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훈수로 메이저리거-32화 (32/281)

< 훈수로 메이저리거 - 32화 >

* * *

[정신우 선수 사인을 교환합니다.]

[초구가 중요합니다. 타자와의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유리한 카운트를 잡아가야 합니다.]

[그렇군요. 사인을 교환한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초구 던집니다!]

[딱!]

[타격! 하지만 1루 선상을 벗어납니다!]

[파울은 됐지만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어요.]

신우도 느끼고 있었다.

‘타이밍이 정확했어.’

평소와 다른 느낌이었다.

[ㅇㅇ 다름.]

[포심을 버린 건가?]

[아예 하나만 노리고 들어온 거 같은데?]

신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2구는...’

신우가 직접 사인을 냈다.

토마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정신우 선수, 직접 사인을 내고 와인드업에 들어갔습니다!]

신우가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뻐억!!

“스트라이크!!”

[2구 타자 몸쪽을 찌르는 하이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 콜을 받습니다!]

[좋은 공이었습니다. 초구에 타이밍이 맞아서 조금 불안했는데, 2구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못하네요.]

2구를 던지고 신우는 확신했다.

‘커터에만 집중하기로 했어.’

오직 하나의 구종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으흠.”

로진을 손에 묻히는 신우에게 하나의 채팅이 올라왔다.

[상대가 단순하게 나오네.]

워렌 스판이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겠음?]

신우는 워렌 스판에게 많은 걸 배웠다.

체인지업은 물론이거니와 타자와 승부하는 법을 배웠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두뇌파 투수.

그것이 워렌 스판을 표하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와 상대한 타자들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마치 그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는 것 같았다.)

그만큼 타자와의 심리전에 능했고 또 그것을 즐겼다.

그런 워렌 스판과 대화를 나눈 3일은 신우에게 있어 피칭에 있어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상대가 노리는 게 있다면...’

피처플레이트를 밟은 신우가 사인을 교환했다.

‘커터.’

고개를 저었다.

‘포심.’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그것을 던져줄 필요가 없지.’

[정답.]

사인을 교환한 신우가 포지션에 들어갔다.

와인드업과 함께 3구를 던졌다.

쐐애애액-!

딱!

[커트! 다시 한 번 하이 패스트볼을 택한 정신우 선수, 하지만 타자가 잘 커트를 해냈습니다.]

[2구 연속 하이 패스트볼로 허를 찔렀네요. 하지만 타자가 잘 대응을 했어요.]

[다시 사인을 교환합니다.]

토마스는 정석대로 사인을 냈다.

2구 연속 포심.

이번에야 말로.

‘커터.’

커터로 승부를 볼 시간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토마스가 어쩔 수 없이 다시 포심 사인을 냈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 신우가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4구 던집니다!]

딱!

“파울!”

[이번에도 하이 패스트볼! 다시 한 번 파울을 만들어냅니다!]

[음, 3구 연속 하이 패스트볼이라니. 평소의 볼배합과 조금 다른 느낌이네요.]

[그런데 3구 연속 비슷한 코스로 던졌는데, 왜 타자가 치질 못하는 걸까요?]

[아마 머릿속에는 커터가 들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 패스트볼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타자는 타석에서 물러나 가볍게 스윙을 했다.

‘다음에는 분명 커터로 들어올 거야.’

빅리그 데뷔 이후.

신우가 던진 공은 포심과 커터 두 가지였다.

그중에 커터의 비중이 71퍼센트에 달했다.

말인즉슨 10개 중에 7개는 커터가 들어왔다는 소리였다.

거기에 29퍼센트의 포심 중 80퍼센트는 대부분 하이 패스트볼로 활용했다.

RPM이 높은 투수의 포심 패스트볼은 마그누스 효과 덕분에 하이 패스트볼로 들어오면 타자 입장에선 떠오르는 듯한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신우는 그 효과를 백분 활용하고 있었다.

벌써 3개의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다시 던진다면 아무리 커터를 노리고 있다 하더라도 때려낼 수 있었다.

‘그걸 모를리 없겠지.’

타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신우도 알고 있었다.

‘커터를 노리면서 하이 패스트볼에 대응한다. 어렵긴 하지만 메이저리거라면 가능하다.’

[정답.]

워렌 스판의 대답에 확신을 가졌다.

상대는 이제 두 개의 공을 모두 노릴 것이다.

그리고 그 두 개를 모두 때려낼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괴물들이 있는 곳이니까.

신우는 피처 플레이트를 밟고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토마스를 향해 모자챙을 잡았다.

‘그거냐?’

토마스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이자 토마스가 자리를 잡았다.

[사인교환이 끝났습니다. 과연 정신우 선수, 5구에선 어떤 공을 던질까요?]

