만 정확하다면 이번 타석도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타석에서 물러난 신우는 가볍게 배트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겁나 아프네!’

눈알이 빠질 것 같이 아팠다.

작년에는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는데, 처음 있는 일에 당혹스러웠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거야.]

‘익숙하지 않다고요?’

[간혹 눈이 매우 좋은 녀석들이 나타나는데, 너도 그중에 하나로군.]

테드의 말을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

[재밌어졌어. 그러니 조금 더 알려주도록 하지.]

‘정말입니까?’

[그래. 양키스 녀석들을 상대로 지는 것도 재미없으니까. 타석에 들어가라.]

‘옙!’

테드의 말에 신우가 다시 타석에 섰다.

그리고 루틴을 돌린 뒤, 타격자세에 들어갔다.

[기본은 앞에서와 같다. 투수를 관찰해라. 너의 눈이라면 투수의 움직임을 모두 볼 수 있다. 그리고 한박자 빠르게 배트를 돌려. 밀어치는 게 아니다, 당겨치는 거야.]

‘예.’

[그리고 어중간한 타구를 날릴 생각은 버려라.]

‘그럼요?’

[담장을 넘겨버리겠다는 생각으로 타격을 해.]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은 네가 투수라는 생각을 버려라.]

커비가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타석에 선 이상 너는 타자다. 그러니 너 스스로가 타자라는 생각으로 타격에 임해라.]

‘예.’

[집중해!]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모든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커비를 바라봤다.

* * *

쐐애애액-!

딱!

“파울!!”

[바깥쪽 공을 커트해냅니다.]

[타이밍이 조금 빨랐습니다. 폼을 조금 줄이고 간결하게 스윙을 하면 안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 같은데 말이죠.]

해설위원이 안타깝게 말했다.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 폼이 너무 큰 거 아님?

- 자기가 무슨 홈런타자라고 착각하는 듯.

ㄴ 2타수 1홈런에 삼루타 하나인데, 홈런타자지.

ㄴㄴ ㅅㅂ 그런 식으로 따지면 죄다 홈런타자 아님?

- 어쨌건 볼카운트 불리해졌네.

- 투수를 타석에 세운 거 자체가 에러였음.

ㄴ ㅇㅈ

부정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쐐애애액-!

퍽!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배트 나오지 않습니다. 원볼 투스트라이크!]

[유인구를 잘 골라냈습니다.]

커비가 다소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는 이번 승부를 이겼다고 확신했다.

‘작년에 홈런을 때렸다지만 내가 상대가 아니었잖아?’

커비는 방심하지 않았다.

상대가 투수라 하더라도 야구는 언제든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렇기에 방심할 수 없었다.

[4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딱!

“파울!!”

[다시 한 번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커트해내는 정신우 선수!]

[아슬아슬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던 승부가 5구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쐐애애액-!

딱!

“파울!!”

[6구 역시 파울!!]

딱-!!

“파울!!”

[바깥쪽 보더라인을 찌르는 포심을 다시 한 번 커트합니다!! 3구 연속 파울을 만들어내는 정신우 선수!!]

[대단한 집중력입니다.]

승부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 벌써 7구 아님?

ㄴ ㅇㅇ

- 와...금방 삼진될 거 같더니 7구까지 가네.

- 메이저에서 용구놀이를 하네.

- ㄴㄴ 이건 신우놀이임.

부정적이던 시청자들의 반응이 바뀌었다.

커비 역시 당황스럽기 마찬가지였다.

‘바깥쪽으로 가는 공은 모두 커트해내고 있다.’

바깥쪽을 노리는 건지, 아니면 그쪽에 자신이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데이터도 적었고 타자로서 전력분석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몸쪽으로 간다.’

결국 커비는 공략할 코스를 바꾸었다.

바깥쪽이 안 된다면 몸쪽.

타자를 상대로는 위험할 수도 있지만 상대는 전문타자가 아니다.

타격이 익숙하지 않은 투수에게 몸쪽 공은 공략하기 어려운 코스였다.

‘볼카운트는 내가 유리하다.’

거기에 커비는 정면승부를 할 생각이 없었다.

스플리터로 헛스윙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포수 역시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인 교환을 끝낸 커비, 8구 던집니다!!]

세트포지션에서 커비가 공을 뿌렸다.

그 순간.

촤앗-!

“어?”

포수의 눈에 신우의 앞발이 오픈스탠스로 벌어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마치 1번 우드로 풀스윙을 하듯, 배트가 회전했다.

그 스윙은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스플리터와 일치하는 궤적을 만들었다.

그 결과.

따악-!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때렸습니다!! 이건 큽니다!! 아아-!!]

그때였다.

팔로스로를 통해 끝까지 배트를 돌린 팔이 반동으로 튕겨져 나오는 순간.

신우는 배트를 쥔 양손을 놓았다.

휘리리릭-!

자유의 몸이 된 배트가 현란한 회전과 함께 허공을 가로질렀다.

[배트 던졌습니다!!!]

신우가 천천히 1루를 향해 달려가며 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외야를 바라보며 주먹을 쥐었다.

‘이게 한국의 빠던이다, 새끼야!’

[ㅋㅋㅋㅋㅋㅋㅋ]

[또라이쉑 ㅋㅋㅋㅋ]

[나이스 빠던이다!]

[배트 잘 날리네.]

[히야-!]

타이밍 좋게 타구가 관중석에 떨어졌다.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리는 정신우 선수!! 그리고 환상적인 빠던으로 애런 저지의 배트플립에 복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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