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63화 (63/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63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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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발칵 뒤집혔다.

- 내 인생에 메쟈에서 한국식 빠던을 볼 줄이야 ㅋㅋㅋㅋ

- ㅅㅂ 레알 빠꾸없네 ㅋㅋㅋ

- 이건 좀 아닌 듯. 메이저리그에는 메이저리그만의 룰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빠던이라니...

ㄴ 아재요. 애런 저지가 먼저 배트플립한 거 못 봄?

ㄴㄴ 요즘 메쟈에서도 빠던 자주 나오는 거 모름?

ㄴㄴㄴ 시대가 변했음.

KBO의 트레이드라고 할 수 있는 빠던이 야구의 종주국 메이저리그에서 나왔으니 그 충격은 대단했다.

각종 SNS는 물론이거니와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에 짤방들이 돌아다녔다.

대한민국이 정신우의 빠던에 열광을 보냈다.

그리고 미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건 정말 예술의 경지에 이른 배트플립입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메이저리그에도 배트플립을 하는 선수들이 간간이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이건 수준이 다르군요.]

[무엇보다 배트를 던지고 1루로 걸어가는 저 스텝을 보십시오! 배트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산책을 나가듯 1루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중계진도 감탄을 터트렸다.

인터리그답게 ESPN을 통해 전국방송이 되고 있는 이번 경기를 본 시청자들도 빠른 반응을 보여주었다.

- 내가 지금 뭘 본 거임?

- WTF!!!

- 이건 예술이다.

- 또 벤클 일어나는 거 아님?

ㄴ 지들이 먼저 했는데, 보복구 던지면 우스운 거지.

- 배틀플립은 한국이 메이저리그네.

뜨거운 반응을 쏟아낸 9회초.

메츠의 공격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마무리됐다.

* * *

[골때리는 놈이네.]

테드 윌리엄스의 채팅이 올라갔다.

신우는 마운드의 흙을 고르며 그의 말에 답했다.

‘지극히 정상적인 놈입니다.’

[그런 놈이 적지 한복판에서 저렇게 화려한 배트플립을 하냐?]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툭!

로진을 손에 묻힌 신우가 피처 플레이트를 밟았다.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토마스와 사인을 교환했다.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

테드 윌리엄스가 마음에 든다고 하다니.

이게 현실인가 싶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타격의 신이라 불리는 이들이 몇몇 있다.

타이 콥, 베이브루스, 행크애런 그리고 테드 윌리엄스까지.

이들은 각자의 특징이 명확했다.

타이콥이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베이브루스는 야구의 역사를 바꾼 타자로.

행크애런은 최고의 홈런 타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다면 테드 윌리엄스는?

그의 다른 별명인 출루의 신이란 말이 보여주듯 엄청난 선구안으로 메이저리그 역대 출루율 1위에 해당하는 4할 8푼 2리를 기록했다.

그런 타자에게 인정을 받으니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집중해라.]

그것을 간파한 듯 매튜슨이 바로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예.’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남은 아웃카운트 3개, 그것을 잡지 못하면 이긴 게 아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신우의 표정이 다시 진지해졌다.

그리고 와인드업과 함께 초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97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회전이나 제구 모두 나쁘지 않았다.

[운이 좋은 녀석이야.]

테드가 말했다.

[멘탈 관리가 철저해야 되는 야구에서 수십명의 코치들이 항시 옆에서 조언을 해주다니 말이야.]

야구는 멘탈관리가 중요하다.

이걸 이해하기 가장 쉬운 장면이 바로 투수의 제구가 흔들릴 때, 포수 혹은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하는 것이다.

1분이라는 짧은 시간.

그 시간에 해줄 수 있는 말은 무척이나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코치와 포수가 마운드를 내려가면 투수는 신기하게도 안정을 찾는다.

그리고 다시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으며 경기를 이어나간다.

그만큼 코치와 포수가 해주는 말 한 마디가 투수의 멘탈에 안정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레전드 플레이어들의 훈수는 항상 투수코치가 곁에서 조언을 해주는 것과 같았다.

그것도 매우 유능한 투수코치들이 말이다.

쐐애애액-!