[하이 패스트볼에 타자의 눈이 익숙해졌을 테니, 커터를 던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군요. 정신우 선수 와인드업, 5구 던집니다!]

신우가 공을 뿌렸다.

커터나 포심과 똑같은 팔의 각도,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이 그의 손을 떠났다.

‘바깥쪽.’

코스는 바깥쪽이었다.

포심이라면 보더라인에 걸치는 코스.

커터라면 보더라인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다.

뭐가 됐건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오는 공이란 소리였다.

코스를 확인한 타자가 바로 스윙을 했다.

촤앗-!

오른발을 고정하고 허리를 돌렸다.

그리고 상체를 회전시키는 순간.

‘어?’

공이 여전히 멀게 느껴졌다.

거기에 또 하나.

공이 점점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타자는 깨달을 수 있었다.

‘체인지업?!’

제 3의 구종이라는 걸 말이다.

‘멈춰야 돼!’

급히 스윙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퍽!

배트가 홈플레이트 위를 지나고 공이 미트에 꽂혔다.

“스윙!!”

토마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3루심을 가리켰다.

타자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미 본인은 느끼고 있었다.

“스윙! 아웃!!”

자신이 배트를 멈추지 못했음을 말이다.

3루심의 판정과 함께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완벽하게 배트 돌아갔습니다! 스윙입니다! 정신우 선수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냅니다! 그런데 이번 공의 구속이 81마일이 찍혔습니다.]

[아-! 궤적을 봤을 때는 써클체인지업으로 보이는데요.]

[써클체인지업이요?]

[예.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주로 사용했던 구종이죠. 방금 보셨듯이 우투수가 던지면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구종입니다. 즉, 슬라이더나 커터와는 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셈이죠.]

[방금 공이 그 공이란 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써클체인지업이 아니라면 우투수가 던진 공이 저런 궤적을 그리기 위해서는 투심이나 싱커를 던져야 합니다.

하지만 두 공은 패스트볼 계열이기에 구속이 포심이나 커터와 비슷하게 나왔어야 합니다. 정신우 선수라면 90마일 이상이 나와야 된다는 소리죠.]

[아-! 그럼 81마일이었으니 아예 패스트볼 구종이 아니겠군요?]

[예. 맞습니다.]

[현지 중계진도 꽤 놀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아, 지금 슬로우화면이 나오네요.]

슬로우화면에서 신우가 공을 던질 때의 그립이 확실히 보였다.

OK사인을 보내는 것과 같이 공을 잡고 있는 게 화면을 통해 나타났다.

[저 그립을 보니 써클체인지업이 맞습니다. 이거 타자들이 머리 좀 아프겠네요.]

[그렇습니까?]

[예. 정신우 선수는 그동안 구속과 구위 그리고 무브먼트로 타자와의 정면승부를 즐겨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체인지업이라는 무기를 새로 장착을 했습니다.

이 체인지업은 독특한 공입니다. 타자와의 수싸움을 위해 만들어진 공인 셈이죠. 이 공을 무기로 추가하면서 정신우 선수는 이제 던질 수 있는 패턴을 수십 가지로 늘리게 되었습니다.]

[즉, 타자들이 타석에서 생각해야 될 게 더 많아졌다는 거군요?]

[맞습니다. 써클 체인지업의 완성도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새로운 구종을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된 셈입니다.]

해설위원의 말대로였다.

신우가 던진 써클체인지업은 컵스의 선수는 물론 코치진들 역시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마이너리그에서 써클체인지업을 던진 기록은?”

“없습니다. 몇 번이나 자료를 확인했지만 커터와 포심 두 가지 구종밖에 던지지 않았습니다.”

“쯧...그럼 새로 익혔다는 건가?”

“방금 무브먼트를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자주 던지지 못할 겁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그렇긴 합니다만 완성도가 높지 않은 공을 얼마나 자주 던질 수 있겠습니까?”

“만약 던지지 못할 공이었다면 방금도 던지지 못했겠지.”

“음...”

감독의 말에 투수코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투수가 새로운 구종을 익히는 건 의외로 쉬웠다.

문제는 그걸 실전에 쓸 수 있느냐는 거다.

새로운 공을 실전에서 던질 수 있는 배짱.

그것이 있어야 새로운 구종을 장착한 뒤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겠지.’

정신우는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배짱이 없었다면 방금 전과 같은 상황에서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딱-!

두 번째 타자가 써클 체인지업을 때렸다.