후웅!

뻐억!!

“스트라이크!!”

[2구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 헛돕니다!]

[2구 연속 패스트볼을 던졌지만 낮게 그리고 높게 찌르면서 타자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습니다.]

[9회초에 역전투런포를 때린 정신우 선수인데, 평소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인상적입니다.]

[이게 바로 정신우 선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죠. 신인 같지 않은 멘탈말입니다.]

[동감입니다.]

신우가 와인드업을 했다.

쐐애애액-!

후웅-!

존을 찔러오는 공에 타자의 배트가 돌았다.

그 순간 공이 휘어지며 몸쪽을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타자의 배트가 멈췄다.

뻐억!!

미트에 공이 꽂히며 묵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와아아아아-!!”

[삼구삼진!! 몸쪽을 찌르는 93마일의 커터에 타자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볼로 판단을 했지만 절묘하게 보더라인을 걸치면서 존을 빠져나갔습니다. 정말 대단한 피칭입니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 * *

양키스의 더그아웃은 침울했다.

다 이긴 경기가 넘어갔으니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젠장...!’

9회말.

첫 번째 아웃카운트의 주인공이 되었던 카터는 굳은 얼굴로 헬맷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를 걸어 옆으로 꺾자 한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단.”

에단이라 불린 남자는 호감형의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깔끔한 차려입은 정장도 그가 자기관리에 얼마나 힘을 쓰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외모와 달리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뭐가?”

“분명 신호를 주었을 텐데요.”

에단의 말에 카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신호를 못 받은 건가요?”

“받았어. 하지만 신호를 받아도 소용없었어.”

“무슨 소리죠?”

“녀석의 공은 구종을 알아도 때려낼 수 있는 레벨이 아니야.”

에단이 말없이 카터를 바라봤다.

“하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건가?”

“예.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1구 포심 패스트볼 98마일, 2구 포심 패스트볼 97마일, 3구 93마일 컷패스트볼을 던졌습니다. 그의 평균구속보다 낮은 수치죠. 수직, 수평 무브먼트 역시 평소보다 수치가 낮게 나왔습니다. 즉,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란 소리입니다. 그런데도 때리지 못했다는 건.”

에단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당신의 실력이 떨어지는 게 아닙니까?”

“당신...!”

카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무리 자신이 마이너와 메이저를 오가는 AAAA급의 선수라지만 이런 대우를 받다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에단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데이터는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아니면 다르게 할 말이 있습니까?”

“하아...그래. 당신 말이 맞아. 내가 부족했던 거지.”

카터가 고개를 저으며 에단을 지나쳐갔다.

“그런데 그가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라고? 데이터가 그렇게 말해?”

“예. 뭔가 변명을 하고 싶은 겁니까?”

“난 피칭에 대해서는 제대로 모르지만 배팅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거든? 그런데 컨디션이 나쁜 녀석은 절대 홈런을 만들어내지 못해.”

그 말을 끝으로 카터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에단은 그를 바라보다 그라운드로 시선을 옮겼다.

‘패자의 변명...’

“와아아아아!!”

그때 경기장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뭔가 일이 터진 것이다.

에단의 걸음이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경기진행을 확인했다.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는 결정구를 함께 보시죠.]

[뻐억-!]

[스트라이크!! 아웃!!]

[낮게 깔린 포심 패스트볼이었습니다. 구속은 101마일이 찍히면서 오늘 던진 공 중 가장 빠른 구속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에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힘을 아끼고 던졌다?’

그때 카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홈런을 때릴 수 없다.

그 말은 신우의 컨디션은 원래부터 좋았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구속을 줄인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완급조절에 들어간 거다.’

어째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시즌을 생각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짜증이 났다.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이 상황이 말이다.

‘데이터 외의 것이 있다고?’

데이터 신봉자인 에단은 그 말을 제일 싫어했다.

많은 선수들이 그랬다.

현장에는 현장만의 것이 있다고 말이다.

‘개소리!’

모든 것은 데이터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을 할 수 있었기에 양키스의 전력분석팀장이 될 수 있었다.

‘당신도 철저하게 분석해주겠어.’

에단의 시선이 와인드업을 하는 신우에게 향했다.

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가는 순간.

카메라가 잡은 신우는 마운드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움직이며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타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언제라도 덤비라는 듯한 선전포고를 하는 것 같았다.

“젠장...!”

그 모습에 에단이 입술을 깨물었다.

* * *

[메이저리그 소식입니다.

뉴욕 메츠와 뉴욕 양키스의 서브웨이 시리즈에서 메츠가 3 대 2로 승리를 거두면서 시리즈 스코어 1 대 1을 만들었습니다.

8회까지 1 대 0의 박빙의 대결을 이어가던 경기는 8회말에 터진 애런 저지 선수의 투런홈런으로 양키스로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9회초 팀의 클로저인 정신우 선수가 타석에 들어서 터트린 투런홈런으로 다시 메츠가 역전에 성공했고 9회말 정신우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 세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1이닝 퍼펙트로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다양한 볼거리가 나오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벤치클리어닝과 함께 양팀 합쳐 총 8명이 퇴장당하는 보기드문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또한 배트플립 역시 두 차례 발생하면서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정신우 선수의 빠던은 MLB.COM의 메인페이지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네티즌들은 이와 관련해 재밌다는 반응을 보여주며 배트플립을 공식적으로 도입해야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빠던도 빠던이지만 신우 KKK 지리더라.

ㄴ ㅇㅈ. 홈런치고 바로 마운드 올라가서 101마일 꽂는 거 보고 지렸음.

ㄴㄴ 오늘 팬티 두 장이나 갈아입음.

- 빠던 강제수출

- MLB.COM에서 빠던하이라이트 동영상 올렸던데?ㅋㅋ

- 솔까 빠던은 메쟈가 KBO에 배워야 됨.

- 근데 정신우는 왜 투타겸업 안 함? 레알 투타겸업하면 성적 장난 아닐 거 같던데.

ㄴ 그러게.

ㄴㄴ 오타니도 투타겸업하다가 어깨 작살난 적이 한 두 번임? 그냥 하나만 하는 게 낫지.

ㄴㄴㄴ 오타니가 안 된다고 신우가 안 되는 건 아니지.

폭발하는 댓글들.

하지만 상단을 장식하는 건.

- 데블스가즈아 : 공도 잘 던지고...홈런도 잘 때리고...빠던도 잘 하고...못하는 게 뭐냐?

신우가 잘하는만큼 고통받는 데블스였다.

* * *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다시 삼진을 잡아냅니다!! 정신우 선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세이브를 기록하며 시즌 33세이브를 기록합니다!!]

전반기 마지막 세이브가 올라가는 순간.

신우는 다시 마운드에 서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타자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스판이 물었다.

[너 왜 타자 째려보냐?]

‘사인 훔친 게 짜증나서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째려보는 거임?]

[어그로 잘 끄누.]

그때 토마스가 마운드로 올라와 공을 건넸다.

“33세이브 축하한다.”

“고마워요.”

“이제 그만 눈 좀 풀어, 임마. 무섭다.”

“예압.”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동료들과 승리를 만끽했다.

[저희는 이틀 뒤에 열리는 올스타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올스타전에 첫 출전하게 될 정신우 선수의 활약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

다음 날.

신우는 공항 주차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두 남녀를 보고 신우가 차에서 내렸다.

“아들~”

제이슨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도착한 한선예가 팔을 벌리며 신우를 껴안았다.

신우 역시 그러한 어머니를 안아주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죠?”

“고생은. 오히려 호강하면서 왔지. 엄마가 일등석을 얼마나 타보겠어?”

“앞으로 자주 타실 거예요. 타세요.”

“응.”

한선예가 차에 오르자 신우가 운전석에 올랐다.

“응? 아들이 운전해?”

“올 시즌부터 시작했어요.”

“아들 한국에 있을 때 장롱면허였잖아?”

“에이-! 괜찮아요. 그동안 운전하면서 사고 한 번 안났어요.”

“진짜에요, 제이슨?”

뒷좌석에 오른 제이슨에게 다시 한 번 확인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자! 가겠습니다!”

곧 차가 공항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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