하지만 커터를 노리고 있었기에 임팩트가 완전히 어긋났다.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유격수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그리고 공은 1루로 날아갔고 아웃카운트가 또 하나 올라갔다.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공 1개로 올리는 정신우 선수! 이제 1차전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단 한 개가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써클체인지업을 초구부터 던져서 상대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어요. 아무래도 컵스의 타자들은 정신우 선수의 패스트볼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거 같습니다.]

써클체인지업이란 무기의 장착.

그건 단순히 구종 하나를 추가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포심, 커터라는 양자택일에서 써클체인지업이 추가되며 타이밍까지 뺏어가고 있었다.

타자의 머릿속에는 이제 타이밍과 코스 그리고 구종이란 세 가지를 모두 생각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거기에 신우가 새로운 무기를 꺼낸 타이밍 역시 적절했다.

무사 1, 2루의 찬스를 고작 1점을 올리는데 그쳐 분위기가 컵스로 넘어가려는 상황.

신우는 그 타이밍에 새로운 무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고작 1이닝에 그 분위기를 다시 뺏어가기엔 정신우란 벽은 너무 높았다.

빠각!

[배트 부러지며 타구 높이 뜹니다!! 2루수 거의 제 자리에서 타구 잡아냅니다! 정신우 선수가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개인 통산 첫 번째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기록합니다!]

[원정경기에서 1차전을 가져간 메츠로서는 가장 베스트 시나리오가 만들어졌어요. 무엇보다 정신우 선수가 써드피치를 장착한 것이 가장 고무적입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무기를 장착함으로서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어요!]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시청해준 여러분 감사합니다!! 저희는 2차전에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뉴욕 메츠의 1차전 승리.

그리고 정신우의 써클 체인지업은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동안 투피치여서 불안했는데. 드디어 써드피치를 장착했네.]

[첸졉 장착한 건 베스트초이스인 듯.]

[ㅇㅈ. 평속(평균구속)이 95마일인데 80마일 초반의 첸졉이면 타자들 타이밍 맞추기 죽어나갈 듯.]

[그런데 저런 공을 왜 페넌트레이스에서는 안 던졌냐?]

[그게 의문.]

[인터뷰 뜨지 않을까?]

[ㅇㅇ 인터뷰 기다려야 될 듯.]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신우의 새로운 구종인 써클 체인지업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토론이 한창 이어지고 있을 때.

게시글이 하나 올라왔다.

[제목 : 신우, 인터뷰 올라옴.]

[글쓴이 : 데블스가즈아]

[내용]

[본문 들어가기에 앞서.

3줄 요약.

한국에서 좌완으로 던질 때 첸접을 던졌다.

하지만 우완으로는 3일 전부터 연습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해봤다.

결론 : 이런 천재 놓친 데블스 프런트 뒤져라.]

글에서 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 밑으로 본문이 달려 있었지만 내용은 3줄 요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3일 전부터 던졌다고? 그런데 실전에서 바로 써먹어?]

[정신우 배짱 보소...]

[난다긴다하는 메이저리거들을 상대로 저게 가능함?]

[그것도 단기전인 디비전시리즈에서 저랬다는 거잖아?]

[배짱 지렸다...]

[그나저나 글쓴이 분노 보소.]

[닉네임 보니 킹정.]

[나라도 빡치겠다.]

결국 기승전까로 끝나는 댓글이었다.

* * *

1차전을 잡은 메츠는 2차전 역시 매섭게 컵스를 몰아붙였다.

딱-!

[토마스 쳤습니다! 이건...! 넘어갑니다!! 쓰리런 홈런!! 토마스 에드윈, 본인 통산 1호 포스트시즌 홈런을 기록합니다!!]

[아-! 이건 쐐기포가 될 거 같네요]

[그렇습니다! 7회 3 대 1로 앞서고 있던 메츠가 이번 홈런으로 6 대 1로 앞서나갑니다!!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토마스 에드윈의 홈런으로 멀찌감치 달아나는 메츠입니다!!]

토마스 에드윈의 쓰리런 홈런으로 메츠가 승기를 잡았다.

8회.

티모시가 올라와 1점을 내주었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하지 않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9회말 컵스의 마지막 공격.

레이먼드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오늘은 세이브상황이 아니라서 그런지 레이먼드 선수가 9회말에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굳이 정신우 선수를 올릴 필요는 없죠.]

마운드에 올라온 레이먼드는 세 타자를 상대로 총 14개의 공을 뿌렸다.

그리고 2개의 삼진과 함께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올리며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우익수 뒤로 물러나며 자리를 잡습니다! 안정적인 포구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원정경기에서 2연승을 거둔 뉴욕 메츠!! 이제 홈으로 돌아가 단 1승만 올리면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하게 됩니다!!]

세트스코어 2 대 0.

이제 무대는 뉴욕의 씨티필드로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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